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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여자들의 삶

소녀와 여자들의 삶

[ 양장 ]
리뷰 총점9.3 리뷰 23건 | 판매지수 258
베스트
소설/시/희곡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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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2월 0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72쪽 | 560g | 128*188*30mm
ISBN13 9788954653602
ISBN10 89546536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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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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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 있으면 아래층 부엌에서는 결코 떠오르지 않는 사실이 보였다?그것은 우리가 바람이 울부짖는 날씨에 격랑 한가운데 흔들리며 떠 있는 배처럼 이 작은 집에 격리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머나먼 곳의 작은 불빛 속에서 우리와는 상관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잠에 빠져들 때 그런 그들을 떠올리는 것이, 비록 딸꾹질처럼 진부하고 호흡처럼 익숙한 일일지라도, 나를 붙잡아주고 우물의 바닥에서 내게 빛을 깜박여주었다. --- p.54

사람들이 우리에게 언젠가는 이런 상황을 대면해야 한다고 말할 때, 우리 앞에 가로놓인 고통스럽거나 추악하거나 반갑지 않은 폭로의 상황을 당연한 듯 대면하라고 재촉할 때, 그들의 목소리에는 언제나 이런 잘 벼린 배반의 날이, 냉정하게 가면으로 가렸어도 완전히 감춰지지 않는 환희가,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탐욕스러움이 묻어나왔다. --- p.90

친구는 자유를 뺏어갔고 어떤 면에서는 거짓말을 하게 만들었지만, 또한 삶을 확장시키고 삶에 공명을 일으켰다. 비명을 지르고 욕을 하고 눈밭에 몸을 던지는 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p.219∼220

“내 생각엔 처녀들, 여자들의 삶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분명히 그래. 하지만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건 우리 손에 달려 있어. 지금까지 여자들이 한 건 모두 남자들과 관계된 것뿐이었어. 우리한테는 여태 그게 전부였어. 정말로, 집에서 기르는 짐승만큼이나 우리 삶이라는 게 없었다고. (…) 하지만 나는 네가…… 머리를 쓰는 삶을 살면 좋겠어. 머리를 써야지. 마음을 딴 데 빼앗기지 말고. 남자 때문에?마음을 빼앗겨서?실수를 하게 되면 네 삶은 네 것이 아니게 될 거야. 모든 여자들이 늘 그래왔듯 너도 짐을 짊어지게 될 거야.” --- p.318

평범하게 산다는 게 뭘까? 그건 유제품 공장 사무실에 취직한 여자들의 삶을 의미했다. 결혼과 출산 때의 선물 파티, 리넨과 냄비와 팬과 은제 포크, 그런 복잡한 여성적인 질서를 의미했다. 그 질서를 전복시키면 게이라 댄스홀의 삶이 되었다. 밤중에 컴컴한 길에서 술에 취한 채 드라이브를 즐기고, 남자들의 농담을 듣고, 남자들을 참아주면서도 경계심을 잃지 않은 채 그들과 싸워 그들을 붙잡는다?그런 삶의 한쪽 면이 존재하려면 반드시 반대쪽이 존재해야 했고, 그 양쪽 면을 모두 취하고 익숙해짐으로써 여자는 결혼에 이르는 길에 올라서는 것이다. 다른 길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절대. 샬럿 브론테가 되는 편이 더 나았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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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대해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까? 어떻게 말해야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슬픔과 매혹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만약 당신이 이 소설에서 소녀와 여자들이 느끼는 삶의 좌절감을 찾는 데 주력한다면, 엄청난 만족감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앨리스 먼로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델이 바라본, 온갖 ‘원자’로 ‘조합’된 삶의 지도를 보여주는 것에 주력한다. 델은 무엇을 보았을까? 그녀는 욕망을 봤고, 상실을 봤고, 사랑을 봤고, 죽음을 보았다. 앨리스 먼로는 이것들을 과장하거나, 농담이나 아이러니 혹은 알레고리로 장식하지 않는다. 앨리스 먼로는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욕망은 욕망이고, 상실은 상실이며, 사랑은 사랑이고, 죽음은 죽음이라서 그것을 다른 식으로 발음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승리도 없고 패배도 없으며, 거기에는 그저 삶이 있을 뿐이라고. 그러니까, 바로 소녀와 여자들의 삶이. 소녀와 여자로서, 델은 한 번도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이 없다. 그녀는 언제나 자기 자신의 삶을 살고 싶어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어쩌면 당신은 때때로 속절없이 멈춰 서고 어안이 벙벙해지는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 바로 그때에, 비로소 당신은 이제껏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방식으로 소녀와 여자들의 삶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종내에는 각자 한 번쯤 마음속 깊은 곳에 그려봤었던―자기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추잡하면서 아름다운, 혹은 아름다우면서 추잡한 세계의 모습을 또다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 나는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슬픔과 매혹을 이해시키지 못할까봐 걱정했지만, 이건 아주 어리석은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저 이 책의 첫 장을 펴고 문장을 읽기 시작하기만 하면 되니까.
- 손보미 (소설가)
어린 시절에만 스치듯 지나가는 감수성, 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에피파니를 천재적으로 포착해냈다.
- [인디펜던트]
먼로는 이 두번째 작품에서 이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목소리를 확실히 완성했다.
- [가디언]
등장인물은 우리에게 현실의 인물로 다가오며, 연민이 더해져 더없이 생생해진다.
- [뉴요커]
먼로는 일상적인 것에서 비일상적인 것을 폭로하는 재능을 타고났다.
-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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