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 동화전집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어있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러스트의 거장 ‘아서 래컴’ 컬러 삽화가 전편 수록되어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어릴 적 읽어봤던 동화의 내용들을 다시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독일의 유명한 학자이자 작가인 ‘그림 형제’가 200여년전 이런 동화들을 수집했다니 왠지 흥미롭습니다. 210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어 좋습니다.
어릴때부터 동화를 좋아해서 이 책을 사게 되었습니다. 책은 전체적으로 매우 두껍고 표지는 고급스러워 보입니다. 안에는 여러 삽화가 들어있는데 채색이 된 삽화는 아니지만 그림형제 동화에 맞는 그림체에 잘 그려져있습니다. 동화가 매우 많은데 하나하나는 꽤 짧아서 여러날동안 나누어서 읽기 좋은 것 같습니다. 어릴때 순화해서 읽던 동화가 아닌 원전 그대로를 읽다보니 기억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동화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추천합니다.
책 표지의 제목 '그림 형제 동화전집' 앞에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나는 이 수식어를 조금 바꾸고 싶다, '어른이 읽어도 재미 있는'이라고. 동화는 본디 아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렇지만 이 동화전집은 어른들이 읽어도 좋다고.
'그림 형제 동화전집'은 아이들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와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실 어른 독자들도 이 전집을 펼치면, 어렸을 적에 책으로 재미있게 읽었거나 혹은 어른들에게 솔깃해가며 들었던 이야기를 어느 정도는 만나게 될 것이다. "백설공주", "라푼첼",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브레멘 음악대" 등의 이야기 말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성장 과정에서 만화나 영화, 연극 등으로 접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 형제 동화전집'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들로 모두 200편이 수록되어 있고, 2부는 '어린이를 위한 성스러운 이야기'들로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표지 안쪽의 지은이 소개에 따르면, "그림 형제는 '독일적인 것'에 대한 애착과 집념을 가지고 고대 독일 문학과 독일의 옛 관습을 연구하여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그림형제는 신화, 전설, 동화 등에 많은 관심을 가져서, 독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모아서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전집에 실린 이야기들과 '독일적인 것' 혹은 '독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와의 연관 관계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지 못한다. 만약 내가 독일의 신화나 전설, 민담 등에 관한 지식이 많이 있었다면 이 전집에 수록된 이야기들과 '독일적인 것' 혹은 '독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과의 연관 관계 하에서의 독서를 했겠지만, 그걸 모르는 나로서는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을 그림 형제의 창작물이라는 생각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 전집은 방대하다. 210편의 동화가 수록되어 있으며 분량도 무려 1,000쪽이 넘는다. 하루에 몇 편씩 읽어서, 많이 읽은 날은 10여 편씩 읽기도 해서 20일쯤 걸린 것 같다. 다른 거 안하고 이 책만 읽었다면 더 빨리 완독할 수도 있었겠지만, 조금씩 읽으면서 생각도 하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든 작품이 그런 건 아니었지만, 생각할거리를 던져주는 작품도 꽤 있었으니까.
210편 중에는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제목과 내용을 이미 알고 있거나, 읽으면서 옛날에 읽었거나 혹은 들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오른 작품도 제법 있다.
한편, 예전에 분명히 읽었고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작품인데. "신데렐라 이야기" 등 몇몇 작품의 경우 내가 알고 있는(혹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내용과 다소 다르기도 했다. 이 전집에 실린 이야기가 오리지날이라니까 아마도 내 기억이 왜곡, 변형됐거나, 혹은 다른 판본(번역본)을 읽은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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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동화전집'에 실린 동화들은 무엇보다 재미있다. 사실 동화이니만큼 구성이나 사건 전개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이야기에 몰두할 수 있는 흡인력이 있다. 좋은 문학작품은 어쨌든 재미있어야 한다(재미있다고 다 좋은 문학작품이 되는 건 아니지만)고 생각한다. 그럴다면 '그림 형제 동화전집'은 좋은 문학작품집이다.
사실 리얼리티의 측면에서 보면, '그림 형제 동화전집'에 실린 이야기들의 상당수는 좋은 평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에 실린 작품의 상당수에 마녀나 마법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마녀니 마법이니 하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러나, 동화라는 갈래의 속성상 리얼리티 추구 못지 않게 아이들에게 상상과 꿈의 날개를 펼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면, 결코 황당한 이야기라고 해서 작품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다.
