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책이 귀했고 특정 계층에서 독점했기에 책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이 발달하고 매체가 다양해져서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할 수 있다. 특히 블로그와 온라인 카페, SNS 등 인터넷상의 개인 공간에서 다양한 글쓰기를 하면서 그 축적물을 책으로 엮고자 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전업 작가가 아닌 일반인이 일상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과 수집한 정보를 담아낸 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세기에는 학위나 자격증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았지만, 21세기에는 책을 썼느냐 아니냐가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가 되려면 자신의 책을 써야 한다. --- pp.30~31
평범한 사람이 책을 써서 자신만의 고유 브랜드를 만든 사례는 그 외에도 많다. 『주홍글씨』의 저자인 나다니엘 호손은 보스턴 세관에서 일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ener)는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라는 작품을 하루 12시간 막노동을 하면서 짬을 내서 썼다. 국내에도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과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외과 의사 박경철의 사례가 있다. 이들은 특정 영역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구축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그 이름에 ‘the’를 붙일 수 있는 고유한 존재들이다. --- p.39
누구나 한 번쯤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품은 적이 있을 것이다. 특별히 책을 내겠다는 것보다는 그냥 몇 자 끼적이고 싶은 그런 마음 말이다. 또 이런 상상을 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내가 쓴 글이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상상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사람들은 왜 글을 쓰고 싶어 할까? 누구나 표현의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꼭 글이 아니더라도 음악이나 미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나도 이런 걸 해보고 싶다’ 같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지 않은가. --- p.48
출판사가 초보 작가의 원고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지는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그런 출판사에는 네 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 책의 출간에 많은 투자를 한다. 여기서 투자는 자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저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고, 이 책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는 뜻이다. 둘, 출간 일정 때문에 책의 품질과 타협하지 않는다. 출간 일정보다 중요한 것이 품질이다. 셋, 원고를 저자만큼 꼼꼼하게 읽는다. 교정과 교열에도 상당한 정성을 쏟는다. 작더라도 실밥이 터져 나온 옷은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옥에 티’란 말은 통하지 않는다. 명작은 디테일부터 다르듯이 옥의 품질은 티가 좌우한다. 세심하게 다듬은 책에는 이런 흠이 없다. 넷, 저자의 의견을 듣는 데 소홀함이 없다. 그만큼 원고를 수정하거나 제목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요구 사항이 많을 수 있으며, 최고의 책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 pp.336~337
투고할 때는 한 군데씩 보내지 말고 미리 정해둔 우선순위에 따라 한 번에 네다섯 군데씩 보내는 게 좋다. 출판사의 출간 일정과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원고가 좋아도 출판사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출판사에서 원고를 검토하는 데 2~3주 소요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출판사 서른 곳에 동시에 출간기획서를 보내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다. 우선순위가 낮은 출판사에서 가장 먼저 연락이 왔는데, 가장 내고 싶은 출판사에서 그 후에 연락이 오면 난처해질 수 있다. 보통 우리는 우선순위 1그룹 출판사 다섯 곳에 기획서를 먼저 보내고, 2주 정도 기다렸다가 반응이 없으면 2그룹에 보내고, 그다음에 3그룹을 접촉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여러 출판사에서 동시에 연락이 오면 차례대로 만나서 결정하면 된다. --- p.345
출간 계약과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앞서 어떤 출판사가 좋은 출판사인지 살펴봤는데, 피해야 할 출판사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우선 저자에게 자비 출간을 유도하거나 합당한 이유 없이 낮은 인세를 제시하는 출판사와는 계약에 신중해야 한다. 원고 내용보다 저자가 책을 얼마나 팔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도 피하는 게 상책이다. 책을 내고 싶다는 욕심에 부당한 계약을 하면 뒤에 탈이 생긴다. 인세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누가 봐도 볼품없는 책이 나오기도 한다. 이 밖에도 여러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책은 저자와 출판사가 힘을 합쳐 완성하는 것이지, 누가 선심을 써서 내주거나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님을 명심하자. --- pp.352~353
편집자는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책임자이자 연출가다. 원고의 콘셉트와 목차만 보고도 전체 과정을 계획하고 최종 제품인 책이 어떻게 나오면 좋겠다는 단계까지 생각할 수 있는 전문가다. 그러므로 저자는 편집자를 존중해야 한다. 좋은 책을 만들려면 편집자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편집자의 피드백에 귀를 닫는 저자는 자존심이 강한 게 아니라 오만한 것이다. 특히 원고의 내용에 대한 편집자의 생각을 무시하면 안 된다. 공들여 쓴 원고에 대해 왈가왈부한다고 기분 나빠하기 전에 편집자의 관심에 고마워해야 한다. 따끔한 비판일수록 더 검토하고 숙고하는 것이 성숙한 저자의 자세다. 편집자만큼 저자의 아이디어와 원고를 열심히 평가하고 다듬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p.359
책이란 독자가 돈을 내고 구매하는 하나의 상품입니다. 생판 모르는 누군가가 기꺼이 지갑을 열 만큼 그에게 가치가 있어야 하죠. 단순히 ‘내 원고는 내용이 좋으니 책으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내용이 좋은 원고가 모두 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텍스트는 세상에 넘쳐납니다. 페이스북 같은 SNS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만 명의 사용자가 좋은 글을 올리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나 다음 메인 화면만 봐도 유익한 정보와 글이 매일 무료로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내 원고는 내용이 좋다’라는 생각은 세상에 좋은 글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우물 안 개구리의 시선일 수 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그 우물에서 나와 진짜 세상을 만나야 합니다. 단순히 ‘내용이 좋아서’에서 그치지 않고 ‘돈을 내고 사고 싶은 상품(콘텐츠)’이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