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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의학자

의학의 눈으로 명화를 해부하다

박광혁 | 어바웃어북 | 2017년 12월 8일 한줄평 총점 10.0 (40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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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 > 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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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문명을 괴멸시킨 전염병부터 마음속 생채기까지
진료실 밖에서 만난 명화 속 의학 이야기


진료실에서 보내는 시간 다음으로 미술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의사가 있다. 그는 오늘도 흰 가운을 벗고 병원을 나와 미술관으로 향한다. 그가 미술관에 간 까닭은 무엇일까?

상반된 분야처럼 느껴지는 의학과 미술은 ‘인간’이라는 커다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의학과 미술의 중심에는 생로병사를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는 인간이 있다. 다빈치의 『인체 비례도』처럼 인간의 신체적 완전성을 담고 있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푸젤리의 『악몽』처럼 인간의 정신세계 가장 밑바닥에 있는 무의식을 탐사하는 그림이 있다. 고야의 『디프테리아』는 질병에 신음하는 인간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브뢰헬의 『맹인을 이끄는 맹인』은 엑스레이와 CT 스캐너 같은 현대의 의료 장비보다 병세를 더 상세하게 투영한다.

의학자에게 미술관은 진료실이며, 캔버스 속 인물들은 진료실을 찾은 환자와 다름없다. 그림 속 인물들은 질병에 몸과 마음을 잠식당해 고통스러워하고, 삶의 유한성에 탄식한다. 그러다가도 질병과 당당히 맞서 승리하기도 한다. 그들의 고백은 인간의 실존적 고통을 담고 있기에,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은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이 교류하는 학문이다. 명화는 의학에 뜨거운 온기를 불어넣는다. 이 책은 의학의 주요 분기점들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명화라는 매력적인 이야기꾼의 입을 빌려 의학을 쉽고 친근하게 설명하고 있다.

목차

머리말 _ 청진기를 들고 명화와 의학의 숨결을 듣다

Chapter 1. 세상을 바꾼 질병
01. 현대 의학 발전에 공헌한 시신들
: 『윌렘 반 데어 메이르 박사의 해부학 수업』, 미치엘 얀스 판 미에레벨트
02. 유럽의 근간을 송두리째 바꾼 대재앙, 페스트
: 『역병 희생자를 위해 탄원하는 성 세바스티아누스』, 조스 리페랭스
03. 의술과 인술 사이
: 『의사』, 루크 필데스
04. 제1차 세계대전의 승자, 스페인독감
: 『가족』, 에곤 실레
05. 우리 안의 편견이 키운 한센병
: 『거지들』, 피테르 브뢰헬
06. ‘비애의 꽃’을 남긴 사랑
: 『히아킨토스의 죽음』, 장 브록
07. 불세출의 영웅을 무릎 꿇린 위암
: 『튈르리궁전 서재에 있는 나폴레옹』, 자크 루이 다비드
08. 수많은 아기 천사들의 목숨을 앗아간 디프테리아
: 『디프테리아』, 프랜시스 고야

Chapter 2. 화가의 붓이 된 질병
01. 가난한 예술가와 노동자를 위로한 ‘초록 요정’에게 건배!
: 『압생트 한 잔』, 에드가르 드가
02. 어둠 속에서 사는 사람들
: 『희망』, 조지 프레데릭 와츠
03. 좋은 잠, 나쁜 잠, 이상한 잠
: 『악몽』, 헨리 푸젤리
04.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비웃는 돌팔이 의사들
: 『우석 제거』, 히에로니무스 보스
05. 빈센트 반 고흐와 두 명의 의사
: 『의사 펠릭스 레이의 초상』, 빈센트 반 고흐
06. 하나의 죽음, 엇갈린 세 개의 시선
: 『마라의 죽음』, 자크 루이 다비드
07. 파멸이 예정된 게임, 도박 중독
: 『카드놀이에서 사기 도박꾼』, 조르주 드 라 투르
08. 대재앙이 인생을 휩쓴 후 자라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
: 『타르퀴니우스와 루크레티아』, 티치아노
09. ‘밤의 산책자’를 옭아맨 숙명, 유전병
: 『커피포트』, 툴루즈 로트레크

