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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건축 너머의 세계를 향한 치열한 질문과 성찰

김광현 | 21세기북스 | 2021년 5월 13일 한줄평 총점 0.0 (29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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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대중문화 >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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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건축은 우리의 삶 그 자체다!”

건축의 지속적 가치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강의를 책으로 만난다!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의 열일곱 번째 책이 출간됐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의 명강의를 책으로 옮긴 서가명강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지식의 확장과 배움의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는 건축학도들의 큰 스승으로 우리나라 건축계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김광현 명예교수가 쓴 책으로, 건축의 지속적 가치와 궁극적인 본질을 찾기 위한 40여 년에 걸친 그의 치열한 성찰이 담긴 책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사회’를 직시할 때 비로소 건축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하며, 건축 뒤에 숨어 건축을 조종하고 통제하는 ‘사회’의 면면을 파헤친다. 또 한나 아렌트부터 루이스 칸까지, 건축과 철학을 넘나들며 건축 본래의 목적인 ‘공동성’ 회복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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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이 책을 읽기 전에 학문의 분류
주요 키워드
들어가는 글 건축, 사회에 질문을 던지다

1부 건축은 불순한 학문이다
건축은 본래 이기적이다
요구와 욕망의 그릇
정주와 유목의 경계에서

2부 건축 뒤에 숨은 사회를 발견하다
사회는 공간적, 공간은 사회적
한나 아렌트로 읽는 건축 너머의 세계
건축에 투영된 권력과 제도

3부 건축을 소비한다는 것
공업화 사회의 건축, 균질과 격리
상품이 된 주택과 주거 계급

4부 건축이 모두의 기쁨이 되려면
공공의 미래를 만드는 건축
우리는 모두 건축가가 되어야 한다
물화物化를 다시 읽다

나가는 글 모두의 미래를 짓기 위하여
주석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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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김광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쳐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까지 42년간 서울시립대학교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건축의 공동성(共同性, commonness)에 기초한 건축의장과 건축 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했다.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대한건축학회 부회장, 한국건축학교육협의회 회장을 역임했고, 대한건축학회 사회공헌진흥원 원장, 젊은 건축가들을 가르치는 ‘공동건축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한국건축가협회상(1997, 2008), 대한건축학회상(2002), 가톨릭미술상 본상(2005), 대한민국 생태환경건축대상(2013), 한국건...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쳐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8년까지 42년간 서울시립대학교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건축의 공동성(共同性, commonness)에 기초한 건축의장과 건축 이론을 가르치고 연구했다.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대한건축학회 부회장, 한국건축학교육협의회 회장을 역임했고, 대한건축학회 사회공헌진흥원 원장, 젊은 건축가들을 가르치는 ‘공동건축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한국건축가협회상(1997, 2008), 대한건축학회상(2002), 가톨릭미술상 본상(2005), 대한민국 생태환경건축대상(2013), 한국건축문화대상 올해의 건축문화인상(2018), 김정철건축문화상(2020)을 수상했으며, 무엇보다도 건축학도들의 큰 스승으로 오랫동안 우리나라 건축계를 이끌어왔다. 2008년 《시사저널》이 조사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선정된바 있으며, 2012년에는 서울대학교 ‘훌륭한 공대 교수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는 『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 『건축 강의』(전 10권), 『건축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들』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건축은 불순한 학문이다!”
고상한 예술론에서 벗어나 건축 본래의 의미를 묻다!
건축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건축은 언제나 아름답고, 인간을 생각하며, 환경에 순응한다”고.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건축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산물이어야 하고, 건축가는 누구보다 행복한 직업이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아름답지 못한 건축물도 많고 건축가가 가장 행복한 것도 아니다. 건축계 거장이자 건축학도들의 큰 스승인 김광현 명예교수는 이런 식으로 건축을 묘사해서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건축물을 생산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건축을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만, 그저 고상한 분야로만 바라보고 찬미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그는 ‘건축’에 대해 인간과 사회에 복잡하게 관련되어 있는 잡학이며, 과거부터 건축으로 우월함을 뽐내며 주변과 구별 짓고 나아가 주변을 제압하려 했던 점을 들며 태생적으로 배제하는 것이고 이기적인 산물이라고 말한다. 더욱이 근대 건축 대부분은 순간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건축을 지향해 언제나 새것으로 보이는 순간의 가치를 우선하게 된 점을 들며, 시대에 따른 건축의 변화와 현재 건축을 둘러싼 관계를 통해 건축이 품어야 할 시간은 순간이 아님을,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건축물은 아름다운 그릇이 아님을 우리에게 강하게 전달한다.
그가 말하는 건축의 뛰어난 목적은 “그것이 아름답건 아름답지 못하건 함께 사는 사람들이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지속하게 해준다는 데 있다”. 건축과 사회에 대한 저자의 40여 년에 걸친 치열한 고민이 담긴 이 책은 건축의 속성을 제대로 직시하고, 건축 본래의 목적, 그 궁극적 본질을 발견하도록 우리를 안내하며, 나아가 건축의 지속적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고민해온 저자의 깨달음을 감동적으로 전한다.

