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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연작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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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530g | 145*210*20mm
ISBN13 9788960787186
ISBN10 8960787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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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연작 살인사건

적의 연작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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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하세요.”
곽한진이 말했다.
교도관이 스위치를 내렸다. 한바로가 앉은 의자 바로 아래 바닥이 열렸다. 한바로는 순식간에 바닥 아래로 사라졌다. 팽팽히 당겨진 줄이 잔뜩 성난 뱀처럼 꿈틀거렸다. 곽한진은 줄이 멈출 때까지 눈을 돌리지 않았다.
--- p. 10

주해환. 광심이 곧 만나게 될 사람의 이름이다. 황옥호 만큼이나 유명하지만 얼굴을 아는 사람은 온 세상에 둘 뿐이라는 남자.
‘그도 나처럼 저주에 걸렸는가. 그래서 아무에게도 얼굴을 보이지 않고, 저 위에 숨어 사는 것인가.’
광심은 목이 아플 정도로 높은 꼭대기를 쳐다보며 탑 위에 갇힌 남자를 생각했다.
--- p. 15

한바로의 뇌가 몸에 명령을 내리기 전, 광심의 몸이 먼저 움직였다. 광심이 바지 뒤춤에 숨기고 있던 형광색 손잡이의 물체를 꺼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물체가 번뜩이자 차가운 눈이라도 닿은 것처럼 서늘한 기운이 한바로의 오른쪽 발목을 휘감았다. 무언가 ‘뚝’ 하고 끊어지는 느낌과 함께 강렬한 통증이 고속 엘리베이터처럼 발목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한바로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 p. 35

선미의 입을 막은 천이 피로 물들었다. 박희도가 급히 천을 제거했지만 피는 멈추지 않았다. 선미는 동맥질환을 앓고 있었다.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무리를 하면 호흡이 가빠지는 등 문제가 생겼다. 갑작스런 상황에 선미는 패닉에 빠졌다. 심장은 미친 듯이 날뛰었고, 선미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젖산중독이 일어나며 폐에서 출혈이 시작됐고, 온몸의 장기가 빠르게 피에 잠겼다.
--- p. 116

처음 본 그림 속에선 비쩍 마른 백발노인이 죽어갔고, 두 번째 그림 속에선 중년 남자가 죽어갔다. 세 번째 그림 속에선 후덕한 몸집을 가진 할머니가 죽어갔다. 마지막 그림 속에 등장한 사람은 광심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림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은 선미였다.
--- p. 177

범인이 다가와 주사를 다시 놓았다. 따끔한 감각과 함께 박인덕은 꿈에서 깰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박인덕은 잠에서 깨지도, 다시 잠들지도 못했다. 발작이 시작됐다. 온몸이 뒤틀리는 고통 속에서 박인덕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꿈이 아님을 알았다. 핏줄이 서고, 눈물이 쏟아졌다. 박인덕은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 p. 209

사랑은 상대를 세워주는 것이다.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생명을 낳는 것이다. 자신이 없으면 살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남겨진 사람의 삶을 파괴하는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포도향만 첨가된 탄산주스처럼 그것은 사랑이라 불렸을지 모르나 실체는 다른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나도 사랑은 가슴에 남아 그 남은 생을 살아가게 한다.
--- p. 244

“내가…내가 죽인 거야? 영혜를? 내가?”
기창이 울먹이며 말했다.
광심이 기창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갑작스런 광심의 행동에 기창은 놀란 눈으로 광심을 바라봤다. 광심은 죄인이 자수를 하는 것처럼 수갑을 찬 두 손을 기창에게 내밀었다.
“내가 죽였어.”
--- p. 269

나무 인간이 한 손을 들며 입을 벌렸다. 나무 인간의 입에서 불타는 검이 뻗어 나왔다. 기창은 절망에 휩싸인 얼굴로 나무 인간을 바라봤다. 나무 인간이 불타는 검을 잡고 기창을 가리켰다. 기창이 비명을 지르며 도끼를 쥐고 달려들었다. 나무 인간이 팔을 휘둘렀다. 불타는 검이 어둠을 갈랐다.
--- p.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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