Chapter 3. 캔버스에서 찾은 처방전
01. 목에 사는 나비, 갑상샘
: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제』,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02. 와인의 두 얼굴
: 『병든 바쿠스』, 카라바조
03. 오리엔탈리즘, 그리고 관능적이고 신비롭게 포장된 자살
: 『클레오파트라의 죽음』, 귀도 레니
04. 신체적 조건으로 우월함을 따지는 세상이 만든 장애, 왜소증
: 『안짱다리 소년』, 주세페 데 리베라
05. 응답 없는 사랑에서 비롯된 몸과 마음의 병
: 『의사의 방문』, 프란스 반 미리스
06. 숨을 멎게 하는 매혹, 스탕달 신드롬
: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 엘리자베타 시라니
07. 아기에게 선사하는 엄마의 첫 선물, 모유
: 『리타의 성모』, 레오나르도 다빈치
08. 바람이 스치기만 해도 아픈 통풍
: 『통풍』, 제임스 길레이

Chapter 4. 의학에 풍성한 이야기의 결을 만든 신화와 종교
01. 프로이트를 꿈꾸게 한 비극적 운명의 수레바퀴
: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구스타프 모로
02. 내 안에 피어나는 수선화, 나르시시즘
: 『나르키소스』, 쥴라 벤추르
03. 제 손으로 아이를 죽인 비정한 어머니, 의학의 기원이 되다
: 『고민 중인 메데이아』, 안젤름 포이어바흐
04. 자기 자신을 죽이다, 자살
: 『유다의 자살』, 제임스 티소
05.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메아리
: 『에코』, 알렉상드로 카바넬
06. 시선의 폭력, 관음증
: 『고다이바 부인』, 존 콜리에
07. 인생에서 무익하다 오해받은 잠의 재발견
: 『잠과 그의 형제 죽음』,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08.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보다 먼저 선사한 선물
: 『프로메테우스』, 주세페 데 리베라
09. ‘인체의 작은 우주’ 인간의 머리를 받치고 있는 아틀라스
: 『아틀라스와 헤스페리데스』, 존 싱어 사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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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박광혁
진료실과 미술관을 오가며 의학과 미술의 경이로운 만남을 글과 강의로 풀어내는 내과전문의다. 그는 청진기를 대고 환자 몸이 내는 소리뿐 아니라 캔버스 속 인물의 생로병사에 귀 기울인다. 미술과 만난 의학은 생명을 다루는 본령에 걸맞게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이 교류하는 학문이 된다. 의학자의 시선에서 그림은 새롭게 해석되고, 그림을 통해 의학의 높은 문턱은 허물어진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러시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미술관을 순례하며 그림에 담긴 의학과 인문학적 코드를 찾아 관찰하고 기록했다... 진료실과 미술관을 오가며 의학과 미술의 경이로운 만남을 글과 강의로 풀어내는 내과전문의다. 그는 청진기를 대고 환자 몸이 내는 소리뿐 아니라 캔버스 속 인물의 생로병사에 귀 기울인다. 미술과 만난 의학은 생명을 다루는 본령에 걸맞게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이 교류하는 학문이 된다. 의학자의 시선에서 그림은 새롭게 해석되고, 그림을 통해 의학의 높은 문턱은 허물어진다. 저자는 지난 20여 년 동안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러시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미국, 일본 등 전 세계 미술관을 순례하며 그림에 담긴 의학과 인문학적 코드를 찾아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 결과물이 이 책 『히포크라테스 미술관』으로 묶였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전임의를 거쳐, 내과전문의 및 소화기내과 분과 전문의로 환자와 만나고 있다. 네이버 지식인 소화기내과 자문의사로 활동했고, 현재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간행이사를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미술관에 간 의학자』와 『퍼펙트내과(1-7권)』, 『소화기 내시경 검사테크닉』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의학자가 미술관에 간 까닭은?
진료실에서 보내는 시간 다음으로 미술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의사가 있다. 그는 오늘도 흰 가운을 벗고 병원을 나와 미술관으로 향한다. 그가 미술관에 간 까닭은 무엇일까?
상반된 분야처럼 느껴지는 의학과 미술은 ‘인간’이라는 커다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의학과 미술의 중심에는 생로병사를 겪는 인간이 있다. 다빈치의 『인체 비례도』처럼 인간의 신체적 완전성을 담고 있는 그림이 있는가 하면, 푸젤리의 『악몽』처럼 인간의 정신세계 가장 밑바닥에 있는 무의식을 탐사하는 그림이 있다. 고야의 『디프테리아』는 질병에 신음하는 인간의 모습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브뢰헬의 『맹인을 이끄는 맹인』은 엑스레이와 CT 스캐너 같은 현대의 의료 장비보다 병세를 더 상세하게 투영한다.
의학자에게 있어 미술은 신체와 정신의 완전성을 추구하는, 즉 건강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인간의 기록’이다. 캔버스에 청진기를 대고 귀 기울이면 삶과 죽음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인간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청진기를 대고 명화와 의학의 숨결을 듣다
생로병사는 모든 인간이 숙명처럼 안고 살아가는 ‘삶의 궤적’이다. 한 인물의 삶의 궤적을 몇 점의 명화를 통해 훤히 들여다볼 수 있다. 1821년 사망한 나폴레옹은 사인(死因)을 둘러싸고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 인물이다. 나폴레옹의 재기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누군가 독이 든 음식을 먹였다는 ‘독살설’, 나폴레옹이 유배됐던 집의 노란색 벽지가 세인트헬레나 섬의 축축한 공기와 만나 화학 반응을 일으켜 맹독성 비소를 내뿜어내 나폴레옹이 비소에 중독돼 사망했다는 ‘비소 중독설’ 등이 있다. 나폴레옹 사인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 열쇠가 미술관에 있다.
시간차를 두고 나폴레옹을 그린 세 점의 명화는 나폴레옹이라는 인물의 생로병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다비드가 그린 『튈르리궁전 서재에 있는 나폴레옹』에서는 나폴레옹에게 찾아온 위암의 전조 증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림 속 나폴레옹은 조끼 단추를 몇 개 푼 다음 오른손을 조끼에 집어넣고 있다. 나폴레옹을 그린 다른 화가의 작품에서도 빈번히 등장하는 이 포즈는 명치 부위에 발생한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 취한 것이다. 나폴레옹은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된 지 6년 뒤 영욕이 교차했던 생을 마감했다. 나폴레옹의 마지막 모습을 그린 베르네의 『임종을 맞는 나폴레옹』도 ‘위암’이라는 사인에 힘을 실어준다. 그림 속 나폴레옹은 앙상하게 말라 있다. 유배되기 몇 달 전을 묘사한 들라로슈의 『퐁텐블로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속 배가 불룩 나왔던 모습과 매우 대조적이다. 위암은 체중 감소, 식욕 부진, 지방 조직 및 근육 쇠퇴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74쪽).

