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 있는 풍자와 기발한 패러디로 유명한 로버트 바
그의 유쾌한 익살과 풍자를 장편 모험담에서 만나 본다
19세기 말 저널리스트이자 인기 작가로 활동한 로버트 바. 로버트 바의 작품들은 재치 있는 풍자와 아이러니한 반전, 기발한 위트와 패러디로 가득하다. 이번에 출간된 『트레몬의 모험』은 주로 단편 소설을 쓰던 그가 긴 호흡을 갖고 집필한 장편 소설 A Chicago Princess(1904)를 번역해 국내 정서에 맞게 일부 내용을 개작한 것이다. 25장 구성의 이 모험담도 예외 없이 로버트 바 특유의 유머와 희화화가 가득하다.
작품의 원제에서도 드러나듯 이 작품에는 금이야 옥이야 자란 미국 대재벌의 외동딸이 타국 황제나 왕을 마치 일국의 공주나 되는 것처럼 만나고 다닌다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풍자되어 있다. 돈이면 다 되는 미국 재벌가 집안과 무일푼이 된 영국인 신사 사이에 오가는 대화 속에는 상대 국가를 비꼬는 농담들이 가득하고, 그들이 찾은 일본과 조선에 대한 조롱과 폄하도 여과 없이 드러난다. 또 말괄량이 아가씨를 길들인다는 여성 비하적인 관점과 여권 신장의 의미를 편향되게 해석하는 관점 등도 담겨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선입견에 사로잡힌 불편한 이야기들을 로버트 바가 특유의 유머와 익살로 희화화하면서 비꼬고 있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패러디한 것처럼 로맨스와 블랙 코미디 사이를 넘나들면서 이런 관점들을 풍자하고, 희화화한다. 트레몬에게 갑작스럽게 펼쳐진 모험담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촌철살인의 위트 속에 이런 풍자 문학의 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셜록 홈스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과 평생 우정을 나누며, 재치 있고 기발한 추리 단편 소설로 활약했던 로버트 바. 벼랑 끝 위기 속에서 역전의 기회를 잡은 트레몬의 박진감 넘치는 대모험을 함께하면서 바 특유의 위트 넘치는 풍자와 기발한 반전을 만나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