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제국 육군의 마지막 참모총장 - 상급대장 한스 폰 젝트
제1차 세계대전 패전 후 그가 독일의 참모총장 자리에 올랐을 때 세계를 호령하던 강력한 제국의 군대는 사라졌고, 남은 것은 승전국들의 간섭에 갈가리 찢긴 잔해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그는 수동적으로 아침을 기다리며 어둠 속에 묻혀 있지 않고 스스로를 태워가며 불을 밝혔다. 그의 노력 덕에 제국의 군대는 어느덧 세계 최강의 군대로 다시 옷을 갈아입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신이 기초를 놓은 새로운 군대가 침략 전쟁의 선봉이 되리라고 그가 예상했는지, 그리고 반드시 그렇게 되기를 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그의 노력은 새로운 전쟁을 잉태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그의 노력을 부정적으로 평가절하할 수도 있겠지만, 그는 분명히 새로운 시대를 연 창조적인 인물이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인물, 그가 바로 상급대장 한스 폰 젝트다.
2장 미워했던 히틀러의 영광을 이끈 참모총장 - 상급대장 프란츠 리터 할더
독일 군부가 서서히 정치에 예속되어가는 조짐을 보이던 혼란의 시기에 그가 독일 육군 참모총장이 된 것은 어쩌면 우연이었는지 모른다. 그가 그 자리를 간절히 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구나 오르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오를 수 없는 그 자리에 그는 올랐고, 바로 그때부터 사상 최대의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을 최고의 자리에서 조율했다. 그는 소신껏 계획하고 실천하려 했지만, 그를 참모총장으로 만든 권력은 결코 그를 내려두지 않았다. 그는 꼭두각시가 되려 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명령을 내리는 자는 그를 꼭두각시로 만들고 싶어 했다. 참모총장이라는 가장 힘이 있는 자리에 있었으나 그 힘을 쓸 수 없었던 인물, 그가 바로 상급대장 프란츠 리터 할더다.
3장 제3제국의 영원한 원수 - 원수 칼 루돌프 게르트 폰 룬트슈테트
그는 이미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히틀러에 의해 강제로 군복을 벗었지만, 즉시 일선 부대의 최고 수장으로 복귀하여 제2차 세계대전 내내 야전에서 보낸 인물이다. 그는 독일 군부의 최고 원로로 프로이센군의 전통과 가치를 숭상하여 부하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은 반면, 히틀러와 나치 정권과는 관계가 좋지 못했다. 이 때문에 그는 야전을 누비고 다니며 놀라운 승리를 이끌어낸 주역인데도 툭하면 타의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그리고 또 그때마다 얼마 가지 않아 현역으로 다시 복귀해 최고 지휘관으로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 히틀러 정권 하에서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수차례 등락을 거듭하며 최고 자리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지휘한 인물, 그가 바로 원수 칼 루돌프 게르트 폰 룬트슈테트다.
4장 너무 높은 곳에 올라간 허수아비 - 원수 빌헬름 보데빈 구스타프 카이텔
새롭게 재건된 국방군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탄생한 국방군최고사령부는 시간이 갈수록 행정, 정책, 지휘, 그 어떠한 기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문제는 국방군최고사령부라는 조직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이었고, 예외 없이 그 문제의 핵심에는 안하무인 히틀러와 히틀러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국방군 총사령관이었던 그가 있었다. 가장 높은 곳에 있었지만 실권이 없었고 스스로를 그렇게 만들어갔던 인물, 그가 바로 원수 빌헬름 보데빈 구스타프 카이텔이다.
5장 잃어버린 승자 - 원수 프리츠 에리히 폰 만슈타인
평시에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못한 군인은 전시에 결코 승리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그는 명장이 되기 위한 준비가 완료된 인물이었다. 어려서부터 군인이 되고 싶다고 할 만큼 뼛속까지 타고난 군인이었던 그는 인류의 최대 고통이었던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그를 알고 있던 모든 이들의 예상처럼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역사상 최고로 평가받는 기동전의 대가이자 뛰어난 전략가였던 인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과 추축국 모두를 통틀어 최고의 명장이라고 손꼽히는 인물, 그가 바로 원수 프리츠 에리히 폰 만슈타인이다.
