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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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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9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740g | 153*224*30mm
ISBN13 979116405275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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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에 처음 해독되었을 때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에서 뇌를 뜻하는 상형문자(말 그대로 ‘두개골의 내장skull offal’)를 포함해 처음으로 해부학 용어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파피루스는 뇌의 여러 부위를 기술하고, 머리를 다쳤을 때 몸에 나타나는 증상을 설명한다. 현재 뉴욕 의학 아카데미의 여러 소장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유물이다.
--- p.21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서유럽은 이른바 중세 암흑기에 들어섰다. 로마 문명이라는 든든한 배경이 사라지면서 예술과 과학이 쇠퇴하자 지적 활동의 본거지가 동쪽의 콘스탄티노플로 옮겨갔다. 그곳에서도 갈레노스는 동로마제국을 통해 이슬람 사상에 영향을 미쳤다. 갈레노스가 사망한 직후, 그리고 그때부터 수 세기 동안 그의 여러 저술이 아랍어, 페르시아어, 시리아어로 번역되었다. 그러면서 서양 세계에서 과학이 고대 문헌에 대한 철학적 연구로 후퇴하던 시기에, 중동에서는 해부학에 대한 관심이 활활 타올랐다.
--- p.44~45

일부 역사가는 몬디노가 해부를 수행하긴 했으나 그런 공개적인 시범은 대개 해부학자가 직접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해부학자는 단상에 올라가 해부 과정을 말로 설명하며 대개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극의 내레이터처럼 책을 소리 내어 읽었다. 공개 해부에는 보통 세 사람이 참여하는데, 강독사lector(라틴어로 읽는 사람이라는 뜻)는 높은 곳에 앉아 책을 들고 해부 구조를 설명한다. 해부자sector(자르는 사람이라는 뜻)는 실제 절개와 적출을 담당한다. 지시자ostensor는 마치 칠판 앞의 선생님처럼 뾰족한 막대기를 들고 강독사가 설명하는 부위를 가리키며 사람들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 p.72

귀도의 삽화는 자신과 몬디노가 쓴 글의 이해를 높인 공이 있지만 확실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함께 묶일 수준은 아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루긴 했어도 예술가는 아니었던지라 참수형을 당한 죄수의 머리에서 덮개뼈를 제거하는 이미지에서 원근법은 재앙에 가깝다. 마치 어린아이가 아침 식탁 위 에그 컵에 담긴 달걀을 그린 수준이다. 그러나 덮개를 머리 위가 아닌 옆에서 보여주고 정수리에서 두 판의 접합부인 두개봉합을 달걀에 금이 간 것처럼 묘사했다.
--- p.77~81

해부학자는 신체기관과 기관계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추구했지만, 예술가들은 초상화의 진실성을 갈구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와 조각가들은 해부학이 인간의 겉모습에 미치는 영향에 더 관심을 보였다. 예를 들어 팔 근육의 배열을 이해하면 사람의 몸짓을 더 잘 그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골격에 대한 지식은 극적인 장면의 동작과 자세를 생생하게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
--- p.126

인간의 아래턱뼈는 다른 동물처럼 둘로 나뉘어 있다는 반박하기 쉬운 것부터 시작해 『파브리카』는 갈레노스의 오류를 300개 이상 바로잡았다. 또한 그는 신이 태초에 최초의 남성으로부터 여분의 갈비뼈를 가져와 여성을 만들었기 때문에 남성은 여성보다 갈비뼈의 수가 더 적다는 통념을 수정했다. 이는 기독교 교회와 해부학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는데, 갈비뼈 이야기는 성경의 신화와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교회의 믿음에 중요했기 때문이다.
--- p.155

해부된 남녀는 최소화된 풍경 안에 있다. 이 배경은 보는 이의 시선이 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세부 묘사를 절제하면서, 눈요깃거리로 강가의 배나 분류학적으로 정확하게 묘사된 식물 등을 보여준다. 피부를 벗기고 기관이 드러나는 부위는, 예를 들어 여성의 생식기관 주변은 마치 꽃잎이 벌어지듯 예술적으로 묘사되었으며, 잠자는 아기는 마치 담요를 끌어당기듯 자기 피부를 들어 올려 붙들고 있다. 심지어 해골은 제 살가죽을 끝까지 벗겨내어 내부가 잘 보이게 한다.
--- p.214

책을 구매하는 대중에게 현미경 해부학은 그저 참신한 눈요깃거리일 뿐이었지만 해부학자들은 서서히 그 무한한 가능성을 깨달았다. 레이던대학교를 졸업한 네덜란드 대학원생 얀 스바메르담(1637~1680)은 이 분야의 선구자였다. 그는 일찍이 곤충의 생활사를 연구했으며, 세상을 떠난 후 한참 뒤인 1737년에야 출간된 『자연의 성서Bybel der natuure』는 해부와 현미경으로 관찰한 종합 곤충 해부학 책이었다. 그는 아주 작은 생물에서도 신의 지고함을 보았고, 자신의 연구를 신의 경이로움에 바치는 찬사로 여겼다.
--- p.222~223

이런 불미스러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752년에 영국 정부는 살인법을 제정해 처형된 살인자의 시신에 한 번 더 칼을 대는 공개 해부형解剖刑을 시도했다. 사형 집행 장소에서 ‘공식적인’ 절개를 마치면 시신을 의과대학으로 옮겨 더 자세히 해부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이 법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해부에 대한 대중의 혐오감을 조성해 범죄 발생을 막고 해부학자에게 더 많은 시신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 p.272

1774년에 이들은 쿨무스 작 『해부도표』의 일본어 번역서를 『해체신서解體新書』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쿨무스의 원본만이 아니라 여러 해부학 책에서 삽화를 빌려왔다. 그중 하나가 후안 발베르데의 『인체 구성의 역사』(1556)인데, 이 책도 삽화를 베살리우스의 『파브리카』에서 ‘빌려온’ 것이었다. 일부는 호버르트 비들로의 『인체의 해부학』(1685)에 처음 실린 삽화였다. 불과 2년 전에 출판된 『해시편』과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었다. 가와구치 신닌의 해부도는 400년 전 가지와라 쇼젠의 그림을 상기시켰지만, 『해체신서』는 18세기의 현실성과 정확한 세부 사항을 자랑했다. 네덜란드 책이 일본어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엄청난 의의가 있었다. 일본의 고립 정책은 1869년까지 계속되었으나 서양의 해부학은 최초로 그 저지선을 돌파한 과학 중 하나였다.
--- p.297

해부학 교사와 학생이 아주 오랫동안 겪어온 가장 큰 문제는 시체가 금방 부패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해부 수업은 날씨가 추운 겨울에만 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해부학 발전에 가장 보탬이 된 발명은 냉장 기술이었다. 각 기관이나 기타 표본은 알코올에 보관하면 되지만, 시신을 통째로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프랑스의 페르디낭 카레와 독일의 카를 폰 린데가 1860년대에 냉장 기술을 연구했지만, 해부학에서 최초로 사용된 냉동법은 훨씬 구식이었다.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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