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이치는 할 말을 잃었다. 그가 주 40시간, 1년 8개월 동안 교도소 목공 공장에서 일해서 번 돈이 6만엔이었다. 게다가 그 노동으로 교도소 측이 올린 수익은 모두 국고로 들어갔고,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보상에 쓰인 적은 없었다. 입을 다물어 버린 준이치에게 동생은 박차를 가했다. "이전 집 토지 임대 권리를 팔아서 3500만, 자동차나, 공작 기계로 200만, 그리고 온 친척들한테 빌려서 600만......그래도 아직 2700만이 남았어." "어떻게 한대, 그 많은 돈을?" "매달 지불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불하는 거지. 다 갚을 때까지 20년은 걸릴 거라고 어머니가 그러셨어." 준이치는 늙어 버린 모친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어머니는 어떤 심정으로 오랫동안 정들었던 집을 떠났을까. 저 지저분한 단독주택으로 이사했을 때 얼마나 비참하게 느껴졌을까. 하나밖에 없는 어머니는 아들이 범한 죄의 무게에 전율하며, 행복했을 무렵의 단란한 가족상을 마음속에 그리면서 소리 죽여 울어 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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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자네뿐만이 아니야." 난고가 말했다. "나도 둘이나 죽였어." 준이치는 귀를 의심하며 난고를 쳐다보았다. "네?" "나도 이 손으로 사람을 둘이나 죽였다니까." 준이치는 난고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농담인가 싶었으나 난고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눈동자는 빛을 잃었다. 그 어둡고 흐린 눈을 보았을 때 매일 밤 신음하는 난고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거 같았다. "무슨 뜻입니까?" "사형 집행." 난고는 시선을 떨구었다. "그건 교도관의 업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