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
분야 전체
크레마클럽 허브

시를 읽는 오후

시인 최영미, 생의 길목에서 만난 마흔네 편의 시

최영미 | 해냄 | 2017년 8월 17일 한줄평 총점 8.0 (22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  종이책 리뷰 (19건)
  •  eBook 리뷰 (0건)
  •  한줄평 (3건)
분야
에세이 시 > 시/평론
파일정보
EPUB(DRM) 28.38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책 소개

“우리는 앞을 보고 또 뒤를 보며,
우리에게 없는 것을 갈망한다” ―퍼시 비시 셸리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세계의 명시 마흔네 편을
시인 최영미가 직접 고르고 번역해 위트 있는 해설로 감동을 더하다!


등단 25주년을 맞은 시인이 때로는 웃고 때로는 눈물지으면서도 읽은 시들, ‘세계의 명시’를 책으로 엮었다.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5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시대를 관통하는 담론을 형성시킨 최영미 시인이 『내가 사랑하는 시』(2009)에 이어 세계의 명시 선집 『시를 읽는 오후』를 출간한다. 2016년 7월부터 약 11개월간 [서울신문]에 연재한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를 한데 모으고 수정·보완해 44편의 시를 책 한 권에 담았다.

3부 35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동서고금의 명시들 중 시인이 특히 아껴 읽었던 작품들을 골라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개성 있는 목소리로 번역해 옮기고 해설해 작품 원문을 함께 실은 책이다. 원문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으면서 한글로 매끄럽게 번역하기 위해 시인은 고치고 또 고치며 노력했다. 독자들의 이해와 감상을 돕기 위해 시어의 의미와 배치, 구조와 운율을 분석하는 등 시의 이해를 높이려는 세심함도 돋보인다. 각 행이 똑같은 음으로 끝나는 도로시 파커의 「베테랑」이나, ‘abab’의 각운을 맞추기 위해 문장을 도치시켜 번역이 까다로운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등을 분석한 시인의 해설은 독자와 시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준다. 또한, 시인의 생애와 작품에 얽힌 일화가 더해져 더욱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읽을 수 있다.

『시를 읽는 오후』는 시인이 철없던 시절에 읽었던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연애시, 독재와 관습과 위선에 맞서 싸운 유럽 최초의 ‘아이돌’ 바이런의 시는 물론, 1980년대 대학가에 울려 퍼졌던 밥 딜런의 노랫말, 입시에 시달리는 수험생들을 보며 떠오른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기탄잘리까지, 치열하고 아름다운 시대의 궤적을 함께해 온 기록이다.

“시는 가장 짧은 문자 예술. 우리의 가슴속 허전한 곳을 건드리는 노래. 가볍게 날아다니다가도 심오하게 파고드는 이야기”라는 시인의 말처럼 단순하고 간결하지만 단 몇 줄만으로도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명시다. 좋은 시를 간파하는 최영미 시인의 안목과 감성은 어지러운 세파를 건너갈 수 있게 하는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목차

