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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질문하고 토론하고 연대하는 ‘프랑스 아이’의 성장 비결

목수정 | 생각정원 | 2018년 7월 5일 한줄평 총점 7.4 (28건)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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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살림 > 자녀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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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저자가 딸을 프랑스에서 키우며 직접 경험한 프랑스 학교와 교육철학을 한 권에 담았다. 아이들이 행복한 얼굴로 학교에 다니는 나라라면 분명 한 번쯤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이 책에서 프랑스 공교육의 모습을 비추며 우리가 교육을 통해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상을 다시 묻는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들어가는 말
1장 아이는 온전한 인격체다
프랑스에선 육아가 쉽다고요?
탄생 설화
엄마가 불행하면 모두가 불행하다
피임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어쩌다 출산 대국
일단 낳으시면 아이는 나라가 같이 키웁니다
아이는 이제 공화국의 시민
아빠들에게도 출산휴가를!
8개월에 시작된 칼리의 사회생활
프랑스 물만 먹으면 되는 일, 프랑스 아이처럼
프랑스 육아철학의 기초를 만든, ‘돌토’라는 신화
왜 세상의 모든 꽃들은 다 예뻐?
고개 숙이지 않는 사람들
세상살이를 위한 세 가지 에어쿠션
프랑스 유치원
감각 일깨우기
2장 등수가 사라지면 우정이 피어난다
그들이 하지 않는 질문,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
생메리 여우 학교
생메리 학교의 심장, 도서관
그 참고서를 불태워버리세요
초등학교 교실의 철학 아틀리에
음악 특성반
발칙한 생메리 아이들
초등학교의 빨강, 노랑, 초록 성적표
등수가 없는 자리를 채우는 것
왜 살아야 해?
카페에 앉아 녹였다, 3년 묵은 응어리를
사람의 몸은 자유로운가?
유행을 따르는 건, 남들과 같아지는 것
?인터뷰 ‘자유 평등 박애’가 실현되는 학교를 찾았어요 (이지도르 페리공- 에르망즈)
?인터뷰 배우고 싶은 것을 나만의 속도로 배워요 (비르질 프랑수아)
?인터뷰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시간과 사랑 (테레즈 마그낭)
3장 아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
우월감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차는 것
아이를 위해 머리를 맞댄 교사와 학부모
우리 반에 왕따가 있었어
교과목의 크로스오버
남녀가 함께 배우는 테크놀로지
평행선에서 동위각의 크기는 같다.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학교의 슬픔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클래스>
그 아이가 달라진 걸 선생님은 보지 못했어요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칼리가 열세 살 되던 날
평등에 온몸을 적시다
꺌랑, 내 속의 달콤함을 전달하는 행위
::인터뷰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생각하는 열두 살 비건 (클라라 페로-애플턴)
::인터뷰 나한테 제일 중요한 건 “내 인생”이지! (칼리 트호뫼호-목)
::인터뷰 문학을 통해 아이들을 아름다움에 이르는 길로 안내한다 (마리 드 발레)
4장 경쟁하지 않을 자유
왜 프랑스는 철학교육에 목숨 걸죠?
프랑스어 바칼로레아
영화학교 페미스 입학시험
젠더교육, 남자 혹은 여자 되기
프랑스 고교생, 거리에 진출하는 나이
필요한 것은 조직된 힘, 승리의 기억, 외침을 들어주는 귀
삶은 경쟁일까, 공생일까?
::인터뷰 “경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나탕 말렉)
::인터뷰 교사에게는 아이들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클로딘 자닉)
나오는 말

상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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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목수정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화 영역에서 일을 하다가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8대학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학 석사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문화정책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08년 이후, 줄곧 파리에 거주하며 한국 사회 속 약자와 소수의 권리에 관해, 올바른 정치를 위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매체에서 글로써 전하고 있다. 뚜렷한 주관으로 냉철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목수정은 상대와 마주할 때면 누구보다 따듯하고 부드럽다. 삼시 세 끼를 제 손으로 챙기면서 밥하기의 수고로움과 그 안에 들어앉은 세상 작동을 배움 삼아 자신만의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기 때문이다. 『밥상의...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화 영역에서 일을 하다가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8대학 대학원에서 공연예술학 석사를 받고, 한국에 돌아와 문화정책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08년 이후, 줄곧 파리에 거주하며 한국 사회 속 약자와 소수의 권리에 관해, 올바른 정치를 위해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매체에서 글로써 전하고 있다.

