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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가 된 힙합

재즈가 된 힙합

: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그들의 음악과 시대에 바치는 러브레터

리뷰 총점9.0 리뷰 4건 | 판매지수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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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76쪽 | 505g | 130*200*22mm
ISBN13 9791196591366
ISBN10 119659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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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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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스쿨버스에서 이 곡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고학년 선배들은 무시하듯이 손을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난 이딴 거 안 들을 거야! 이건 나이 든 사람들이나 좋아할 만한 노래잖아!” 어쩌면 그 말이 옳았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는 우리 부모 세대, 혹은 그 부모의 부모 세대를 위한 랩 음악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을 테니까.
--- p.34

경찰이 흑인을 구타해온 역사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어느 누가 정확하게 알겠느냐마는, 내가 아는 몇몇 현명한 어른들이라면 아마도 이런 말씀을 하실 것 같다. 경찰과, 경찰이 두들겨 패서 멍이 들 검은 피부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이미 그 둘은 오래전부터 떼어낼 수 없는 끈끈한 사이였다고.
--- p.43~44

음반 가게에서 카세트테이프를 팔고 듀얼 카세트 플레이어가 대부분의 가정에 구비되어 있던 그 시절에는, 음악 프로듀서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쪽 데크에 본인이 좋아하는 앨범을 넣고 다른 쪽 데크의 카세트로 원하는 구간의 샘플을 추출해보곤 했다. 샘플 구간이 끝나면 녹음하던 테이프를 잠시 정지시켜놓았는데, 바로 이 지점이 샘플링의 핵심이었다. 원하는 샘플 부분을 처음으로 되감은 뒤 다른 한쪽에 정지해두었던 테이프를 다시 재생하면 샘플 구간을 더 길게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기술이었지만, 이는 힙합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샘플링과 랩이 진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 p.55

나는 중학교 때 처음으로 한 무리, 그러니까 크루crew에 속하게 되었다. 사실 아무리 어린 나이라 할지라도 또래 아이들끼리 하나의 견고한 무리를 이룬다는 건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당시에 우리는 그럴 필요가 있었다. 10대 초반의 혹독한 청소년기를 통과하며 여기저기에 부딪혀 찢겨 나간 자신감을 뒤로한 채 어떻게든 남들 눈에 쿨해 보이려고 온갖 연기를 하려 애쓰던 게 바로 우리였으니까.
--- p.68

나 역시, 귀에 닿는 소리보다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에 더 관심이 많아요. 당신도 나처럼 재즈를 통해 그걸 깨달았겠죠. 그것은 우리 몸이 맛있는 음식에 반응하는 방식과도 비슷해요. 첫 한 입이 혀끝에 닿는 순간, 낮고 흡족한 감탄이 절로 흘러나오는 것처럼 말이에요.
--- p.100

적잖은 아티스트들이 한 번에 모든 걸 뒤엎는 변화를 시도하다 실패하곤 한다. 혹은 반대로, 시대가 바뀌기만을 기다리며 자기 것을 고집하다가 절망을 맛보기도 한다. 1993년, 큐팁과 알리 샤히드 무하마드는 재즈를 힙합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뮤지션이었지만, 그들의 사운드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었다.
--- p.126

결국 샘플링을 중심으로 했던 랩의 황금기는 점점 사양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샘플링이 당시의 힙합 음악에 기여했던 바는 단지 음악적 뼈대가 되어주는 것 이상이었다. 샘플링은 현재의 새로운 세대가 자신이 듣고 있는 새로운 음악을 이끌어낸 이전 사운드의 역사와 계보에 관심을 갖고 그것과 조우하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루트이기도 했다.
--- p.158

보스턴 레드삭스가 1986년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을 놓쳤던 게, 실은 빌 버크너의 다리 사이로 굴러간 공 때문이 아니었다는 걸 당신은 알고 있나요? 재미있지요. 우리가 한동안 TV로 봐왔거나 머릿속으로 재생해온 장면들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결국엔 짤막하고 파편화된 이미지로만 남게 된다는 사실 말이에요.
--- p.226

