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20억 아파트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듯한 형국이지만, 각자 로망으로 가지고 있는 삶의 터전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정말 강남 한가운데 떡하니 있는 50억이 될 30억짜리 아파트에 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살고 싶은 집"이라고 하면 다양한 형태의 집을 묘사한다. 관리가 편리한 아파트일수도 있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전원주택일수도 있고, 한국의 미를 살린 한옥일수도 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어떤 아파트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다. 양적 개발에 급급했던 과거처럼, 도시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질적 논의는 없다. 미래 환경에 맞는 '도시 삶'에 관한 고민을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안전성과 효용을 이유로, 콘크리트와 철근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이야기 한다. 나무로 지어진 집은 로망이지만 단점으로 화재의 위험성을 언급한다. 불이 나면 내부가 손 쓸 수 없을만큼 손상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목재로 된 집에 대해서는, 구조가 내려앉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저자는 그런 목재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풀어보고자 이 책을 쓴다고 밝힌다.
예를 들어 화재의 경우, 철근은 높은 온도에서 녹아 휘어버리기 때문에 그 역시 붕괴의 위험이 있다. 반면 목재는 겉이 어느정도 타들어가 숯이 되면 내부는 오히려 보호되어 골격이 유지되는 시간이 더 길다고 한다. 화재의 위험에서 벗어나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 더 긴 것은 의외로 목재 건물인 것이다.
잘 건조된 목재는 변형이 적고 짜임에 따라 높은 건물도 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목재 고층 빌딩을 자유로운 디자인으로 건설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주거공간이 아파트 위주이기 때문에 목재라고 하면 인테리어 적인 면에서 활용하여 외부로 들어나게 하는 설계가 대부분이다. 목재를 활용한 다양한 외국의 사례를 사진과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 외관상으로는 잘 꾸며진 콘크리트 건물처럼 보이는 건축물도 있었다.
목재를 철근처럼 구조재로 사용하고 단열재와 불활성 마감재를 사용하면 철근 콘크리트 건물 못지 않게 튼튼하면서도, 철거 시에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등 다방면으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소재로서의 목재의 특징 외에도 인간에게 건축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건축가가 고심해야 할 광범위한 분야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에서 목재는, 좋은 건축을 위해 여러사항을 고려하다보면 귀결되는 좋은 소재의 하나이며, 그런 소재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함에 안타까워 한다. 콘크리트와 철근만이 건물의 재료로 못 박혀, 구조와 설계를 그것을 기준으로 발전시켜 온 탓에, 목재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가능성이 상실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역사상, 잦은 전쟁과 침략으로 목조건물이 유실되고 전문가들이 납치 되어 기술이 전수되지 못 한 탓도 적지는 않다.
나무의 친환경성 또한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캐나다 목재 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살펴보면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목조 건축의 온실가스 및 대기 오염에 대한 지수는 콘크리트 건축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으며, 건설 폐기물도 확실히 적다. 특히 목구조 선진국에서는 조립 과정부터 폐기할 때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해체를 고려한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목조 건축의 건설 폐기물은 시간이 갈수록 더 큰 차이로 줄어들 것이다.
나무로 건축을 하게 되면 부분적으로 간편하게 수리가 가능하며 40년 정도의 수명을 가진 콘크리트 아파트보다 수명이 더 길다고 한다. 천년 넘은 목재 유적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소재도 한정된 자원이 아니라 끊임없이 길러낼 수 있고, 철거한 건물에서 나온 구조목도 대부분 재활용 가능하다고 하니, 환경이나 건축 비용 면에서 목재란 참으로 우수한 소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외에도 목조 건축에 대해 전문적인 기초 지식을 제공한다. 비전공자가 읽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깊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건축에 관심이 있고 목재 건축물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건물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다. 소재로서의 목재의 특성만이 아니라 목조 건축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지식을 담고 있으며, 아울러 사람이 지향해야 할 건축의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집이 거주자의 생활 모습보다는 얼마나 가치가 상승할 것이냐가 중점이 되어 투자의 대상으로서만 존재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25평 같은 32평짜리 아파트도 청약만 되면 몇 천만원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이유로 통장이 몰려든다. 정말 그 집에서의 자신의 삶의 모습을 그려보고 매입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 같다. 오로지 입지와 브랜드만이 전부가 된 듯한 세상에 본디 건축이란 무엇인지, 건물의 설계에서부터 폐기까지 고려해야 할 모든 것에 대해 담담히 알려준다.
