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처기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싶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곽 형의 아이는 곽정(郭靖)으로 하고, 양 형의 아이는 양강(楊康)이라 하는 게 어떻겠소? 태어날 애가 사내든 계집이든 다 그 이름을 쓰는 거요.”
곽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습니다. 정강지치(靖康之恥), 즉 두 황제가 포로로 잡혀간 치욕을 잊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겠죠?”
--- 「1권 몽고의 영웅들」 중에서
“형님, 제가 보물 하나를 달라고 하면 주시겠어요?”
“안 줄 이유가 있나?”
“그럼 그 한혈보마를 주세요.”
곽정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좋아, 아우에게 주지.”
농담을 좋아하는 성격의 황용은 곽정이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홍마를 생명처럼 사랑하는 것을 보고 방금 전에 만난 자신이 달라고 하면 이 우직한 사람이 무슨 말로 거절할까 보려고 시험 삼아 말을 꺼낸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곽정이 시원시원하게 승낙하자 그만 감격하고 말았다. 황용은 갑자기 탁자에 엎드리더니 소리 내어 울었다.
--- 「2권 비무초친」 중에서
“이 장력을 뿜어낼 줄만 알고 거두지를 못한다면 힘의 경중과 강온을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것 아니냐? 그렇다면 어찌 천하에 둘도 없는 장법, 항룡십팔장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
(…) 곽정은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끔벅거리며 홍칠공의 말을 하나하나 새겨들었다. 그는 무공을 익힐 때 항상 ‘남들이 하루 연마할 때, 나는 열흘 연마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임했다.
이제 전심전력을 다해 장법을 연마하니 처음 수십 장은 그저 소나무가 흔들리는 정도였으나 연습을 거듭할수록 위력이 더해져 스스로도 무공이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손바닥이 벌겋게 부어올랐으나 곽정은 조금도 늦추지 않고 연습을 계속했다.
--- 「3권 항룡십팔장」 중에서
“진현풍은 제가 죽였으니 사부님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습니다. 제 목숨으로 갚으면 될 것 아닙니까?”
곽정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첫째 사부, 셋째 사부, 일곱째 사부는 성격이 불같아서 내가 목숨을 잃게 되면 그냥 있지 않고 죽기 살기로 싸우려 들 것이다. 나 혼자서 이 일을 매듭지어야 한다.’
곽정은 황약사 앞에 몸을 꼿꼿이 세우고 또박또박 말했다.
“저는 아직 부친의 원수를 갚지 못했으니 한 달만 말미를 주십시오. 30일 후에 직접 도화도로 찾아가서 목숨을 바치겠습니다.”
--- 「4권 구음진경」 중에서
황용이 시키는 대로 꿇어앉자, 홍칠공은 가지고 있던 녹죽봉을 꺼내 두 손으로 받쳐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렸다가 공손히 황용에게 건네주었다. 황용은 당혹스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
“사부님, 저더러 개방의 방주…… 방주가 되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다. 난 개방의 제18대 방주였다. 이제 네게 방주 자리를 물려주었으니 지금부터 네가 개방의 제19대 방주다. 자, 이제 조사님께 절을 올리자꾸나.”
황용은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홍칠공이 하는 대로 가슴에 손을 얹고 북쪽을 향해 절했다.
--- 「5권 악비의 유서」 중에서
당시에는 어초경독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황금와와어를 잡던 사람이 어, 즉 어부이고, 지금 만난 사람이 바로 초, 나무꾼을 의미하는 듯싶었다. 그렇다면 어초경독, 다시 말해 어부, 나무꾼, 농부, 서생은 단황야의 네 제자이거나 심복일 게 분명했다. 황용은 속으로 걱정이 되었다.
‘어부의 관문을 지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이 나무꾼의 노래가 속되지 않은 것을 보니 상대하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또 경, 독 두 사람은 어떤 자들일까?’
--- 「6권 전진칠자」 중에서
묘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의 석벽은 여기저기 부딪쳐 깨진 흔적이 있었다. 그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 듯했다. 두 사람은 놀라 잠시 말을 잊었다. 얼마를 더 가 황용이 허리를 굽혀 뭔가를 주워 들었다. 통로 안이 어둡기는 했지만 그 물건이 전금발이 쓰는 쇠저울의 저울대 반 토막이라는 것을 어렴풋하게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저울대는 강철을 주조해 만든 것으로, 사람 팔뚝만 한 굵기였다. 그런 저울대가 누군가의 힘에 의해 두 동강이 났다니, 황용과 곽정은 서로 마주 보며 입을 떼지 못했다.
--- 「7권 사부들의 죽음」 중에서
“다만 한 가지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람이 죽어 묻히려면 땅이 얼마나 필요할지요?”
테무친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채찍을 들어 허공에 원을 그려 보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대칸이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이고 그 많은 피를 흘리게 하면서 이 넓은 땅을 차지하셨지만, 그런 것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테무친은 할 말을 잃었다.
--- 「8권 화산논검대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