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만나는 대표님들의 마음에는 늘 과한 진정성이 담긴다.‘굳이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진성성이 담긴 제품이 제대로 된 상품으로 표현되지 못하거나 때로는 진정성을 잘못된 방식으로 담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매번 쫓아다니면서 얘기를 해 드리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내와 함께 우리나라 농촌에 계신 분들이 쉽게 보고 참고할 수 있을만한 책을 써보자는 얘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머리말 」 중에서
6차 산업이라는 말은 1990년대 중반 일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이를 언급한 이마무라 나라오미(今村奈良臣)교수(농업경제학자, 동경대)는 초기 6차 산업을‘1차+2차+3차 산업의 덧셈’으로 정의했었다. 하지만 그는 곧 단순히 농축산물의 생산을 의미하는 1차 산업이나 초보적인 제조나 가공만으로 만족하는 2차 산업, 교감도 없고 감동도 없이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체험 프로그램을 나열하는 3차 산업을 줄 세우는 것은 진정한 6차 산업이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융합과 시너지(Synergy)를 통한 지역 활성화와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지속 가능한 일자리 생성을 위해 6차 산업을 ‘1차×2차×3차 산업의 곱셈’으로 확장했다. 두 가지 모두 결과의 숫자는‘6’이다. 하지만‘6’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의도는 전혀 다르다. 덧셈 차원에서 보는 6차 산업은 1차가 부족하거나 2차가 없어도 3차 산업만 있으면‘6’에서 ‘1’이나 ‘2’가 빠진‘4’나‘5’쯤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6차 산업은 1차와 2차, 3차 중 어느 것 하나라도‘0’이 되면‘전체가‘0’이 되기 때문에 6차 산업을 곱셈의 원리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 「들어가는 글, 일본에서 배우 6차산업 (농촌융복합산업 )의 목표 」 중에서
농부들이 의식 없이 범하는 실수 중에 하나는 새로운 상품을 기획해서 샘플이 나오면 너무 기쁘고 대견한 나머지 상품을 주변에 보여주며 평가를 받는 것이다. 친분이 깊거나 샘플을 맛본 사람들은 으레 한마디씩 거들게 된다. 어떤 사람은 평소에 관심이 있어 자기의 주장과 식견을 드러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아예 식견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제품에 대한 품평은 뒤로하고 무조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평가의 편차가 지나치게 넓어서 샘플에 대한 수정 보완 사항을 뽑아내고 결정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생각해보면 본인이 만든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사람들은 서울과 도심에 살면서 매일 인터넷을 보며 상품을 비교 평가하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에게 판매할 상품을 본인과 함께 어울리는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오기 어렵다. --- 「1부, 고객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해라 」 중에서
때로는‘내가 이 정도로 농작물에 대한 지식이 많은데, 이걸 어떻게 보여주지?’라는 생각으로 마치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상품을 기획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대단한 경력으로 풍부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니 최소한 이 정도 수준의 상품은 만들어야 생산자인 자신의 수준에 맞다’고 생각하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이런 마음으로 상품을 만들면 상품은 무리하게 깊어진다. 자연스러운 가격 상승과 함께 설명이 많아지고 복잡해진다. 소비자들은 쉽게 상품을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어려운 상품은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저하시킨다. 소비자들은 전문가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도 하고 먹기도 하지만 상품을 단순한 먹을거리, 요깃거리, 즐길 거리로 인식할 뿐 특별한 관심의 대상으로 잘 고려하지는 않는 것이 소비자들이다. 이것은 마치 전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고 집집마다 컴퓨터가 있지만 우리가 스마트폰과 PC에 전문가가 아닌 것과 같다. 하물며 매일 가지고 다니는 스마트폰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데 농작물에 대해서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 「2부, 쉽게 말하고 쉽게 만들어라 」 중에서
농부들은‘아무것도 넣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처럼 얘기하지만 그 말의 끝은 깊게 연구하지 않았다는 말과 닿아 있다. ‘좀 더 맛있게, 식감을 좀 더 부드럽게, 향을 좋게, 뒷맛을 깔끔하게, 목 넘김이 좋게,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등과 같이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한 기획력이 들어가지 않았으니 부가가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원가를 구성하는 요소도 몇 개 되지 않고 그것들조차 너무 뻔하다. 100% 제품들 간의 경쟁은 곧 가격경쟁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원물 100%를 사용한 제품들 사이에서 굳이 가격이 비싼 제품을 구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가격 비교와 함께 가격 인하를 요구하게 되고 담합을 하지 않는 한 싸움은 싸게 파는 사람이 이기게 된다. 싸움에서 이겼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다. 싸우는 동안 수익이 작아져서 상처뿐인 승리가 되기 십상이다. --- 「3부, 100%에 빠지지 마라 」 중에서