의학의 눈으로 명화를 보면 그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길이 열린다
의학자에게 미술관은 진료실이며, 캔버스 속 인물들은 진료실을 찾은 환자와 다름없다. 그림 속 인물들은 질병에 몸과 마음을 잠식당해 괴로워하고, 삶의 유한성에 탄식한다. 그러다가도 질병과 당당히 맞서 승리하기도 한다. 그들의 고백은 인간의 실존적 고통을 담고 있기에,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다.
카라바조가 그린 『병든 바쿠스』 속 바쿠스는 한눈에도 매우 아파 보인다. 생기로 빛나야 할 젊은 바쿠스의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허옇게 떠 있다. 그의 눈을 보니 흰자위가 노란빛을 띤다. 간염에 걸린 환자에게 볼 수 있는 황달 증상이다. 빌리루빈은 간에서 죽은 적혈구를 분해할 때 생성되는 노란색 색소로, 간에서 죽은 적혈구와 함께 담즙으로 배설된다. 하지만 간에 병이 있으면 빌리루빈이 배출되지 않아 황달 증상이 나타난다. 『병든 바쿠스』는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술로 끼니를 때우다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간염에 걸린, 카라바조의 자화상이다(208쪽).
한 사내가 거대한 하늘을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그림이 있다. 그는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고 있는 아틀라스다. 사전트의 『아틀라스와 헤스페리데스』는 그리스로마신화의 한 장면을 그렸지만, 의학자의 눈에는 우리 몸을 촬영한 엑스레이 사진과 다름없다. 척추뼈 가장 꼭대기에서 4~7kg, 그러니까 수박 한 통보다 무거운 머리를 떠받치는 뼈(제1 목뼈)의 이름이 ‘아틀라스’이다. 현대인에게 있어 아틀라스가 떠받치고 있는 하늘은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기기들이다. 24시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디지털 기기들 때문에 우리 몸속 아틀라스는 거북이 목처럼 변형되고 있다(366쪽).
주둥이가 짧은 커피포트를 거친 붓 터치로 그린 그림이 있다. 커다란 몸통에 가늘고 짧은 다리가 달린 커피포트의 형상이 기이하게 느껴진다. 『커피포트』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정물화가 아니다. “나의 몸은 주둥이가 너무 큰 커피포트처럼 생겼다네”라고 자신의 장애를 위트 있게 표현할 줄 알았던 한 남자의 자화상이다. 유전병으로 성장이 멈춘 짧은 다리와 그에 걸맞지 않게 큰 머리와 통통한 몸, 로트레크는 커피포트의 모습을 빌려 캔버스에 자신의 몸을 그렸다(182쪽).

