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가상의 인물 미영과 하린을 통해 저를 비롯한 수많은 동료 번역가가 실제로 겪었던 시행착오와 고민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쓰며 번역 업계에 막 발을 들였을 때를 자주 떠올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은 실수도, 답답한 고민도 참 많이 했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번역에 관심 있는 모든 분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 P.4
* 번역회사에 번역가로 등록되느냐 아니냐는, 결국 ‘샘플 테스트’와 ‘번역 경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학력이 높은 사람들에게만 샘플 테스트의 기회가 돌아가는 것도 아니었어요. 밑져야 본전이니 이력서를 넣고 샘플 테스트가 오면 최선을 다해 테스트를 수행하면 되지 않을까요? 샘플 테스트가 오지 않으면 다른 번역회사에 지원하면 되고요.
--- P.38
* 저는 번역가가 되기 전까지 번역업계에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학위도 경험도 인맥도 없었지요. 하지만 지금 저는 번역가로 활동 중입니다. 확실히 학위와 경험, 인맥이 있다면 번역가의 길을 시작하기가 훨씬 수월할 겁니다. 하지만 학위와 경험, 인맥이 없으니 번역가가 절대 될 수 없다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 P.44
* 물론 번역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전문성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외국어를 잘한다면 도전해볼 만한 일이에요. 외국어 전공자만 번역을 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유학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겠냐고 물으셨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P.49
* 실제로 저는 다음 달 제 수입이 얼마 정도 될지 가늠하지 못합니다. 다음 달에 일이 얼마나 들어올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속해서 일정 금액 이상의 월수입을 달성하고 있기에 저는 이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입니다.
--- P.57
* 번역 이력서라고 해서 꼭 번역과 관련된 이력만 쓸 필요는 없습니다. 다양한 이력을 써두면 그 이력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젝트를 의뢰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또한 ‘컴퓨터활용능력’이라든가 ‘워드 프로세서’ 같은 컴퓨터 자격증을 써두면 컴퓨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는 걸 어필할 수도 있으니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 P.75
* 하지만 프리랜서 번역가는 외주 용병이므로 ‘능력과 업무 중심의 커버 레터’를 쓰셔야 합니다. 장황하게 어떤 번역가가 되겠다고 쓰는 것보다는 핵심만 이야기하는 게 낫다는 말이지요. 프리랜서 번역가들은 이미 현역에서 프로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들에 비해 아마추어처럼 보이는 건 경쟁력이 떨어지겠죠?
--- P.99
* 만약에 ‘화장품 번역가 모집’이라는 공고에 지원하기 위한 메일이라면, 화장품 번역을 했던 경험부터 화장품 판매를 했던 일까지 한눈에 잘 들어오게 간략하게 기재하면서 ‘나는 화장품 번역에 자신이 있다’라고 어필해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 P.101
* 사실 번역가로서 일감을 얻는 건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문제예요. 지금 당장 구인 사이트에 공고가 몇 개 올라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1년 이상 꾸준히 구인 사이트를 보며 새롭게 올라오는 공고들에 지원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그와 함께, 국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해외 번역회사들로 눈을 돌리셔야 해요. 그래야 그나마 안정적인 일감을 지속해서 얻으실 수 있습니다.
--- P.112
* 샘플 테스트의 결과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떨어졌으면 떨어졌다고 말이라도 해 주면 좋을 텐데 아무런 답장이 없으니 너무 답답했다. 차라리 샘플 테스트를 안 봤던 때가 기분은 더 나았다. 하도 답장이 없으니 울적해서 이력서 뿌릴 의욕도 안 났다.
--- P.117
* 1년 반이라는 기간에 대해서 저는 어떠한 것도 보증해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미영 님께 직접 일감을 가져다드릴 수 없으니까요. 그것은 저의 역할이 아닙니다. 일감이 들어올 확률을 높이는 노하우를 전수해 드릴 뿐이지요. 어떤 길을 선택하든 미영 님이 결정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포기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1년 반을 생각하셨는데, 아직 1년도 채우지 못했으며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 P.125
* “아니, 번역일도 해본 적이 없는데 리뷰를 어떻게 해?” 번역가로서의 첫 의뢰는 당연히 번역일 줄 알았다. 번역물을 ‘리뷰’, 그러니까 ‘감수’하는 건 번역 경력이 많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야 오류를 잡아내서 고칠 수 있지. 게다가 나는 기계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데 기계 매뉴얼의 번역 감수를 어떻게 해?
--- P.145
* 의뢰 메일이 안 오는 게 너무나 당연했던 초반이라면 두 달쯤은 쉽게 버텼겠지만, 의뢰 메일이 오는 게 당연했던 시기를 겪고 나니 마음이 너무나 힘들었다. 마치 애인이 없을 때는 혼자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게 아무렇지도 않지만, 애인과 사귀다 헤어지고 나면 혼자서 뭔가를 하는 게 외롭게 느껴지는 것처럼.
--- P.187
* 사실 5년 차 번역가지만 저에게도 일이 안 들어오는 기간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직도 말이에요. 초반보다 그 기간이 줄어들었을 뿐이지, 아직도 몇 달에 한 번 정도는 1~2주일 정도 일이 안 들어오곤 합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들을 몇 번 겪었기 때문에 다시 일이 들어올 거라고 믿을 수 있는 연차가 되었어요. 하지만 미영 님은 분명 불안하실 것입니다.
--- P.191
* 한 회사에 종속된 게 아니니까 자유롭게 일할 수 있지만, 그만큼 안정성도 적은 직업. 내가 직접 이 길을 가겠다고 선택해놓고, 번역회사에 왜 일을 안 주냐고 따지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지. 번역회사에 일을 맡겨놓은 건 아니니까…. 마음을 비우고 이력서나 돌려야겠다. 합격한 회사가 하나라도 늘어나면 일이 들어올 확률이 늘어날 테니까!
--- P.216
*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 그때 점장님이 하신 말씀이 프리랜서 번역가인 나에게 꼭 맞는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랜서 번역가도 나의 번역을 파는 자영업자나 다름없다. 찾는 사람이 없다고 조급해하며 장사를 접기보다는, 언젠가, 누군가는 찾아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번역 스킬을 다듬거나, 오지 않으면 오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하는 뚝심이 필요하다.
--- P.220
* 프리랜서 번역가가 되는 건 쉽지만은 않다. 진입 정보가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발을 들인 후에도 모르는 것을 질문할 곳도 없고 언제 어려운 시기가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린 님께 조언을 받기 시작했을 때, 자신의 도움을 받고 성공적으로 번역가가 된다면 그때의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사람을 도와주라고 말씀하셨는데 꼭 그렇게 하고 싶다.
--- P.220
* 늘 이렇게 바쁜 것은 아니다. 프리랜서다 보니 한가할 때는 정말 한가하고, 이대로 백수가 되어버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몇 년 동안 그 부침을 겪고 나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버틸 수 있는 여유가 살짝 생겼다.
--- P.222
* 미영 님이 보내오는 질문들을 읽으면서 옛날의 내 생각이 났다. 지금 생각하면 답이 너무 뻔한 질문들이지만 나도 이런 걸 예전에 궁금해했었지…. 그때 조언해주는 누군가가 내 곁에 있었더라면 나도 조금 더 쉽게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산업 번역은 어떻게 보면 쉬운 일이고 어떻게 보면 어려운 일이다. 외국어 실력이 있어야 하는 건 맞지만 외국어 실력만 있어서는 안 된다. 한국어 실력도 있어야 하고, 적극성도 있어야 한다.
--- P.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