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개 질문으로 읽는 ‘20대 남자 현상’
우리 사회는 남성 차별 문제가 심각하다 68.7%
한국에서 결혼은 여자에게 유리하다 66.3%
한국의 법 집행은 남성에게 불리하다 53.6%
정부의 양성 평등 정책, 잘 못하고 있다 75.9%
페미니즘은 남녀 평등보다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한다 78.9%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 82.1%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 59.5%
…
20대 남자 현상은 그다음 문항에서 드러난다. 한국에서 남성 차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물었다. 20대 여자는 ‘심각하지 않다’ 56.3%로, 미적지근했다. 30세 이상 여자는 더 시큰둥하다. ‘심각하지 않다’가 70.1%다. 남성 차별이란 한국 사회에서 아직 낯선 개념이다. 남자들도 30세 이상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심각하지 않다’가 60.3%로, 오히려 20대 여자보다도 높다. 그런데 20대 남자로 오면 아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심각하지 않다’는 26.8%로 추락하고, ‘심각하다’가 68.7%까지 치솟는다. ‘매우 심각하다’라는 강한 응답만 따로 봐도 30.5%나 된다.
---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중에서
역차별이란 남성 우위의 권력 구조를 전제로 쓰는 말이었다. 이게 20대 남자의 인식 체계로 오면 근본적으로 뒤집힌다. 남성은 약자다. 재능과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그러니 지금 벌어지는 현상은 역차별이 아니다. 그냥 차별이다.
---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중에서
20대 남성은 결혼 시장과 같은 사회문화적 권력 관계에서도 남자가 약자라고 느낀다. 법 집행은 정치권력의 노선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권력 관계를 반영하기도 한다. 페미니즘 물결 이후로 법 집행이 ‘남자에게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20대 남자에서 폭발했다.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대표되는 ‘남성 차별적 법 집행’에 대한 분노가 20대남자들 사이에 쌓여가고 있다.
---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중에서
젠더와 권력이 만나는,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이 드러나는 거의 모든 문항에서 20대 남자의 응답은 30세 이상 남자의 응답과 20%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문항이 무엇이든 ‘젠더와 권력’ 문제라면 이 폭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것은 젠더·권력 문제에 일관되게 격하게 반응하는 ‘공고한 정체성 집단’이 형성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 집단의 크기는 20대 남자가 30세 이상 남자보다 20%포인트 정도 더 크다고 예상할 수 있다.
--- 「반페미니즘 전사들의 탄생」중에서
어떤 세대·성별보다도,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은 짝짓기 시장에서 가장 상처받는 집단이다. 이들은 두 질문 모두에서 단연 튀는데, 자기 성별은 가장 이타적으로, 상대방 성별은 가장 이기적으로 평가했다. 즉, 이들은 연애·결혼 시장에서 상대에 대한 불신과 자기 긍정 둘 다 가장 강하다. (중략…) 이러면 연애·결혼 시장에서 불만을 갖지 않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이 피해의식을 민감하게 느끼는 남자일수록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 「20대 남자 현상은 왜 생겼나」중에서
‘여성 고위직 비율 확대 정책에 동의하는지’를 물었다. 한국 사회에서 고위직 여성이 부족한 이유는 여성 내부에 있나 외부에 있나? 외부, 즉 성차별과 유리천장에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국가 정책으로 여성 고위직을 늘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30세 이상 남자들은 ‘약간 동의’가 가장 많이 나온다(여자들은 단호하게 동의한다). ‘내부’, 그러니까 여성 자신의 능력이 이유라고 믿는 사람들은 국가 개입이 불공정하다고 믿는다.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은 ‘동의 안 함’ 79.2%로 단연 튄다. 반페미니즘 정체성 집단은 여성에게 덮어놓고 가혹하다기보다는, 도움을 받을 자격에 가혹하다. 그러니까 책임이 내부인지 외부인지를 결정하는 경계선이 깐깐하다는 점에서 분명하고 지속적인 차이를 보여준다.
--- 「20대 남자 현상은 왜 생겼나」중에서
이렇게 해서 ‘이중의 착취’가 발생한다. 기성세대에 의한 착취와 여성에 의한 착취가 동시에 쏟아진다고 느끼는 이들이 강고한 정체성 집단으로 뭉친다...이 이중 마이너리티라는 현실에서 기성세대 남성의 점잖은 훈계는 먹혀들지 않는다. 이것은 남녀 갈등인 동시에 세대 갈등이기도 한데, 이 전선에서 기성세대 남성은 애초에 이들의 편이 아니다.
--- 「20대 남자 현상은 왜 생겼나」중에서
이번 조사에서 주목한 것은 20대 남자는 다른 세대에 비해 극단적 태도가 강한 집단이 유독 크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 그 자체다. 극단적인 반페미니즘 태도를 보여준 응답자군 25.9%는‘상당한 규모의 군집’이 존재함을 상징적인 숫자로 보여준다.
--- 「20대 남자 현상, 이렇게 조사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