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순히 시늉만 하는 음악은 할 생각이 없었다. 우린 이렇게 얘기했다. “좋아, 록에 뛰어들어서 진짜 그걸 업으로 삼는 거야. 어설프게 하는 게 아니라.” 그때 우린 아직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훌륭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었다 --- p.16
「보헤미안 랩소디」나 「섬바디 투 러브」 같은 노래들은 규모가 큰 공연들이다. 상당히 보컬 지향적이면서 퀸의 아주 진지한 면모를 담고 있다. 「섬바디 투 러브」를 라이브로 하는 것이 죽을 만큼 힘든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정말이지 신경이 끊어질 정도다. 처음에 그 곡을 불렀을 때는 좀 빠르게 연주했다. 오로지 끝까지 제대로 마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종류의 곡들은 편곡을 새로 해야 한다. 160인조 가스펠 합창단을 어떻게 무대에서 재현한단 말인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 p.48
난 우리의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없다. 우리 노래에 숨겨진 메시지 따위는 없다. 난 존 레논이나 스티비 원더처럼 정치적인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머릿속에 정치가 들어오긴 하지만, 우린 뮤지션이기 때문에 그런 건 그냥 버린다. 정치적인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고, 심오한 메시지를 쓸 만한 재능도 없다. 음악은 자유롭다. 단지 음악을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에 달렸다. 존 레논은 그럴 수 있겠지만 난 아니라는 뜻이다. 내 노래들은 상업적인 사랑의 노래이고, 내가 가진 감정적인 재능을 그 안에 쏟아붓고 싶다. 세상을 바꾼다거나 평화에 대해 말하고 싶진 않다. --- p.101
난 내 노래들을 철저히 분석하는 게 싫다. 나에게 그런 요구는 절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 노랫말은 기본적으로 듣는 사람이 해석해야 한다. 어떤 곡들은 가능한 한 말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나 자신 조차 그저 노래를 부를 뿐 일일이 분석하지 않기 때문에 노래를 해부하는 건 싫다. 난 노래들을 만들고, 녹음하고, 제작할 뿐이고 자신이 느끼는대로 생각하는 건 판매자의 몫이다. --- p.106
우린 퀸 초창기 시절부터 작곡과 제작, 편곡까지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다른 누군가가 우리 영역에 끼어들어 오는 걸 굉장히 꺼렸다. 그래서 모든 걸 우리 힘으로 해내고, 우리 넷을 벗어나지 않는 요령을 터득했다. 그건 내가 아는 유일한 노하우다. --- p.128
「위 아 더 챔피언스」는 내가 쓴 곡들 가운데서 가장 자기 중심적이고 거만한 곡이다. 이 곡을 쓸 때 난 축구를 떠올렸다. 축구 팬들이 좋아할 만한 참여곡을 만들고 싶었다. 일반 대중을 겨냥한 곡이었다. 일반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고 싶었다.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런던에서 가졌던 한 비공식 콘서트에서 우리가 그 곡을 연주하는 걸 들은 팬들이 그 노래를 축구 응원가로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난 평범한 응원가보다 연극적인 섬세함을 더 많이 집어 넣었다. 나답게! --- p.14
난 극단적인 사람이어서 굉장히 파괴적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감정적일 때도 있는데. 그런 점은 내 안에서 파괴적인 특성으로 나타난다. 어떤 사람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너무 열중한 나머지 아무리 잘해보려고 애를 써도 나도 모르게 파멸시키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성공한 사람이다 보니 연애가 끝날 무렵이면 사람들은 늘 나를 비난한다. 내가 누구와 함께 있든, 자신들의 예상에 날 끼워 맞추고는 과대한 보상을 받으려고 싸움을 벌이려는 것 같다. --- p.151
그렇다, 난 게이다. 온갖 짓을 다 해보았다. 난 한 송이 수선화같은 게이다. 하지만 여자와 하듯 남자와 사랑에 빠지진 못한다. 게이 파트너를 찾으려고 작정하고 외출하지도 않는다. 이 세계에선 진정한 친구를 찾거나, 그런 친구 관계를 유지하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내 친구들 중에는 게이도 많고 여자들도 많다. 나이 든 남자들도 많다! 내가 연극계로 옮겨간다고 하면, 아마 사람들은 그 사실만 가지고 뭔가 숨은 의미를 찾아 내려고 할 것이다. 나에겐 5년 동안 동거한 메리라는 여자 친구가 있었고 남자 친구들도 있었다. 내 입으로 나 자신에 대해 모든 걸 설명하면 그 모든 미스터리는 박살날 것이다. 그걸 끄집어 내서 구구절절 파고 들어 간다는 건 솔직히 말해서 나답지 않은 일이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폭넓은 성격 취향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가능한 한 멀리까지 가보려는 것일 뿐이다. --- p.152