문명을 괴멸시킨 전염병부터 마음속 생채기까지
진료실 밖에서 만난 명화 속 의학 이야기

이중섭은 디프테리아로 아들을 잃고 잠을 자다 벌떡 일어나 그림을 한 점 그렸다. 구상 시인이 그림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기 천국 가는 길이 심심하지 말라고 친구들을 그려 넣었어. 배고프지 말라고 복숭아도 그려 넣었고.” 이중섭은 작은 나무 관에 아들의 시신과 그림을 함께 넣고 묻어주었다(90쪽). 선천성 골계통질환인 ‘농축이골증’을 앓았던 로트레크는 “내 다리가 조금만 길었더라면 난 결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거야”라고 이야기 했다(195쪽). 화가에게 찾아온 질병과 그들이 목격한 질병에 신음하는 인간의 모습은 ‘붓’이 되어 수많은 명작의 산파 역할을 했다.
페스트, 스페인독감 같은 치명적 전염병은 문명의 쇠퇴와 몰락을 부추기며 인류 역사를 바꿔놓았다. 전염병이 휩쓸고 간 처참한 세상의 모습은 어떤 의학 자료보다도 생생하게 캔버스에 재현됐다. 간염, 통풍, 내반족, 메데이아 콤플렉스처럼 오래전 그림에 담긴 몇몇 질병은 현재에도 여전히 위협적인 질병이다. 이 책은 명화를 통해 인류에게 재앙과 같았던 치명적인 전염병부터 외과 의사의 출현, 항생제와 백신의 개발, 정신분석학의 탄생, 초음파와 같은 첨단 의료 장비의 등장 등 의학의 주요 분기점들을 친절히 설명한다.

과학과 예술의 교차점에서 이성과 감성을 통섭한다
흔히 과학과 예술은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긴 사람이 ‘서양 의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다. 의학자가 왜 예술의 수명에 탄사를 보냈을까?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히포크라테스는 과학자에 속하는 의학자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예술가였다. 본래 과학과 예술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아트(art)’의 어원은 그리스어 ‘테크네(techne)’다. ‘테크네(techne)’가 라틴어에서 ‘아르스(ars)’로 바뀌었다가, 영어에서 예술을 의미하는 ‘아트(art)’와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로 분리됐다. 의술은 본래 예술 안에 있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을 찬미했던 것이다.
‘인류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다빈치는 의사들보다 인체를 더 정교하고 섬세하게 알고 있었다. 점묘법을 창시한 인상파 화가 쇠라는 자신의 그림에서 사람들이 ‘시(詩)’가 아니라 ‘과학’을 보길 원했다(88쪽).
과학과 예술은 융합을 통해 완성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은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감성이 교류하는 학문이다. 명화는 의학에 뜨거운 온기를 불어넣는다. 과학과 예술의 교차점을 탐사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이성과 감성의 멋진 랑데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27건)

미술관에 간 해부학자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m*******n | 2021.07.09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관점을 어디에 두고 보고 느끼는가에 따라 그 작품은 달리 받아들이게 된다.

