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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야 사바랭의 미식 예찬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 예찬

[ 양장 ] 르네상스 라이브러리-06이동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 저 / 홍서연 역 | 르네상스 | 2004년 11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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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580쪽 | 828g | 153*224*35mm
ISBN13 9788990828163
ISBN10 8990828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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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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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
1755년 프랑스 동부의 벨레에서 태어났다. 법률가 집안 출신으로 그 자신도 1778년 벨레 대법관 재판소의 민사법원 판사로 발령되어 법률가의 인생을 시작했다. 1793년 프랑스혁명의 와중에 단두대를 피해 독일, 스위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1796년 귀국하여 얼마 후 최고법원인 파기원 판사가 되었다. 귀국하면서부터 그는 미식가의 명성을 얻기 시작하였으며, 여생 동안 직무 수행 외에는 친구들을 미식 모임에 초대하면서 평화롭고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1825년 12월, 틈틈이 써온 ‘미식 성찰’을 자비 출판했는데, 이 책은 파리 시민들 사이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책이 출간된 지 채 2개월이 되기도 전에 그는 책의 성공을 누리지도 못하고 폐렴으로 눈을 감았다.
역자 : 홍서연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철학석사 학위를 수여했다. 파리 소르본 대학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파리 고등사회과학대학원(EHESS)에서 식생활사에 관한 연구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옮긴 책으로 뮈리엘 바르베리의 <요리소설,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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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1. 생명이 없으면 우주도 없으며,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양분을 섭취한다.
2. 동물은 삼키고, 인간은 먹고, 영리한 자만이 즐기며 먹는 법을 안다.
3. 한 나라의 운명은 그 나라가 식생활을 영위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4.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5. 조물주는 인간이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도록 창조하였으며, 식욕으로써 먹도록 인도하고 쾌락으로써 보상한다.
6. 미식은 맛있는 것을 그렇지 못한 것보다 선호하는 우리의 판단 행위다.
7. 식사의 쾌락은 나이와 조건과 나라를 불문하고 나날이 경험된다. 그것은 다른 어떠한 쾌락과도 어우러질 수 있으며, 이 모든 쾌락이 사라진 후에도 마지막까지 남아 우리에게 위안을 준다.
8. 식탁은 첫 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유일한 자리다.
9. 새로운 요리의 발견은 새로운 천체의 발견보다 인류의 행복에 더 큰 기여를 한다.
10. 소화를 못할 때까지 먹거나 취할 때까지 마시는 사람은 먹을 줄도 마실 줄도 모르는 사람이다.
11. 음식은 기름진 것에서 시작하여 가벼운 것으로 끝난다.
12. 음료는 가장 순한 것에서 시작하여 화끈하고 향이 강렬한 것으로 끝난다.
13. 포도주는 중간에 바꾸는 법이 아니다는 주장은 별스런 소리다. 혀는 감각이 점점 둔해져 셋째 잔 이후로는 아무리 좋은 포도주라도 무딘 반응만 일어날 뿐이다.
14. 치즈 없는 후식은 애꾸눈의 미녀와 같다.2)
15. 요리는 습득이나 굽기는 생득이다.
16. 요리사의 가장 필수적인 자질은 시간 엄수다. 그것은 동시에 손님의 필수 자질이기도 하다.
17. 늦는 손님 한 명을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은 이미 온 손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18. 친구들을 초대하고서 식사 준비에 아무런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친구를 사귈 자격이 없다.
19. 안주인은 늘 커피가 훌륭한지 살피고 바깥주인은 술이 최고품인지 확인해야 한다.
20. 사람을 초대한다는 것은 그가 내 집 지붕 밑에 있는 내내 행복을 책임지는 일이다.
--- 잠언, 19~21쪽
그들은 배부른 사람은 굶주린 사람과 다르다는 것과, 식탁이 대접하는 사람과 대접받는 사람의 유대를 보장해 주는 공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식사를 통해 회식자들에게 어떤 인상을 주거나 더 쉽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로부터 정치적 미식법이 탄생하였다. 식사는 통치의 수단이 되었고, 나라의 운명은 연회에서 결정되었다. 이것은 역설도 아니고 심지어 새로운 일도 아니며, 사실의 단순한 관찰이다. 헤로도투스부터 우리 시대까지 모든 역사책을 열어 보면, 심지어 모반을 포함해서 연회 중에 계획되고 준비되고 명령되지 않은 큰 사건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21_미식법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 83~84쪽
미식가 부부는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서로 화합할 즐거운 기회를 갖는다. 왜냐하면, 심지어 따로 자는 부부도 (이런 사람들은 많다) 먹을 때는 어쨌든 한 식탁에서 먹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언제나 새로운 대화 주제가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뿐 아니라 이미 먹은 것, 앞으로 먹을 것, 다른 집에서 관찰한 것, 유행하는 요리, 새로 창안된 요리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가족간의 한담에 매력이 가득하다는 것을 안다.
--- 60_미식이 부부간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 204~205쪽
이러한 사치에는 도착적인 데와 기이한 데가 있었다. 요리된 생선과 새가 수천을 헤아린 향연들이 그러했다. 그리고 그 요리에는 값이 비싸다는 장점만이 있었으니, 500마리 타조의 뇌로 이루어진 요리, 말하는 새 5천 마리의 혀로 만든 요리가 그러했다.
앞에서 본 바에 의하면 루쿨루스가 그의 식탁을 위해 지출한 엄청난 액수와 아폴론의 연회장에서 그가 벌인 향연에 들어간 값비싼 비용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는 손님들의 감각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알려진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예의범절이었다.
--- 127_로마인들의 향연, 362쪽
한 머리 좋은 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욕구가 재생되는 한, 소비자들은 이 욕구가 유쾌하게 만족될 것이 확실한 장소에 무리를 지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첫 손님에게 닭날개 한 쪽을 뜯어 준다면 닭다리에 만족할 두 번째 손님이 오리라는 것도 확실하다는 것, 그리고 부엌의 어둠 속에서 한 조각을 제거한다 해도 그것으로 인해 요리 나머지 부분의 명예가 훼손되지는 않으리라는 것, 그리고 손님들이 신속하게 정성껏 잘 대접받는다면 가격이 약간 올라가도 상관하지 않으리라는 것, 손님들이 주문한 요리의 가격과 질에 대해 트집을 잡는다면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상세한 것들이 한없이 많으리라는 것, 게다가 일정한 가격으로 정해진 다양한 요리를 준비한다면 돈 많은 사람과 돈 없는 사람 모두에게 적합하다는 이점이 있으리라는 것을 생각하였다.
그가 바로 첫 번째 ‘레스토랑 경영자’였고, 이렇게 하여 그는 성실하고 이치를 알고 수완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재산을 모을 수 있는 직업을 창시하였다
--- 성찰 28 레스토랑 경영자에 관하여, 384~385쪽
미식가 여러분 ……세계의 중심지를 장식하는 미식법의 신전에 놓인 거대한 주랑柱廊은 머지않아 하늘을 향해 높이 솟아오를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가진 재능으로써 이 주랑을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 이를 기다리는 동안 여러분의 빛나는 얼굴을 하늘을 향해 치켜드십시오. 여러분의 힘과 위엄을 키우십시오. 먹을 수 있는 우주가 여러분 앞에 열려 있습니다.
--- 두 세계의 미식가들에게 바치는 헌사, 552~553쪽
식욕을 가진, 즉 살아갈 의욕을 가진 인간은 말을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도 소개한, 그리스에 문자를 가져온 카드모스가 시돈 왕의 요리사였다는 일화는 어쩌면 언어와 요리의 결합적 관계를 보여주는 우화인지도 모른다. 맛보는 일이나 말하는 일이나 모두 혀를 통해 이루어지며, 두 가지 모두 우리 욕망의 표현이다. 브리야 사바랭에게 있어 요리를 맛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즐거움이었지만 곧 말하기의 주제이자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 옮긴이 해설, 5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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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도 수없이 인용되고 있는 서양 미식 담론의 경전!

