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당뇨병은 재앙 수준이다. 2013년 중국 성인의 11.6%가 제2형 당뇨병을 앓았는데, 이는 오랫동안 챔피언 자리를 지켰던 미국의 11.3%를 넘어선 수치다. 2007년 이후 2200만 명의 중국인이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1980년에 중국인의 1%만이 제2형 당뇨병을 앓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더욱 충격적이다. 한 세대 동안 당뇨병 발병률이 무려 1160%나 증가했다. 국제당뇨병연맹은 2040년이 되면 전 세계 당뇨병 발병률이 성인 10명당 1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이 문제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성인의 14.3%가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고, 38%가 전당뇨 단계이므로 총 52.3%를 차지한다. 이는 역사상 처음으로 질병 상태인 사람의 수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수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전당뇨와 당뇨병은 전에 없던 새로운 현상이다.
--- 「1장 : 제2형 당뇨병은 어떻게 유행병이 되었을까?」 중에서
제2형 당뇨병은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약 90~95%를 차지한다. 제2형은 일반적으로 수년에 걸쳐 서서히 발병하며 정상에서 전당뇨 단계, 본격적인 제2형 당뇨병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진행된다. 나이가 많고 비만도가 높을수록 걸릴 위험이 크다.
고혈당은 제1형 당뇨병에서처럼 인슐린 부족보다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발생한다. 처음 인슐린 분석 방법을 개발했을 때 연구자들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수치가 매우 낮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놀랍게도 인슐린 수치가 오히려 높았다.
인슐린이 혈당을 낮추지 못하는 상태를 인슐린 저항이라고 한다. 인체는 이 저항을 극복하려고 인슐린을 늘려 정상적인 혈당 수준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 대가로 인슐린 수치가 높아진다. 하지만 이 보상에는 한계가 따른다. 인슐린 수치를 늘려도 증가하는 저항을 따라가지 못하면 혈당이 상승해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게 된다.
--- 「2장 : 제1형과 제2형 당뇨병의 차이」중에서
진실을 말하자면, 몸은 기초대사율(BMR)의 등락을 40%까지 조절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심장이 펌프질하고, 폐가 호흡하고, 신장과 간이 해독을 하고, 뇌가 생각하고, 체내에서 열이 발생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면 몸이 속도를 늦춰 칼로리를 적게 사용하므로, 살이 빠지지 않는다.
이 모델은 또한 허기와 포만감 신호를 보내는 다양하고 다중적인 호르몬 체계를 완전히 무시한다. 즉, 우리는 무엇을, 언제 먹을지 결정할 수는 있지만, 배고프지 않게 할 수는 없다. 칼로리를 언제 체온으로 태울지, 언제 체지방으로 저장할지 결정할 수 없다. 호르몬이 이런 결정을 내린다. 이른바 ‘칼로리 감소’ 가설은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된 비만과 제2형 당뇨병의 폭풍은 약 40년이 흐른 지금, 전 세계를 질병과 장애로 삼켜 버릴 수 있는 5등급 허리케인이 되었다.
--- 「4장 : 당뇨비만 : 칼로리 사기」 중에서
지방 축적은 진실로 에너지 과잉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분배’의 문제다. 에너지가 너무 많으면 체온을 높이거나 새로운 뼈 조직을 형성하지 않고, 지방 생성으로 용도가 전환된다. 이러한 에너지 소비는 호르몬이 조절한다. 과한 칼로리 섭취 때문에 비만해진다고 오해해서 쓸데없이 칼로리를 줄이려고 노력했기에 우리는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배고픔을 덜 느끼도록 ‘결정’할 수 없다. 우리는 기초대사율이 높아지도록 ‘결정’할 수 없다. 칼로리를 적게 섭취하면, 몸은 대사율을 낮춤으로써 보상을 받을 뿐이다. 칼로리가 체중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면 칼로리를 줄인다고 체중을 안정적으로 줄일 수 없다. 지방 축적과 체중 증가를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섭취하는 칼로리의 총량이 아니라 먹는 음식에서 기인한 호르몬 신호를 조절하는 것이다.
비만은 칼로리 불균형이 아니라 호르몬 불균형이다. 원하지 않는 체중 증가를 일으키는 호르몬 문제는 주로 인슐린 과다이다. 따라서 제2형 당뇨병은 칼로리 불균형보다는 인슐린 불균형으로 인한 질병이다.
--- 「4장 : 당뇨비만 : 칼로리 사기」 중에서
동물 푸아그라를 만드는 과정은 인체의 지방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기본적으로 같다. 의도적으로 탄수화물을 과다 공급해 지방간을 만들려면 인슐린 수치가 높아야 한다. 1977년, 미국 식단 권장안은 지방을 적게 먹고 빵과 파스타 같은 탄수화물을 더 많이 먹으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인슐린 수치가 급격히 증가했다. 근본적으로 인간 푸아그라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거의 알지 못했다.