어떤 소재를 사용하여 어떤 곳에서 어떤 형태의 공간에서 생활 할 것인가, 그리고 그 건물이 남기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려가 의도적으로 필요한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
평소 인테리어나 건축물의 사진을 보는걸 좋아한다. 잘 정돈되고 꾸며진 집에 살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전공분야들이 그렇듯, 전공자가 아닌 내가 접하기에 건축이라는 분야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최근 미디어에 자주 출연하시는 유현준 교수의 인터뷰들은 자주 보게되었는데 건축과 도시를 공학적 접근이 아닌 문화적 시각으로 이야기 해주는 그의 이야기들이 흥미로워 책까지 구입해보게 되었다. 그 책의 주된 내용중 하나는 동,서양 건축 양식의 차이점과 특징들에 대한 설명인데, 동양에서 목조건축이 발달한 이유와 설명들을 읽다보니 나무로 된 집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2
하지만 목조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쓴 책을 마주치기 쉽지 않았는데, 「木의 건축」이라는 책을 발견하였다. 저자가 서문에서도 밝히길, 일반 대중을 위한 교양서적과 전공자들을 위한 전문서적의 중간정도의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책 중간 중간 이해를 돕기 위한 건축물들의 사진이 많아 책장이 잘 넘어가는 그런 책이었다.
#3
책의 내용은 콘크리트 일변도인 현대건축의 문제점, 건축재료로써 목재에 대해 대중이 갖고 있는 편견, 현대건축 문제점의 해결책으로 목조건축이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 우리가 목조건축의 저변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와 같은 것들이다.
#4
다른 부분들보다 조금 인상깊었던 점은 저자가 지적했던 건축자재로써의 목재에 대해 대중이 갖는 편견들인데, 나 역시 편견을 가진 이들 중 한명이었다. 간단히 요약해보면,
1. 목재는 화재에 약하다 : 오히려 철골보다 화재에 강하다.
2. 한국의 목재는 작고 곧지 않아 건축자재로써 적합하지 않다. : 목재 가공 기술의 발달로 나무 자체의 형태가 중요하지 않다. 여러 단위의 목재를 하나로 이어 사용할 수 있다.
3. 나무는 베면 안된다. : 나무도 인간처럼 수명이 있고, 탄소를 가장 많이 저장할 수 있는 시기가 있다. 따라서 늙은 나무는 베고 새로운 나무를 심어주어야 지속적인 산림 개발이 가능하다. 또한 나무를 베어 펄프 등으로 사용하면 효과가 없고, 건축자재로 사용했을 경우 탄소를 저장한채로 건축물이 되기 때문에 건축물과 도시 자체가 효과적으로 탄소를 저장하고 저감하는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오래 전 받은 교육으로 인해 갖고 있던 편견이다. 특히 나무를 베면 안된다는 인식은 이 책을 읽기 직전까지 너무 당연시 했던 생각이다. 아마 많은 사람이 그럴 것이라 생각이 든다. 어느 분야든 보정없는 오래된 사고는 편견의 시작점이 된다. 꾸준히 공부하고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목조건축에 대한 책에서 조금은 더 근본적인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6
이 외에도 저명한 건축가의 목조건축물, 해외의 유명한 목조건축물, 한국에서 목조건축의 저변을 어떤 식으로 확대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그리고 중간중간 제법 많이 실려 있는 건축물들의 사진을 보는 재미도 적지 않다. 콘크리트 일색인 도시에 익숙한 현대인들이 오히려 목조건축에서 힙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건축, 특히 목조건축에 흥미가 있는 분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독자라 하더라도 문화의 한 트렌드에 대한 교양 지식을 쌓는다고 생각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책인 것 같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008년 3월 에버랜드에 국내 최초로 나무로 만든 우든 롤러코스터 T 익스프레스가 오픈했다.
