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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연애소설

누가 봐도 연애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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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262g | 120*180*15mm
ISBN13 9791190908535
ISBN10 1190908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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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준 너에게, 마지막 러브레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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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사랑하는 우리 살아가는 우리] 사랑을 주제로 한 소설가 이기호의 짧은 소설 모음집. 30편의 작품 속에서 어딘가 부족하고 어리숙하고 짠해 보이는, 알고 보면 아주 보통의 삶을 사는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서로 마음을 주고 받는다. 재미와 감동을 두루 갖춘 유쾌하고 또 뭉클한 이야기. -소설M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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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김밥보다 그래도 이게…….”
용성 씨는 문막 토박이로 20대 땐 주로 배달과 택배 일을 했고, 그때 모은 돈으로 김밥집을 차린 서른다섯 살의 총각이었다. 키는 170센티미터가 안 되어 보였고, 선명한 M자형 이마를 지니고 있었다.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누구보다 일찍 김밥집 문을 여는, 보기 드물게 성실하고 손이 빠른 남자라고 했다. 나는 용성 씨가 건넨 김밥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무심코 하나 입에 넣어보았다. 김밥은 삼각김밥보다 폭신했고…… 또 무엇보다 따뜻했다. 입맛도 없었는데도 계속 용성 씨의 김밥에 손이 갔다. 하나, 하나……. 어쩌면 그게 용성 씨와 나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심코 손이 가는 따뜻함.
--- p.33 「삼각김밥보단 따뜻한」중에서

그는 오늘 죽기로 결심했다.
그냥 여기서 툭 뛰어내리면 끝인 거지. 그는 난간 밖으로 고개를 삐죽 내밀어보았다. 고시원은 5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고 있었다. 잘못 떨어지면 에어컨 실외기에 먼저 부닥뜨리겠는걸. 그는 난간을 잡고 조심조심 옆으로 몇 걸음 이동했다. 그리고 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런, 여긴 차가 있네. 그는 그 차의 주인을 잘 알고 있었다. 고시원 같은 층 302호에 사는 40대 초반의 남자였다. 새벽 배송 일을 하고 있어서 늘 새벽 1시 반에 출근하는 남자, 그 남자는 새벽 배송을 마치면 다시 편의점 알바를 뛴다고 했다. 몇 번 고시원 공용 식당에서 그 남자가 건네는 오징어 젓갈 반찬을 얻어먹은 적도 있었다. 남한테 폐를 끼치면 안 되지. 이런 건 보험 처리도 안 될 텐데……. 그는 다시 몇 걸음 옆으로 이동했다. 고시원 정문도 좀 그렇고, 여긴 옆 건물과 너무 가깝고……. 그는 옥상을 한 바퀴 삥 돌아 다시 맨 처음 자리로 돌아왔다. 신경 쓰지 말자, 죽는 마당에 그깟 실외기가 뭔 대수라고. 그는 난간 위로 조심조심 올라갔다. 한차례 세찬 바람이 불어와 그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춰 난간 쇠기둥을 움켜잡았다. 그는 다시 느릿느릿 아래로 내려왔다.
미연이는 전화 한 통 없구나…….
--- pp.37~39 「뭘 잘 모르는 남자」중에서

“나도 데려가야지!”
은서가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뒤돌아보진 않았다.
“개는 데려가면서 나는 왜 안 데려가냐구!”
찬수는 거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나 은서는 끝끝내 돌아보지 않은 채 공원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다시 벤치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앉아 있는 찬수 옆으로 아까 공원 입구로 들어왔던 고등학생 남자아이가 다가왔다. 남자아이가 찬수에게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제가 신고해줘요?”
찬수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남자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말했다.
“저리 가, 이 새끼야…….”
남자아이가 머리를 긁적거리다가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공원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 p.65 「개만도 못한」중에서

