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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력의 배신

노오력의 배신

천주희 | 창비 | 2016년 04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7 리뷰 19건 | 판매지수 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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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top100 1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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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428g | 153*224*20mm
ISBN13 9788936472863
ISBN10 8936472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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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 자 소 개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 명예교수. ‘하자 청년 연구팀’ 공동 책임연구원. 주요 저서로 『자공공: 우정과 환대의 마을 살이』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 등이 있다.
엄기호: 문화학자. ‘하자 청년 연구팀’ 공동 책임연구원. 주요 저서로『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단속사회』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등이 있다.
최은주: 하자센터 창의허브팀 팀장. ‘비진학 청소년 실태조사연구’ 연구원을 지냈다.
이충한: 전 ‘유유자적 살롱’ 공동대표. 저서로 『유유자적 피플: 무중력 사회를 사는 우리』가 있다.
이영롱: 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석사. 저서로 『사표의 이유』가 있다.
양기민: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사회적기업 노리단 경영전략실장을 지냈다.
강정석: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 사무국장. ‘비진학 청소년 실태조사연구’ 연구원을 지냈다.
나일등: 도쿄대 특임연구원. 역서로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워킹 푸어』 등이 있다.
이규호: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 캠퍼스 인류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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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배신’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
도서1팀 김도훈 (사회 정치 담당 / eyefamily@yes24.com)
2016-04-28

수필이 아닌 자동차의 시대

1992년에 발표된 015B의 노래 〈수필과 자동차〉는 자본주의 발전에 따라 소중한 삶의 가치의 변화를 담은 가사로 화제가 됐다. 여류작가의 수필 한 편에 설레어 할 때도 있었지만 이젠 그 사람의 자동차가 무엇인지 더 궁금하고, 어느 곳에 사는지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된 당대의 씁쓸함을 오롯이 담고 있다. 24년이 지난 지금은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유치원 때부터 아빠가 타고 다니는 차를 비교하고, 어느 아파트 어떤 크기의 집에 사는지를 비교하는 것을 보면, 이젠 수필의 '수' 자도 꺼내기 힘든 시대인 듯 하다. 씁쓸함을 넘어 꿈을 꾸는 것마저 사치로 여겨지는 지금, 24년 전보다 더 먹고 살기 힘든 시대인 것은 분명한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살벌하게 공정한 한국사회의 진풍경, 그리고 청년들의 몸부림

흔히 책을 가리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라고 말한다. 그 말이 맞다면 『노오력의 배신』이란 책은 한국사회를 낱낱이 해부하는 내시경이라고 할 수 있다. 노력을 넘어 개인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하는 '노오력'에도 불구하고 답이 없는, 한국사회의 청년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노력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성과를 통해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것이 되었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노력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린 시대. 성과가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노력의 척도가 되었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을 생존에 대한 의지가 없는 태도로 비난 받아 마땅한 것이 되었다. 자신의 일생을 바쳐 노력하고 있는데 노력하지 않아도 부모를 잘 만난 덕분에 이미 결승점 너머에서 호의호식하는 사람을 보며 좌절과 절망 속에서 열등감을 맛보기 일쑤다. 출발선이 다른 경쟁, 그리고 노력으로 메울 수 없는 간극.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다. '노오력'은 개인을 파국으로 치닫게 했고, 파괴된 개인으로 가득한 사회는 이미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다. 이 책이 보여주는, 살벌하게 공정한 한국사회의 진풍경이다.

이렇게 한국의 청년문제는 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듯한데, 왜 한국의 청년만 이렇게 조용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기성 세대들은 청년들이 정치에 너무 관심이 없고, 자기 이외의 것을 돌볼 줄 모른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책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어느 때보다 풍요로운 시대이지만 청년들의 삶을 지배하는 것을 풍요가 아니라 '가난'이며, 청년들이 조용하고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과거처럼 머리에 띠를 두르고 거리에 나오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깊이 자신들과 사회의 문제를 간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물밑에서 청년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더 과격하게 들끓고 있다고 말한다. 20대 총선의 결과 16년 만에 여소야대의 국회로 재편되고 여론조사와 달리 여당의 충격적인 참패로 끝난 것은, 현실에 분노하고 투표에 참여한 청년들의 행동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청년들은 '사회'를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배신의 시대, 삶이 보호될 수 있는 사회를 바라보다

‘배신(背信)’이란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리는 것을 말한다. 청년들은, 노력을 하면 성공을 할 줄 알았는데 그 대가로 마주한 것은 노력이 부족하다고 더 노력하라는 채찍질이었다. 더 나은 삶이 있을 줄로 믿었지만 그 믿음은 철저히 배신당하고 만 것이다. 그 결과는 분노와 좌절, 그리고 포기와 혐오였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청년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나름의 방법과 프레임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또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삶이 보호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하고 이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노오력의 배신』은 한국사회 청년 문제의 현재와 미래를 입체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3D 안경'이라 말하고 싶다. 한국사회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권하고 싶지만 특히 20대 총선에서 국회의원들은 꼭 읽었으면 좋겠다.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선거 때 말로만 하지 않고 실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면 이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고민하길 바란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배신한다면 국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배신’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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