나는 요즘도 가끔, 아무도 당신을 천재라고 불러준 이가 없었다는 이유로 당신에게 찬사받을 만한 솔로 경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 앨범을 들려주곤 해요. 누군가는 그 앨범을 당신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간 야구공으로 기억하겠지만, 내가 간직하고 있는 그 앨범의 이미지는 절뚝거리는 다리로 터널을 빠져나와 우뚝 서 있는 당신의 모습이에요.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 당신은 이해할 거라는 걸 알아요. 우리 둘 다, 스포츠의 팬이잖아요.
--- p.236~237

내가 제일 아끼는 친구들과 목청을 높여 오랜 시간 싸우기도 하는 것은, 내게 그들이 필요할 때 내 전화를 언제든 받아줄 이가 그 친구들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화는 일종의 지형(地形)과도 같다. 누군가를 사랑할수록, 그 사람에게 화를 느끼는 감정 또한 더 넓게 퍼지기 마련이다. 서로를 더 많이 용서하게 될수록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길이 열린다. 그래서 어떤 이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화를 낸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때로는 납득할 만한 선택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내가 화를 내도 용서해줄 것임을 알고 있는 상대에게 계속 화가 나 있는 것은, 때문에 일종의 사랑이거나 혹은 최소한 사랑이라고 느낄 만한 친숙함의 한 형태라고도 말할 수 있다.
--- p.265~266

레너드 코언은 마리안의 뒤를 따라 어둡고 고요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죽음을 앞두고 맞이하게 되는 마지막 순간들이 어떤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깨어 있는 상태에서 느껴야만 하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코언이나 마리안처럼 오랜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면 말이다. 그들은 둘 다 지병을 선고받은 뒤 평온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영원히 산다는 것이 딱히 매력 없는 일이라면, 나는 그저 충만한 삶을 꽉 채워 살다가 끝내 죽음 속으로 조용히 달아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오래도록 사랑했기에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정서적 건축물이 내 마음에도 동일하게 축조된 듯 느껴질 만큼 정다운 누군가의 잠든 손을 붙잡은 채로.
--- p.309~310