요리를 시작하기 전 음식에 관련된 책들을 뒤지다 발견한 것이 브리야 사바랭의 '미각의 생리학'이었다. 이미 19세기 초에 음식에 관한 담론이 과학적, 철학적, 역사적으로 전개되었다는 것이 놀라왔다. 프랑스 요리가 오늘날 서양 요리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단지 요리 기술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이러한 인문학적 과학적 접근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었다. 게다가 브리야 사바랭의 이름이 여러 프랑스 요리들에 헌사되었는데, 이는 요리 현장과 미식 담론이 서로 교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순수한 생물학적 행위는 아니다. 밥상 위에 놓여 있는 먹거리에는 그것이 생산되는 과정으로서의 역사가 있고 또한 어떤 것을 먹거리로서 선택하고 가공하는 고유의 문화적 배경이 담겨져 있으며, 그리고 그것을 소비하는 나름의 방식이 녹아 있다. 따라서 한 나라의 음식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그릇에 담겨 있는 음식물을 맛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담긴 문화적 토양을 음미하는 것이다.
요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나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는 항상 이러한 측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미식 담론이 그리 성숙하지 못한 우리에게서는 아쉬움이 많은데, 오늘날에도 수없이 인용되고 계속해서 재판이 나오는 서양 미식 담론의 고전인 브리야 사바랭의 이 책이 그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것이다.

- 정한진 (음식 칼럼니스트,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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