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 저
류근 저
유희경 저
김선오 저
최영미 저
나태주 저
서울과 수도권에서 석유를 원료로 하여 만들어진 것들을 식물 기름으로 바꾸는 열경화성 식품 수지 벤처 기업을 하다가 망했다는 기자, 공무원, 바이오벤처기업인, 묘지관리인, 부두 노동자 출신의 시인 성윤석의 산문집은 여러번 읽어도 산문집이 아니고 산문시다. 역시 시인의 감성은 산문도 시로 승화시키는 것 같다.
'슬픔을 받아 주머니에 찔러 넣지 않으면, 거리를 걸어 나갈 수 없는 나이가 바로 스물이었다.'
* 태엽
회사 부도를 내고 수도권 아파트와 사무실 창고 지방의 토지를 다 날려 먹고 지방으로 이사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세상을 등지고 돌아누워만 있을 때 하루는 등 뒤에서 끼리릭 끼릭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 등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나는 곧 아내가 일 마치고 돌아와 내 등 뒤에서 손가락으로 태엽 감는 시늉을 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끼리릭 끼릭 아내의 입술 사이로 태엽 소리가 계속 났다.
나는 곧 다시 일어나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갔다.
문득 실의에 빠진 남편의 등 뒤에서 태엽을 감고 있는 시인의 아내가 궁금해진다.
시인은 소설 '돈키호테'에서 돈키호테가 남긴 말들을 상기하곤 했는데,
마치 시인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 같다.
"불가능한 꿈을 꾸고, 불가능한 적과 싸우는 것, 용기가 없는 곳으로 달려가고, 닿을 수 없는 별에 도달하는 것, 그것이 나의 운명이다."
"슬픔은 짐승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것이지만,
인간이 슬픔을 너무 많이 느낀다면 그는 짐승이 된다."
부두노동자 시인의 눈으로 본 세상 풍경.
'명태 65kg은 4cm, 23kg은 5cm 그것이 오늘 내가 해야 할 마지막 작업이었다. 병원이든 요양원이든 교도소든 마찬가지였다. 환자들과 죄수들은 4cm, 직원들은 5cm짜리 명태 토막을 준다는 거다. 1cm가 뭐라고 차별을 두었을까. 참 이 나라는.'
* 모르는 개 산책
모르는 동네 강아지와 산책을 한다. 나는 입마개를 하고 개는 혀를 날름거리며 주위를 빙빙 돈다. 그동안 나는 쉴 새 없이 무언가를 물며 살았나 보다. 신이 입마개를 씌우고 나를 데리고 다닌다.
사람, 사람보다 더 좋은 문장은 이 세상에 없다고 말하는 시인은,
'가을밤 나뭇가지들의 그림자들이 바람을 따라 대지의 한 귀퉁이 처마 밑 마당을 쓸고 있는 모양이 꼭 멀리 있는 어떤 이가 지금 막 편지를 썼고 다시 쓴 글들을 마구 지우고 있는 것 같았다.
글이란 것도 대부분 이런 심경으로 쓸 것이었다. '
창원에서 작은 자영업을 하고 있다는 시인과 시인의 아내가 행복하기를 소망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때 꿈이 시인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문과를 다니며 교지편집부라던가 도서부라던가 완전히 문과의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학에 가서는 컴퓨터를 배우고 개발을 배우고 개발자가 되고... 어느 순간부터 글과 멀어졌던 것 같습니다.
당신은 나로부터, 떠난 그곳에 잘 도착했을까
성윤석 시인님의 특이한 이력들이 제목만으로 여러가지 상상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일 수도 사업의 실패와도 연관이 있을 것 같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당신은 아버지와 멀어진 문학과 잊힌 꿈...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서명은 참 좋네요.
산문집이지만 시인의 책 처럼 시와 같은 느낌을 줍니다. 일과 회사 일상 때문에 멀어졌던 문학성과 가까워지는 기분이 퍽 좋았습니다. 한 장 한 장 빽빽한 글자와 눈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흑백의 사진 함축적이고 멋진 시와 같은 문장들 출퇴근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도와주고 계절의 흐름... 자연의 모습을 책을 통해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감성적이고 자연스러운 이 책을 읽으면서 삶과 자연을 느끼고 시인님의 이력은 책의 내용에 대한 상상력의 폭을 넓혀주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시인님의 이력을 함께 생각한다면 책의 내용에 더 공감하고 더 많은 상상을 하기 쉬워지는것 같습니다.
꼭 운율을 따지지 않더라도 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산문집이라고 하지만 시집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담담하면서도 감성적이고, 정겨우면서도 친근한 글을 읽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한번 읽어보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리뷰] 당신은 나로부터, 떠난 그곳에 잘 도착했을까 - 성윤석, 최갑수 / 쌤앤파커스
기자, 공무원, 바이오벤처기업인, 묘지관리인, 부두 노동자... 등 등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성윤석 시인, 그가 물 위에 쓴 시 같은 산문!
제가 이번에 소개해드릴 도서는 #성윤석 #최갑수 님께서 출판사 #쌤앤파커스 를 통해
출간하신 #당신은나로부터떠난그곳에잘도착했을까 입니다.
먼저 글을 쓰신 성윤석 작가님은 기자, 공무원, 벤처기업 대표, 묘지관리인, 부두 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근무를 하셨던 이력이 있으시더라구요.
거기다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여행기자와 여행작가로 근무하셨던 최갑수 작가님의
사진이 함께 담겨 있는 책입니다.
"흩어져 있던 문장들을 묶었다. 비 오고 눈 내리는 날과 햇빛 찬란한 아침, 달밤 등
많은 날씨 속에 겹쳐져 있었던 어떤 순간들을 기록한 것들이다. 책 속에 든 문장들의
재료들을 생각하면 어떤 땐 얼굴이 홧홧거리고 부끄럽다.
....
이번 산문집은 시집에 담지 못한 글들이다. 늘 혼자 있다가, 사람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들이 여기에 온전히 담겨 있다.
사람, 사람보다 더 좋은 문장은 이 세상에 없다."
"유리는 작은 충격에도 꺠지기 십상이다. 유리는 모래에서 얻지만, 전혀 다른 물성을 갖는다.
...
유리는 지금도 나를 통과해내고 벽인 듯, 벽 아닌 듯 서 있다.
파산했을 때 겨우 얻은 내 마음은 콘크리트 벽을 버리고 마치 유리처럼 풍경을 소화하며
서 있는 것이었다. 보낼 것은 보내고 막을 것은 막기로 결심했는데 제법 견딜 만했다.
가끔은 유리로 서 있어 보자."
저는 평소 산문집을 찾아 읽는 성향의 사람은 아니에요. 왜냐하면 산문 속 단어들에는
많은 생각을 해서 그 의미를 해석하게 만드는데, 저는 생각이 많을 때 생각정리를 하기 위해
책을 찾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 사실 책을 읽은 동안에는 그래도 차분하게 책에만
빠져 책 속에 적힌 문장 그대로 읽고 해석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도서에서는 다양한 직업군을 지니셨던 경험이 있는 작가님의 작품인만큼,
더 다양한 소재로 우리의 삶이 담겨 있었어요. 처음에는 도서의 제목과 내용이 연결이
잘 안되는 듯한 느낌이 있었고, 작품들이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우리들의 일상에서 흔하게 경험할 수 있는 보통의 날들이 그려져 있어서
함께 공감하면서 작품들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