‘모두의 건축’을 향한 건축 강의의 정수!
건축 뒤에 숨은 사회를 탐구하고, 건축 본래의 의미를 성찰한다!
건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리는 근본적으로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저자는 건축에 대한 이해는 유명한 건축가들을 안다고, 건축 양식을 공부한다고, 인문학적 건축이라며 건축을 멋있게 포장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건축은 국가, 자본, 대중, 욕망으로 생산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것이며, 이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건축 뒤에는 우리가 모여 사는 ‘사회’가 그대로 숨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축에 대한 이해는 ‘사회’에 대한 이해부터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가 건축을 만드는 것일까, 건축이 사회를 만드는 것일까? 이렇게 물으면 거의 모두 “사회가 건축을 만든다”고 답할 것이다. “사회가 건축을 만든다” 이 말에는 사회라는 공동체는 언제나 아름답다는 전체가 깔려 있다. 그러나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이기에게 그 요구대로 건축물을 지어야 하며, 그 사회에 대응해 건축은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하는가? 이러한 물음 없이 사회가 건축을 만든다는 말을 공리처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과연 사회는 선하기만 한 존재일까? 저자는 이에 대해 단호히 말한다. 사회는 결코 선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고. 사회는 건축을 평탄하게 만들고, 균질화시키며 장소를 파괴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바꿔 말해야 한다. ‘사회는 건축 뒤에 숨어 있다.’
이 책은 건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첫 시작으로 건축 뒤에 숨어 건축을 조종하는 사회의 민낯을 파헤치고, 그러한 사회가 건축에 어떻게 반영되며, 우리의 삶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치밀하게 짚어 나간다. 사회의 요구에 따라 지어진 건축물은 획일화, 균일화를 낳고, 장소를 파괴하기까지 하며, 사회는 건축에 기대 질서를 형성한다. 그렇기에 건축은 나쁜 힘도, 좋은 힘도 오래 지속된다. 따라서 건축이 사회를 위해 새로운 제안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건축에 무리한 질서를 요구하게 된다. 모든 이가 의지를 가진 생활인으로서 ‘건축’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저자는 ‘건축 뒤에 숨은 사회’를 벗어날 때 비로소 건축 본래의 가치를 되살릴 수 있다고 말하며, 건축이 ‘모두의 기쁨’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건축가라는 마음으로 건축을 알고 실천해야 함을 강조한다. ‘건축의 본질’을 찾기 위한 40여 년에 걸친 저자의 치열한 질문과 성찰이 담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건축의 지속적 가치와 궁극적인 본질을 발견함으로써 모두의 건축을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건축이란 결국 기쁨이다!”
한나 아렌트에서 루이스 칸까지, 건축의 근원적 희망을 찾기 위한 질문들!
이 책은 크게 네 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건축을 마냥 좋고, 아름다운 것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반론을 제기하며, 건축이 지닌 본래의 성질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건축에는 생각 이상으로 사회에 대한 지식과 시선이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고, 모든 학문과 관계하고 있는 건축이야말로 불순한 학문이라고 거침없이 말하며, 건축을 고상하게만 바라보고 해석하는 태도를 지양할 것을 강조한다. 2부에서는 한나 아렌트의 철학을 바탕으로 ‘사회’의 속성을 파헤치며, 사회 질서가 공간에 어떻게 반영되어 왔는지, 사회의 권력과 제도는 건축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추적해간다. 3부에서는 건축물이 공산품처럼 대량 생산되어 세계를 균질하게 만들기 시작한 공업화 사회의 건축, 그리고 소비재로서 계급을 만들어내기 시작한 건축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마지막 4부에서는 루이스 칸의 건축 사상과 함께 건축이 존재하는 이유는 ‘모든 이의 기쁨’이라는 깨달음을 전하며, 건축 뒤에 숨은 사회를 벗고 우리 사회의 근원적 희망을 드러내는 건축을 모두 함께 찾아 나설 것을 제시한다.

