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멘 라포렛(Carmen Laforet) 저/김수진 역 '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개정판 ] 을 구매하여 읽어보았습니다. 15년만에 복간되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광고문구같은게 아무리 화려해도 막상 읽어보면 뭐지 싶은 경우가 자주있는데 이번에 읽은 아무것도 없다는 아주 흥미로운 소설이었습니다..
#shine_library
#2021백서른여섯번째책
#아무것도없다 #카르멘라포렛/김수진 #문예출판사
2021.09.11-12.
#2일간읽은책
#윤의책장
이제 갓 스물이 된 안드레아. 문학을 공부하러 외가가 있는 큰 도시 바르셀로나로 온다. 하지만 그 집에 있는 할머니는 반쯤 정신을 놓았고, 이모는종교에 미쳐?있고, 삼촌들은 외숙모와 삼각관계, 게다가 폭력도 자행된다. 이런 상황에 놓인 안드레아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예쁘고 누가 봐도 인기 많은 에나에게 끌리고, 그녀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준다. 그리고 에나는 받아주지 않는다. 전후라는 시대적 상황의 특수성을 차치하고서라도, 몇 가지 얘기 해보고 싶은 지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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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나에게 끌려서 그녀의 눈에 들고 싶어하는 안드레아. 안드레아는 일단 자신 스스로 너무 억압되어 있다. 게다가, (아마도 혹은 몹시도) 좀 꾸밀 수가 없는 상황일 것이라는 추측이 드는 것이, 조금만 예쁘게 꾸미고 다니면 분명 외가 식구들이 잔소리를 할 것이고, '창녀'라는 단어까지 서슴없이꺼낼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실 본인의 선택이고, 한창 꾸미고 싶을 때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나 단속을 하는 것을 보고, 한국의 학부모보다도 심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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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특수성. 전후. 전쟁의 참혹한 그 끝. 그 곳에서 살고 싶어서 몸부림 치는 개인은 그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다. 생활일 수도 있고, 살아남음일수도 있는 그 몸부림은, 아무 소용이 없다. 더 이상 그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은 안드레아. 그녀의 상황과 너무도 딱 맞아떨어지는 제목에, 책을 덮으면서 한 번 더 감탄했다. 놀랍다.
...
작품해설을 보니, 쉽게 읽게 쓰여졌다는데, 왜 나는 무작정 쉽지 만은 않을까... 아마 안드레아의 말도 안되는 상황과, 외가 식구들의 상황에 충격을받아서 그런 것일까...
나중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북스타그램 #도서지원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멀어져가는 바르셀로나에 작별을 고했어요.
분노와 반항심, 수치심, 약간의 희열과 열정, 그리고 엄청난 충격 뒤에 밀려오는 허망함과 일말의 희망까지 온갖 감정들이 뒤범벅되어 혼란스러웠는데, 그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솔직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멍해졌어요.
책 표지에 적힌 "아무것도 없다"라는 제목이 선명하게 보였어요. 아무것도 없다... NADA
그리고 책소개를 통해 이 작품이 스페인 내전 이후의 삶을 여성 주인공의 목소리로 그렸으며, 스페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나달문학상 제1회 수상작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카르멘 라포렛은 어린 나이에 겪은 내전의 후유증을 스물셋 나이에 <아무것도 없다>라는 첫 작품으로 탄생시켰다고 해요. 작품의 원제 'NADA'가 '무無', 즉 '아무것도 없다'라는 의미이며, 2006년 원제 그대로 <나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작품을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으로 다시 내놓았다고 하네요.
100년이라는 세월은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만, 그때 탄생한 작가가 쓴 소설에서는 그 어떤 물리적, 시간적 거리감을 느끼진 못했어요.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스페인 내전의 흔적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아요. 오로지 주인공 안드레아의 시점에서 주변 상황들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려내고 있어요.
우선 안드레아는 대학에서 문학 공부를 하기 위해 혼자 바르셀로나에 있는 외갓집을 찾아 왔어요. 세 시간 연착으로 한밤중에 기차역에 도착한 상태 택시를 잡기도 힘들어서, 스페인 내전 후에 다시 등장한 낡은 마차에 올라탔어요. 도착한 건물은 아파트지만 모든 것이 상상과는 딴판이라 놀라는 안드레아.
어둠 속에 드러난 집 내부는 온통 거미줄이 쳐져 있고, 곧 이사갈 것처럼 가구들이 겹겹이 포개져 있어요. 안드레아를 맞아준 외할머니는 선량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처량해보여요. 큰 외삼촌 후안과 외숙모 글로리아, 작은 외삼촌 로만, 앙구스티아스 이모, 그리고 가정부 안토니아와 개 한 마리까지 왠지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어요.
숨이 턱턱 막히는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안드레아는 마침 대학에서 만난 친구 에나와 완벽한 그녀의 가족을 통해 위안을 얻게 되지만 어쩔 수 없는 비교가 안드레아를 괴롭혀요. 안드레아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외할머니뿐만이 아니라 집안 여자들이 외삼촌들로부터 학대와 무시를 당하는 걸 이해할 수 없어요. 더군다나 이모는 안드레아에게 부모 잃은 고아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자꾸 속박하려고 들어요. 만약 좀 더 어린 소녀였다면 꼼짝없이 당했겠지만 안드레아는 차라리 무시하는 쪽을 택했어요.
그러나 앙구스티아스 이모가 오열하며 고백한 이야기는 진심이었기에 얄미운 그녀가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 네 할머니는 늘 딸보다 아들을 훨씬 귀히 여기셨지만,
그 아들이라는 사람들 덕에 - 여기서 이모의 얼굴에 조소의 빛이 지났다 - 오늘날 이렇게 궁상을 떨며 살잖니 ......
솔직히 이 집안을 지켜온 건 순전히 딸들이었어." (173p)
실제로 외삼촌들은 집안 여자들에게 몹시 강압적이고 포악하게 굴었고, 그 관계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바르셀로나 그 집에 머물고 있는 한 안드레아는 끊임없이 투쟁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그 일이 터지고 난 후에야 얽히고 설킨 관계는 끝이 났고, 안드레아의 삶은 새롭게 시작될 수 있었어요. 황무지에 피어난 풀 한 포기만큼의 희망으로.
"생전 처음, 나는 모든 존재는 점차 잿빛으로 시들어가고 점차 소멸되어갈 때까지 삶을 지속하게 마련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죽음이 찾아와 육신이 소멸하기 전에는 결코 그 어떤 사연도 막을 내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412-413p)
카르멘 라포렛 저/김수진 역 [대여] 아무것도 없다를 읽고나서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이 책은 전에 종이책으로 구매했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 대여로 나와있는것을 보고 다시 이북으로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스페인문학의 가장 중요한 작품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훌륭한 소설인 아무것도없다는 1940년대 스페인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