세계 최대의 낙하 각도라고 하여 당시 많은 홍보가 있었고 나 역시 그 해 에버랜드를 방문해서 재미있게 탔던 기억이 있다.
T-익스프레스는 레일을 제외하고 모든 부분이 나무로 만들어진 놀이기구다.
타는 동안 나무가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나무로 만든 롤러코스터가 매우 생소해서 부서지는 게 아닌가 걱정되었는데 몇 번 연속으로 타다 보니 자연과 하나 되는 기분 좋은 소리가 느껴졌다.
10년이 지났지만 나무 롤러코스터를 처음 탔던 경험은 여전히 신나고 생생하다.
재료가 주는 신선함이 있다.
"木의 건축" 책의 부재는 "콘크리트에서 목재로"이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부재에 정확히 나타나있다.
나는 건축학도도 아니고 관련 업계에서 일해본 적도 없다.
어릴 적부터 과학 상자나 레고 조립을 좋아해서 잠시 동안 건축학과 진학의 꿈을 꿨던 정도다.
처음 다소 읽기 버겁게 느껴지는 400여 페이지의 논문과 같은 목차로 구성된 책이지만 나 같은 일반인이 읽기에도 크게 무리가 없었다.
고급 종이 재질에 선명하게 인쇄된 그림이 많아서 좋다.
또한 전문용어들도 최대한 일반인의 시각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하려고 배려한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도입부는 일반적으로 건축하면 떠올리는 재료인 콘크리트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환경, 미관, 저렴하고 간단하지만 수리가 어렵고 수명이 짧다.
그다음은 나무에 대한 편견과 나무 건축에 대한 장점이 나온다.
나무는 생각보다 강하고 환경적이며 그 자체로 아름답고 노후화되면 교체하면 되니 수리가 쉽고 수명이 길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비싸고 건축주가 원하지 않는 재료다.
나무로 지은 아파트와 콘크리트로 지은 아파트 어디에 살고 싶니?라고 물으면 대부분 콘크리트로 지은 아파트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무로 만든 고층 건물 구조물은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많지 않다.
목조 건축의 연구가 많이 필요할듯하다.
중반부에는 목조 건축에 대한 디테일한 이야기가 나온다.
마지막으로 미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한다.
깔끔한 순서의 목차다.
목차만 보고도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 분명히 이해가 된다.
나무는 강하다는 근거로 숭례문과 9.11테러의 붕괴 정도를 비교하는 부분이 과연 어울리는 비교인지 아주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잘 쓰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생각해 보면 나무 건물과 콘크리트 건물의 대표성으로 따질 때 그 정도로 적합한 비유는 없을 것 같긴 하다.
나무가 완벽하다고는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도 좋았다.
무조건 나무가 답이 아니다.
나무 건축은 몇 층까지 가능할까?
현재 기술로는 40층까지 가능하지만 경제성을 고려하면 12~20층 정도가 적합하다고 한다. (p217)
또한 모든 재료를 나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콘크리트를 활용한 일종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구조를 제시한다.
탄소 배출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난리다.
콘크리트 대신 나무를 사용하면 탄소 배출이 줄어든다.
개인적으로는 탄소배출권에 대해 공감하는 입장이 아니라서 이 부분은 다음에 심도 있게 이야기해보겠다.
생소한 건축 분야의 많이 소외된 나무라는 재료의 중요성을 말하는 책을 읽으면서 예전 우든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신나는 경험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건축가조차 건물 하면 당연히 콘크리트로 짓는 것이고 마감재 정도로 나무를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관리도 까다롭다.
콘크리트에 비해 습도, 자외선, 벌레까지도 신경 써야 한다.
가격도 비싸다.
하지만 앞으로 인구 구조상 우리나라에도 빈집이 늘어나고 재택근무의 활성화와 교통의 발달로 도시 면적과 인구 밀집도에 여유가 생긴다면 어떨까?
인구가 집중된 서울에서 벗어나 좀 더 환경적인 저층 목재 가옥 구조가 선호된다면,
수십 년 뒤에는 콘크리트보다 나무라는 건축 재료가 더욱 당연하고 매력적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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