6장 기갑부대의 영원한 맹장 - 원수 파울 루드비히 에발트 폰 클라이스트
그는 분명히 명장이었지만, 문제는 그가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이 조국인 독일이라기보다는 희대의 악마였던 히틀러라는 사실이었다. 이 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대부분의 독일 장군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던 것이었다. 그는 히틀러와 나치를 좋아하지 않았고, 자신의 이름으로 창설된 세계 최초의 야전군급 기갑부대를 지휘하여 승리를 이끌어냈으면서도 롬멜처럼 선전 도구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했을 만큼 겸손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전사에 자주 등장하면서도 의외로 세인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독일이 전 유럽을 석권하며 팽창할 때 그처럼 맹활약한 장군도 드물다. 야전군 규모의 기갑부대를 최초로 지휘하여 전격전의 신화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고 이후 기갑부대의 숨어 있는 명장 반열에 오른 인물, 그가 바로 원수 파울 루드비히 에발트 폰 클라이스트다.
7장 기갑부대의 아버지 - 상급대장 하인츠 빌헬름 구데리안
어떤 분야에서 선도적인 업적을 이룬 위인들에게는 아버지라는 영광스런 칭호가 붙는다. 아버지라는 의미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인물을 의미하는 은유적인 단어로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듯하다. 철학의 아버지로 불린 탈레스나 음악의 아버지인 바흐처럼 ‘기갑부대의 아버지’로 불린 그는 기갑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한 선구자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이 분야의 최고 인물로 꼽히는 데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새로운 사상을 개척한 선구자로서 기갑부대의 모든 것을 완성한 독보적인 인물, 그가 바로 상급대장 하인츠 빌헬름 구데리안이다.
8장 병사들의 아버지로 불린 장군 - 상급대장 헤르만 호트
제2차 세계대전 같은 거대한 전쟁에서 일선의 병사들은 엑스트라에 해당했고, 장군들은 조연이나 주연을 맡았다. 그러나 주연을 맡은 장군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당대 최강을 자랑하던 제3기갑군과 제4기갑군을 연이어 맡아 전선을 누볐지만, 전사에는 주로 조역으로 등장한다. 그 이유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겸손함 때문이었다. 그는 동료 장군들로부터는 무한한 신뢰를 한 몸에 받았고, 병사들로부터는 아빠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부하들을 사랑하고 보호하려 했다. 전쟁 내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서 조금 벗어나 있었지만, 누구나 신뢰하고 사랑한 인물, 그가 바로 병사들의 아버지 상급대장 헤르만 호트다.
9장 총통의 소방수 - 원수 오토 모리츠 발터 모델
그의 최대 결점은 히틀러의 맹목적인 추종자였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장군들은 예외 없이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의든 타의든 간에 침략자의 수하였다는 점이다. 나치 독일은 분명히 침략자였고 부인할 수 없는 악이었기 때문에 설령 군인의 의무 때문이었다고는 해도 이런 멍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히틀러의 추종자라면 그가 아무리 뛰어난 장군이었더라도 일단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러한 흠결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장군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전쟁터에서 그는 탁월했다. 히틀러의 추종자였다는 이유로 무조건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 그가 바로 원수 오토 모리츠 발터 모델이다.
10장 영웅이 되고자 했던 야심가 - 원수 에르빈 요하네스 오이겐 롬멜
밀리터리에 대해 관심이 없는 이들도 아는 유일한 독일 장군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만큼, 현재 그는 많이 알려져 있고 그 명성만큼이나 대단히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당대에 그와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 중에는 그를 미워한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많은 이들이 그를 미워했던 이유는 그가 위대한 명성을 얻는 과정에서 독일이 잃은 것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당장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짐이 되어 독일군 전체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원인과 결과 사이에 발생한 약간의 시차 때문에 그의 단점이 그동안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는 영웅이 되고자 했고 나치에 의해 영웅으로 만들어졌으며, 심지어 그 영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남과 융화하지 못하고 이단아로 행동했던 흥미로운 인물, 그가 바로 원수 에르빈 요하네스 오이겐 롬멜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