뚜렷한 주관으로 냉철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목수정은 상대와 마주할 때면 누구보다 따듯하고 부드럽다. 삼시 세 끼를 제 손으로 챙기면서 밥하기의 수고로움과 그 안에 들어앉은 세상 작동을 배움 삼아 자신만의 하루를 온전히 살아가기 때문이다. 『밥상의 말』은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제 2의 터전으로 살아나가는 저자가 두 밥상을 넘나들며 마주한 음식에 깃들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는 한국에서 대학까지의 교육과 사회생활을 경험한 저자가 프랑스에서 프랑스 남자와 함께 낳은 아이를 키우고 학교에 보내며 경험하고 관찰한 바를 기록한 이야기다. 어느새 중학교 2학년이 된 딸 칼리의 학교와 가정에서의 성장 과정을 차곡차곡 정리한 성장 기록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파리의 생활 좌파들』,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야성의 사랑학』, 『월경독서』, 『아삭아삭 문화학교』, 『당신에게, 파리』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문화는 정치다』,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 『자발적 복종』, 『10대를 위한 빨간책』, 『부와 가난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세계인권선언』, 『초경부터 당당하자: 나, 오늘 생리해!』, 『에코 사이드』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교육은 기술이 아니라 예술이다!
- 재불작가 목수정과 딸 칼리의 프랑스 공교육 체험기