종이책 회원 리뷰 (29건)

구매 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j******9 | 2023.01.30

21세기북스 출판사의 김광현 저자님의 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를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신 김광현 저자님의 글입니다. 평소 건축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는 독자이지만 ^^; 그래도 왠지 흥미가 가는 제목에 읽게 되었습니다. 해당 도서를 읽으며 단순 건축에 대한 지식적 설명이 아닌 철학적인 생각과 함께 건축에 대한 접근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가 한번쯤 읽기 좋은 도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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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김광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미**빈 | 2022.11.13

강의를 옮겨놓은 책이었기 때문인지 배움이 많았기에 옮겨둔다.


- 집은 외적으로부터 생활을 지키는 그릇이다.


- 근대 건축은 흰색을 가장 우월한 색채로 보았다. 언제 봐도 새 건물처럼 보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르코르뷔지에의 사보아 주택은 사람이 살지 않는데도 언제나 새하얗다.


- 우리나라 건축법은 대지 하나에 건물 하나를 규제하는 법이다.


- 건축은 건축주의 욕망을 실현해주는 수단이다.


- 사람은 건축을 만들고 건축은 사람을 만든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에서 처칠은 building이라고 했지 architecture라고 하지 않았다. 그가 말한 우리는 국회의사당에서 토론하는 의원이지 사람을 뜻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말이 멋있어서 사람들이 인용하는 것은 건축이 사람의 삶을 만든다고 주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 근대 이전에는 절대 군주가 지었을지라도 새 건축물은 '모두의 마음에 들었다.' 그 시대의 인간들은 그 시대의 건축과 하나였다. 그러나 근대 이후 오늘날 대부분의 집은 단지 두사람의 마음에만 든다. 건축주와 건축가.


- 자크 라캉은 '사람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을 남겼다.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이 가진 것을 갖고 싶어 한다. 욕망이 대상을 찾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욕망하는 것이 나의 욕망이 된다.


- 마사이족은 오래 정든 땅을 떠나 이주하더라도 새 땅에 고향의 언덕과 강의 이름을 가져다 붙였다. 켈트족은 조상이 있는 고향의 이름을 따 가족의 이름을 지었다.


- 프라이버시란 권리가 아니라 격리다. 오늘날 우리의 아파트도 가정의 프라이버시를 중심으로 격리된다. 심지어 집안에서도 다시 프라이버시를 얻으려 저마다 밀실을 갖는다. 도어록이 붙은 아파트 철문은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마지막 방어선이 되어버렸다.


- 테마파크나 쇼핑몰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도 헤테로토피아가 있다. 이를테면 '만화 카페'는 균질한 풍경 속에 있는 '다른 공간'이다.


- 1977년 도입된 선분양 제도로 건설 회사가 제품 경쟁력보다 원가 절감, 이윤 극대화를 추구했기 때문에, 30년 정도 지나면 안전을 위협할 만큼 내구성이 약해진다. 30~40년이 지나면 가치도 점차 0에 가까워진다. 한 세대가 지나면 주택도 없어진다는 말이다.


