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가 갖고 있는 역사와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그리고 이번에 만난 이야기는 플러스 입니다. 짧게 시간에 읽을 수 있지만, 많은 이야기를 모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아이스브레이크라고 하죠? 서로의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짧은 이야기를 습득하기에도 딱 적격인 책이죠.
이번에는 옷, 음식, 건강, 예술, 정치, 경제라는
주제를 가지고 50여개의 단어를 만날 수 있는데요. 얼마
전에 ‘던킨도넛’이 ‘던킨’으로 간판을 새롭게 달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어요. 던킨
도넛이 유명세를 타게 된 이유 역시 미국의 한 여배우와 커피에 얽힌 작은 에피소드 덕분이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도넛이
빠지는 것은 좀 아쉬운 일 같아요. 빠진다고 하니 책에서 나온 도넛에 왜 구멍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가운데까지 잘 익히기 위해 그런 형태를 만든 것인데, 던킨에서는
그 가운데 부분을 따로 튀겨서 상품을 만들기도 했죠. 재미있는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도넛이나 핫도그에 얽힌 이야기들은 유명해서 많이 들어본 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바로 드레스의 어원입니다. 라틴어와 프랑스어를
거치면서 ‘정성껏 차려 입은 옷’이라는 뜻을 갖게 되었는데요. 그런데 드레스가 똑바르다, 곧게 하다라는 단어에서 왔다는 것에 주목하게
되더라고요. 드레스하면 일단 여성이 입는 화려한 옷이 떠오르는데요. 그런
옷을 입기 위해서 다양한 코르셋을 착용했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자세가 바르게 되었고, 그런 영향도 좀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책을 읽다 보면
제가 알고 있는 이야기들과 접목시켜 이야기를 확장시켜나갈 수 있기도 한데요. 예를 들면, 보스의 어원이 되었던 네덜란드어가 삼촌이었다고 해요. 어린 직공들을
관리하는 감독의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그 시절에 아동노동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그 단어가 친근한 느낌보다는
경직된 느낌으로 나아간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
오래전 인류는 언어가 하나였다고 한다. 신에게 닿기 위해 바벨탑을 쌓으면서 내분이 일어나고
결국 탑이 무너지고 이후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지금 인류가 쓰는 많은 언어들은 사실 처음부터 지금의 의미로 쓰여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bank'가 과거 돈을 주무르던 업자들이 앉았던 'bench'에서 비롯된 것처럼 의미가 비슷하게 연결된
경우도 있지만 조폭의 우두머리를 의미하는 '보스'가 원래는 '삼촌'이나 '아저씨'를 뜻하는 네덜란드어 '바스'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다. 특히 이 책에는 네덜란드어에서 시작된 단어가 꽤 많았다.
영국의 언어가 청교도 이민으로 미국으로 들어가면서 오히려 네덜란드의 하층민들이 사용하던 언어가
대거 유입되었다는 것은 영국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감이 한몫을 했다는 것인데 이렇듯 단어의 파생에도 당시의 시대성이 고스란히 녹여있다. 그러니 단어에 얽힌 의미가 바로 역사 그 자체가 되고 마는 것이다.
지금이야 매일 속옷을 갈아입을 만큼 깨끗한 인류가 되었지만 의외로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속옷을
입었다는 사실도 아주 흥미롭다. 아무래도 부드러운 직물이 필요했던 속옷의 특성상 아마나 면직,
실크같은 직품이 발명된 즈음에서야 속옷의 혜택을 입었다니 그렇다면 전에는 무얼 입었을까 새삼
궁금해진다.
신부가 드는 '부케'는 숲을 뜻하는 게르만어 '보스크'에서 파생되었고 꽃과 풀로 장식된 화관이
악령으로부터 신부를 보호한다고 믿는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신부의 면사포가 북구의 해적이었던 바이킹족들이 신부를 약탈해서 강제로 결혼을 하면서 혹시
신부쪽 사람들이 소동을 일으킬까봐 신부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함께 아주
흥미로운 단어라고 생각된다.
'병원'이나 '닥터'의 의미가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의학적으로 자리를 잡아온 내력도 흥미롭다.
왜 단추의 위치가 여자와 남자의 옷이 다른지는 전혀 생각지 못한 해답이 숨어 있었다.
이렇듯 무심코 쓰고 있는 지금의 단어에는 오래전의 역사와 흥미있는 내력들이 깃들어 있었다.
도넛에 깃든 단어에는 가운데 구멍이 생긴 과학적인 의미도 숨어있다.
단어로 읽는 세계사에는 봄날 꽃밭을 산책하는 것 같은 재미가 살랑거린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단어가 무수히 진화했듯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인류는 또 어떤 단어로
의미를 전달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단어에는 많은 것들들 담고 있다. 한글 훈민정음을 창조할때도 발성기관을 본따서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또 한자에는 부수, 영어에는 각종 어원들이 있어 단어라는게 여러가지 의미와 상징들이 결합되어서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단어의 역사와 각종 어원에 해박하고 문화와 풍습들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단어의 유래와 어원을 잘 설명해주면 유익하겠다는 생각을 전에 한적이 있는데 이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플러스란 책도 그런 책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단순히 중구난방식으로 흩어져 있는게 아니라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순서대로 로마 제국, 중세 봉건 사회, 르네상스, 절대 왕정 시대, 프랑스 혁명, 근대화와 산업화, 현대사회까지 시대를 묶어서 정리해 더 이해가 쉽게 어떤 시대와 사회상에서 생겨난 단어인가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단어의 의미가 변화한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예를 들면 신혼여행인 honeymoon이 현대에 와서는 아주 좋은 단어로 쓰이지만 과거에는 별로 좋지 않은 의미가 기원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대 스칸다나비아에 있었던 약탈혼이 기원이고 꿀은 최음제처럼 마시는 관습이 있었고 달(moon)은 달도 차면 기울듯이 시간이 지나면 금방 시든다는 부정적 의미를 함축한 단어라는 것이다.
허니문이란 단어에 대해서 영국 어희학자 R. 홀로엣이 1552년 영어-라틴어 어휘 연구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 단어는 '처음에 의가 상하지 않고 서로를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이러한 사랑도 결국에 시들해지고 만다.'는 의미로 갓 결혼한 사람들에게 널리 적용할 수 있다. 대중들은 그것을 허니문이라 부른다."
지금과는 많이 차이가 나는 정의 이다.
단어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또 시간이 흐르고 사회상이 변하면서 단어의 뜻도 어떻게 변모하는지 흥미롭게 한단어씩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