한국에서의 어린이집 시절을 거쳐, 만 세 살 때부터 아이는 프랑스 공교육시스템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유치원,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까지 다니면서 아이가 경험한 학교라는 틀을 통해 프랑스 사회가 축적해온 양식들이 아이 속에 스며드는 것을 지켜보았다. 훌쩍 엄마를 넘어서서, 저만의 멋진 세상을 친구들과 함께 짓고 있는 아이의 모습, 학부모로 이 나라 학교를 겪으며 지내온 지난 13년의 관찰과 생각들을 책 속에 차곡차곡 담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예술 작품은 반드시 아름다운가?’ ‘우리의 윤리적 확신은 경험에서 비롯되었는가?’ 물음표 앞의 문장에서 읽는 사람 모두를 멈춰 서게 하는 이 질문은 실제 2013년 프랑스 고등학교졸업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에 출제된 문항이다. 암기 능력을 측정하는 취지가 아닌 한 인간의 세계관을 묻는 프랑스의 철학 바칼로레아는 자국에서 화제가 되는 것을 넘어 어느새 시험 날이면 출제된 질문이 전 세계 신문에 실릴 만큼 유명해졌다.
삶의 연륜이 켜켜이 쌓인 어른도 쉽게 답하기 힘든 질문들에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은 어떻게 대답하는 것일까? 철학 교육을 오랫동안 받아온 것일까? 아니면 남다른 교육시스템으로 자기만의 생각을 준비하도록 가르치는 것일까? 바칼로레아로 대표되는 프랑스 교육은 그간 외국의 교육시스템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나 연구자들의 논문을 통해 많이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그 자료들은 제3자의 입장에서 조사된 연구 결과일 뿐, 현실에서 프랑스 아이들이 어떻게 교육받고,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하며, 문제점은 무엇인지, 다수의 사람들은 쉽게 알 수 없었다.
날카로운 사유와 깊이 있는 시선으로 유명한 저자 목수정이 딸 칼리를 프랑스에서 키우며 직접 경험한 프랑스 학교와 교육철학을 말한다. 특히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한국식 경쟁교육시스템에 익숙한 엄마이자, 프랑스에서 거주하며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쓰는 저자가 딸 칼리를 키우며 경험한 문화적 차이뿐 아니라 아이를 통해 프랑스 문화에 조금씩 젖어드는 모습은 단순히 아이의 성장기만이 아니라 저자 자신이 엄마와 양육자로서, 그리고 프랑스 시민의 일원으로서 적응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놓치지 않도록 느리게 진행되는 교육 과정, 그 안에서 경쟁과 서열 없이 행복하게 공부하며 친구와 우정을 쌓아가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삶을 즐길 수 있도록 가르치는 선생님과 학부모, 사회가 흔들릴 때마다 거리로 나서길 주저하지 않으며 공화국의 이념인 ‘자유 평등 박애’를 직접 실천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들이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읽고 말하고 쓰며 자기의 생각을 정립하는 아이들
- 프랑스, 소프트 파워 세계 1위의 힘은 교육에서 출발했다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는 2004년, 세계 정치에서 성공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소프트 파워’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 경제력 등의 물리적인 힘인 하드 파워에 대응되는 개념인데, 구체적으로는 각 나라의 정신적 가치, 대외정책, 호감도를 지칭하며 대개 국가가 지닌 문화적 힘과 가치관의 확장성, 매력도로 환원되어 사용된다. 그렇다면 현재 소프트 파워 1위 국가는 어디일까? 미국이라는 예상과 달리 영국 홍보컨설팅 업체인 포틀랜드커뮤니케이션에서 발표한 순위에 따르면 2017년 소프트 파워 1위 국가는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1789년 프랑스대혁명을 통해 자유 민주주의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한 국가이며, 문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강국이다. 프랑스 요리를 비롯해 칸영화제와 앙굴렘만화페스티벌로 비롯되는 문화, UN 공용어와 IOC 공식 언어로 지정된 프랑스어까지, 전 세계에 퍼진 프랑스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프랑스만의 소프트 파워가 만들어지는 근간은 무엇일까?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에서는 전체 학교 과정에서 프랑스어 교육과 문학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칼리를 통해, 그리고 칼리가 다니는 학교 선생님의 인터뷰를 통해 잘 보여준다. 국어 교육이 ‘읽기’와 ‘출제자의 의도에 맞춰 문학작품을 이해하기’에 맞춰진 한국과 다르게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어 교육에서 ‘읽기’와 ‘쓰기’, ‘말하기’를 모두 강조한다. 단순히 글을 읽고 쓰는 과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자의 딸 칼리는 중학교 입학 후 프랑스어 수업 시간에 그 나라의 유명 희곡인 [시라노]의 한 대목을 외우고 직접 연기해보기도 한다.
프랑스어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문학 작품을 함께 읽은 후, 그 작품을 바탕으로 한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한다. 아이들은 주어진 소설의 앞 한 대목만 보고 뒷부분을 상상해서 써보고, 친구들과 팀을 만들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직접 책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프랑스어뿐만이 아니라 전 과목에 ‘읽기’와 ‘쓰기’, ‘말하기’가 강조된다는 이야기가 본문 곳곳에 녹아 있다. 심지어 프랑스의 초대 문화부 장관인 앙드레 말로는 “교육부는 라신의 작품을 알게 하고 문화부는 라신의 작품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할 정도로 교육부는 지식을 문화부는 사랑을 전달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읽기’, ‘쓰기’, ‘말하기’를 중시하는 교육 방식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몇몇 선생님들만의 특이한 수업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않다. 프랑스의 교육시스템 전체가 텍스트를 읽고, 자기 생각을 쓰고,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말하기)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프랑스의 철학 바칼로레아가 유명하지만, 프랑스어 바칼로레아(국어 시험)도 지나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 오지선다형으로 모든 것을 기계가 채점하는 한국과 달리 프랑스어 바칼로레아에는 구두시험과 필기시험을 함께 진행한다. 필기시험은 제시된 세 가지 텍스트의 캐릭터나 주제가 지닌 공통점을 분석한다. 그러나 구두시험은 한 명의 학생이 교사와 함께 제비를 뽑고, 뽑힌 텍스트에 관해 시험관이 던지는 질문에 답한다. 시험의 공정성에서 시비가 없을 만큼 시험관인 교사도 학생도 자기 생각을 탄탄하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이 시험에 준비된 답안이나 문제은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이 ‘읽고’, 읽은 다음 꾸준히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쓰고,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더 열심히 읽은 사람만이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읽고 쓰고 말하기는 자연스럽게 생각하기로 이어진다. 답안을 외우고 맞히는 대신 10년 내내 자기 생각을 정립해가는 것이다.