1부 고통과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리 |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 깊게 맺은 언약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그녀에게 장미가 아니라 벼룩을 바친 시인 | 벼룩 / 작별 - 존 던
죽음, 그대가 죽으리라 | 죽음이여 뽐내지 마라 - 존 던
나를 노래하다: 사포의 서정시 | 그는 내게 신처럼 보여 - 사포
모든 정직한 사람은 예언자 | 순수의 조짐 - 윌리엄 블레이크
호랑이여! | 호랑이 - 윌리엄 블레이크
아! 바이런 | 이네즈에게 - 조지 고든 바이런
‘반대’를 위해 태어난 시인 | 어느 개에게 바치는 비문 - 조지 고든 바이런
이 살벌한 세상에서 | 마지막 여름 장미 - 토머스 무어
제발 나를 저주하고, 축복하시기를 |그냥 순순히 작별 인사 하지 마세요 - 딜런 토마스
내가 눈을 감으면 | 미친 여자의 사랑 노래 - 실비아 플라스
영원을 향한 시간의 도둑 같은 전진 | 소네트 77 - 윌리엄 셰익스피어
젊음의 재 | 개 같은 가을이 - 최승자, 소네트 73 - 윌리엄 셰익스피어
2부 당신의 입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들
아버지를 위한 대답들 | 나의 아버지에게 바치는 비가(悲歌) - 마크 스트랜드
만일 세상이 두 번 멸망한다면 | 가지 않은 길 / 불과 얼음 - 로버트 프로스트
가라 내 노래여 | 임무 - 에즈라 파운드
세상은 추하고 사람들은 슬프다 | 바보 같은 - 월리스 스티븐스
우리는 앞을 보고 뒤를 보지만 | 종달새에게 - 퍼시 비시 셸리
그렇게 엮인 사랑은 또 그렇게 풀릴지도 |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내 속에서 노래했던 여름이 | 어느 입술이 내 입술에 키스했는지 -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먼지처럼 | 그래도 나는 일어서리라 - 마야 안젤루
꽃을 잊듯이 | 잊어버립시다 - 세라 티즈데일
그는 나의 북쪽이며 남쪽 | 장례식 블루스 - W. H. 오든
너무 미리 말하지 마 | 시대가 변하고 있다 - 밥 딜런
3부 예술은 착각이었네. 욕망도 헛것이었네
오래, 오래 뒤에, 어느 참나무에서 | 화살과 노래 -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내가 젊고 대담하고 강했을 때 | 베테랑 / 이력서 - 도로시 파커
완벽한 장미는 없다 | 완벽한 장미 한 송이 - 도로시 파커
황야도 천국이 되리 | 루바이 4 / 루바이 11 / 루바이 15 - 5오마르 하이얌
저 하찮은 진통제들 | 가슴은 먼저 즐겁기를 원하지 / 사랑이란 존재하는 모든 것
- 에밀리 디킨슨
바닷가에서 | 기탄잘리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내가 죽거든 | 노래 - 크리스티나 로제티, 소네트 71 - 윌리엄 셰익스피어
사랑의 시간 |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
어떤 조각도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네 | 미켈란젤로의 소네트
황무지 | 죽은 자의 매장 - T. S. 엘리엇
두드러기를 긁지 마라 | 아들에게 주는 충고 - 어니스트 헤밍웨이
작가의 말
출처

저자 소개 (1명)

저 : 최영미 (Choi Young Mi,崔泳美)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다시 오지 않는 것들』, 『The Party Was Over』,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화가의 우연한 시선』,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 명시를 ...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다시 오지 않는 것들』, 『The Party Was Over』,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화가의 우연한 시선』,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아무도 하지 못한 말』, 명시를 해설한 『내가 사랑하는 시』, 『시를 읽는 오후』 등이 있다. 『돼지들에게』로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시 「괴물」 등 창작 활동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과 남성 중심 권력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켜 성 평등에 기여한 공로로 2018년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받았다. 2019년 이미출판사를 설립했다.

1994년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일간지 1면 6단 통광고를 내는 파격을 보이며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출간했다. 이 시집은 역시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오십 만 부 이상이 팔려가며 그 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러나 문학평론가 신수정은 "아무도 날 쳐다보지 않았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고 수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없었던 것이다."로 시작하는 시인의 산문집 『시대의 우울』 발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최영미의 유럽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시대의 우울』을 통해 한 예민한 자의식이 세계와 벌이는 치열한 고투를 본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눈으로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그의 여정은 소설 주인공의 모험에 가득 찬 행로에 가깝다. 그러기에 런던∼파리∼쾰른∼밀라노∼니스∼빈∼베네치아 등 이방의 도시를 향한 순례 끝에 정작 그가 도달하게 되는 것은 「내가 어떤 인간인지,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얼마짜리 방이면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인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그리워하는지」에 대한 정직한 깨달음이다.

