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기후변화를 안이하게 생각하는 독자, 고통이나 분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독자 할 것 없이 모든 이에게 보내는,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요청이다. 비록 엄두가 안 나고 벅차 보일지라도, 인류는 기후변화를 헤쳐나갈 저력이 있다. 그 사실을 잊지 말고 단호한 낙관의 자세를 가져주길 요청한다.
--- p.21, 「서론: 운명을 좌우할 십 년」 중에서
우리 모두 마음에 새겨야 할 연도가 두 개 있다. 2030년 그리고 2050년이다. 우리는 늦어도 2050년까지, 이상적으로는 2040년까지, 온실 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지구가 자연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른바 ‘순배출 제로’ 또는 ‘탄소 중립’이라고 불리는 상태다. 과학적으로 수립된 이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대 초까지 현저히 감소세로 돌려야 하며, 2030년까지 50퍼센트 이상 줄여야 한다.
--- p.21~22, 「서론: 운명을 좌우할 십 년」 중에서
일부 지역은 밀, 쌀, 수수 등 기본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비관적인 전문가의 예상보다 더 급속히 경제 붕괴와 시민 소요에 휩싸였다. 과학자들은 가뭄과 기온 변동 그리고 염분에 강한 곡물 품종의 개발에 힘썼으나 한계가 있었고, 그것으로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에 부족하다. 그로 인해 식량 폭동, 쿠데타, 내전이 불거지면서 취약 계층은 더욱더 큰 고통에 시달린다. 집단 이주 행렬을 막으려고 국경을 걸어 잠그는 선진국들도 참담한 현실을 비껴가지 못한다.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환율이 널뛰며, 유럽연합은 해체됐다.
--- p.42~43, 「2장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세상」 중에서
이제 세계인은 한배에 탔다는 인식을 확실히 하고 있다. 한 나라에 재해가 일어나면 다른 나라에도 몇 년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지금 태평양 섬나라들을 해수면 상승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면, 5년 후에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모두 알고 있다. 어느 나라든 세계 곳곳의 문제에 온 힘을 기울여 관여하는 것이 곧 자국의 이익을 위하는 길이다. ... 이제는 시대정신이 크게 변했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그리고 뜻밖에도,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많이 바뀌었다.
--- p.58, 「3장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 중에서
우리가 새로 나아갈 길은 패배주의를 넘어 낙관주의로 가는 길이다. 채취extraction가 아닌 재생regeneration으로 가는 길이다. 단선형 경제에서 순환형 경제로, 사익에서 공익으로, 단기적 사고에서 장기적 사고 및 행동으로 가는 길이다. 세 가지 마음가짐을 함양한다면, 우리 삶과 세상이 나아갈 방향을 더 분명하고 확실하게 설정할 수 있다. 그런 바탕 위에서 비로소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 p.67, 「4장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중에서
낙관은 결코 임무 달성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낙관이 아니라 자축이다. 낙관은 도전에 맞서는 데 필요한 재료다. 낙관이란 커다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굳은 자신감이다. 더 나은 현실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는 결심이다.
--- p.74, 「5장 단호한 낙관」 중에서
합의문에 담긴 새로운 관점은 배출 감축이 그야말로 모든 나라의 책임임을 명확히 했다. 그것이 지구 전체의 이익이자 동시에 각국의 이익을 위한 길임을 깨닫자는 것이었다. 경쟁이 아닌 공동의 승리를 지향함으로써, 새로 창출된 풍요 속에서 서로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모든 이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마음가짐의 변화가 합의문의 문구에 반영되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그다음 해 전 세계가 파리협정 채택으로 나아갈 길이 열렸다.
--- p.91, 「6장 무한한 풍요」 중에서
그 미래는 아득한 꿈이 아니다.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저명한 작가 아룬다티 로이가 한 말 그대로다. “지금과 다른 세상은 이루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미 다가오고 있다. 비록 살아생전에 그 세상을 만나보지 못할 이들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조용한 날에 가만히 귀 기울여보면, 그 숨소리가 들린다.”
--- p.107, 「7장 철저한 재생」 중에서
우리가 요청하는 열 가지 행동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고 기술적 해법에 투자하자는 게 전부가 아니다. 사회 안전망을 한계로 몰아붙이지 않는, 더 공정한 경제체제를 이루자는 요청이기도 하다. 모든 이들에게 적극적 정치 참여를 촉구하는 요청이자, 돌아가기에는 너무 위험한 과거에 대한 향수를 버리자는 요청이다. 이 추가적인 부분들은 기후변화 문제와 거리가 멀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대응에서 뺄 수 없는 근본 요소다. 우리는 비난과 보복의 악순환을 거부하고, 우리에게 절실한 공동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 불평등이 계속 확대되어 사회 안전망이 한계에 몰리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된다면 민주국가의 유권자들이 그 이상의 경제 변화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총체적으로 한꺼번에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 p.116, 「8장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서
우리는 변화를 어려워한다. 원래 알던 것을 손에서 놓지 않고 새로운 것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새로운 것에 엄청난 이점이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영국에서 있었던, 육상 풍력 터빈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좋은 예다. 육상 풍력은 현재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지만(석탄, 석유, 천연가스, 그리고 다른 재생에너지원보다 저렴하다」 중에서, 전원의 경관을 보존하려는 토지 소유주들의 반대가 상당히 심하다.