고개 숙이지 않는 아이들
- 프랑스 유아 교육의 근간, “아이를 어른처럼 대하라”

아이가 고집을 부리면 프랑스 부모들은 설명하고 설득한다. 그리고 선택의 범위를 제시한다. 아이가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어른의 언어로 계속해서 설명한다. 프랑스에는 유아에게만 쓰는 특유의 단어가 없다. 아이도 처음 말을 배울 때부터 어른들의 말을 따라 한다. 아이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기 위해 어른들 세계에는 없는 배꼽인사 같은 것은 시키지 않는다. - 본문 77쪽

자기 생각을 정립해가는 사람들은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프랑스의 교육문화는 한국에서도 상당히 화제가 된 바 있다. 아이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미국식 모델과 다르게 프랑스는 철저하게 가정에서 부부가 중심이 되며, 아이는 부부라는 줄기에서 얻은 삶의 열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어느 날 ‘아이를 다소 희생시키더라도 부부를 중심에 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말은 프랑스의 육아철학을 관통하는 문장이기도 했다. 프랑스의 수면교육은 독특하다. 한국은 아이 울음소리가 커질수록 부모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프랑스는 아이에게 수면습관을 길러주고 부부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이를 울리는 일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의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배꼽인사를 배우지도 않고, 아이들만이 사용하는 (애교가 듬뿍 담긴) 유아어도 따로 없다.
유학 시절, 베이비시팅을 했던 저자는 티보라는 아이를 돌보며 프랑스 사회의 흐름을 하나씩 알게 된다. 아이라고 해서 떼를 쓰거나 귀엽게 보이려 노력하지 않는다. “내 맘이야”라고 고꾸라지며 떼를 쓰지 않기 때문에 이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야 하는 이유, 지금 이 행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꾸준히 하나씩 설명했던 일화를 말한다.
또한 프랑스에서는 아이들에게 ‘봉주르(Bonjour, 안녕하세요)’, ‘실트플레(S’il te plait, 부탁합니다)’, ‘메르시(Merci,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입에 붙을 때까지 가르친다. 그것은 만인을 향한 존중의 언어인 동시에 사람들과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여 자신을 지키는 언어였다. ‘메르시’를 넉넉하게 말하는 사람은 우아함을 획득하며, ‘봉주르’를 자주 건네는 사람은 너그러워진다. ‘실트플레’(경어로는 ‘실부플레 S’il vous plait’)를 잊지 않는 사람은 품위를 얻게 된다.
많은 부모들이 프랑스에서는 아이들이 전식, 본식, 후식까지 타인을 방해하지 않고 식탁에 얌전히 앉아 있는다는 전설 같은 말을 듣곤 한다. 그러나 대부분 프랑스 아이들만이 특별하다거나 우리는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나친다. 저자는 프랑스 아이들도 다른 나라의 수많은 아이들과 똑같다고 말한다. 대신 프랑스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내가 받고 싶은 대접을 남에게 더도 덜도 말고 똑같이 하라고 배운다. 무엇보다 아이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이니 부모 마음대로 하는 일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충분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면서 인내심을 갖게 하는 것. 아이를 작은 어른처럼 대하며 존중하는 태도가 바로 프랑스 유아교육의 바탕이라는 것을 이 책은 잘 보여준다.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들어서는가?
- 프랑스 교육의 핵심 가치, ‘경쟁하지 않을 자유’