난 평범한 인간이다. 나도 그저 한 인간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난 장애인이나 마찬가지다. 모든 이가 무대 위 나의 페르소나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나의 참모습을 사랑하지 않는다. 모두 나의 명성과 스타덤과 사랑에 빠진다. 그렇기 때문에 난 싸워야 한다. 대부분의 시간은 내 뜻과 반대로 된다. 난 관계를 원하지만 항상 그것과 싸워야 한다는 걸 느낀다. 내가 괴물을 만들어 낸 모양이다. 관계를 맺으려면 그 사실을 인정해 줄 누군가를 찾아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다. 그 둘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분리하기가 무척 어렵다. 내 인생에도 몇 번의 로맨스가 있었지만 다 슬프게 끝났다. 진정한 누군가를 찾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들이 널 원하든, 팝스타 프레디 머큐리를 원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굉장히 다른 사람이다! --- p.153
내 연인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왜 메리를 대신할 수 없느냐고 했지만, 그건 그냥 단순히 불가능한 일일 뿐이다. 메리는 내 아내나 마찬가지다. 나에게 그건 ‘한때’ 결혼이었다. 그런데 결혼이 대체 뭐란 말인가? 꼭 서명을 해야 하는 건가? 우린 분명히 부부 사이였고 지금도 계속 그런 식으로 지낸다. 결혼이란 건 ‘다른’ 사람들을 위한 용어다. 결혼이라는 말을 굳이 하지 않고도 모든 과정을 겪으며 지낼 수 있는 거다. 단지 종이 한 장에 매여서... 난 그런 건 잘 모른다. 가식적이다. --- p.166
내가 베푼 만큼의 사랑을 내게 돌려준 존재는 딱 둘 뿐이다. 오랜 시간 내 연인이었던 메리와 내 고양이 제리. 난 세상의 온갖 문제를 다 끌어안은 것 같지만, 메리와 고양이 제리만 있으면 견뎌낼 수 있다. 메리는 우리 집에서 겨우 2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산다. 요즘도 메리를 매일 만나는데, 그동안 그래 왔던 것만큼 메리를 좋아한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순간까지 메리를 사랑할거다. 우린 아마 함께 늙어 가겠지. --- p.170
「데어 머스트 비 모어 투 라이프 댄 디스」는 외로운 사람들에 대한 노래다. 기본적으로는 사랑의 노래지만 다른 것들도 포함하고 있어서 딱히 사랑 노래라고 하긴 힘들다. 사람들이 그토록 많은 문제에 말려드는 이유를 다룬 것이다. 나는 늘 그렇듯 그 문제에 너무 골몰하고 싶진 않다. 내가 한동안 갖고 있던 이 곡을 마이클 잭슨이 우연히 듣고는 마음에 들어 했다. 일이 잘 되었더라면 함께 작업했을 테지만, 이 곡을 이 앨범에 꼭 넣고 싶었기 때문에 마이클의 도움 없이 나혼자 해냈다. 마이클이 들으면 섭섭하겠지! --- p.175
난 많은 사람들과 아주 가깝게 지낸다. 이를테면 데이비드 보위와 엘튼 존처럼, 엘튼은 아주 좋은 녀석이다. 난 엘튼을 죽도록 사랑할 뿐 아니라 그가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엘튼은 별 볼일 없는 한물간 할리우드 여배우같다. 그는 로큰롤의 개척자였다. 처음 만났을 때 엘튼은 누구나 금세 어울릴 수 있는 멋진 사람이었다. 그는 「킬러 퀸」을 좋아한다고 말햇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일단 내 화이트 리스트에 저장된다. 블랙 리스트는 당연히 터지기 일보 직전이고! --- p.214
난 늘 마이클 잭슨 같은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상대가 걱정을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돈이 많은데도 그 맛을 모르다니! 우린 트렉 세 개를 거의 다 준비했지만 불행히도 끝을 맺지 못햇다. 곡은 아주 좋았는데 문제는 시간이었다. 그땐 우리 둘 다 굉장히 바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나라에 머물 시간이 부족해서, 모든 걸 완전히 마무리할 수가 없었다. 그중 한 곡의 제목은 「스테이트 오브 쇼크」였다. 마이클은 심지어 그 곡을 완성할 수 있겠느냐고 전화로 물어오기 까지 했지만, 나는 퀸에 대한 의무가 있는지라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믹 제거가 대신했다. 부끄러운 일이긴 하지만 결국 노래는 노래일 뿐이다. 우정이 있는 한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 p.217
알다시피 난 극과 극을 오갈 수 있는 사람이다. 어중간 한 건 싫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도 아주 쉬운 편이다. 술도 주저없이 끊을 수 있다. 에이즈가 죽을 만큼 무서워서 성관계를 갖는 것도 바로 그만 두었다. 이제는 그냥 기분 좋은 자극 정도가 좋다. 기분 좋은 자극에 빠져 들었다. 그게 훨씬 더 재미있다. 달리 뭘 더 할 수 있단 말인가? 섹스도 마다 하고 튤립을 키우기 시작한 마당에! --- p.319
오래 살길 바라진 않는다. 정말로 그런 건 관심없다. 일흔 살까지 살고 싶은 바람은 전혀 없다. 너무 지루할 것 같다. 그보다 훨씬 전에 죽어 없어질 거다. 이곳에 존재하지 않게 되겠지. 어딘가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거다. 석류나무나 키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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