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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게 배운다

나무에게 배운다

: 비틀린 문명과 삶, 교육을 비추는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깊은 지혜와 성찰

[ 양장 ] 나무에게 배운다-001이동
리뷰 총점9.4 리뷰 5건 | 판매지수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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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4월 0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320g | 146*194*20mm
ISBN13 9788996751427
ISBN10 899675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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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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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1300년 동안 대를 물리며, 살을 보태고, 키를 키워 온 궁궐목수들의 지혜가 이 한 권에 오롯이 담겨 있다. 늙은 목수가 읊조리듯 풀어 놓은 이야기는 조각보처럼 다채롭고 아름답다. 평생 나무의 마음을 헤아려 온 이가 헤아린 세상의 이치 또한 뿌리 깊은 나무처럼 굵고 단단해서, 어느 대목을 펼쳐서 읽든 놀라운 가르침과 만날 수 있다. 쉽고 깨끗한 입말로 풀어낸 길지 않은 책이지만, 나뭇결을 찬찬히 다듬듯 오래도록 삭여야 하는 대목들로 가득 차 있다. 1300년, 가늠할 수 없는 아득한 시간의 길이만큼이나, 근원에 다다른 그의 깨달음은 크고, 드넓고, 깊다.---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잠언」

요즘 사람들은 과학이 발달한 이 시대에 그런 옛날 기술 따위는 케케묵은 것이라며 상대조차 하지 않으려 하지만 그건 뭘 모르는 생각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콘크리트는 반영구적이라고 믿었습니다. 연구자나 학자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콘크리트 건물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콘크리트라면, 재료가 석회와 모래와 물입니다. 그 결합체가 그렇게 오래 지탱할 수는 없다고 저는 봅니다. 최소한 삼백 년 정도 버텨 주면, 그것으로서도 좋은 건축 재료라 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 정도가 되기도 그리 쉽지 않습니다. 철근을 넣더라도 반영구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자들은 옛 건축물의 재건에 철근을 사용하여 수명을 반영구적으로 하자는 얘기를 해 왔습니다.
모두가 새로운 것이 옳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옛것이라도 좋은 것은 좋은 것입니다. 메이지 시대 이후입니다, 경험을 믿지 않고 학문에 치우치게 된 것은.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문명 _ 진보의 잣대는 ‘새로움’이 아니다」

옛날에는 집을 지을 때 나무도 심었습니다. 이 집은 이백 년은 갈 테지, 지금 나무를 심어 두면 이백 년 뒤에 집을 지을 때는 안성맞춤일 테지,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삼백 년이라는 시간 감각이 있었던 것이지요.
심은 나무가 자라기까지 기다렸고, 또 마구 쓰고 버려서는 안 된다는 정신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있었습니다.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나무의 성질을 살려서 알뜰하게 쓴다, 이것은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당연한 생각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나무를 살립니다. 낭비하지 않습니다. 나무의 성깔도 좋은 쪽으로 쓰기만 하면, 오래 버틸 수 있는 건물, 튼튼한 건물이 됩니다. 우리는 그래서, 그걸 위해 기술을 전하고, 구전을 가르쳐 온 것입니다. 조금 더 긴 눈으로 세상사를 보고 생각하는 생활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좌우간 한 번 쓰고 버리는 생활이 기본이 되어 버렸습니다.--- 「삶 _ 긴 눈으로 보고 생각하라」

나무는 대자연이 낳고 기른 생명입니다. 나무는 죽어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생물입니다. 사람 또한 생물입니다. 나무나 사람이나 자연의 분신입니다. 말 없는 나무와 이야기를 나눠 가며 나무를 생명 있는 건물로 바꿔 가는 것이 목수의 일입니다. 나무와 인간 생명의 합작이 진짜 건축입니다.
처마로 나와 있는 나무는 오랫동안 비바람을 맞으면 아무래도 끝이 상해 들어갑니다. 그래서 안쪽을 길게 남겼습니다. 앞이 썩거나 하여 상하면 거기를 잘라내고 뒤쪽에 남아있는 부분을 앞으로 내밀어 맞출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렇게 고치면 또 한참 동안 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입니다. 나무를 소중하게, 되도록 오래 살려 쓴다고 하는 것은.--- 「건축 _ 나무와 인간 생명의 합작이 진짜 건축이다」

연장 갈기는 남에게 배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제가 제자인 오가와한테 한 일은, 이렇게 하면 된다며 제가 깎은 대팻밥을 보여 준 것뿐입니다. 우리 할아버지도 그랬습니다. 대패란 이런 것이라며, 나무 위에 대패를 놓습니다. 그리고 그 대패를 곰방대 꼭지로 걸어 슬쩍 잡아당깁니다. 그런데 대팻밥을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한데 정말 없느냐 하면, 입김을 훅 불어 보면 대팻밥이 그제야 훌훌 일어납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하는 거야.”라고 하실 뿐이었습니다.
기술은 가르치고 배우는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이 배우고 싶다고 한다면, 개성에 맞춰서 잘 자라 가도록 도와주는 것뿐입니다. 할아버지는 자주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하였습니다.
“들려주고, 직접 해 보여 주지 않으면 안 돼.”--- 「교육(가르침) _ 진정한 가르침은 본보기여야 한다」

