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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싶다

: 나무의사 우종영이 나무에게서 배운 인생의 소금같은 지혜들

[ 양장 ]
리뷰 총점9.2 리뷰 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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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7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11쪽 | 581g | 153*224*30mm
ISBN13 9788901098135
ISBN10 890109813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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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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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곁에는 나무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들은 각박했던 우리 삶에 작은 위안을 주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무는 우리 삶의 작은 쉼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산과 들이 깎여 나가고 그 위에 도시가 들어서면서 어느 순간 우리는 우리에게 녹색 빛 여유로움을 주던 나무들을 잊어 가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이 그런 우리들의 삶을 잠시 멈추게 해 줄 휴식처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 추기경 김수환 (추천사 중에서)

누구는 육교 밑에서 인생을 배우고, 누구는 어린 아이들에게서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겨울이 되면 가진 걸 모두 버리고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그 초연함에서, 아무리 힘이 들어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그 한결같음에서, 평생 같은 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애꿎은 숙명을 받아들이는 그 의연함에서,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 마음 씀씀이에서 내가 정말 알아야 할 삶의 가치들을 배운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전국 어디든 오 리마다 한 그루씩은 볼 수 있었다는 오리나무. 지금이야 어느 길을 나서건 도로 곳곳에 이정표가 있지만, 멀건 가깝건 두 다리가 주요한 교통수단이었던 옛날에는 길가의 오리나무를 세 가며 ‘내가 몇 리만큼 왔구나’ 가늠하곤 했다. 오리나무를 볼 때마다 나는 어머니 등에 업혀 “어디까지 왔나”하고 노래를 부르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중략)
하루하루 살다 보면 내가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조차 까먹게 된다. 내 나이 서른 때는 그랬다. 한 일도 없는데 서른 해가 훌쩍 지나가 버렸고, 뒤돌아보면 하얀 백지밖에 안 보이는데 그런 와중에서도 갈 길을 재촉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 삶에 있어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쉼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야 비로소 느꼈던 것 같다. (중략)
그래서일까. 나는 나이가 서른쯤 돼 보이는 친구들을 보면 꼭 오리나무 얘기를 꺼내곤 한다. 내가 그렇게 느꼈노라고, 한 번쯤 쉬어 갈 필요가 있노라고. --- pp.41~44

처음 노간주나무를 봤을 땐 그랬다. 참 바보 같다고, 제 코가 석 자면서 남 다 퍼주는 놈이 어디 있냐고.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내게는 노간주나무의 그런 바보 같은 모습이 오히려 사랑스럽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제 것만 챙기는 사람보단 형편이 어려워도 주변 사람 도와주며 허허거리는 사람이 더 정겹지 않은가. 겉보기엔 답답해 보일지 몰라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결국에 다시 찾게 되는 건 그런 바보 같은 사람이다.
도봉산에 있는 노간주나무는 오늘도 이렇게 말한다.
“좀 바보 같으면 어떻습니까? 좀 손해 보면 어떻습니까? 어차피 더불어 사는 세상 아닙니까?” --- pp.124~125

아마도 이 때문일 게다. 내 눈에 아까시나무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것. 아무리 좋은 환경에 풍족한 영양분을 주어도 잎을 떨구고 죽어 가는 나무들에 비하면,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모습이 기특하지 않은가. 베어 내고 베어 내도 있는 힘을 다 끌어 모아 새순을 올리고 꽃을 피우는 아까시나무를 그래서 나는 감히 나무랄 수가 없다. (중략)
내게 아까시나무는 이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다. 힘이 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생은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 pp.50~51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늙고 병든 잣나무를 만나게 되었다. 그 나무는 서 있는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많이 힘들어 보였다. 습관적으로 끌을 들이댄 순간 머리를 스치는 생각 하나.
‘이런 나무를 치료하는 게 과연 잘 하는 일일까.’
고개를 들고 찬찬히 나뭇가지를 올려다보았다. 가지 하나하나에서 “이제 그만 가게 놔줘”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수명이 다해 이제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나무를 ‘치료’라는 명목으로 괴롭히는 게 아닐까. 결국 나는 나무에게 손 한 번 대지 못한 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중략)
그렇게 일 년이 지난 뒤 나는 그 나무가 있던 곳을 다시 찾았다. 조바심치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잣나무가 서 있던 자리에 다가서는 순간, 나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늙은 잣나무가 자취를 감춘 그 자리에는 어린 잣나무가 한참 자라고 있었다. 가냘픈 가지마다 연록 빛 새순을 올리고 하늘을 향해 줄기를 뻗은 어린 잣나무. 내가 일 년 전 늙고 병든 잣나무를 치료했더라면 결코 볼 수 없을 새 생명이었다. --- pp.216~217

