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벽돌길을 따라 에메랄드 시를 향하고 있는 도로시 일행은 서쪽나라의 사악한 마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마녀가 실은 남녀추니라느니 초록색 피부를 비관하여 약물에 빠졌다느니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아 미치광이가 되었다는 둥의 소문들을 주워섬기고 있다. 이 대화를 엿들은 마녀는 너무 놀라 하마터면 빗자루에서 떨어질 뻔했다. 마녀는 왜 이들을 뒤좇고 있는 것일까? 초록색 피부로 태어난 아기 엘파바는 유일교 목사 프렉스와 남편의 목회 때문에 시골에 처박혀 살아야 했던 멜레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다. 특히 엘파바가 태어난 날은 프렉스가 타임드래곤에 맞선 날이었으나 오히려 쾌락 신앙에 빠진 마을 사람들에게 두들겨 맞은 비참한 날이었다. 명문 사립학교인 시즈 대학교에서 엘파바는 초록색 피부 때문에 따돌림을 당한다. 허영덩어리 금발 미녀 글린다는 가난뱅이 엘파바와 룸메이트가 된 것을 노상 투덜거리고, 명석한 보크는 그런 글린다에게 홀딱 반하는데, 엘파바는 어릴 적 친구였던 보크를 남몰래 좋아한다. 하지만 총명하고 독립적인 엘파바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면서 이들과 끈끈한 우정을 쌓게 된다. 오즈에서는 언어를 구사하고 지적 활동을 하는 동물들이 인간과 동등한 시민 대우를 받는다. 그런데 다른 세계에서 온 마법사가 오즈를 다스리던 오즈마를 유폐시키고 권력을 잡으면서 이 동물들을 노예로 전락시키기 시작했다. 시즈 대학교에서는 생물학의 권위자인 염소 교수인 딜라몬드 박사가 이런 마법사의 계획을 뒤엎기 위해 동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엘파바와 딜라몬드 박사를 존경하는 그녀의 친구들은 이 연구를 함께 도우면서 그들만의 세계를 이루게 된다. 그러나 시즈 대학교의 학장이자 마법사의 수족이었던 마담 모리블의 사주로 딜라몬드 박사가 살해당하면서 이들은 각기 다른 운명을 선택하게 된다. 엘파바는 학교를 빠져나와 에메랄드 시에서 자취를 감추고는 마법사에 저항하는 지하 운동에 뛰어든다. 시즈에서는 엘파바가 딜라몬드 박사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미치광이가 되었다는 소문이 나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시즈 시절의 동료였던 아르지키의 왕 피예로가 엘파바를 우연히 만나는데, 둘은 사랑에 빠진다. 이때 엘파바는 에메랄드 시를 방문하는 마담 모리블을 암살하는 임무를 맡는데 실패하고, 피예로는 이 지하 운동과 관련이 없지만 엘파바를 쫒던 정부의 비밀경찰들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그 후 오랜 세월 침묵 서원을 지키면서 죽어 가는 병자들을 돌보던 엘파바는 이제 꼬마 리르와 함께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을 나와 사랑하는 피예로의 유족을 찾아 서쪽의 키아모코로 향한다. 엘파바는 피예로의 미망인 사리마로부터 용서를 받는 길만이 구원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사리마는 피예로가 아름다운 글린다와 간통하다가 그녀의 남편 처프리 경에게 들켜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당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리마에게도 남편의 죽음은 예리한 고통이었고, 또 남편이 죽어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그나마 견딜 수 있었기 때문에 엘파바의 설명은 결코 들으려 하지 않았다. 엘파바는 때를 기다리며 키아모코에서 피예로의 가족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그동안 외할아버지의 지위를 물려받아 트롭 영주가 된 네사로즈는 오즈로부터 독단적으로 분리 독립을 선포하고 동쪽나라의 마녀라는 별칭으로 알려지게 된다. 한편 엘파바가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잠시 키아모코를 떠나 있는 동안 마법사의 군대가 피예로의 유족들을 모두 잡아 가고 만다. 마법사는 아르지키 부족을 오즈에 복속하기 위해 피예로의 후손을 모두 죽여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네사로즈는 갑자기 폭풍우와 함께 어디선가 날아온 도로시의 집에 깔려 즉사한다. 