나는 내가 어린 랩 팬이었을 때 접했던 어른들처럼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들에게는 1980년대 힙합이야말로 진정한 랩 음악의 성배였고 19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한 모든 것들은 그저 한 장르의 종말을 알리는 뿔피리 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우리가 그 종말에 임박해 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 p.36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당신이 ATCQ를 알든 모르든, 좋아하든 말든 아무 상관 없다. 단 한 번이라도 어떤 아티스트나 그룹을, 혹은 그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해본 이라면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고 가슴이 일렁일 것이다. 그리고 책을 덮은 뒤에는 ATCQ와 그들을 아낌없이 좋아했던 한 흑인 소년을 동시에 사랑하게 될 것이다. 사랑이 또 다른 사랑을 부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랑의 선순환이, 이 책 안에 있다.
-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음악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는 책은 많고, 음악과 삶이 하나임을 확언하는 책도 많다. 하지만 그 사랑과 그 하나됨이 그저 음악과 나 사이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비평가의 귀와, 팬의 마음과, 시인의 손으로 쓴 작품은 아마도 이 책 말고는 없을 것이다.
- 최민우 (소설가)
90년대 랩 음악 씬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또는 상상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그 시대를 향한 더욱 유의미한 헌사로 다가갈 것이다. 나아가 힙합에 큰 관심이 없는 독자들에게조차 음악과 팬덤에 대한 흔치 않은 통찰과 감동의 순간을 안겨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 박준우 (음악평론가)
이 책은 한 힙합 그룹에게 바치는 평범한 러브레터가 아닌, 어느 영특한 시인이 풀어내는 랩 음악과 재즈에 관한 매우 독특한 이야기다.
- [피치포크]
이 책을 읽음에 있어 당신이 ATCQ의 팬일 필요는 없을 것이고, 나는 압두라킵의 글을 통해 ATCQ의 음악을 처음으로 접할 독자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이 책의 기본적인 미덕은 분명 깊은 지식과 이해에서 비롯한 것이겠지만, 책을 읽고서 음악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다시 활기로 생동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압두라킵의 마음 덕분일 것이다.
- [NPR]
이토록 시적이고 매혹적일 수 있을까. 압두라킵은 드넓은 시야와 섬세한 시선을 동시에 가진, 결코 흔히 만나볼 수 없는 종류의 작가다.
- [워싱턴 포스트]
이 책은 힙합을 잘 모르는 이들도 감동시킬 만하다. 한 번이라도 헤드폰을 낀 채 누군가의 음악 속으로 깊이 은둔해본 적이 있다면, 이것은 당신을 위한 책일 것이다.
- [바이브]
압두라킵은 비평의 연결성을 중요시하는 작가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독자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왜 예술가들을 사랑하며,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사랑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사랑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이 이 책의 중심에 있다.
- [더 네이션]
《재즈가 된 힙합》은 다채로운 문학 장르가 섞여 있는 책이다. ATCQ라는 랩 그룹과 그들의 음악에 대한 비평서이자, 힙합의 간략한 역사서이며, 일정 부분은 회고록이고, 또 부분적으론 비가悲歌를 담은 서간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한 음악인의 팬이 된다는 것과 음악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한다는 것이 얼마나 경이롭고 놀라운 일인지 느끼게 해준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하닙 압두라킵의 팬이라면, 이 책을 통해 또 한번 그가 다양하고 이질적인 주제들을 심리스(seamless)하게 엮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어릴 적 트럼펫 연주 실패담을 털어놓을 때도, 힙합 샘플링에 대해 설명할 때도, 그의 이야기에는 더 큰 목적이 깃들어 있음을 우리는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 [콜럼버스 얼라이브]
내셔널 북 어워드(전미도서상)의 후보로 선정된 ‘힙합 책’이라니, 무척 드문 일이다. 그만큼 이 책은 한 선구적인 랩 그룹에 대한 아름다운 사색을 담고 있다. 힙합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 [버즈피드 뉴스]
압두라킵은 ATCQ의 음악적 유산을 철저히 개인의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하나의 그룹이 한 명의 팬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구체적으로 돌아본다.
- [나일론]
압두라킵은 이 전설적인 힙합 그룹의 역사를 기계적으로 기술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모든 이야기에서 구체적인 맥락을 통해 그룹의 서사를 들려준다. 그 눈부신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황홀하다.
- [패션 오브 와이스]
이 책은 마치 한 그룹의 팬인 똑똑한 친구가 밤새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같다. 압두라킵은 단지 힙합 그룹의 팬으로서만이 아니라, 그 그룹의 음악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색가로서 눈부신 책을 써냈다.
- [파르나수스 뮤징]
ATCQ를 향한 경의를 한 권의 분량으로 충실히 담아낸 이 놀라운 책은, 저자인 하닙 압두라킵이 지금 이 시대에 얼마나 필요한 문화적 목소리인지를 고스란히 증명해 보인다.
- [보스턴 글로브]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의 역사와 그들의 음악, 레너드 코언의 죽음, 그리고 경찰에게 사살된 흑인 청년 필란도 카스틸 사건 등을 가져와 풍부한 맥락과 관점을 제시한다.
-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
이 책은 표면적으론 힙합 그룹 ATCQ를 다룬 음악서다. 그러나 궁극적으론 누군가의 내면까지 뒤바꿀 수 있는 음악의 은밀하고도 신비로운 세계에 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더 뉴요커]
따뜻하고 친근하며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탁월한 문장에 스민 공감과 이해심을 우리에게 선사할 뿐 아니라 음악 자체를 넘어 그 음악이 불러오는 감정에까지 경의를 표하는 법을 알려준다.
- [뉴욕 타임스]
아름다운 비평 에세이다.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점은, 기존의 ‘잘 다져진’ 비평의 정의를 폐기한 후 새로운 비평을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이 책은 감정 없는 분석을 지향하지 않으며, 논리적이고 정연한 태도와 거리를 둔다. 무엇보다 지금껏 흑인 음악에 대해 관습적으로 다뤄온 비평 방식을 강하게 밀쳐낼 뿐 아니라, 흑인 음악이 스스로 그러한 관습적 개념을 비틀고 변화시키도록 돕는다.
- 전미도서비평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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