 

미술관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주제로 접근한 책 시리즈, 이번에 해부학자가 바라본 미술 작품의 세계다.

 

명화 속에 담긴 해부학이라,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이미 명화는 물론이고 신화 속으로 흠뻑 빠져든다.

 

 

해부학이라고 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를 떠올리게 되는데, 명화 속에 담긴 인간 신체에 대한 미세한 표현들이 바로 해부학의 발전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피에타에서 표현되는 실핏줄의 표현을 통해 작품 전체에 대한 남다른 감상을 느끼게 되는 조각상, 시체 곁에서 심장의 각기 다른 방향으로 그림을 그린 다빈치, 메멘토 모리를 생각할 수 있는 해골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표현한 정물화들은 하나의 작품 속에 드러난 신체를 통해 해부학적으로 더 들어가 인체에 대한 신비를 경험해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신화 속에 담긴 님프의 이야기를 통해 인체 속의 실제 장기 이름들인 림프절이라든가 시각장애를 딛고 명화를 남긴 고호와 모네를 통해서는 안구에 대한 이야기를, 명화 속의 낫을 통해 인간 장기인 간과 뇌, 적혈구의 구분은 해부학이 없었다면 화가들 자신조차도 이런 작품을 남기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라오콘 상에 대한 이야기에 담긴 잃어버린 팔의 위치와 근육을 제대로 말한 미켈란젤로의 정확성과 코르셋 착용으로 인해 자신의 심장의 위험을 알아챌 수없었던 시시 황후의 이야기, 베살리우스가 첫 번째 목뼈에 아틀라스란 이름을 붙인 경우는 신화 속의 내용과 겹쳐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가장 아름답고 신비롭다는 인체, 그 인체가 지닌 저마다의 특징을 그림으로 표현해 낸 화가와 조각가들의 솜씨도 놀랍지만 해부학이란 학문이 침체기를 거쳐 다시 전문적인 학문으로 발전하고 이를 토대로 화가들이 손에 탄생한 명화를 통해 그 진가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해부학과 예술의 세계, 예술품을 바라보는 눈을 높여줄 교양서를 통해 또 하나씩 배워간다.

 

 

 

 

***** 출판사 도서 제공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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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미술관에 간 의학자 | 박광혁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A***e | 2021.04.28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이후로 인체, 삶, 죽음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올해 그래도 의약품이나 질병, 몸에 관한 책을 다른 해에 비해 몇 권 읽었던 것 같은데 그 연장선 상에서 이 책도 구매했다. 물론 이 책은 미술책이지만 의학자가 미술책을 쓴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도 하고 미리보기를 통해 책을 훑어보니 목차와 앞 부분이 재미있었다. 이 책이 그래도 꽤나 인기가 있었는지 시리즈로 <히포크라테스 미술관>이 나오기도 했다. 그림 속에는 수 많은 시간을 걸쳐져 나타낸 인간의 삶과 죽음이 담겨져 있는데 의학자의 시선에서 어떻게 그림을 해석하고 받아들일지 기대되었다.

 

중세 시대에는 해부학 수업을 할 때 해부를 이발사나 조수가 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내과의사와 외과의사의 구분이 없었고 외과의사는 천대받았는데 기술이 부족하고 진료 내용도 단순해서 외과의사들은 머리를 자르는 이발사 일을 병행했다. 천대받던 외과의자의 지위가 높아진 것은 프랑스 루이 14세의 치루 덕분인데 샤를 프랑수아 펠릭스에 의해 치루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난 후에 외과 과목을 정규로 편성하게 되었다. 의학 수업과 관렪여 책에는 재밌는 여러 작품이 실려있는데 그 중 당시 외과 수업을 그린 <윌렌 반 데어 메이르 박사의 배후가 수업>에 대한 설명은 재미있었다. 수업을 하는 장면을 담기보다 길드 조합의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의 잘 나오길 바라는 여러 사람들의 초상화를 집대성 한 것 같아서 약간 민망하기도 했다. 