등수가 없는 세계에선, 내가 점수로 판단되지 않으므로 남도 서열로 세워놓고 보지 않는다. 그리하여 점수 너머에 있던 더 많은 각자의 특징을 보게 된다. ……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시험과 등수의 압박에서 자유로우니,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관심사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다. -본문 162쪽

프랑스 교육만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읽기와 말하기, 쓰기를 강조하는 교육? 아이를 어른처럼 존중하는 유아교육? 저자는 프랑스 교육의 가장 큰 특징으로 ‘경쟁이 없음’을 꼽는다. 프랑스에는 아이들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할 결정적인 단어, ‘전교권’, 이른바 등수가 없다. 저자는 가끔 딸 칼리에게 반에서 ‘누가 공부를 잘하는지’를 묻곤 하지만, 항상 칼리는 ‘몰라’라고 답한다.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에 가서도 등수는 없다.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중학교에서부터 학업에 대한 평가가 ‘축하합니다’, ‘잘했습니다’, ‘열심히 하세요’로 매겨지지만, 그 평가가 세세한 변별력을 제공한다기보다 각자의 학업 성취가 어느 정도를 진행되었는지를 알려주는 표지일 뿐이다.

▶우정, 비슷한 성적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사람이 친구
등수의 부재가 베푸는 미덕은 무한하다. 저자는 등수가 사라지면서 먼저 쉽게 아이들이 ‘우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반의 3분의 1한테 “너희들 참 잘했다”라고 알려주면 그 아이들은 그저 흐뭇할 뿐이다. 또 다른 3분의 1한테 “너희들도 잘했지만 다음에는 더 잘해주면 좋겠구나”라고 하면 그 아이들도 잘했다는데, 기분이 나쁠 이유가 없다. 잘하는 아이들만 특별 대우를 받는 일은 없으니 미워할 필요가 없다. “열심히 하세요”라고 평가받은 아이들은 스스로가 성실하게 학업에 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성취도가 낮다는 이유로 모욕을 주는 일이 없으니,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넘어간다.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면, 공부를 잘하는 것은 한 아이가 갖는 특징 중 하나가 될 뿐이다. 또한 ‘차이를 차별로 만들지 말라’는 만고의 진리를 학교에서부터 배울 수 있게 된다. 시험 때문에 덜 긴장하고 학교생활 자체를 덜 고통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환경뿐만 아니라 성적도 비슷할 때 친구가 된다. 그래서 가끔 친구는 ‘나와 성적이 비슷하거나 나보다 성적이 더 나은 사람’을 칭할 때도 있다. 경쟁이 과열된 사회에서는 친구마저 ‘성적과 서열’이라는 기준으로 나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경쟁이 사라진 자리에 우정이 들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공부를 잘하는지’라는 기준을 버리고 사람을 바라보게 되면 친구가 가진 관심사나 그만의 특성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정은 저마다의 다양한 관심사를 친구를 통해 만나게 해주는 중요한 통로가 된다. 그래서 아이들은 친구의 관심사를 따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환경을 생각하여 채식주의를 실천하거나 전파하고, 아이들끼리 전시회를 보러 가고,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서점을 찾아간다. 혹은 자신들이 배우는 악기의 마스터 클래스를 찾아 실력을 향상시키기도 하고, 함께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책을 만들어보기도 한다.
프랑스 아이들은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에 시달리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시험과 등수의 압박에서 자유롭기에 친구와 함께 여러 가지를 꽃피우고 열매를 만들 수 있다. 프랑스 학교마다 붙어 있는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이념 ‘자유 평등 박애’. 프랑스의 중학교 시절까지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발판은 이렇게 마련되는 것이다. 등수와 경쟁이 사라진 그 자리에 넓고도 깊은 우정의 샘, 차고도 넘치는 예술 프로젝트, 상생과 연대의 지혜를 채워가며 프랑스 아이들은 자라난다.