자신의 성격에 잘 맞을 것이라던 에스파냐와 한때 동경의 대상이었던 프라하에서 다만 무시무시한 광기와 참을 수 없는 합리만을 감지하는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맨얼굴은 독일의 편리한 문명과 파리 시민의 거칠 것 없는 자유, 니스의 화려한 햇빛과 베네치아의 개방성에 대한 매혹 속에 깃들여 있다. 근대주의자의 모험. 나는 이 시인의 여정에 이런 이름을 붙인다. 80년대에는 마르크스주의자와 화해하지 못하고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과 손잡지 못하는 그의 당혹감은 바로 이 시대 30대의 `우울`한 초상이다. 나와 당신에게, 그리고 그에게 `잔치`는 아직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1999 시공주니어 “D’Aulaires’ Book of Greek Myths”)를 번역했고, “Francis Bacon in Conversation with Michel Archimbaud”를 한글로 번역해 『화가의 잔인한 손: 프란시스 베이컨과의 대화』(1998 도서출판 강)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2002년 미국에서 출간된 3인 시집 『Three Poets of Modern Korea』는 2004년 미국번역문학협회상의 최종후보로 지명되었으며, 2005년 일본에서 발간된 시선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일본 문단과 독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축구에세이 『공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시집 『공항철도』 등을 출간한 바 있다.

종이책 회원 리뷰 (19건)

구매 최영미, ‘시를 읽는 오후’ 중 두 시인의 시를 보며 든 생각 하나.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m*******m | 2022.05.06

최영미, ‘시를 읽는 오후’ 중 두 시인의 시를 보며 든 생각 하나.

 

 선거가 끝난 후, 아직도 뉴스를 보기가 싫습니다. 최선의 인간들은 신념을 모두 잃었고, 최악의 인간들은 강렬한 열정에 사로잡혀 떠들어대는 믿기 어려운 말들이 싫어서입니다. 우리는 정치에 민감한 국민입니다. 독재권력이 휘두르는 방망이에 매 찜질을 당하고 입을 봉했던 내 젊음의 거짓된 나날이 부끄럽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서슬 퍼런 권력이 백주 대낮, 햇빛 속에서 잎과 꽃들을 마구 흔들었지만; 구부러지더라도 부러지지 않아 이제 나는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결심입니다권력의 하수인의 꾐에 빠져 그대가 우리 깊게 맺은 언약을 지키지 않았기에 다른 이들이 내 친구가 되었으나; 그래도 내가 죽음에 직면할 때나, 잠의 꼭대기에 기어오를 때, 혹은 술을 마셔 흥분했을 때, 나는 문득 그대의 얼굴을 만나ㅂ니다. 우리는 기다릴 수 있습니다.짙은 글자는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 구절입니다.)

 

 도로시 파커는 최영미 시인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시 ‘베테랑’에서 도로시 파커는 말합니다. 내가 젊고 대담하고 강했을 때…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그렇게 세상과 싸웠지만, 이제 늙어, 세상이란 원래 그런 거야.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사람이 현명해.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지- 이기든 지든 별 차이가 없단다. 얘야.” 그녀의 시어에 얼마나 공감했게요. 젊은 내 모습과 늙은 내 모습을 언제부터 봐왔는지 정확하게 지적을 하니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합니다. 무력증이 진행되어 나를 갉아먹는다; 사람들은 그걸 철학이라 말하지.’ 바로 부끄러워 수풀 속에 숨고 싶었습니다. 아직 “이게 철학이야. 늙어가는 사람의 지혜지.”라고 말을 하진 않았지만 단지 그 말을 하기까지는 시간문제였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젊고 대담하고 강했을 때, 내가 옳은 것은 옳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나와라, 개**들아, 싸우자!”고 소리치고, 나는 울었다.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싸우기만 했지 효능감이 없는 세월과 맞서 젊음을 소비한 억울함이 묻어납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늙었다: 선과 악이 미친 격자무늬처럼 얽혀 있어 앉아서 나는 말한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 거야.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사람이 현명해.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지- 이기든 지든 별 차이가 없단다. 얘야.” 세월의 무게를 견딘 지혜라고 오해했습니다. 우리 모두 너무나 자주 듣고 읽은 글들입니다. 체념과 무력감을 가지게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말입니다. 비슷한 말은 ‘국민은 개. 돼지다.’ ‘일본을 배워라.’ 등이 있습니다. 이때 도로시 파커가 하는 말이 귀를 뚫고 가슴을 뚫고 하늘을 다시 보게 합니다.

