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한 절도 생략함 없이
주석과 해설을 곁들여 이야기로 풀어쓴 “확대판 성경”
스토리텔링 성경(성서원, 2018)이 출간되었다. 스토리텔링 성경은 이야기를 비롯해서 주석과 해설의 기능까지 함께 하느라, 본래의 성경본문보다 2-4배 정도 많은 분량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예를 들면 쉬운말 성경의 본문을 기준으로 해서 “요셉과 그 형제들 이야기”(창 37-50장)는 그 분량이 200자 원고지로 200매다. 그런데 스토리텔링 성경에서는 무려 500매로, 2.5배가 된다. 이처럼 분량이 늘어난 것은 스토리텔링 성경에서는 이야기꾼이 성경본문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뿐만 아니라, 본문을 읽은 뒤 경건하고 거룩한 묵상을 통해 말씀에 대한 자신의 응답을 고백적으로 진술하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런 감동이 독자의 감동과 서로 만날 때, 독자는 삶이 한층 풍요로워지는 말씀 나눔의 체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지구별에 태어나서 자기 언어로 번역된 성경을 읽고, 공부하고, 깨닫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고, 실천하면서 말씀으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그 자체가 크나큰 은총과 복 받음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성경이 읽고 이해하기에 난해하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 성경해석과 관련해서 출간된 성경주석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은 성경이 얼마나 어려운 책인가를 반증한다.
스토리텔링은 그러한 난해함을 해소하려는 참신하고도 재밌는 방법이다. 이른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스토리(story) +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 문자 그대로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다. 오늘날 우리 일상생활에서 스토리텔링은 여러 가지로 유익하고 설득력 있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인류가 등장한 이래, 스토리텔링은 인간끼리의 의사소통에 있어 늘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성경을 ’스토리텔링‘한다는 것 자체가 왜 진즉에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정말로 때늦은 후회를 갖게 만들 정도로 아주 바람직한 작업이다.
본래 성경의 말씀은 책에 따라 길거나 짧거나 하는 구전(口傳) 기간이 있었다. 말씀을 전달하는 구전자가 있었고, 구전되는 말씀을 듣는 청중이 있었고, 청중이 모이는 절기나 예배 같은 계기가 있어서 말씀이 선포되었다. 인류문화사에서 말씀을 전달하는 매체가 다양하게 발전되면서 구전이 기록(記錄) 전승으로 바뀌게 되고, 그에 따라 두루마리나 코덱스(Codex) 모양의 사본(寫本)이 생기게 된다. 그때부터 “듣는 말씀”은 “읽는 말씀”이 된다. 이후 인쇄술의 발달로 사본은 책(冊)의 형태로 발전한다.
작금에 와서 성경은 책의 형태에서 전자본문(電子本文)으로, 모바일 본문으로 변형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매체의 변화는 성경의 말씀이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온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제 독자들은 자기 손바닥 위에 놓인 스마트폰에서 1,000여 개 이상의 번역본 중 자기가 원하는 언어를 골라서 언제 어디에서나 성경을 찾아 읽을 수도 있고, 읽어주는 본문을 들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성경은 만화로, 영화로, 그림이나 조각으로 그 메시지가 시각화되기도 하고, 음악이나 무용으로 표현되어 시청각을 통해 전달되기도 한다.
이런 여러 매체들과 비교해 볼 때, 성서원의 스토리텔링 성경은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이야기 형태’로 아주 쉽게 성경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고안된 훌륭한 시도다. 성서원의 스토리텔링 성경은 성경 내용을 간추리거나 주요 내용을 발췌한 요약 성경이 아니다. 심지어 성경의 병행본문까지도 일절 생략함 없이 매장, 매절을 따라가면서 주석과 해설을 곁들여 이야기로 풀어, 성경의 메시지를 친절하고 재미있게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확대된 성경”이다. 따라서 성경을 이해함에 있어서 성경본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10번 읽는 것보다 스토리텔링 성경을 한번 정독하는 것이 훨씬 낫다. 실제로 성경의 문학적 장르 중에는 이야기가 많다. 이것은 이야기가 메시지 전달에 그만큼 효과적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수님도 하늘의 신령한 진리를 설명할 때 자주 이야기 방식으로 가르치셨다. “씨 뿌리는 자의 이야기”, “돌아온 탕자 이야기” 등이 그러하다.
앞서 감수자는 저자가 성경본문을 이야기로 풀어나감에 있어 본문의 분량이 2-4배 정도 늘어났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성경을 소화하고 새김질함에 있어서 독자들은 누구나 이처럼 자기식의 이야기로 풀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독자에 따라서는, 독자 개인의 상상력의 용량에 따라, 2-4배가 아닌 5배, 10배, 50배로 이야기를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독일의 문호 토마스 만(Thomas Mann, 1875- 1955)의 역작 요셉과 그 형제들(창세기 29-50장)이라는 장편소설이 우리말로도 번역되어 나왔는데, 전6권이 2,919 쪽이다. 확대된 분량이 무려 70배에 이른다. 이럼에도 양방향 대화가 가능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읽히고 전혀 지루함 없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제 독자들도 이와 똑같은 체험을 성서원의 스토리텔링 성경을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으리라.
- 민영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역임, 대한성서공회 번역실장, 총무 역임, 세계성서공회연합회 번역컨설턴트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