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포스티노」의 원작. 20여개의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1994년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원작으로 만든 이탈리아 영화 「일 포스티노」는 1966년 아카데미 다섯 개 부문에 후보에 올랐다. 음악상을 받는 것으로 그쳤지만, 외국 영화로는 1973년 이래 처음으로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며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외국 영화로 꼽힌다. 「일 포스티노」가 영화로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문학적인 가치 외에도 원작이 가지는 뛰어난 소설적 재미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는 잔잔하면서도 진한 감동 외에도 재치 넘치는 묘사와 대화, 해학적인 성 묘사, 순수함이 빚어낸 각종 일화 등 독자를 매료시키는 요소들이 풍부하다. 또한 스카르메타의 작품에는 영화나 음악, 스포츠 같은 대중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사회 부조리를 진지하고 침울하게 성찰하고 고발하는 데 주력한 당시 칠레 문학과는 달리, 그는 첫 단편집 『열정』을 썼을 때부터 생의 활력을 바탕으로 사회와 인생을 조망하는 문학을 지향했다. 인간의 삶은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것인 만큼, 문학도 역시 삶의 활력과 즐거움을 다루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덕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어렸을 적부터 대중문화에 심취하고 소설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창작에도 일가견이 있는 스카르메타는 「일 포스티노」가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친구와 더불어 직접 감독과 배우를 겸한 영화로도 만들었다. 스카르메타가 만든 영화는 칠레에서 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칠레 영화 시장이 지극히 협소했고, 저예산 영화였으며, 서슬 퍼런 군부 독재 시대에 민중 시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록적인 관객 수였다. 영화 「일 포스티노」의 성공은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공이기도 하지만, 동일한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로 다듬기를 거듭한 스카르메타의 집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1904.7.12~1973.9.23)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모든 언어권을 통틀어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고 칭송한 바 있는 파블로 네루다는 1904년 7월 12일 칠레 남부 국경 지방에서 철도 직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산티아고 대학교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였고, 열아홉의 나이에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1924)를 출간하여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사랑을 받았다. 스물세 살 때 극동 주재 영사를 비롯하여 스페인, 아르헨티나, 멕시코 등지의 영사를 거치며 정치의식에 눈뜨게 되어 상원 의원으로도 활동하였다. 그 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다가 최고의 작품이라고 칭송받는 『지상의 거처』(1933~1935)에 이르는 과정에서 존재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초현실주의 시인으로 변모하였다. 스페인 내란을 거치면서 1944년 공산당에 입당하여 정치 활동에 몰두하였다. 1969년 ‘칠레 공산당 중앙위원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었다. 그 뒤 살바도르 아옌데를 민중연합의 단일 후보로 세우면서 후보를 사퇴하였고, 1970년 아옌데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주프랑스 대사를 역임하였다. 1973년 쿠데타가 발발하던 해에 지병으로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 밖의 작품으로 『모두의 노래』(1950), 『단순한 것들을 기리는 노래』(1954~1957), 『이슬라 네그라 비망록』(1964), 『백 편의 사랑 소네트』(1955~1957) 등이 있다. 1971년 노벨 문학상, 1953년 레닌 평화상을 받았다.
파블로 네루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현재 전 세계적으로 네루다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등을 번역해 네루다를 알리는 데 공로를 세운 정현종 시인이 파블로 네루다 탄생 100주년 기념 메달(President Medal for Honor)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 메달은 칠레의 리카르도 라고스 대통령이 네루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 100명의 문인 및 문화 관련 종사자들에게 수여하는 것이다. 수상자 가운데는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나딘 고디머, 주제 사라마구를 비롯해 카를로스 푸엔테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자크 랑 프랑스 전 문화부 장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시상식은 네루다 탄생일인 7월 12일 오후 5시 주한칠레대사관에서 열린다.
칠레 정부는 이미 2003년 봄부터 2004년 7월 12일의 네루다 탄생 100주년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위원회를 조직해 카니발과 시 낭송회 등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각종 행사를 주최한다. 이슬라 네그라에서 시인으로서의 네루다뿐만 아니라 수집가이자 망명자, 외교관으로서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또한 「발파라이소의 네루다」라는 제목으로 네루다의 시와 사진을 함께 전시하는 행사가 기획되어 있다. 2004년 6월 3일부터는 칠레의 모든 구(칠레에는 현재 350개의 구가 있다.)가 ‘파블로 네루다’라는 이름의 거리를 적어도 하나씩은 가질 수 있도록 거리 이름을 개명하자는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스페인과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네루다 사망 30주기인 2003년부터 각종 추모 행사를 거행하고 있으며, 재출간되는 네루다의 시집은 미국에서만도 80종에 이른다. 하버드 대학교와 스탠포드 대학교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의 여러 대학에서도 네루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세미나와 낭송회, 네루다 작품의 초판과 각종 기념물을 전시하는 행사를 예정하고 있다. 네루다 관련 자료, 풍경, 네루다의 지인들의 회고, 네루다 전문가의 평가 등을 엮었고 칠레 작가 이사벨 아옌데가 내레이션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Mark Eisner) 「살아 숨쉬는 네루다 !Neruda! !Presente!」가 비디오와 DVD로 올해 동시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