개나리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다.
군 복무 시절, 말년에 나는 배관 기술을 배웠다. 어떤 뜻이 있었다기보다 군 생활에 신물이 난다는 이유로 택했던 일. 그러나 나는 그 기술 덕에 중동행 비행기에 올랐다. (중략)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어디선가 갑자기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들어보니 「밀양아리랑」이 아닌가.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갑자기 웃음이 튀어나왔다. 어느 놈이 여기까지 와서 밀양아리랑을 부르는 걸까. 노랫소리를 따라가 보니 내 또래의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서 구했는지 짤막한 나뭇가지로 파이프를 두드리며 신나게 노래를 부르는 폼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중동 사막 한가운데서 밀양아리랑을 들으며 나는 오래간만에 배를 잡고 웃을 수 있었다. (중략)
그 친구의 씩씩한 모습은 이국 땅에서 한창 괴로워하던 나에게 참 신선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사막 위에서 이대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그 친구 말 한마디면 툭툭 털고 일어날 힘이 생기기도 했다. --- pp.154~158

나무의 직경이 한 뼘 정도 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한 십 년? 길어야 이십 년? 그러나 회양목이 그 정도의 직경을 가지려면 최소한 오백 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더디게 성장하는 동안 회양목은 그 속을 다지고 또 다져 그 어떤 나무와도 비교할 수 없는 단단함을 지닌다. (중략)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긴 시간 더디 자라며 결국엔 그 값어치를 발해 단단한 도장으로 쓰이는 회양목. 나는 기나긴 시간 동안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걸었던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당장은 인정 받지 못하더라도 자기가 가고자 하는 길을 묵묵히 가는 그 모습이 얼마나 위대하고 장한가.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내 안에는 과연 기나긴 시간 더디면 더딘 대로 그렇게 노력해 온 무언가가 있는지를. --- pp.100~101

“나 이 집 딸 맞아?”
아침 밥상에서 숙영이가 대뜸 내게 이렇게 묻는다.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은 도전적인 눈빛에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렇다고 꿈쩍할 내가 아니다.
“마음에 안 들면 독립해서 살든지.”
졌다는 듯 한숨 한 번 쉬고 돌아서는 숙영이. 예외 없이 이번에도 내 승리다. (중략)
이제 막 돌이 지나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보며 굳혔던 결심.
‘그래, 나무 키우는 대로만 하자.’
내 주변에는 나무를 잘 키우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항상 관심 있게 나무를 지켜보며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참 무심한 듯 보이지만 그것은 절대 방치가 아니다. 품안에 두지 않고 거리를 두되, 늘 지켜보면서 나무가 필요로 하는 것들에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 pp.251~253

서로 가까이 있는 두 나무가 자라면서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을 연리(連理)라고 부르는데, 두 나무의 뿌리가 이어지면 연리근(連理根), 서로의 줄기가 이어지면 연리목(連理木),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이어지면 연리지(連理枝)라고 일컫는다. (중략)
연리지 현상이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쳐지기 전의 성격과 기질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워낙 흰 꽃을 피웠던 가지엔 흰 꽃이, 붉은 꽃을 피웠던 가지엔 붉은 꽃이 그대로 피어난다. 서로 다른 특성을 지녔으면서도 어떻게 한 몸을 이루어 살 수 있는지. 연리지를 보면 사람도 저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평생을 함께 살아가야 하는 부부가 나무의 연리지처럼 살 수 있다면 그 삶은 진정 행복할 것이다. --- pp.194~195

나무는 해거리를 통해 한 해 동안 열매 맺기를 과감히 포기한다. 그리고 해거리 동안 모든 에너지 활동의 속도를 늦추면서 오로지 재충전하는 데만 온 신경을 기울인다. 그동안 물과 영양분을 과도하게 옮기느라 망가져 버린 기관들을 추스르고, 헐거워진 뿌리를 단단히 엮으며, 말라 비틀어진 가지들을 곧추세운다.
그 어떤 생산 활동도 하지 않고 전원 스위치를 내린 나무가 해거리에 하는 게 있다면 오직 하나 휴식이다. 옆 나무가 열매를 맺건 말건 개의치 않고 쉴 때는 정말 확실하게 쉬기만 한다. 그리고 일 년 간의 긴 휴식이 끝난 다음 해에 나무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실한 열매를 맺는다. --- pp.237~239

사람들은 말한다.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거리가 싫다고. 하지만 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적당한 간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오로지 혼자 가꾸어야 할 자기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중략)
나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서로 간에 간격을 유지하는 일은 너무나 절실하다. 나는 나무들이 올곧게 잘 자라는 데 필요한 이 간격을 ‘그리움의 간격’이라고 부른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바라볼 수 있지만 절대 간섭하거나 구속할 수 없는 거리. 그래서 서로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거리…….
--- pp.227~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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