시골 지역을 큰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보수당이 2015년에 집권하면서 육상 풍력발전 보조금을 삭감하고 관련 계획법을 수정한 결과, 신규 발전 용량의 80퍼센트가 감소했다. 최근에야 기후변화에 대한 영국 대중의 인식 개선이 급속히 이루어지면서, 육상 풍력발전에 대한 지지가 옛 풍경에 대한 애착을 앞서고 있다.
--- p.120, 「8장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서
의견을 정할 때는 그 근거가 사실인지 허구인지 반드시 추가로 노력을 기울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자. 필요하면 돈의 흐름을 짚어보자. 기후 관련 성명, 보고서, 기사를 막론하고 해당 연구의 자금 출처를 따져보자. 이름 있는 대학이나 잘 알려진 학술 단체의 공인을 받은 연구인지 확인하자. 가장 간단한 방법은 ‘동료 평가’를 거쳤는지, 다시 말해 해당 분야의 다른 전문가들에게 검토와 평가를 받았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 p.136, 「8장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서
하지만 패션산업은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즉 이산화탄소의 발생 총량이 엄청나다. 섬유산업은 석유산업에 이어 두 번째로 오염을 많이 일으키는 산업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제항공과 해상운송을 합친 양보다 많다. 패션산업은 현재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무려 10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패스트 패션’의 소비가 늘어가는 추세를 고려하면 배출량은 더 급증하리라 전망된다.
--- p.139, 「8장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서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정부가 여전히 화석연료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화석연료 업계는 부인할지 몰라도, 막대한 정부 지원금이 들어가고 있다. 각국 정부가 화석연료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데 쓰는 돈은 세계적으로 연간 6천억 달러에 이른다. 재생에너지 보조금의 세 배 정도다. 각국 정부는 말로는 재생에너지를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할지 몰라도, 화석연료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 전에는 상황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 p.146, 「8장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항공교통은 2030년까지 60퍼센트 감축이라는 목표를 이루려면 반드시 고심해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그러나 항공교통은 물론, 여기서 논의한 그 어떤 변화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생활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하면 불안하기도 하고 무언가 소중한 것을 빼앗긴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변화를 거부한다 해도, 지금 우리 경제는 너무나 빠르게 대규모로, 무분별하게 자원을 낭비하고 있어서 거의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진정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슬기롭게 변화를 이루어나간다면, 그 과정에서 삶의 목적을 발견함으로써 삶의 질도 더 높일 수 있다.
--- p.152, 「8장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그러나 인간이 잘 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하기에 GDP는 빈약하다. 그것은 자원을 채취하고 사용하고 폐기하는 과정을 수치화한 값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GDP는 환경오염이나 불평등이 미치는 효과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하고, 건강과 교육, 그리고 행복의 가치를 우선시하지도 않는다. 황폐해진 땅이나 병든 바다를 되살리는 행위에도 전혀 가치를 두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같이 일회용 컵으로 커피를 마시면 GDP는 올라간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숲은 사라져가고 탄소 배출은 늘어난다. 재사용할 수 있는 머그잔에 커피를 마시면 GDP는 내려간다. 머그잔을 매일 버리고 새로 산다면 GDP는 치솟을 것이다.
--- p.161~162, 「8장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구글 엔지니어들은 10년 이상 자사 데이터 시스템의 최적화에서는 최첨단을 달리고 있었다. 구글의 서버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자랑했으며, 이제는 더 개선할 수 있다 하더라도 미미한 정도에 불과할 것 같았다. 그러다가 엔지니어들이 딥마인드사의 알고리즘을 시스템에 적용해 보았는데, 그 결과 냉각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40퍼센트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는 AI가 인간의 생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소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 p.172~173, 「8장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서
수많은 유권자가 기후변화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투표해야 한다. 더없이 심각한 비상사태의 한가운데에 있는 지금, 높은 공직에 앉으려는 사람에게 문제의 규모에 상응하는 해결 방안을 제시할 것을 시급히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후보자가 내세우는 정책이 과학에 엄격히 근거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 p.181, 「8장 우리가 해야 할 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