 

무력증이 진행되어 나를 갉아먹는다;

사람들은 그걸 철학이라 말하지.

거짓에 속지 말고, 지레 포기하지 말고, 무력하게 갉아 먹히지 말고, 싸우라는 응원입니다.

두 시인의 시에 감탄하다 그만 넋두리를 했습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구매 시를 읽는 오후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m*******m | 2022.05.02

시를 읽는 오후, 최영미 지음, 해냄 출판

 

 인간을 파괴시키려거든 예술을 파괴시켜라. 가장 졸작에 최고 값을 주고, 뛰어난 것을 천하게 하라.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문장이랍니다. 글을 써서 먹고살기를 희망하던 시인은 블레이크의 통찰에는 공감하면서도 문단의 아웃사이더인 본인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여간 마음에 금이 간 사람들은 긁어댔던 사람들과는 달리 상처가 쉽게 낫지 않습니다. ‘맞은 놈은 발 뻗고 자지만, 때린 놈은 못 잔다’는 옛 속담은 들었을 당시에는 그럴듯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때린 놈을 비난하지 못하게 하려고 만든 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백 번을 양보해서 어쩌면 옛날에는 사람들의 양심이 살아있어 혹여 때리고는 후회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돈 주고 때리고, 때리면서 신고하라고 하고, 때리고는 안 때렸다고 주장하는 꼴을 보면 분명히 맞는 말이 아닙니다.

 

 저는 최영미 시인이 소개했던 저 글을 보면서 가장 졸작에 최고 값을 주고, 뛰어난 것을 무시한 목격담이 기억났습니다.

목격담 1,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팀이 텔레비전에 나왔습니다. 신인을 소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었는데, 출연한 신인가수(팀)를 소개하고 출연자들을 전문가들이 비평하는 신인가수(팀)들의 등용문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저야 음악에는 문외한이라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와 춤이 어떤지 무얼 알겠습니까만은 종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이 신기했습니다. 전문가들도 놀랐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평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이 어떻다느니, 발전 가능성이 없다느니 깎아내리는 평 일색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목격담 2. 박진영이라는 가수가 있었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 임원의 아드님이었는데, 아들이 가수로 데뷔하니 유심히 봐주십사 소개를 하던 그분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아버님의 얼굴도 보통의 우리들과는 다르게 선이 굵은 얼굴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박진영이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던 프로그램인지 아니면 다른 방송국의 프로그램인지 알 수 없지만 출연했더니 역시 전문가들의 비평은 부정적이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박진영의 얼굴이 가수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평이 있어 프로그램을 보던 저도 비평의 저급함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영미 시인은 비평가들은 예로부터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자신들이 보고 배운 틀에 맞지 않은 작품에 인색한 데다, 인간이기에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어 가장 졸작에 최고 값을 매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면서 살롱에서 거부당한 마네와 세잔의 그림에 쏟아진 평단의 조롱을 생각해 보라. 인상파의 눈부신 승리 이후 미술 비평은 권위를 잃었지만, 문학에서는 여전히, 그리고 아마도 영원히 비평의 권세가 막강할 것이다고 실망을 표하고 있습니다. 시인이야 워낙 다구리를 당한 경험이 있어 솥뚜껑만 봐도 놀란 마음이겠지만, 그리고 그런 시인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예단은 금물입니다. 왜 그럴까요?