 

동성애는 고대 그리스부터 존재했는데 지금과 같이 소수자가 아닌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여겨졌다고 한다. 기독교 사상이 지배적이었던 중세에 이르러 비난의 대상이 되었지만 중세 시대의 화가들은 신화를 빌려 동성애를 묘사하기도 했다. 여성 간의 동성애를 묘사한 작품 가운데 유명한 그림으로 쿠르베의 <잠>이 등장하는데 나체의 두 여성이 침대 위에서 서로의 몸을 감싸며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이 무척 매혹적이다. 사실주의 화풍을 고수했던 쿠르베의 실제 모델은 동성애자가 아니었는데 이 모델은 제임스 휘슬러의 작품에도 등장했다고 하니 당대 화가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동성애자로 인생의 변곡이 휘한찬란 했던 오스카 와일드도 등장한다. 여러 책에서도 동성애로 인한 질병이 왜곡된 사실이라는 것을 읽었는데 이 책 역시도 동성애와 관련된 편견을 다룬다. 성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편견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프랜시스 고야의 작품인 <디프테리아>에서는 입 속을 들여다보는 남자의 측은한 시선과 입을 벌리는 것이 고통보이는 아이의 모습이 어둡게 담겨있다. 디프테리아는 디프테리아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감염병으로 어린아이에게 잘 걸리며 심하면 1~2주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백신이 없을 때에만 해도 한국에서 사망률이 무려 25%나 달했다고 하는 지금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훨씬 더 사망률이 높다. 그 때 당시만 해도 감염과 예방에 대한 방법이 없었을텐데 위생에 취약했던 당시를 생각하면 무수히 많은 아이들이 디프테이아로 사망했을 것이다. 그 때의 상황을 그림으로 보니 훗날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고 이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화가들이 그린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장 위기스트 도미니크 엥그르가 그린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제>에서 안젤리카 공주는 나체로 목을 꺽은 채 바위에 두 손이 묶여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이때 안젤리카 공주의 목이 심하게 부어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어지는 주제는 국내에서 발병률 1위인 갑상샘암이다. 내분비 기관인 갑상샘은 체내의 대사 과정을 조젏는 갑상샘 호르몬을 만들고 저장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혈개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상이 생기게 되면 목에 혹이 난 것처럼 부어오른다. 다행히 갑상샘암은 조기에 발견도 쉽고 진행 속도도 느리고 전이도 적은 편이라서 착한 암으로 불린다고 한다. 세상에 착한 암이 어디있으리라 싶지만 완치율이 99퍼센트라고 하니 잘 알아두었다가 이상이 보이면 너무 겁을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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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명화를 통해 삶과 죽음을 들여다보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분**이 | 2021.04.03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 중 가장 기대를 품고 읽은 책이 바로 [미술관에 간 의학자] 다. 박광혁 저자의 책은 [히포크라테스 미술관]을 통해 한 번 읽은 적이 있는데, 명화 속에서 발견한 의학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다. 밖으로 드러나는 육체적인 질병부터 타인은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마음 속 생채기까지, 그림을 통해 만난 '진료실 밖 의학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의학 이야기인만큼 전세계를 휩쓸었던 전염병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다. 그 중 대표적인 두 가지를 꼽으라면 '페스트'와 '스페인 독감' 아닐까. 1347-1351, 불과 4,5년 사이 유럽 전역에 퍼진 페스트로 유럽 인구의 30-50퍼센트가 목숨을 잃었다. 대재앙이 진행되는 이 시기 동안 수많은 유대인들이 희생당해야 했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 사회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페스트를 인간이 지은 죄에 대한 하느님의 응징이라고 생각했고, 공포를 느낀 사람들의 광기의 화살이 유대인들을 향한 것이다.

 

하지만 '페스트'보다 '스페인 독감'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에곤 실레의 그림 때문이었다.


