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경 네덜란드의 남서부 지역 에인트호벤 인근에 있는 틸버그에서는 유럽 전역의 집시공연, 음악, 전시, 영화, 다큐멘터리, 워크숍 등 집시문화에 대한 모든 내용을 선보이는 축제가 열린다. 축제의 메인은 몸이 절로 움직이는 경쾌한 리듬의 집시음악으로 집시 브라스 오케스트라, 퓨전 집시밴드 등 신나고 경쾌한 집시 축제가 매일 이어진다. 어디에서도 초대받지 못하는 유랑민이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네덜란드에서만큼은 대접이 다른 모양이다.
잠시 네덜란드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5월 말경 집시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야외 콘서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축제는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집시들의 다양한 문화를 골고루 소개하기 위해 한 달간 지속되지만, 막바지로 접어들 때쯤 하루 종일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집시 콘서트가 열린다. 대부분의 유럽 여행객들은 이 날에 맞춰 틸버그로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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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닙니다. ……” 옛날 시골 장터에서나 봄직한 약장수 같은 공연팀, 그런 서민적이고 소박한 장터 느낌의 공연 축제가 벨기에의 지방도시에서 열린다. 이름하여 나뮈르 장터극 페스티벌이다. 매년 초여름, 예수승천일 주말에 열리는데 약 70~80개 팀이 5일 동안 나뮈르 시내 전체에서 공연한다. 지난 2009년에는 ‘스트리트 가든’이라는 축제 콘셉트로 도심 골목골목을 잔디로 뒤덮었다. 도시 전체를 독특한 초록무대로 연출함으로서 재미와 화제성을 동시에 높인 것이다. 가히 유럽 내 최고의 축제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무엇보다 나뮈르 장터극 페스티벌에서 주목할 점은 인간의 순수함, 아이 같은 장난기를 끄집어낼 수 있도록 축제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나뮈르 페스티벌 기간이 되면 마리오네트, 바디페인팅, 가면극, 유럽형 마당놀이, 서커스, 야외 실험극, 불을 활용한 퍼포먼스 등 광장에서 시민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소박한 공연물만 엄선하여 초청하기 때문에 유럽형 장터극 페스티벌로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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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봄’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은 역시 프라하 봄 페스티벌이다. 반세기가 넘는 오랜 역사를 통해 동유럽 최고의 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했을 뿐만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빗 오이스트라흐를 포함하여 러시아의 위대한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 첼리스트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비치 같은 거장들도 ‘프라하 봄 페스티벌’을 통해 데뷔하는 등 이미 수많은 거장들을 배출한 사실만으로도 최고의 축제로서 입지가 탄탄한 음악 축제이다. 프라하 봄 페스티벌은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필하모니의 50회 생일을 축하하면서 1946년 처음으로 축제의 틀을 갖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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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 관심 있는 사람 중에 스페인의 토마토 페스티벌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강렬함과 재미, 열정, 특색을 골고루 갖춘 축제도 찾아보기 힘들다. 스페인 명칭으로 ‘라토마티나(La Tomatina)’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토마토 페스티벌’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좀 무리가 있다. 토마토를 활용하여 온갖 난장판을 만들며 즐기는 축제이지, 토마토를 위한 축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라토마티나는 매년 8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에 스페인 발렌시아의 부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열린다. 부뇰은 발렌시아 특유의 건축과 풍습이 남아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이 축제일만큼은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관광객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든다. 또한 이날 하루에 쓰이는 토마토만도 100톤이 넘는다고 하니, 여행객뿐만 아니라 사진가들에게도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 축제의 시작도 이색적이다. 오전 11시에 기름을 잔뜩 발라 놓은 커다란 통나무 기둥 꼭대기에 매달아놓은 햄을 누군가가 따야만 비로소 토마토 페스티벌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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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의 붐이 일었던 터라, 이즈미르는 의외로 한국에 많이 알려져 있는 도시다. 터키의 서남쪽 해안도시로 에게해를 중심으로 그리스 아테네와 마주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터키를 여행하면서 이즈미르를 방문하는데, 이스탄불보다 훨씬 아름다우며 고대 유적지가 그대로 살아 있어 터키 최고의 휴양 도시라는 별칭도 붙여주었다.
이런 에게해의 역사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매년 여름밤 펼쳐지는 클래식 음악 축제가 바로 ‘국제 이즈미르 페스티벌’이다. 도시가 생긴 역사만도 한국과 같은 반만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축제가 처음 개최된 이래 역사와 예술을 접목한 음악 축제의 콘셉트는 해외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하는 이즈미르 최대의 문화행사가 되었다.
이즈미르 곳곳에 남아 있는 고대 유적지를 공연장 삼아 펼쳐지는 음악 축제는 다른 유럽 축제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이즈미르의 에베소 극장과 그 시대의 부와 풍요를 상징하는 셀시우스 도서관, 전 세계 수천만 가톨릭 신자들이 모여드는 처녀 마리아 하우스, 종말의 7개 교회 중 하나인 성 폴리카르포스 등이 이즈미르 음악 페스티벌의 주요 공연장으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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