 

 서태지와 아이들은 최고의 성공을 했습니다. 박진영은 JYP로 불리며 역시 성공하였습니다. 이들을 평가했던 전문가들이 우리의 대중가요계에 어떤 공헌을 해서 발전을 시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워낙 이쪽 계통엔 정보가 없으니까요? 혹시 BTS를 발굴하고 키운 사람들이 그때 그 사람들이라면 제가 사과를 드리겠습니다만, 설마 그랬을까요. 우리들의 머릿속에 기억되는 최고의 전문가들을 여러분들은 몇 분이나 기억하십니까? 별로 없을 것입니다. 신문 쪼가리나 방송 쪼가리에서 그때그때 소비했던 전문가들이나 있었지 정말 기억나고 사랑하는 전문가들이 어디 그리 흔합디까? 그들은 모두 소비되고 없어졌습니다. 문학 비평가들이라고 뭐 다를까요. 같은 나와바리에서 도토리 키재기 하며 허울뿐인 명성으로 남의 다리 더듬고, 술 얻어먹고, 뽐내던 시절은 이젠 노골적으로 보기 힘들 것입니다. 뒷골목 대장 꼴이 보기 싫으면 큰길로 나오면 그뿐입니다. 시장은 큰 길이 더 큽니다.

 

 시인은 블레이크의 문장 하나를 더 소개합니다.

모든 정직한 사람은 다 예언자이다. 그는 개인적인 일에서나 공적인 일에서나 자기 의견을 서슴없이 말한다.

이 말에 토를 단 시인은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게 시원 통쾌하게 살다간 사회에서 고립되거나 매장되기 쉽다’고 냉소합니다. 시인의 냉소 또한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세상이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외교부의 공식 연회장으로 사용되는 외교부 장관 공관에 개를 끌고 찾아와 집 구경을 할 테니 집을 비워 달라고 말했다는 사람이 있다며 정직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많은가 봅니다. 제 귀에도 들리니까요. 시인의 냉소에는 같은 편이 되어주었던 사람이 없어 홀로 외롭게 싸웠던 아픈 기억이 느껴집니다. 이제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고 그래서 우리 앞에서 열심히 싸웠던 사람이 외롭고 아프도록 만들지 말자고 말해봅니다.

 

“이 연사 목소리 높여 뜨겁게 외칩니다!” 이건 웃자고 한 말입니다.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파워문화리뷰 시인이 알려주는 42편의 주옥같은 시와 시인 이야기 [시를 읽는 오후 by 최영미]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로얄 름* | 2019.10.20

사람마다 책을 읽는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만, 내 경우는 손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읽어버리는 편이다. 시작은 습관적으로, 그리고 중반을 넘어가면 과연 이 책이 어떤 식으로 끝으로 향할까 싶어 누가 뭐라하는 것도 아닌데 나 자신을 마음속으로 다그쳐가면서 속도를 낼 때도 있다. 재미있는 책은 결말이 궁금해서 속도를 내고, 재미없는 책은 이따위로 흘러가서 도대체 어떤식으로 마무리를 할건지 짜증을 내면서도 책을 읽어왔다.

여기에 또 하나, 세상에 너무도 많은 책들이 존재하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손절'의 개념도 더했다. 내 자신의 '삶'을 하찮게 생각하게 만드는 책은 읽는 것을 멈추는 것이라고 해야할까-? 격려도, 질책도, 애정도 모두가 나를 위한 자양분이 되지만, '그렇게 살아온 너는 답이 없다' '지금까지의 너의 삶은 가치가 없었어' 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책은 그 자리에서 멈춘다.

책 <시를 읽는 오후>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등단,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선사해준 그리고 최영미 시인의 책이다. 몇년 전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 하나가 구설수에 올랐고, 고은시인과의 '미투'로 용감한 선언을 했던 시인의 책, 이 책은 2년 전에 선물로 받았던 책이었는데, 책의 어느 한 구절에 마음이 상해서 책꽂이에 꼽아두고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햇살이 좋았던 아침, 편하게 읽을 책을 찾다가 조용히 앉아있던 이 책을 발견했다.


1961년생, 1992년 등단, 1994년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출간했고 이례적으로 50만부 이상이 팔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06년 [돼지들에게]로 이수문학상을 수상했고 축구에세이도 출간한 바 있다. 최근 6년만에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을 발표했다.

최선의 인간들은 신념을 모두 잃었고,

최악의 인간들은 강렬한 열정에 사로잡혔다.

예이츠의 시 [재림( The second Coming)] 中

서문이 없는 책은 바로 예이츠의 시로 첫 시에대한 이야기의 문을 연다. 오바마의 취임연설에서 수록되었다는 시는 시인의 젊은 날을 상기시킨다.