에메랄드 시의 귀부인 글린다는 먼치킨랜드를 오즈에 재합병하는 문제를 살피기 위해 네사로즈의 장례식에 나타난다. 그리고 두 팔이 없던 네사로즈를 혼자 일어설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마법의 구두를 글린다는 도로시에게 주어 마법사에게 보낸다. 마법의 구두는 독립을 원하는 먼치킨랜드 사람들에게 정치적 빌미를 줄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동생에게 아버지의 사랑을 양보해야 했던 엘파바에게 그 구두는 애증이 담긴 특별한 것이었다. 더 이상 세상사에 얽히고 싶지 않은 엘파바는 키아모코에서 사리마를 구할 방도를 찾기 위해 『그리머리』 마법책을 뒤적인다. 이때 도로시 일행이 엘파바를 찾아 키아모코로 다가온다. 소문에 의하면 마법사가 도로시에게 서쪽마녀를 죽인다면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는 엘파바는 네사로즈의 구두까지 가져간 도로시에게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이냐며 매섭게 추궁하는데, 잔뜩 겁에 질린 도로시가 털어놓은 진짜 이유는 뜻밖의 것이었다. 그것은 동생 네사로즈를 본의 아니게 죽게 한 데 대한 용서를 구하기 위해. 엘파바가 사리마에게서 그토록 갈망했지만 거부당했던 용서를 도로시가 지금 엘파바 자신에게 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구한 운명에 오열하는 엘파바는 도로시와 실랑이를 벌이다 망토에 불이 붙고 마는데, 너무 놀란 도로시가 옆에 빗물을 받아 놓은 양동이를 엘파바에게 끼얹는다. 그렇게 초록색 마녀 엘파바는 물에 녹아 사라지고 만다. 이제 혼자 남은 리르는 자신의 반쪽 동생일지도 모르는 피예로의 딸 노르를 찾아 정치범 수용소인 남쪽계단을 찾아간다. 드넓은 오즈 땅에서 여러 가지 모험 끝에 리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래곤의 공격을 받고 사경을 헤매게 되는데, 세인트글린다 수녀원에서 신비한 소녀 캔들이 들려주는 음악으로 생명을 되찾는다. 리르는 까다로운 외골수 마녀 엘파바 아래서 자랐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또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공포와 선택의 순간들을 직면하면서 리르는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오즈는 부패한 통치자의 폭압으로 썩어 가고 있지만, 어딘가에서 소리 없는 외침이 들려온다. “마녀는 살아 있다!” 마녀가 진짜 살아 있는 것일까? 리르가 살아남은 건 우연일까? 리르는 결국 엘파바의 빗자루를 타고 대범한 모험에 뛰어든다. 서쪽나라의 초록색 마녀가 남긴 희망의 씨앗을 전하기 위해, 오즈의 자유를 위해, 리르는 저항 운동의 파도를 불러일으킨다. 리르가 진짜 마녀의 아들이었을까? 캔들이 낳은 리르의 아이는 초록색 피부를 드러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반지의 제왕』 사이에 꽂아 둘 책 ―《커커스 리뷰》 엘파바를 환상 문학 최고의 주인공들 가운데 하나로 만든 걸작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위키드』는 나치 시대 독일부터 닉슨 시대 미국까지 모든 것에 대한 알레고리를 담고 있다. 섬세한 유머감각과 에로티즘을 모두 갖춘 유쾌한 메타픽션이다. ―《보스턴 피닉스》 사실 그 누구도 온전히 선할 수는 없다. 『위키드』가 성공한 이유는 엘파바가 선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분투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 그레고리 머과이어 이 엄청난 이야기에 완벽하게 빠져들고 말았다. 『위키드』는 문학의 중요한 주제들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도덕성이 갖는 애매함, 악의 본질, 권력이 갖는 달콤함과 비통함, 그리고 사랑의 대가에 대하여. 엘파바는 그 어떤 주인공보다도 아주 무시무시한 존재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의미에서 그렇다. 엘파바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월리 램 (미국의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