▶자기 생각을 표현하며 연대하는 아이들
이쯤 되면 한국에서 원하는 교육, 인재상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한번쯤 한국의 교육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오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은 문제를 얼마나 실수 없이 정확히 맞히는지를 측정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실수라도 하나 생기면 ‘등급’이 몇 단계씩 하락한다. 객관식 시험을 통해 시험을 치르고 나서 한 달 후면 결과가 나올 만큼 효율적이지만, ‘효율’이라는 말 뒤에 무언가 누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특히 사회나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거리로 뛰어나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외치는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이 보일 때마다 우리와 그들의 교육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진다.
프랑스 고등학생들의 정치 참여는 전혀 놀라운 현상이 아니다. 한국 현대사를 복기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원래 17~18세는 가장 빨리 피가 끓어오르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 조직에 눈뜨기 시작하는 나이다. 일제에 저항했던 유명한 독립운동가 중 한 사람인 유관순을 떠올려보자. 그녀는 당시 이화학당에 다니던 열일곱 살의 소녀였다. 1929년 일제강점기에 일어난 광주학생운동도 학생들이 주도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던 대규모 항일 운동이었다. 1960년 4·19혁명을 촉발시킨 것도 3·15부정선거에 항의하며 시위에 참여했던 마산상고의 학생 김주열의 죽음이었다. 1980년 광주민주항쟁에 수많은 고교생 시민군들이 있었다. 지난 촛불 정국 때 어른들이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질타에 머무르던 순간, 가장 먼저 ‘혁명정부’라는 어휘를 들고 거리를 누볐던 사람들은 바로 ‘고등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의 사회 참여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하는 인간이 세상을 뒤흔든 익숙한 방식이었다. 지난 수십 년간, 건강한 사회 작동에 필요한 학생들의 참여를 입시 지옥에 철저히 가둔 한국 사회가 오히려 진단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한국의 10대들과는 달리 프랑스의 10대들이 누리는 한 가지 엄청난 특권이 있다면, 그것은 경쟁하지 않을 자유라고 말한다. ‘경쟁하지 않을 자유’, 이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경쟁 대신 협력하고 연대하는 법을 배우고, 경쟁으로 마모되지 않은 에너지는 세상을 개혁해낼 조직된 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공화국의 시민이 되기를
- 230년을 이어온 프랑스 교육의 원칙

어린 시절부터 독립적인 인격체로 자라고, 경쟁이 없는 사회에서 친구와 우정을 쌓으며 세상에 대해 발언하는 이들의 교육시스템은 언제부터 만들어진 것일까? 수능 외에는 해마다 입시 요강이 바뀌는 한국에서는 프랑스의 교육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나 교육시스템은 나폴레옹 치하에 만들어져 이제껏 운영되고 있다. 프랑스의 교육 이념도 230년 동안 똑같다. 이들에게 교육은 ‘자유로운 생각을 가진 공화국의 시민을 기르는 것’이다. 1789년 왕의 목을 자르며 탄생한 프랑스대혁명, 프랑스혁명에서 탄생한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을 유지하기 위해서 생각하고, 비판할 줄 아는 시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왕의 빈자리를 누군가 차지하려 할 때, 그것을 저지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깨어 있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비판적 시민의 양성을 위해 프랑스 교육은 읽고 쓰고 말하기를 비롯해 철학을 가르친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 사회에서도 회자되는 이 시험은 이들에게 단순히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바칼로레아 시험에는 정답이 없다. 저자는 바칼로레아 철학 시험지의 답안은 말 그대로 ‘엉망’이라고 말한다. 1년 정도 철학수업을 듣는 프랑스 고등학생들도 그 문제에 쉽게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고 한다.
프랑스의 철학 바칼로레아 문제가 발표되는 날은 온 시민이 고민한다. 이 시험은 프랑스라는 나라가 세상에 막 나가려는 고등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숙고의 시간인 것이다. 말 그대로 ‘세상에 나가기 전 너만의 생각과 너만의 논리를 챙겨 나가라’고 전하는 것! 시험 문제를 보며 자신이 그간 생각해온 것들을 정리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신문에 발표된 주제를 읽으며 그날만큼은 프랑스의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답을 고민한다. 그들에게 철학은 세상의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틀이자,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과정이다.