- 공간으로 기쁨을 주는 건축이야말로 소비되지 않는 건축의 첫번째 조건이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세계의 토착 건축은 용이나 강을 중시하되 미를 우선으로 여기지는 않았다. 그 중심에는 늘 '기쁨'이 있었다. '기쁨'은 공동체의 지표이며, 건축가와 사람들, 공동체 또는 사회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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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공적 기능을 숙고한 인문학적 건축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벤*****북 | 2021.09.09

건축학 박사 김광현 교수의 책이다. 저자는 건축을 “공동체에 질서를 주기 위해 짓는 공간”으로 정의한다. 저자에 의하면 건축은 태생적으로 배제하는 것(이기적인 것)이다. 건축은 우월함을 자랑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다. 사회적 산물이라던 건축은 자본주의 사회의 산물이 되고, 건축주는 권력자가 되어 자칫 그릇된 생각과 욕망의 산물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욕망은 실재적 대상의 결여, 결여한 뭔가를 메우려는 충동이 아니라 흐름이라는 실재를 생산하는 것이라 말한다.(50 페이지) 건축은 정주(定住) 사회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한곳에 정주하지 않고 소나 양이 물과 목초를 찾아 이동하며 살 듯 여러 장소를 옮겨가며 살게 되었다. 한정된 커뮤니티에 귀속되던 정체성, 지역성에 근거한 공동체의 감각은 크게 사라져버렸다.

 

저자는 앞서가는 누군가가 새로운 것을 원하고 바라는 것이 많은 사람의 필요를 낳는다고 말한다. 건축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강한 욕망을 형상화한다, 닫힌 구조로 내향적이 되는 것은 건축의 숙명이다.(65, 66 페이지) 도시는 교통하는 정주이자 불완전한 정주다.

 

저자는 한나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에서 한 말을 들려준다. “사람들이 살 집이 되는 인간의 공작물이 없다면 인간사는 유목민의 방랑과 똑같이 부초와 같은 공허하고 무익한 것이 될 것이다.” 유목민에게 집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머물 집이 없는 이동은 방랑이 된다는 의미다. 정주 사회는 땅을 기반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곳이다. 이웃 관계도 땅에 귀속된다.(73 페이지)

 

도시는 땅 위에 정주하는 동시에 특정 지역에 귀속하지 않고 사람들과 재화가 횡단, 교차하는 곳이다. 도시는 탈공동체적인 정주 사회다, 물질, 정보도 특정 장(場)에 집약될 때 다수의 신체, 재화, 정보가 안정되고 효율적으로 꾸준히 이동할 수 있다. 신체, 재화, 정보 교환은 일시적이지만 지속적으로 교환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은 건축물이다.

 

막스 베버는 농촌사회에서는 땅이 중요하지만 도시에서는 집이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이동하고 교환하는 도시이기 때문에 그 중계점에 건축물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74 페이지) 근대 건축이 근대 도시를 만든 것도 아니며 근대 도시 때문에 근대 사회가 성립된 것도 아니다. 사회가 변화하고 이에 따라 도시가 변화했다. 근대 사회가 시작되고 한 세기가 지난 20세기 초 도시의 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과정에서 근대 건축이 나타났다.(102 페이지)

 

건축하는 사람은 공간을 어떻게 만들까에 관심을 기울인다, 앙리 르페브르는 공간의 재현, 재현의 공간, 공간의 실천이라는 삼중 개념을 제시했다. 세 가지라 하지 않고 삼중이라고 한 것은 그 셋이 서로 변증법적으로 맞물리기 때문이다.(110 페이지) 공간의 재현은 도시 계획가, 기술 관료 등 계획자가 주체가 되어 도면이나 모형으로 공간을 편성해 파악하고 계획한 공간을 말한다.

 

재현의 공간은 주민이나 사용자가 실제로 살고 사용하면서 시간이 흘러 숙성되는 공간이다. 상황 구축이나 축제 또는 혁명처럼 규범화된 공간 재현과 충돌하는 공간의 실천이 이뤄진다. 공간의 실천이란 어떤 공간이 나타나 유지되는 과정을 말한다. 우리는 사람 수명보다 오래 견디는 무수한 건축물에 둘러싸여 산다. 건축 안에서 태어나고 죽는다.(135 페이지)

 

노예는 노동만 한다. 그러나 공작인은 작업을 한다.(140 페이지) 산업 혁명 이후 기계가 사회를 평등하게 만들었다. 평등은 균일을 만들고 균일은 모방을, 모방은 대중을 만들었다. 대중 사회는 결국 소비 사회와 같은 말이다.(150 페이지) 현대 사회는 정보 조작으로 수요를 무한히 창출하는 소비화, 정보화 사회다.(152, 153 페이지) 권력은 건축으로 애국 이미지를 구축할 뿐만 아니라 공간 구조물로 사회적 관계를 분류하기도 한다.

