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말이지, 몇 시간이니 몇 분 같은 시간으로 재는 게 아니야. 큰술이나 작은술도 어디까지나 기준치일 뿐이고. 만드는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면서 오감으로 만드는 거야. 재료 앞에 서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이 요리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 항상 염두에 둬야 해. 닥치는 대로 하는 게 아니야.” --- p.22
“네 어머니 뜻을 물려받아야지. 너는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없으니까 부모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는 거야.” 물론 경험이 부족하니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모르는 것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키코는 엄마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 p.64
가끔은 화를 내고 삐치거나 쿨쿨 곯아떨어지기라도 하면서 다양한 표정을 보여줘도 될 텐데 참 신기하게도 타로는 언제나 한결같다. 어쩌면 깊은 잠에 빠졌다가 아키코가 올라오는 기척을 느끼고 뛰어나올 준비를 하는 건 아닐까. 바로 직전까지 화가 났거나 토라져 있었는데, 아키코가 방에 돌아온 순간 그런 감정이 싹 사라지고 안겨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드는지도 모른다. --- p.72
나무가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도 가게 일에 시달리지 않고 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행복했다. 젊어서는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거나 선물을 받는 이벤트가 즐거웠는데, 이 나이쯤 되니 일상의 사소한 것에 행복을 느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으로 만족했다. 아키코는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타로를 바라보았다. --- pp.114-115
평소처럼 생활하다가도 갑작스레 높은 파도가 밀려오는 것처럼 슬픔이 닥친다. 파도에 휩싸이는 동안에는 눈물을 멈출 수 없다. 그러다가 파도가 지나가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슬퍼도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겠다고 결심하지만, 또다시 높은 파도가 찾아오면 속수무책이다. 눈물에 푹 잠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