 

행복한 세 가족을 그린 에곤 실레의 <가족>. 아내 에디트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에 겨운 나머지, 조카를 모델 삼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얼굴을 그려 그림을 완성했다. 실레의 작품들 중 온전한 가족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가 스페인 독감에 걸려 배 속의 아이와 함께 세상을 떠나고, 실레 또한 그 3일 뒤 사망하게 된다. 행복한 가정의 미래를 꿈꿨을 실레의 덧없는 바람. 스페인 독감이 덮친 그의 인생을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아프다.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그림이 한 점 더 있다. 생후 2개월부터 아기에게 네 차례 접종하는 DPT 예방접종. 디프테리아, 백일해, 파상풍.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예방접종이 이리 많은 지도 몰랐고, 이 세 가지 중 들어본 것은 파상풍과 백일해 뿐. 디프테리아는 무척 생소했다. 프랜시스 고야가 이 디프테리아를 주제로 그린 <디프테리아>를 보면 아기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아버지의 조급함과 걱정이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주로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어 수많은 아기들의 목숨을 빼앗아갔다는 디프테리아. 점묘법을 창시한 신인상파 화가 조르주 쇠라와 그의 아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이중섭도 아들을 디프테리아로 잃었다니, 충격이었다. 지금은 1913년 백신이 개발되어 비교적 보기 어려운 병이 되었다지만, 저 그림을 볼 때마다 마음 한 켠이 아려올 것 같다.

 

신화를 통해 드러나는 콤플렉스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흥미롭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이오카스테 콤플렉스'. 어머니가 남편을 배척하고 오히려 아들에게 집착하여 심지어 성적으로 애착을 느끼는 증상이라니,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아주 오래된 영화인 <올가미>에 등장했던 그 무서운 어머니가 어쩌면 이오카스테 콤플렉스가 아니었을까. 아들에게 집착한 나머지 며느리를 죽이려고 했던 시어머니. 제대로 본 것은 아니지만 이미지를 떠올릴 때마다 그런 시어머니를 만나면 어쩌나 걱정(?)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책에 소개된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두 다 재미있었다. 이아손에게 배신당하고 자신의 손으로 아이들을 살해한 메데이아에서 '의학'이라는 말이 유래되었다는 것, 이발사 일과 진료를 병행했던 외과의사의 흔적이 오늘날 이발소를 상징하는 빨강, 파랑, 흰색에 남아있다는 것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삶과 죽음이 고스란히 반영된 그림들. 화가들이 그려냈던 과거의 모습이 현재까지 남아 여전히 우리에게 전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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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5건)

구매 배워가는 재미가 있어요.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w*****8 | 2022.03.13

"시인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라는 그림은 파리 뤽상부르 공원을 배경으로, 앙리 루소가

기욤 아폴리네르와 그의 연인 마리 로랑생을 그린 작품입니다.

사실 이 초상화 작품은 실제 모델과 닮지 않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루소가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아 기본적인 데생 실력이 떨어지는 데다가, 원근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화풍에서 벗어나, 이국적이면서 규범화되지 않은 그림을 그리려고 했고, 마침 앙리 루소 역시 여기에 포함됩니다.

 

미술관에 간 의학자, 나름대로 배워가는 재미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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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미술관에 간 의학자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s****e | 2019.10.06
'닥터프렌즈' 라는 유튜브를 구독해서 보고 있는데,
거기서 '의사의 눈으로 본 예술가' 를 봤는데,
생각보다 엄청 재밌었다.

미술 전공자가 아닌, 다른 분야의 시선으로 설명을
해주니 색다르고 재밌다.

그림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그림이니 화가에 대한 뒷이야기를 설명하면서
당시에 유행했던 질병이나 바이러스에
관한 얘기를 해주는것이 흥미롭다.

솔직히 미술은 관심은 있어도 엄청 어렵다고
생각해서 별로 안봤는데,
이런식으로 쉽게 얘기해주는 책 보는 거도 괜찮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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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미술관에 간 의학자 리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체*라 | 2018.08.27

미술이 예술의 한 방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 모습을 넘어 사람들이 앓던 병까지 알게 된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전공에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그림을 이해하는 모습과 이를 설명하는 방식도 특이했습니다.

새로운 접근방식을 통해 그림을 풀어 설명해주어 흥미를 가지고 몰입하며 읽었습니다.

시리즈로 나온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화학자 책또한 구매해서 읽어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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