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 <사랑의 물리학>
『잘가라 여우』의 개정판인 『사랑의 물리학』은 『잘 가라 여우』에 있던 시들에다가 몇 편을 더 추가했다. 기존의 『잘 가라 여우』(서평주소 : http://blog.yes24.com/document/10453344) 를 이미 읽었음에도 이 시집을 다시 읽는 것은 그만큼 시가 좋았기 때문이다. 몇 번씩 다시 읽어도 『사랑의 물리학』의 오묘한 맛이 살아있을 것 같다. 『잘 가라 여우』에서 이미 관련서평을 (사실, 서평이라기보다는 일상적인 감상문에 가깝지만) 완료하였기 때문에 여기서는 깊은 서평은 생략한다. 『사랑의 물리학』은 도깨비에서 나왔던 그 책이며, 그래서 너무 잘 팔린 책이었다는 것, 그리고 잘 팔린 이유는 꼭 드라마에 나와서라기보다는 그만큼 시가 주는 울림이 우리에게 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 마음의 순간들을 함께 하면서, <오늘은 죽기 좋은 날>의 일부를 이 리뷰란 마무리에 올려놓으며, 작은 서평을 마친다.
"오늘은 죽기 좋은 날
모든 생명체가 나와 조화를 이루고
모든 소리가 내 안에서 합창을 하고
모든 아름다움이 내 눈 속에서 녹아들고
모든 잡념이 내게서 멀어졌으니
오늘은 죽기 좋은 날
나를 둘러싼 저 평화로운 땅
마침내 순환을 마친 저 들판
그리고 내 곁에 둘러앉은 자식들
그렇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떠나겠는가"
77.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2018. 6. 5.)
시를 자주 읽는가
여러 문학 장르 중 시를 얼마나 자주 접하는가
나는 학교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시를 써도 되나요?”
이유는 뻔하다.
길게 글을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시를 짧은 글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는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안다.
시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글이라는 것은 길게 쓰면 오히려 쉽다.
풀어서 쉽게 나의 의도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랜 여운을 남기며
나의 의도와 독자의 감정을 잘 교차하여 전달하는 시는 어렵다.
요즘 자꾸 말을 장황하게 하고
내용 정리가 잘 안되는 것 같아서
시를 들었다.
사랑의 물리학...
얼마 전 드라마 [도깨비]에 이 시가 인용되었다고 한다.
평소 거의 드라마를 보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른다.
워낙 유명해서 시만 보게 되었다.
표현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러나 이 시집의 원래 제목은 [잘가라, 여우]이다.
좋다!
한 권의 시집에 들어 있는 시들이 거의 다 좋았다.
우선 시집은 4조각으로 분류되어있다.
1. 짝퉁우씨, 2. 불가마 찜질방에서, 3. 사랑의 물리학, 4. 후레자식...
짝퉁우씨에서는 사회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가품을 만드는 우씨를 통해 사회의 거짓을 비웃고,
포장마차나, 희망버스에서 사회 문제를 시인의 눈으로 그려낸다.
매우 사회참여적 시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 우리 삶을 인상적으로 표현해준다.
2장 불가마 찜질방은 자신에 대해 말한다.
과거의 첫사랑, 그리고 생활에서의 경험들..
작가는 불교를 중심으로 여러 비유를 하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특히 눈물의 염도에서 “신께서 나를 온존케 하기 위해...염장해 놓았음 알았네.”
이 부분에서는 작가의 천재성이 보이기도 하였다.
3장 사랑의 물리학은 도깨비의 그 진자 운동이다.
너무 유명해서 굳이 설명하지 않지만,
이 시집 전체를 흐르는 첫사랑에 대한 애틋함을 대표적으로 잘 나타낸 듯 하다.
그러나 원래 시집의 제목이 되었던
잘가라, 여우...
난 이게 좀 더 와닿았다.
....시의 마지막에...
“깃 머릿결의 여우를
푸드득, 새처럼 날려 보내야 할 시간”
그렇다.
굳이 가을 감성 아니라도 혼자 있고 싶어진다.
(그런데 도깨비는 어느 계절이지? 가을이나 겨울이라면 감흥이 더욱 진했을 듯)
마지막 4장의 후레자식은 치매를 가진 엄마에 대한 시인의 마음이다.
우리의 부모님들도 늙어가시고, 또는 이미 늙어버려 이곳의 사람이 아니기도 하다.
아픈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현실에서 고민하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시로 보여주고 있다.
그냥 읽어보길 바란다.
이전에 읽은 이바라기 노리코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랑 다르다.
이바라기의 시에서는 역사성과 인간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할 공간을 주었다.
그리고 화양연화같은 희뿌연 과거에 대한 느낌들..
김인육의 시에서는 같은 과거지만 다르다.
흑백영화같은 아련함과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픈 엄마, 첫사랑, 직장과 사회에 대한 개인의 소회...
시인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나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개인 개인의 삶의 소중함과 우리를 지탱하는 추억과 기억에 대한 자문자답이 아닐까 싶다.
조금 지칠 때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몇 페이지 되지 않으며, 더욱이 가격도 싸다.
시집에 그림하나 없다.
화려하지 않다.
그런데 좋다.
벌써 2년전. 드라마 <도깨비>에 빠져 허우적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베껴쓰던 시가 있었으니 김인육의 「사랑의 물리학」이란 시 였다. 짧은 시 이면서도 드라마의 주인공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았던. 어디 드라마 주인공 뿐이던가. 드라마를 보던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시 였다.
드라마 성공후 드라마에 사용되었던 시집이 필사본으로 재출간되었고 이 시집이 수록된 원
작 시집이 궁금해졌다. 어떤 시들이 실려 있을까. 일단 드라마에서 나왔던 첫사랑에 관한 시 「사랑의 물리학」이란 시 부터 볼까.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77페이지)
이 한 편의 시 때문에 드라마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한 편의 시는 드라마의 분위기를 극과 극을 오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제작자는 심혈을 기울여 시를 고를 것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시, 드라마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려줄 시를 발췌했다.
또 한 편의 시를 볼까. 첫사랑이라는 부제가 붙은 「통속에서 배우다 2」라는 시를 보자.
첫사랑은 무조건 아프다
잘살고 있으면 ... 배가 아프고
못살고 있으면 ... 가슴이 아프고
같이 살자고 하면 ... 머리가 아프다! (57페이지, 「통속에서 배우다 _ 첫사랑」중에서)
'첫사랑이란 아플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표현한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쩌면 모든 남성들의 아포리즘이 아닐까.
이외의 시에서 삶의 통찰이 묻어나는 시들이 많았다. 어차피 시도 시인의 삶에서 나오는 것. 시집의 뒷 편에 보면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고 난 뒤의 감정들을 표현했다. 요양원을 고려장에 비유하며 안타까워했다. 자신의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 그 어머니를 제대로 모시지 못해 요양원에 모신 아들의 심정. 몇 편의 시에서 그러한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냈는데, 그 시에서 드러난 감정들이 현재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아 다른 한편으로 씁쓸했다.
첫사랑의 설렘과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이 공존하는 시집이었달까.
사랑아,
너는 나의 갈망이었으나
가도 가도 허망한 신기루였노라
영혼까지 쪼아 먹히는 신화의 간이었노라
밀어 올려도 밀어 올려도
다시 굴러 떨어지는 절망의 바위였노라. (97페이지, 「시지푸스 사랑법」중에서)
시를 읽는다는 건, 시인의 마음을 읽는 것! 우리는 시에서 사랑을, 이별을 혹은 애틋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