젊은 날, 나는 예이츠의 시를 영어로 외우며 잠들곤 했다. 요즘은 시를 암송하는 대신에 축구나 야구 경기를 보다 잠들지만, 문학 가의 요청이 들어오면 내 손에 제일 먼저 잡히는 책이 예이츠의 시집이다.

...

수강생들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면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와 [깊은 언약]을 준비한다

책은 저자인 시인이 사랑하는 시와 그 시를 쓴 '시인'에 대한 이야기, 여기에 시에 얽힌 저자 자신의 '생활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진 시+에세이의 구성을 취하고 있다. 시, 거기다 외국어로 쓰여진 시라고 하면 어렵다고 생각할수 밖에 없는데, 시인이 왜 그 시를 쓰게되었는지를 시대와 시인의 환경적 배경을 짚어가면서 고민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느낌을 밝히면서 독자는 점점 저자와 저자가 소개하는 시, 그 시를 쓴 시인과 가까워진다.

첫 줄에 나오는 Tis는 It is의 단축형 고어다.

"To reflect back her blushes"를 어떻게 번역해야 하나. 장미가 만발해 붉게 물든 꽃밭을 연상하면 '붉은빛이 붉은빛을 되받아 비추는'풍경이 머리에 떠오를 게다. 그 밑에 'To give sigh for sigh, 한숨에 한숨을 보낸다"는 표현도 절묘하다.

덧붙여, 외국어로 쓰여진 시를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시는 저자 자신이 직접 번역, 해석한 것으로 저자 스스로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번역하는 과정에도 어느정도 지면을 할애하고 있어 영시를 '스스로 읽어볼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해주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영어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라면 한국어로 번역된 부분만 읽어도 굳이 책이 뭐라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책을 덮게 만들었던 부분은 30페이지가 안되어서 등장했었다. 기원전 600년 전에 태어난 '동성애자'였던 그리스의 여성시인 '사포'의 시를 소개하는 부분이다.

그는 내게 신처럼 보여

그는 내게 신처럼 빛나 보여,

네 앞에 마주 앉은 남자,

달콤한 너의 말에 귀 기울이며

너의 매혹적인 웃음이 흩어질때면

내 가슴이 가늘게 떨리네.

너를 슬쩍 쳐다보기만 해도 , 내 혀가 굳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네.

뜨거운 불길에 휩싸여

내 눈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네

내 귀가 둥둥 울리고

...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몸이 떨리네

나는 마른 풀 처럼 창백해지고

죽을 것만 같아

그리고 그 뒤에 여고생이었던 저자 자신의 이야기 뒤로 등장했던 바로 이 구절이 문제였다.

그래, 그래서 내가...... 사포의 뒤틀린 위트와 아이러니에 매료되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는 평범한 주부가 되어 적당히 편안한 중년을 보냈겠지. 너무 이른 나이에 사포에게 세뇌당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보다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시인이 되어, 더 폭넓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감히 나를 노래하는 모험을 택하지 않고 그 혹은 그녀의 이야기를 아리송하게 심각하게 포장하는 재주를 익혔다면 비평가들의 칭찬과 상도 뒤따랐으려만...... 그러나 나는 '나'를 노래하다 안개처럼 사라질 운명인 것을...

지금도 워킹맘이지만, 이 책을 처음 접한 2년전에도 나는 일하는 '주부'였다. 특히나 그때에는 아이가 지금보다 어렸고, 직장도 집안일도 열심히 바둥거리고 있긴 했지만, 뭔가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고 생각되던 때였다. 평범한 주부가 되어 편안한 중년을 보냈을꺼라니... 시인이 아닌 , 그냥 일반사람의 평범한 삶은 모두가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부아가 치밀어 올랐었다.

...

책을 다 읽고 다시 한번 그 때를 떠올려보니, 난 아마도 나 자신에게 화가 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2년동안 저자의 미투운동과 다양한 행보를 보면서 단순히 책의 문구 하나만으로 그의 생각을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했다.

