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신체 놀이를 학문으로서 처음 연구한 해리 할로는 위스콘신대학교 동물심리학 실험실에서 히말라야 원숭이 새끼들을 관찰하며 1950년대와 1960년대를 보냈다. 그는 새끼 원숭이들이 자주 거친 신체 놀이를 즐기는 것을 발견했다. 놀이가 진지한 연구 분야로 인정되지 않던 시절이었음에도 할로는 원숭이의 싸움 놀이 과정을 세세히 기록했다. 그는 원숭이가 놀 때 입을 벌리고 이빨을 드러내는, 이른바 ‘놀이 표정’을 짓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의 눈에는 자칫 사나워 보일 수 있는 그 표정이 원숭이들 사이에서는 같이 놀자는 메시지였다. 이후 인간의 행동을 연구한 학자들은 인간의 놀이 모습도 이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이가 거친 신체 놀이를 할 때도 미소와 웃음소리가 동반된 ‘놀이 표정’이 나타나며, 이것은 지금 하는 행동이 서로를 향한 공격이 아닌 놀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신호다. 아이들은 서로 달리고, 쫓고, 뛰고, 도망가고,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을 하고, 넘어지고, 싸우는 흉내를 내며 신체 놀이를 한다. 장난으로 때릴 때는 주먹이 아닌 손바닥을 사용하며 강도도 약하다. 쫓고 쫓기는 역할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거친 신체 놀이를 할 때 아이들은 역할을 바꾸어가며 서로 쫓거나 꼼짝 못 하게 바닥에 누르기도 한다. 새끼 원숭이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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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신체 놀이가 학습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들이 혼나지 않고 실수할 기회를 마음껏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실수가 허용될 때 더 잘 배운다. 베코프와 피어스는 인간이든 동물이든, 놀이 도중에는 상대방의 실수를 용납하고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경향은 특히 놀이 상대가 자 신보다 어릴 때 더 강해진다. 놀이 도중 새끼 늑대가 어미 늑대를 너무 세게 물더라도, 어미 늑대는 부드럽게 야단은 치되 놀이를 멈추진 않는다. 이것이 해리 할로가 말한 ‘놀이 표정’의 목적이다.
--- p.19~20
부모와 자녀가 활발한 신체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낼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보상은 친밀감이다. 부모가 언제나 자신을 든든히 지켜준다는 믿음이 아이의 자신감을 키운다. 아이가 마음껏 힘을 발휘하고 강해질 수 있도록 옆에서 격려하고 응원해주자.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아이와 역할을 바꾸어보는 것이다. 자녀에게 더 힘센 역할이나 무서운 역할(괴물, 무서운 개, 주사를 놓는 의사 등)을 맡기고, 부모는 서툴고 두려워하는 역할을 맡아 과장된 몸짓으로 연기해본다. 역할 바꾸기를 통해 자녀는 강해진 기분을 느껴보고, 즐겁게 웃으며 긴장도 해소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때는 무조건 넘어져 보라. 어른이 넘어지는 모습은 언제나 아이를 웃게 만든다. 그리고 자신이 언제나 더 작고, 더 약하고, 더 무력한 존재인 것은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자신감을 느낄 것이다.
--- p.37~38
당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데 아이가 웃음을 터뜨린다면 그 행동을 몇 번이고 반복하라. 당연하게 들리는 조언일지 모르지만, 어른이 아이보다 싫증을 빨리 내기 때문에 이는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 아이를 웃게 만들려면 바보처럼 행동하고 자주 넘어져라. 놀이할 때 즉흥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놀이의 흐 름에 몸을 맡기고, 아이와 함께 시끄럽고 신나고 엉뚱하고 활기차게 놀아보자. 거친 신체 놀이 도중 웃음기가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만약 아이가 화난 기색을 보이며 죽을 듯이 덤벼들 땐 잠시 놀이를 중단하라. 그러나 아이의 눈에 장난기가 서려 있고 집중하느라 이마에 땀이 맺혀 있다면, 그것은 아이가 새로운 기술을 몸으로 익히고 있다는 신호다. 처음으로 구름사다리를 건넜거나, 높은 블록 탑을 쌓았거나, 농구공으로 처음 슛을 성공시켰을 때처럼 아이는 거친 신체 놀이를 통해 깊은 배움과 만족의 차원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 p.45
시합 놀이의 특징은 인간 지능의 세 가지 측면, 즉 신체 지능, 사회 지능, 인지 지능을 모두 조화롭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 사회 지능이 높다는 것은 세상 물정이나 상식에 밝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합 놀이는 사회 지능을 키우는 데에도 매우 유용하다. 시합 놀이를 통해 우리는 타인의 속마음을 읽는 법과 신뢰할 만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구별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원활하게 의사소통을 해야 할 때와 자기 의도를 최대한 숨겨야 할 때를 분간할 수 있다. 몇 수 앞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방법과 나쁜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사회 지능의 발달 측면에서 시합 놀이가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승리에 대한 집착이나 항상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친구를 사귀고 유지하려면, 또한 놀이의 재미를 깨지 않으려면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은 규칙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따르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어떤 놀이를 할지에 대한 선택권을 때로는 타인에게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한다. 시합에서 질 때마다 불쾌한 내색을 보인다면 아무도 함께 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 p.97~98
우리가 서로 진정 어린 신체 접촉을 나눌 때 두뇌에 분비되는 호르몬은 충만함, 즐거움, 행복감을 느끼게 해줄 뿐 아니라 우리를 치유해주기도 한다. 건강한 신체 접촉은 우리를 진정시키고, 위로하며, 활력 있게 하고, 치료도 해준다. 최근에는 부부간의 애정 어린 신체 접촉이 심혈관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는데, 서로 신체 접촉을 많이 할수록 동맥이 더 깨끗해진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한다. 애정 어린 포옹은 마치 복리로 돈을 굴리는 것처럼 쌓이고 쌓이면서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 행복하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혈관과 심장이 더 건강해질 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좋아진다.
--- p.134
여러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내는 것이 문제 해결 능력의 핵심인데, 그 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이 바로 놀이다. 사실 놀이는 무언가를 배우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니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놀이 시간을 줄일 게 아니라 더 늘려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힘은 종종 과소평가되곤 한다. 그러나 이야기는 단순하든 복잡하든, 재미있든 진지하든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정보를 전달할 때 스토리텔링을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우리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만든 이야기, 즉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만들어낸 기발한 이야기들을 가장 좋아한다. 상상 놀이에 신체 놀이가 더해지면 재미는 배가 된다. 상상 놀이는 우리 뇌의 가장 창의적인 부분을 활성화하고, 신체 놀이는 몸의 모든 근육을 깨운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 교류하며 사회적 뇌를 가동시키는데, 이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필요한 사회적 기술을 발달시킨다.
--- p.179~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