'그림 형제 동화전집'에 실린 이야기들은 기본적으로 선인선과 악인악과의 인과응보 사상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이는 작가가 동화의 교육적 측면, 곧 권선징악의 교훈을 염두에 두고 이 이야기들을 썼기 때문일 것이다. 이 교훈은 독자가 읽고 느끼게 만드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지만, 이야기의 말미에서 교훈을 직접 밝힌 경우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밝힌 교훈이 "토끼와 고슴도치" 이야기의 예처럼 독자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 것도 있었다. "토끼와 고슴도치" 이야기는 고슴도치가 잘난 체 하는 토끼와의 달리기 시합에서 부인과 짜고 속임수를 써서 이긴다는 내용의 동화인데, 말미에서 밝힌 교훈 두 가지 중, 남을 우습게 여기지 말라는 교훈은 쉽게 이해가 되지만, "남자가 결혼을 하려면 기왕이면 자기와 (외모가) 닮은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좋다"는 교훈은 (가치 있는) 교훈이라고 해야 하는지. 좀 의아했다.
그러고 보면, 그림 형제의 동화들에서 인물의 외모는 인물의 평가 기준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착한 인물로 그려진 인물(주로 여자)은 한결같이 외모가 아름다운 것으로 그려져 있다. 사랑받는 여자들의 경우 그 이유랄까 계기랄까가 (지적인 면에 대한 언급은 없이) 아름다운 외모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남자들의 경우에는 외모가 잘생기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지혜를 발휘하여 위기를 모면하는 경우도 있는 것과는 대조되는 것으로, 여성들은 외모로만 평가되고 평가받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여성이 관상용 화초도 아닌데 왜 외모로만 판단되어야 하는가? 이는 외모지상주의의 편견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그림 형제의 동화들에는 이외에도 몇 가지 편견이 엿보인다.
유대인을 부정적 캐릭터로 그린 작품이 몇 편 있는데 사건 전개상 굳이 유대인이라고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유대인로 설정한 것, 이는 유대인에 대한 부정적 시각, 곧 편견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아주 잠깐이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인의 유대인 학살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림 형제가 독일인이라는 것, 그리고 이 책에 기독교적 이데올로기에 바탕을 둔 동화가 제법 있었다는 것이 잠깐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도록 했다고 할 수 있다(이건 내가 오래한 것일 수도 있다.)>
계모는 악하다는 편견도 있다. 우리나라 동화에도 계모가 악하게 그려진 경우가 많은데, 모든 계모가 다 악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이건 편견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대체로 셋째(셋째가 대부분 막내)가 어리석은 인물로 그려지고 부당하게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의 묘미는 반전이 일어나서 오히려 셋째가 잘되는 경우로 이야기가 끝난다는 데 있다.
남자 이름으로 '한스'라는 이름이 많은데, 한스는 대부분 바보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힘센 한스"처럼 영리한 한스도 있지만 말이다.
기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 책에 실린 동화 중에는 반복 구조를 가진 이야기가 제법 있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어떤 일이 한 번 벌어지고 (유사한 일이) 또 벌어지고 또 벌어지고...하는 구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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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동화전집'에는 마법에 걸린 이야기, 마녀 이야기 등 마술과 관련된 내용이 많다. 유명한 '백설공주'를 비롯하여 '배낭, 모자, 뿔피리', '룸펠슈틸츠헨', '사랑하는 롤란트', '황금새' 등 매우 많은 작품이 마법에 걸린 인물(주로 왕자나 공주) 이야기이다.
그리고 마법, 이런 거와는 무관한 이야기로 내용이 황당한 이야기도 좀 있었다. 새가 멧돌을 목에 걸고 난다거나, 죽은 사람이 부활한다거나 하는 등...의 이야기 말이다.
마법이나 황당한 이야기, 곧 현실성이 결여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 이야기들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권선징악, 곧 착하게 살라는 것!
또 하나, 결말은 해피엔딩이지만, 그 이전에 주인공은 위기에 빠지고 시련을 겪는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식은 조력자(혹은 조력물)의 도움에 기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스스로의 지혜(용기까지)로 위기를 타개해나간다는 것이다. 곧, 해패엔딩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위기를 이겨낸 보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해피엔딩을 하려면 위기를 헤쳐나갈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좋은 동화는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 그리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어른이 읽어도 좋으며, 어른들에게도 이런저런 많은 생각할거리를 준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림 형제 동화전집'은 어린이에게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좋은 동화이다.
그림형제 동화전집은 수수께끼,쥐,새,소시지,홀레할머니,일곱마리의까마귀,작은빨간모자,브레멘음악대,노래하는뼈,황금머리카락을지닌악마,이와벼룩,손없는처녀,영리한한스,세가지언어,영리한엘제,천국으로간재단사,요술식탁,황금당나귀,자루속의몽둥이,엄지둥이,여우마나님의결혼식,꼬마요정,강도신랑,코르베스씨,대부,트루데부인,죽음의신,엄지둥이의여행,하얀새,향나무,늙은개,여섯마리백조등이 수록되어있는 그림형제 동화의 전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