나이를 더 먹어서인지, 그간 많은 풍파를 겪고 어느 정도 '내려놓은' 사람이 된 것인지 이제는 조금 관대해져서, 아이도 남편도 잠든 일요일 오전시간에 편안하게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바보같은

윌리스 스티븐스

저 이상한 꽃, 태양,

네가 말한 그대로이지.

네 맘대로 해

세상은 추하고

사람들은 슬프다.

저 밀림에 쌓이 깃털들

저 동물의 눈,

네가 말한 그대로이지.

저 사나운 불꽃,

그 자손들,

네 맘대로 해.

세상은 추하고

사람들은 슬프다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고, 첫 장은 '저자'의 삶을, 두번째 장은 세상의 이야기를, 그리고 세번째 장은 자신을 포함한 시인 '예술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위의 시는 최순실 사건이 일어났던 시기의 저자의 분노와 슬픔을 설명하면서 인용된 것이었다. 이 시를 소개할 때의 저자의 마음은 이랬다.

시를 생각해야 되는데, 돈과 권력의 얼굴이 어른거려 집중이 되지 않았다. 뉴스를 틀어놓고 멍하게 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억,억,소리를 들으며 나는 작아졌다. 승마 선수인 스무 살짜리 여자애가 내게 가르쳐준 "돈도 실력이다"가 귀에 걸려 아팠다.

신문사와 내가 공감한 마감 시간은 월요일 자정, 늦어도 월욜 아침에 편집부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원고를 보내야 한다. 보통 수요일쯤 시를 고르고 금요일이면 번역을 끝내고 글도 대충 써 놓는데, 토요일 저녁까지 맘이 뒤숭숭하여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이 시국에 무슨 시계의 명시? 무슨 낭만이며 종달새 타령인가.

기운이 빠져 책상에 앉아있기도 싫었다. 아무래도 시를 바꿔야겠다. 셸리를 내치고, 지금 내 기분에 맞는 시를 쓴 윌리스 스티븐스를 잡았다.

42편의 시는 철학, 사랑, 욕망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시를 선별한 저자의 생각과 삶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에 여성 시인도 적지 않고, 평탄하기 보다는 '격한' 시들이 좀더 많았다. 그 중 내가 마음을 끌었던 시는 바로 이거였다.

베테랑

도로시 파커

내가 젊고 대담하고 강했을 때,

옳은 것은 옳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나는 깃털 장식을 세우고 깃발 날리며

세상을 바로 잡으러 달려 나갔다.

"나와라, 개xx들아, 싸우자!"고 소리치고

나는 울었다. 한 번 죽지 두번 죽나.

그러나 이제 나는 늙었다: 선과 악이

미친 격자무늬처럼 얽혀 있어

앉아서 나는 말한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 거야.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는 사람이 현명해.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지-

이기든 지는 별 차잉가 없단다. 얘야"

무력증이 진행되어 나를 갉아먹는다;

사람들은 그걸 철학이라고 말하지

지금 내가 읽는 책,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먹는 것들이 나를 이룬다고 했다. 리뷰를 쓰면서 내가 어떤 시에 마음이 갔나~ 저자의 어떤 이야기에 공감이 갔을까~ 를 살펴보니, 나 또한 위의 시를 선택한 시인처럼 조금 웃었고 조금 슬퍼졌다. 마냥 활기차지도, 꿈에 넘치지도, 반짝이지도 않는 지금의 나또한 어느덧 나이를 먹었다...

책을 덮고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는데, 잠에서 깬 아이가 나와서 품에 안겼다.

사색은 여기까지- 이제 힘들지만, 즐거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래도 오래간만에 만났던 시들은 참 반가웠다.

사랑이란 존재하는 모든 것

That Love is All There is

사랑이란 존재하는 모든 것,

우리가 사랑에 대해 아는 모든 것;

이거면 충분하지, 그 사랑을 우리는

자기 그릇만큼 밖에 담지 못하지.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접어보기
  •  종이책 상품상세 페이지에서 더 많은 리뷰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한줄평 (3건)

0/5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