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격과 관련된 가십, 소문, 가설 등은 너무나 많다.
가장 먼저,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이론은 아마 ‘혈액형별 성격 분류’가 아니었나 싶다.
A형은 소심하다, B형 남자는 만나지 마라, AB형은 돌 I다, 등 사람의 성격을 혈액형별로 단순명료하게 진단내리는, 아닌 것 같기도, 맞는 것 같기도 한 이론들이 참 많이 떠돌아 다니고 있다.
그래서 나는 사실 성격이론을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최근 핫한 이슈로 떠올랐던 MBTI는 취업 자기소개서에 기재를 요구하는 기업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이것 역시 성격 유형 검사인데 혈액형별 성격 분류에 비해 좀 더 세밀하고 정교하며 논리적으로 성격 유형이 분류되어 있었고, 경우의 수가 많아, 인간을 4가지로 분류하는 혈액형에 비해 훨씬 더 신뢰가 가긴 했다.
나 또한 그 열풍에 올라타 MBTI 검사를 간단히 해 보았고, 나는 ISFJ형 인간으로 분류 되었으며, 나를 설명하기에 이 네 가지 알파벳이 매우 적절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A같으면서도 A같지 않은 애매모호한 나의 성격의 곤란함을 위 네 글자가 아주 잘 설명해 주어 마음이 아주 약간 홀가분해 지는 기분도 들었다.
ISFJ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만큼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한다’는 것이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와 같은 경계를 넘나드는 이 이상한 성격을 이 책에서도 외성-내향 성격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저자의 말대로 분석해 보자면 나는 외성-사회성이 좋지만, 내향-주된 관심사가 나의 내면에 있는 사람인 것이다.
명쾌했다. 나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네 글자가 또 생겼다. 외성-내향! 나는 이런 사람이었던 것이다.
외성이지만 내향적인 나는 사회생활을 하고 인간관계를 맺으며 힘들고 불편하고 낯선 일들이 많았다. (물론 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격을만한 일이지만)
작가는 그 불편함과 힘듦을 내 속에 들어와 앉아있는 것처럼 잘 알아주었고, 구체적인 상황 예시로 그 때 그 때의 감정과 해결 방법을 아주 잘 설명해 주었다.
그저 내향인의 마음다스리는 법 정도에 그칠 줄 알고 가볍게 읽기 시작했던 책인데, 어느새 연필을 들고 인덱스를 붙이며 시험 공부를 하듯 열심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이 책은 내향과 외향의 경계선 그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사람들, 철저한 내향인으로 어딘가 모르게 의기소침해 있는 사람들, 내향인이 만들어 갈 수 있는 사회, 마지막으로 내향인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알려주며 내향인 탐구가 끝이나는 전개이다.
내향인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내향인을 옆에 둔 외향인이라면 누구나 무릎을 탁 칠만한 내향인만의 포인트를 잘 집어내 기가 막히게 해결방법까지 에스코트하는 저자의 풀이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었고, 가슴에 와닿았다. 이것은 아마 작가 또한 내향인이기에, 내향인이 공부한 내향인의 모습이기 때문에 가능한 서사가 아니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타고난 성격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어차피 갖고 태어난 성격이고 바꿀 수 없다면, 전문가의 팁을 받아들여 사건을 바라보는 각도를 조금만 비틀고, 부정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관점으로 전환하여 내 성격을 내가 잘 이용하고 조절하여 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론 억울하고, 때론 불편한 내향인들에게 자신있게 이 책을 권해본다. 부디 성숙한 내향인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