지방간은 인슐린 저항성을 예고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골격근과 췌장을 포함한 다른 기관 내의 지방도 제2형 당뇨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 「7장 : 당뇨병, 이중의 질병」 중에서
지방세포가 아닌 곳에 쌓이는 이소성 지방은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지방간, 지방 근육, 지방 췌장이 포함된다. 심한 비만 환자도 이소성 지방이 쌓이지 않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비만인의 20%가 인슐린 저항성 없이 대사 상태가 정상인 이유를 설명한다. 반대로 체중이 정상이더라도 지방세포가 아닌 장기에 지방이 쌓이면 제2형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지방세포 안의 지방은 괜찮지만, 장기 안의 지방은 그렇지 않다.
1950년대에 처음으로 알려진 내장비만(복부비만이라고도 함)은 대사에 해를 끼친다. 인슐린이 없으면 이소성 지방이 쌓이지 않아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할 수 없다. 실제로 쌓인 지방은 인슐린 수치가 지속해서 낮으면 녹아 버린다. 과도한 열량을 지방으로 전환하고 이 지방을 유지하려면 인슐린이 필요하다. 제2형 당뇨병에 걸리면 체지방이 늘 뿐만 아니라 장기 안에 지방이 쌓인다. 문제는 지방이 아니라 이소성 지방이다.
--- 「7장 : 당뇨병, 이중의 질병」 중에서
비만, 인슐린 저항성, 베타세포 기능 장애는 모두 방어기전이다. 비만은 새로 생성된 지방을 지방세포에 안전하게 저장함으로써 지방신생합성(DNL)이 간을 장악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이다. 이를 알 수 있는 예로, 지방 이상 발육 증후군(지방세포가 없는 병)이라는 희귀 유전질환을 앓는 환자들은 체중 증가 없이도 지방간, 중성지방, 인슐린 저항성 등 대사증후군의 모든 증상을 보인다. 이 병을 앓는 쥐들을 실험한 결과, 지방이 없는 쥐에 지방세포를 이식하자 대사증후군이 완전히 치료되었다.
지방세포는 사실 대사증후군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 예방한다. 지방세포가 없으면 지방이 기관 내에 저장되어야 해서 대사증후군이 발생한다. 지방이 지방세포 안에 저장될 수 있다면 대사 손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비만은 고인슐린혈증과 인슐린 저항성의 근본 문제를 막는 첫 번째 방어선이다. 마찬가지로 인슐린 저항성은 들어오는 지방을 제지해 지방이 내부 기관에 쌓이는 것을 막으려는 인체의 시도이다. 이미 과도하게 채워진 간은 포도당이 더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고, 두 번째 방어선인 인슐린 저항성이 나타난다.
마지막 방어선은 췌장의 인슐린 생산이 멈추는 것이다. 혈당이 신장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 이상으로 빠르게 상승해 흔한 당뇨병 증상들을 모두 유발한다. 하지만 이 유독한 포도당은 몸에서 안전하게 배출되므로 더는 대사 손상을 일으킬 수 없다. 과도한 포도당과 인슐린이라는 핵심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그 대가로 당뇨 증상이 발생한다. 과도한 당이 가장 중요한 문젯거리이므로, 몸이 필사적으로 소변을 통해 당을 버리게 된다.
---「9장 : 대사증후군과의 연관성」 중에서
일본 남부의 작은 섬 오키나와에 사는 주민들이 먹는 전통 식단은 85% 가까이가 녹말이다. 두 그룹 모두 대부분 고구마를 먹는다. 설탕이나 밀가루 같은 정제된 곡물을 거의 먹지 않으므로 그들에게는 제2형 당뇨병이 거의 없다. 뉴기니의 작은 섬 키타바의 원주민 식단은 주로 덩이줄기 채소(고구마, 카사바, 참마), 코코넛, 과일 같은 탄수화물이 69%를 차지하지만, 평균 인슐린 수치는 스웨덴 인구 90%보다 낮다.
달리 말해, 탄수화물 섭취가 높을수록 반드시 인슐린 수치가 높아지는 건 아니다. 정제와 가공이 인슐린 효과를 높이는 데 주된 역할을 한다. 식품에서 천연 섬유, 지방, 단백질을 제거하면 자연적으로 얻을 수 없는 순수한 농축 탄수화물이 남는다. 이 탄수화물을 갈아 미세 분말 (예 : 밀가루)로 만들면 소화 속도가 빨라져 혈당을 급등시킨다. 동시에 정제된 탄수화물은 단백질, 섬유소, 지방처럼 포만감을 주지 않아 더 많이 먹게 된다. 과당은 지방간, 인슐린 저항성, 고인슐린혈증 발생에 지배적인 역할을 하며, 전통 사회는 첨가당을 거의 먹지 않거나 전혀 먹지 않는다.
제2형 당뇨병의 본질적인 문제는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의 결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고인슐린혈증이다. 제2형 당뇨병을 되돌리거나 예방하는 일은 인슐린을 낮추는 것을 의미하며 탄수화물이 많은 식단으로도 인슐린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설탕과 정제된 탄수화물을 피하는 것은 여전히 성공의 초석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올리브가 들어가며 탄수화물이 적고 지방이 높은 지중해 식단은 약의 필요성을 무려 59% 감소시킨다. 천연 지방 섭취, 그리고 첨가당과 정제된 탄수화물 제한이 주는 잠재적인 이점을 인식한다면 제2형 당뇨병을 줄이고 고치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14장 :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