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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사람

나의 두 사람

: 나의 모든 이유가 되어 준 당신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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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334g | 140*195*20mm
ISBN13 9791196261252
ISBN10 119626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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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누군가에게 세상 전부가 되어준 사람들
도서1팀 김도훈 (문학 담당 / eyefamily@yes24.com)
2018-05-07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했던 그날의 따사로운 공기들

태어나자마자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였던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 함께했던 따사로운 공기들. 엄마를 모르고 자란 아이가 끝내 울지 않고 자랄 수 있었던 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삶의 모든 이유가 되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50의 나이에 다시 시작된 부모의 삶이 쉬울 수 있었을까요. "내가 평범한 어른으로 자라는 동안 내 늙은 부모에게는 평범하지 않은 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그의 고백처럼, 단순히 책 한 권으로 설명하기 힘든 시간 동안 말로 다하지 못할 노력과 희생이 있었을 겝니다.

『나의 두 사람』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수고 덕분에 지켜질 수 있었던 일상의 시간들과 그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어쩔 수 없는 불행들을 함께 그려냈는데요. 은유 작가의 말처럼, 약한 존재들이 서로의 삶을 견인하는 이야기는 얼마나 위태롭고 얼마나 위대한지. "최선을 다해 보고 싶었던" 사람들의 인생을 마주하게 될, 그야말로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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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목발로도 걷기 힘들어진 할머니는 의자의 바퀴가 갈 수 있는 만큼만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그때 그 오토바이보다 훨씬 작은 바퀴가 달린 낮고 낡은 의자로는 아무리 멀리 나아간다 해도 거실의 끝이다. 창으로 내다보는 바깥 풍경이 할머니가 보는 세상의 전부가 되어 간다. 자꾸만 좁아지는 삶의 넓이.--- p.16

가끔씩 혼자 사는 방에 켜진 불빛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스스로 켜고 끄는 1인분의 불빛이 외롭고 막막해질 때가 있다. 그런 날엔 잊지 말고 기억하기를. 해가 짧아진 어느 겨울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나를 기다리고 있던 노란 불빛이 여전히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p.52

처음엔 무엇인지 몰랐지만 한 장 한 장 넘겨보면서 깨달았다. 매월 할아버지가 하루의 노동을 확인받는 도장이었다. 수첩은 가벼웠지만 그 안에 담긴 값은 무거웠다. 하루하루 세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던 할아버지의 노동이 담긴 무게였다. 어떤 성실함은 때로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때 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아주 조금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더 이상 수첩을 채울 수 없는 나날. 할아버지가 느꼈을 막막함과 두려움, 박탈감과 무력함 같은 것들.--- p.75

“아니…… 그냥 보이스피싱인 것 같은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수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다신 전화하지 마라, 미친년아!”
그 말을 끝으로 할아버지는 터프하게 전화를 끊었다. 속 시원한 할아버지 표정과 당황해서 웃음이 터진 나. 그 옆에서 동그란 앞니를 보이며 웃던 할머니의 환한 얼굴.--- p.90

단칸방에 누워 언젠가 나도 방이 아닌 괜찮은 집에 살 수 있을까 생각했다. 조만간 더 좋아질 거라고 내가 나를 안심시킨 뒤에야 겨우 마음이 편해졌다. 불을 켜지 않아도 낮에는 충분히 환한 집. 창문을 활짝 열어 바람을 들일 수 있는 집. 최소한 부엌과 방이 분리된 집. 집으로 들어가는 길이 미로 같지 않은 집. 적어도 할머니가 쉽게 다녀갈 수 있는 집. 언젠가 나도 그런 집에 살 수 있겠지. 더 늦기 전에, 언젠가는.--- p.100

입소식 한다고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기숙사로 갔는데 부모들 다 모인 그 자리에 어떤 엄마는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왔더라. 공주 같은 옷을 입고선 딱 봐도 부자 같더라고. 나도 모르게 기가 죽었는데, 입소식 마치고 학교를 나가면서 네가 어떤 선생님한테 꾸벅 인사를 하더니 나를 소개하더라. 선생님, 우리 할머니예요. 너는 내가 다리가 이래도 나를 부끄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게 얼마나 고맙던지, 마음속으로 매일 고맙다고 생각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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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연속극 보듯이 다음을 재촉하며 책장을 넘겼다. 50의 나이에 다시 부모가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 등이 바닥에 닿을세라 손녀를 극진히 돌보고, 손녀는 ‘같이-있음’ 그 자체로 두 사람의 일상에 활기와 온기를 전한다. 약한 존재들이 서로의 삶을 견인하는 이야기는 얼마나 위태롭고 얼마나 위대한가. 담백하게 써 내려간 문체, 소소하게 기록한 삶의 세목들에 나도 모르게 젖어 들었다. 가난이 서러워서 울고 다정이 부러워서 울었다. 조손 가정에 대한 편견이 있든 없든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최선을 다해 보고 싶었던” 사람들의 인생을 개관하게 될 것이다.
- 은유 (작가)
사람에게 품게 된 빚은 아주 긴 시간을 지나 빛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생각은 마음이 되고 오해는 이해를 부르며 미안함은 결국 고마움을 데려오는 것이기에. 『나의 두 사람』은 빚이 빛으로 변하는 순간들로 가득하다. 느린 걸음처럼 천천히 따라 읽다 보면 어느 먼 산동네의 집에 불빛이 켜지듯 마음 한구석이 밝아진다. 그러고는 우리에게도 있는 소중한 두 사람의 얼굴이 성큼 다가온다.
-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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