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보이는 것들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은 그 이유들에 관한 책이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은 좋아 보이는 것들이 좋아 보이는 이유와 원리를 세세하게 파고들어 쉽게 풀어놓은, 일종의 해설이자 가이드북이다.
좋아 보이는 것들의 서로 다른 비밀을 각 챕터에서 짧고 간략히 소개함에도, 각 비밀의 원리가 전혀 혼란스럽거나 어렵게 다가오지 않는다. 특히 흔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와 공간의 모습을 예시로 적극 활용한 덕에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비밀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다만 책 속 구석구석에서 발견되는 오타들이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다.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The New’란 문구를 제목에 덧붙여 판매되는 개정판에서 발견되는 오타였던 만큼 그 아쉬움은 보다 큰 아쉬움이자 단점으로 각인되는 듯한 인상이다.
비주얼 머천다이징으로 국내 최초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저자의 현장 경험이 물씬 드러나는 책이다. 사람들은 좋은 것에 끌리는 것이 아니라 좋아 보이는 것에 끌린다면서 인간의 오감에 작용해 행동을 유발하는 마케팅 전략을 이 책에 담아내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뭔가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시각적 요소가 결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마케팅 전략도 시각적 요소를 어떤 식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다. 시각적 요소 중에는 색상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대표적으로 배스킨라빈스 31이 주제 색상으로 반복해서 사용하고 있는 핑크색을 언급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기업의 존재를 각인 시키기 위해 분명한 색상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특정 색상을 반복해서 일관성 있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기본 바탕이 되는 기본 색상, 주제 색상을 돋보이게 보조하는 보조 색상,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주제 색상, 이 세 가지 색상을 70: 25: 5의 비율로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기본 색상은 다른 색들과 잘 어울리는 무채색으로, 보조 색상은 그 업종을 떠올렸을 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색으로 골라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주제 색상의 경우 색상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업종 매치가 중요한데, 파란색은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상징하며 신뢰의 색이라 할 수 있고, 빨간색은 먹거리에 적합하며, 노란색은 주목성이 높고 심리적으로 에너지를 주는 색이라 말한다. 또한 초록색은 안정감을 주고 식욕을 떨어뜨리며, 보라색은 우아함과 고귀함을 대표하고, 갈색은 연륜과 안정감, 풍요로움을 상징하고 있다고 언급한다. 특히 변화와 생동감이 느껴지게 색을 배치하면 인간은 더 활동적인 상태로 변하며 구매 욕구가 자극된다면서, 공간 입구에 빨간색, 노란색, 주황색 등이 섞여 있으면 좋다고 말한다. 밝은 색을 본 소비자들은 기꺼이 쇼핑을 할 준비 태세를 갖추고 매장 안으로 들어가기가 쉽고 기분도 밝아져서 행동 역시 가볍고 활동적이게 된다면서 말이다. 상품을 진열할 때도 보색 대비를 활용하면 눈길을 끌기 쉬우며, 상품이 비슷한 크기라면 밝은 색을 위쪽으로, 어두운 색을 아래쪽에 진열해야 안정감이 있으며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위에서 아래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적정 색온도를 맞춰야 하는데, 우리 눈에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색온도는 3500K라 언급하고 있다.
색온도 외 조도 역시 고려해야 하는데, 강한 조명 아래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된다고 말한다. 물론 한 공간이 전체적으로 똑같은 조도를 가지고 있으면 장소는 평범해지며 상품은 평면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특별히 눈에 띄게 하고 싶은 상품이 있다면 그 진열대 주변 조도는 더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상점에 사람이 볼 수 있는 전신 거울이 있다면 조명 빛이 가슴 아래를 향하도록 45도 각도로 조절하고, 레스토랑의 경우 음식이 가장 맛있어 보이는 조명의 높이는 76cm라 설명하고 있다. 이어서 매장의 진열대와 상품 배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넓은 매장을 구석구석 둘러보게 만드는 비장의 무기로 섬 진열을 설명하고 있다. 매장 내 걸어 다니는 통로에 별도 매대를 마련하는 것을 섬 진열이라 언급하고 있는데, 이러한 섬과 섬 사이의 거리는 보통 여섯 걸음 정도여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고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 첫 번째 섬에 있을 때 맨 끝 섬까지 다 보여야 하고, 각각의 섬에는 그것만의 특징과 개성이 있어야 하며, 약간 어수선하고 여기저기 뒤섞여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섬 진열대에는 가격 부담이 적은 물품을 놓아야 계획에 없던 상품을 충동적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서 말이다.
매장 입구 위치에 대한 설명도 눈길을 끌었다. 우선 고객이 점원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물건을 고르는 매장이라면 입구는 오른쪽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객들 중 더 많은 수를 차지할 오른손잡이들은 벽면과 진열대를 오른쪽에 두고 걸어야 쇼핑하기 편하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물론 점원이 밀접하게 고객 옆에 붙어서 상품을 판매해야 하는 매장의 경우 입구를 왼쪽에 두는 게 유리하다고 말한다. 이 때 고객은 자신의 오른쪽에 있는 점원의 안내와 도움을 받아 자신의 왼쪽에 있는 상품을 확인하게 된다면서 말이다. 한편 진열대 배치의 경우 고객을 향해 직선으로 놓고 그 위에 직선 열을 맞추어 상품을 진열하면 대표성과 권위가 강조되며, 뭔가 시선을 끌고 싶다면 활동적이고 역동적이며 세련된 느낌을 주는 사선 배치도 고려해보라고 조언한다. 또한 고객이 상품을 편하게 집을 수 있게 개별 상품들 사이에 추가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러 개의 층으로 구분되어 있는 진열대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의 눈높이부터 무릎 높이까지의 물건만 살펴보고 그보다 낮거나 높은 위치에 있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눈길을 주지 않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밖에도 인간의 시선은 보통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기에 왼쪽에는 눈길을 뺏을 수 있는 광고 이미지나 선명하고 화려한 색상의 상품을 두고, 오른쪽에는 기본 상품이나 평범한 색상의 상품을 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가격 측면에서도 왼쪽에는 할인율이 높은 상품을, 오른쪽에는 마진율이 높은 상품을 배치해야 하며, 이럴 경우 화려한 색상이나 저렴한 가격에 시선을 빼앗겨 물건 가까이 걸어온 고객은 이후 시선을 천천히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다른 상품과 비교를 하게 된다고 말한다. 물론 왼쪽에 있는 상품이 시선을 먼저 끌 수는 있어도 결국 시선이 더 오래 머무는 곳은 오른쪽이기에 시선을 단번에 끄는 게 유리한지, 오래 머물게 하는 게 유리한지, 각 상품의 특성에 따라 전략적으로 좌우를 선택해 진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언제 어디서나 내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MZ세대 같은 현대 소비자의 특징을 이해하면 매장 공간을 설계하고 가구를 배치할 때 고객을 더 돋보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언급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마음에 와 닿는가를 결정하는 요소라면서, 무엇인가를 잊지 않으려면 머리로 외우는 것보다 그 경험을 감각 속에 저장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