성구는 유정과 돼지갈빗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졌다. 커피라도 마실까 했는데 유정이 됐다고 했다. 밤 9시부터 저녁 공부를 시작하는데, 그 루틴을 깨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래, 그럼…….”
성구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정이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너도 그러지 말고 경찰 공무원 준비하는 게 어때? 넌 친구가 없어서…… 누구 봐주고 뇌물 받고 그러진 않을 거 아니야?”
성구가 말없이 유정을 바라보자, 유정이 환하게 웃으면서 “농담이야, 농담” 하고 말했다.
성구는 다시 버스를 타고 광역시로 돌아오면서 계속 유정의 말을 떠올렸다. 불쌍해 보여서, 불쌍해 보여서……. 그러면서도 한편 성구는 계속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왜 문자가 안 오는 거지? 긴급재난지원금을 쓰면 문자가 오는데……. 왜 돼지갈빗집에서 쓴 6만 원은 안 오는 거야? 이게 혹시 거주지 밖에서 써서 그런 건가? 그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불쌍해 보였다는 유정의 말이 떠오르고…… 그러면서도 또 핸드폰을 바라보고…….
성구는 둘 중 뭐가 더 서글픈 일인지 알 수 없었다.
--- pp.72~73 「재난지원금 사용법」중에서

“쟤 진짜 갖고 갔네.”
“뭘?”
민규는 계속 뾰로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혼자 있으면서 남자아이를 집에 들이다니…….
“내가 쓰던 마스크 말이야. 그걸 자꾸 하나만 달라고 해서…….”
“네가 쓰던 마스크?”
“응.”
“그걸 왜?”
“몰라. 자기도 나처럼 아프고 싶다고.”
이것들이 진짜……. 니들이 무슨 사귀는 사이냐? 니들이 무슨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야? 독감 환자 마스크를 왜?
“학원 가기 싫어서라는데…… 난 알지. 쟤가 날 좋아하는 거.”
민규는 계속 혼자 쿡쿡거리며 웃는 예은이를 멀거니 바라보다가 느닷없이 아내의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언젠가 민규도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 pp.87~88 「독감」중에서

뭐 너희들 도시 산다고 폼 잡지만 나도 여기서 할 거 다 한다, 너희들만 넷플릭스 보는 줄 아냐? 나도 일 끝나면 그거 보고 홈쇼핑도 하고 안마의자도 있다, 이 자식들아. 성구는 자신만만했지만…… 딱 하나, 결혼을 하지 못했다는 거, 어머니에게 손자 손녀 한 번 안겨드리지 못했다는 거, 그거 하나만은 마음에 걸렸다. 물론 그도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젊은 날엔 선도 많이 보러 다녔고, 또 혼자 밤늦게까지 채팅도 하면서 어딘가에 있을 인연을 찾으려 무던 애를 썼다. 하지만 그가 내심 의기양양하게 채팅창에 ‘제가 당근밭만 2천 평이 넘거든요’라고 치기만 하면 그다음부턴 상대가 말을 하지 않았다. 이거 왜 먹통이 됐지? 이게 버그인가? 괜스레 컴퓨터 본체를 퉁퉁 치기도 했다. 이젠 그것도 다 옛날 일이 되었다. 어머니도 아무런 기대를 품지 않았고, 그 또한 혼자 막걸리 마시면서 「킹덤」이나 「나르코스」 정주행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가족? 뭐 어머니도 계시고, 백구도 있고, 닭들도 있으니까……. 가족이란 게 별건가? 속 썩이고 그러면서도 걱정되는 게 다 가족이지. 우리 닭들과 백구가 내 속을 얼마나 썩이는데…….
--- pp.181~182 「식혜 같은 내 사랑 1」중에서

진만 성희 씨…… 오늘도 연락이 잘 안 되네요……. 연락이 안 돼도 그냥 여기에 계속 말할 게요. 사실 성희 씨…… 지금 제 마음이 많이 흔들려요. 같이 사는 친구는 그거 다 사기다, 멍청하게 속지 말라고 말하는데…… 저는 계속 그 말을 믿지 않고 있어요. 그러면서 한편으론 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사기라도 좋고 속아도 좋다구요. 그래도 꼭 한번 다시 성희 씨 만나서 카페에서 얼굴 보고 커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처음 만났을 때처럼요……. 저는 내일 미자 씨 만나서 제례를 드리러 가요. 원래는 70만 원인데, 특별히 성희 씨 생각해서 50만 원에 해주겠다고 하셨어요. 그거 드리면 그분 말처럼 마가 사라진다고 하니까, 그땐 성희 씨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마가 사라지든 사라지지 않든, 제 마음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거든요. 성희 씨가 이런 제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게 전부예요. 기다릴게요. 오전 2:47
--- pp.206~207 「사랑과 상담 사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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