목수는 그때그때 시험에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는 안 됩니다. 일을 익히면 그것을 가지고 일생 밥을 벌고, 식구를 돌보고, 이웃을 위해 집을 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집을 짓는 건 머릿속 지식이 아닙니다. 자신의 손으로 나무를 자르고 깎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럴 때 머릿속 지식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자기 생각으로 차 있으면 스승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순진한 마음이 아니면 배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스승을 향해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전해집니다. 이런 자리로부터 길을 찾아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교육(배움) _ 순진한 마음이 아니면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억지로 배우는 것은 몸에 좀처럼 붙지를 않습니다. 일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머리로 알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해 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남이 할 수 있다고 자기도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남이 하는 것과 자기가 하는 것은 다릅니다. 직접 해 보지 않고는 자신이 어딜 모르고 있는지, 뭘 할 수 없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게 당연합니다. 모르기 때문에 배우려고 와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머리로만 이렇게 하는 거다, 하고 배워서는 익힐 수 없는 일입니다. 일일이, 하나하나 자세히 가르쳐서 되는 일도 아닙니다. 솔직히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스스로 모색하며 노력할 때 비로소 터득이 됩니다. 애써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직접 해 가는 가운데 툭 터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거군, 이라며 깨닫게 됩니다. 이렇게 익힌 것은 결코 잊지 않습니다.--- 「교육(배움) _ 배움은 스스로 여는 것이다」

학교는 가르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학생을 모두 똑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대합니다. 사실은 다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학교 쪽에 좋게 모두 똑같은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도제 제도는 애초부터 가르치는 게 아니라 기르는 것이기 때문에 똑같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같을 리가 없잖습니까. 부모가 다르고, 환경이 다른 데서 자란 이들이 똑같을 수가 있습니까? 형제도 다르잖습니까?
그 차이를 처음부터 잘 보고 있습니다. 따라오는 것은 제자 쪽이므로 거기에 맞춰 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교육(사람을 기른다는 것) _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 나무를 기르듯이」

통째로 암기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기억력이 좋은 것만으로는 제대로 배울 수 없습니다. 통째로 하는 암기에는 뿌리가 없는 것입니다. 뿌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으면 나무는 자라지 못합니다. 뿌리만 확실히 서 있다면, 거기가 바위산이든 바람이 심한 곳이든 해 나갈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을 나무에 비유하고 있습니다만, 사람이나 나무나 기른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습니다.--- 「교육(사람을 기른다는 것) _ 뿌리를 튼튼하게」

나무의 생명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오늘 이야기한 나무로서의 생명, 곧 수령입니다. 다른 하나는 나무가 목재로 쓰인 뒤부터의 사용 햇수입니다.
편백나무의 사용 햇수가 길다는 것은 호류지를 예로 들면 잘 알 수 있지요. 천 년이 지난 나무가 아직도 살아 있습니다. 탑의 기와를 들어내고 그 아래 있는 흙을 벗겨 보면, 차츰 지붕의 휨이 돌아오고, 대패질을 해 보면 지금도 질 좋은 편백나무 향기가 나는데, 이것이 편백나무의 생명의 길이입니다.
이런 나무이기 때문에 그 수명을 다하도록 돕는 것이 목수의 역할입니다. 수령 천 년의 나무라면 적어도 천 년 이상 가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면 나무에게 미안한 일이지요. 그러므로 나무를 잘 알지 않으면 안 됩니다.

구전에도 나무 다루기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형 목조 건물을 지을 때는 나무를 사지 말고 산을 사라.”
“나무는 나서 자란 방향 그대로 써라.”
“나무 짜 맞추기는 나무의 성깔에 따라 하라.”
다 나무를 쓰는 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핵심은 자연이 가르쳐 주는 대로 하라는 것입니다. 자연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안목이나 기술 또한 마음가짐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서는 도무지 늘지 않습니다.
먼저 자연의 생명에 감사하며 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일 _ 모든 것은 자연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연장은 목수에게 있어 손의 연장延長과 같습니다. 그 정도까지 연장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목수의 일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솜씨로 일을 마쳐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끝낸 일에는 거짓도, 감출 방법도 없는, 그 사람의 솜씨가 있는 그대로 드러납니다.
우리들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느냐 하면, 정성껏 하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온 정성을 다해 한다, 이것뿐입니다.--- 「일 _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온 정성을 다해 한다」

제자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쪽이 좋습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지 않으면 안 됩니다. 책을 통해 얻은 예비지식을 가지고 이런 게 아니겠나, 하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머리로는 기억을 하고 있을지 몰라도, 손에는 아무런 기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머리만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러 오는 것이 제자입니다. 기술은 기술만으로 몸에 붙는 게 아닙니다. 기술은 마음과 함께 진보해 가는 것입니다. 일체지요.--- 「기술 _ 기술은 마음과 함께 진보해 가는 것」

구전에, “나무의 성깔 맞추기는 장인들의 마음 맞추기.”, “장인들의 마음 맞추기는 장인들을 대하는 대목장의 따뜻한 마음.”, “백 명의 장인이 있으면, 백 가지 마음이 있다. 그것을 하나로 모으는 것, 이것이 대목장의 기량이자, 가야 할 바른 길이다.”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장인이란 각기 기질이 있는데, 그것을 다뤄야 하는 대목장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대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쓰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람만으로 건물을 짓고자 하는 건 나무의 성깔을 파악하고, 그 성깔을 살려서 쓰라는 구전을 거역하는 일입니다. 성깔이 있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은 잘못입니다. 성깔이란 사용하기 어렵습니다만, 살릴 수만 있으면 오히려 뛰어난 것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목을 자른다거나, 혹은 없애 버리면, 좋은 건축은 불가능해집니다.--- 「인사人事 _ 굽어진 것은 굽어진 대로 비뚤어진 것은 비뚤어진 대로」

나무를 보는 것도 어렵습니다만, 사람을 보는 것도 어렵습니다. 안 쓰는 쪽이 좋은 사람을 무리해서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주 듣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다기보다 그런 사람도 쓸데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기질이 있는 사람에게도 신기하게도 그에게 꼭 맞는 일이 반드시 있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오랫동안 대목장 노릇을 해 왔습니다만, 마음껏 부릴 수 없다고 목을 잘랐던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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