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피를 오랫동안 지켜보면, 수족관에 있든 하천에 있든 거피 마을의 생활이 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피 사회에서 누가 누구와 짝짓기를 하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적 충동과 모방의 매혹적인 결합이다. 암컷은 유전적으로 화려한 수컷과 짝짓기를 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지만, 그보다는 다른 암컷들이 짝이 짝을 선택하는 것을 보고 모방하려는 성향이 더 강하다. 모든 조건이 같다면, 거피 암컷은 화려한 수컷과 짝짓기를 함으로써 유전 부호에 복종한다. 하지만 모든 조건이 같다면, 암컷은 서로의 짝 선택을 모방하기도 한다. 이 종의 암컷은 선천적으로 몸에 오렌지색이 많은 수컷들을 좋아하도록 되어 있다. 암컷의 유전적 성향은 오렌지색이 더 뚜렷한 수컷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었지만, 사회적 신호들과 서로의 선택을 흉내내는 능력은 암컷을 정반대 방향, 즉 앞에 있는 수컷 두 마리 중에 더 칙칙한 쪽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수컷들의 오렌지색 양에 약간 차이가 있을 때면, 암컷들은 항상 오렌지색이 덜한 쪽을 선택했다. 다시 말해, 그들은 그런 수컷 곁에 있는 암컷의 선택을 모방했다. 여기서 문화, 즉 짝 선택을 모방하는 경향은 오렌지색 수컷을 선호하는 유전적 성향보다 우세했다. 그러나 수컷들의 오렌지색 양이 크게 다를 때는 암컷들은 칙칙한 쪽을 무시하고 오렌지색이 많은 수컷을 선택했다. 여기서는 유전적 성향이 문화적 영향을 가린 셈이다.
--- 본문 중에서
당신은 온갖 기묘한 삼각 관계 이야기를 다 들어보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마존몰리(Amazon molly, Poecilia formosa)와 그 친구들 이야기를 듣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이 종은 암컷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수컷은 한 마리도 없다. 단 한 마리도. 이 종의 개체들은 자신의 클론을 만들어 번식한다. 즉 암컷의 알은 정자로 수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 알들은 부화해 다음 세대의 새로운 암컷으로 자라난다. 이런 번식 방법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동물 세계에 흔하다. 아마존몰리가 특히 흥미를 끄는 것은 수컷이 한 마리도 없을 뿐 아니라, “자성발생(gynogenetic)”을 한다는 점이다. 이 말은 난자가 정자를 통해 수정되지 않는데도, 암컷들은 다른 종의 수컷들과 짝짓기를 해서 정자를 얻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 불행한 수컷들은 세일핀몰리(sailfin molly)이다. 세일핀몰리 수컷의 정자는 아마존몰리 암컷의 난자와 절대 수정되지 않지만, 난자를 자극해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세일핀몰리의 정자가 난자의 발생을 촉발시키고 나면, 아마존몰리 암컷은 그 정자들을 내버린다. 다시 말해 그 정자들은 다음 세대에 기여하지 못한다. 따라서 아마존몰리와 짝짓기를 할 때 방출된 세일핀몰리 정자는 낭비되는 셈이다. 그것들은 난자를 수정시키지 못하므로, 진화적으로 종착점에 다다른다. 그렇다면 왜 자연선택이 세일핀몰리 수컷과 아마존몰리 암컷의 짝짓기를 오래 전에 중단시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연선택이 유전자의 낭비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잉고 슐럽, 캐시 말러, 마이클 라이언은 이 역설의 해답이 짝 모방에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세일핀몰리 수컷이 아마존몰리 암컷과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짝짓기를 하는 것이 완전히 시간 낭비는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런 시도가 공염불만은 아닌 이유는 그런 짝짓기를 할 때 종종 멀리서 세일핀몰리 암컷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세일핀몰리 암컷은 다른 암컷과 짝짓기를 하는 수컷에게 매력을 느끼고 그 수컷을 찾아간다. 그 수컷의 짝짓기 상대가 다른 종의 암컷이라고 해도 상관이 없다. 따라서 세일핀몰리 암컷의 짝 선택 모방은 자기 종의 짝 선택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묘한 삼각 관계를 유지하는 접착제 역할도 하는 듯하다.
--- 본문 중에서
일본 마카쿠원숭이인 이모는 행동의 문화적 전달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모의 이야기는 1953년 9월 일본의 고시마 섬에서 시작된다. 연구자들이 준 고구마를 근처 개울물에 씻어 먹었던 것이다. 곧 이모의 동료들과 친척들이 이 선구적인 미식가의 뒤를 이어 고구마를 씻어 먹는 기술을 배웠다. 고시마 섬의 원숭이들에게는 고구마 외에 때때로 밀도 주어졌다. 문제는 원숭이들이 먹을 밀이 대개 모래 해변에 던져지기 때문에, 모래가 뒤섞이는 바람에 밀 씹는 맛이 그다지 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러던 중 이모가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았다. 이모는 모래와 뒤섞인 밀을 물에 던졌다. 그러자 모래는 가라앉고 밀은 물 위에 떴다. 고구마가 그랬듯이, 그녀의 무리가 이모로부터 이 손쉬운 기술을 배우는 데 필요한 것은 시간뿐이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