새로운 식품소재 하나가 주목되면 다양한 상품기획이 이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하나의 소재로 여러 유형과 맛을 가진 상품이 만들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리스크의 분산’ 때문이기도 하다. 잘 팔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기는 하지만 정말 어떤 것이 잘 팔릴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버섯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버섯으로 만든 상품들이 하나같이 잘 팔려서가 아니다. 소재에 대한 어색함이 있는 상태에서 한 가지 상품만을 출시하면 그것이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지 않을 경우 '매출 부진'과 함께 ‘소재의 실패’라는 부담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 「4부, 한 가지만 만들지 마라 」 중에서
생산실적에 쫓겨서 작물을 짓다 보면 수고는 수고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들면서 작물은 제대로 활용을 못해서 손해를 볼 수 있다.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리고 절차가 복잡해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해야 하는 일은 ’인증과 허가‘를 받는 일이다. 그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혼자서 하기 어렵다면 같은 목적을 위해 협회나 조합을 구성해서 추진해도 좋다. 인증과 허가는 생산 규모를 키우기 전에 개별적인 연구과제 지원이나 산학연을 연결하는 과제 수주 등을 통해 먼저, 최소한 병행해서 진행해야 한다. --- 「5부, 자신이 없으면 얹어가라 」 중에서
기능적으로는 단순한 기능의 상품을 먼저 출시하는 것이 복잡한 기능의 상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더 낫다. 더 잘 만들려고 시간을 끄는 것보다 단순하게라도 만들어서 먼저 출시하여 자리 잡는 것이 낫다. 그리고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로부터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는 것이 좋다. 판매자는 대용량으로 상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마다 한눈에 재고가 표시 나게 빠지면 좋겠지만 상품을 기획할 때는 대용량보다는 소용량을 먼저 만드는 것이 순서다. --- 「6부, 확장에도 순서가 있다 」 중에서
보통 1ha 수준의 소농 위주인 우리나라의 농가 상황을 고려할 때 농부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익 창출을 위해 스스로 판매할 수 있는 방법, 좀 더 확대하면 상품이 팔려나가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상품에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상품을 만드는 것은 레시피만 있고 적당한 규모의 장소에서 적절한 시설을 갖추고 허가만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상품들은 상품(Commodity)일뿐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담긴 상품은 전혀 다른 상품(Merchandise)이 된다. 소비자들은 같은 고추장을 봐도 이야기가 담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싶어 하고 구분된 것을 구매하고 싶어 한다. --- 「7부, 진심을 이야기로 담아라 」 중에서
“6차 산업에 있어 중요한 점은 고객에게 ‘내가 팔고 싶은 가격에’ 상품을 팔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이 가지고 있는 지역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가 6차 산업 성공의 핵심 요소입니다. 지역을 잘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지역 출신인 저도 지역에서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 「8부, 큰 시장을 두려워 하지 마라 」 중에서
좋은 상품은 팔리는 상품이다. 아무리 잘 만든 상품, 아무리 뛰어난 성분이나 기능을 가진 상품이라도 팔리지 않으면 좋은 상품이라고 하기 어렵다. 상품이 좋은데 안 팔리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필요가 없거나 살만한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품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팔릴 수 있다. ‘팔린다’는 말은 상품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가치가 있다는 얘기고, 그 가치는 소비자들이 필요로 했던 ‘결핍에 대한 만족함’을 제공했다는 반증이다. 이것이 상품을 기획하는 사람이 소비자들의 필요로 하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시장에 답이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은 소비자들의 필요를 현실적으로 감지하라는 얘기다. --- 「9부, 인식의 차별화를 만들어라 」 중에서
사람들이 농담처럼 하는 얘기 중에 하나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배가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말이다. 남이 잘 되는 모양을 못 본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혼자 가면 빨리 갈 것 같아도 멀리 가는 방법은‘같이’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 농업은 멀리 가는 지속 가능한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이며, 나만이 아니라 서로 더불어 사는 것이다. 이제는 ‘내 것’만으로 가 아니라 ‘함께’모아 더불어 나가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 「마치는 글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