 

지금도 구조물은 차별적인 사회를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미국의 로버트 모제스(Robert Moses)는 서던 스테이트 파크웨이의 다리들을 2.6미터 높이로 낮춰 지으라고 명령했다. 그가 설계한 존스 비치 공원에 소수 인종이나 저소득층이 들어갈 수 없도록, 가난한 이들이 탄 버스가 다니지 못하게 한 것이다.(155 페이지)

 

권력은 저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다. 고대에는 한 사람이 지배했으나 오늘날에는 크고 작은 사회가 많은 사람을 지배한다. 플라톤은 알고 있으나 활동하지 않는 사람과 활동은 하지만 모르는 사람을 처음으로 구별했다. 플라톤식의 지식과 행위 분리는 모든 지배 이론의 뿌리가 되었다.(158 페이지) 기술이 계속 진보하고 이에 따라 기능도 계속 달라지는, 이런 조건을 만족시키도록 고안한 것이 균질 공간이다.(179 페이지)

 

균질 공간에서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묻지 않는다. 균질 공간은 화폐 같은 공간이며 모든 기능과 용도에 대응하려는 자본주의의 공간 원리였다. 르페브르는 기능과 형태가 다른 공간을 이역(異域) 즉 헤테로토피아라 불렀다.(185 페이지) 정신병원, 감옥 등의 격리 시설, 홍등가, 묘지, 박물관, 도서관, 영화관, 전원 입사체 기숙사, 양로원, 병사(兵舍), 피난소, 유대인 거주 지구나 흑인 거주 지구 등이 근대의 헤테로토피아다.

 

양로원의 경우 노동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지내는 공간이기에 헤테로토피아다. 근대 사회는 노동력이 발휘되어야 기능하는 사회다. 저자는 아파트가 획일적인 이유를 분양받을 대상을 정하지 않은 채 생산하기 때문이라 말한다.(234 페이지)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는 건축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용(用), 강(强), 미(美)라고 표현했다. 유용해야 하고, 내구력이 있어야 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의미다.(285 페이지)

 

인류는 수렵 시대에 지모신을 섬겼으나 청동기 시대에는 태양신을 섬겼다. 지모신에게는 공물을 바쳤으나 태양에게는 의미가 없어 하늘을 향해 기둥을 세웠다. 높고 질 좋은 나무를 고르고, 아주 멀리서 큰 돌을 가져왔다. 기둥을 여러 개 세움으로써 가을에는 낮이 짧아져 어둠으로 들어가고 봄이 되면 만물을 소생하게 하는 태양의 움직임을 더 잘 알게 되었다. 기둥을 세우기는 힘들었지만 함께 세운 기둥에는 공동체의 염원과 기쁨이 차고 넘쳤다.(288 페이지)

 

땅을 딛고 빛을 받아 빛나는 수직 기둥은 땅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모두의 바람을 담아 땅에 누운 돌을 일으켜 세우니 돌은 그야말로 존재감을 뽐내는 큰 기쁨이요 아름다움이었다. 더욱이 그것이 놓인 땅과 하늘과 자연이 이미 아름다웠다. 이 아름다움은 눈에만 아름다운 것을 넘어 공동체 사회 모두의 기쁨이었다. 그들은 뭔가를 구축함으로써 모두의 큰 기쁨과 진정한 아름다움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저자는 건축은 나무처럼 자란다고 말한다. 건축은 우리 몸처럼 키우는 것이라는 의미라고 한다.(295 페이지) 한 번 지으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한 번 쳐다보고 마는 물체가 아니다.(296 페이지)

 

건축주는 건축가든 사용자든 건축물이 잘 자라 미래로 잘 전해지도록 공감과 공유의 기억이 풍성한 공간을 만들 책임이 있다. 저자는 건축이 존재하는 원천은 모든 이의 기쁨에 있다고 말한다. 아렌트의 말대로 모든 이의 기쁨은 자기 의지로 공적인 장소, 모두가 경험하는 집에 나타나는 것이지 아름답고 화려한 공간에 매료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331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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