학교 가는 것이 행복한 아이들
- 성적 위주의 경쟁 교육을 버려야 하는 이유

13년간 프랑스에서 아이를 키워온 저자 목수정. 그곳에서 딸 칼리를 키우며 항상 ‘맑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구구단을 2년 동안 배우는 속도에 답답했던 적도 있고, 공부다운 공부를 위해 참고서를 구입했다가 선생님에게 “그 책을 불태워버리세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한국식 교육에 익숙했던 저자는 칼리를 키우며 한국에서 자란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것,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에 담았다. 그녀는 자신의 책을 통해 ‘프랑스 공교육이 최고’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녀는 계속해서 우리가 교육을 통해 원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지를 묻는다. 객관식으로 진행되는 효율성 위주의 시험 시스템, 사교육에 더 많은 영역을 허용하는 공교육 체계, 학교별, 학년별, 반별, 과목별로 등수를 노출시키는 시험, 평가는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한 번 더 묻는다.
프랑스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구두시험이 보편화되어 있고,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객관식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 시스템을 통해 뒤에서 학생들이 각자의 논리를 만들어가도록 돕는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날수록 이들에게 모든 공부는 자기 생각을 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수업 방식은 또 어떤가! 지리수업 시간에 ‘여행 계획’을 짜면서 도시에 대해 알아가고, 영어 시간에 ‘로힝야족’을 돕는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며 생각을 정리하며, 미술시간에 문학작품을 읽고 만화를 그려보는 등, 교과목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공부를 통해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한다. 또한 시민윤리 시간에 ‘왕따’나 ‘환경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토론한다.
또한 사회가 공화국의 근간이 되는 혁명 이념에서 벗어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바리케이드를 치며 항의하는 고등학생들이 프랑스에 존재하는 이유는 이들에게 교육과 공부란 결국 ‘자유 평등 박애’에 근거한 자기 의견을 세상에 당차게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학교는 힘들고 괴로운 곳으로 기억될 때가 많다. 만약 학교에서 배우고 익히는 일이 행복하다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 아이의 성장을 전하며, 독자들에게 넌지시 질문을 건넨다. 당신이 원하는 아이는 과연 어떤 아이냐고. 우리는 이곳에서 어떤 사람으로 아이를 기르길 원하냐고. 지금은 우리가 그 질문에 고민해볼 시간이다.

종이책 회원 리뷰 (23건)

구매 칼리의 프랑스 학교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골드 d**d | 2019.09.24

때때로 다른 나라의 교육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는 시기가 오는데요.

요즘은 핀란드 북유럽을 거쳐 프랑스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언뜻 보기에 별다를 것 없어보였던 프랑스 교육과 아동, 가족 복지에 대한 저자의 실생호라을 통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내용이 쓰여져 있습니다.

칼리의 사고 방식과 언어의 확장 등이 한국아이들과 다른 것은 프랑스식 생활과 교육의 바탕때문이었는데요.

아이를 키운 엄마로서 경험하게 해주고 싶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집에서도 아이의 사고와 토론, 언어 확장을 지원해 줄 수 있을만한 팁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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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호* | 2019.02.23

우리는 서로 생각을 주고 받으며,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어갔다. 처음에는 좁은 보폭으로 조심스럽게 걸었지만, 나중에는 씽씽 달려가는 아이를 잡으러 가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아이는 내게 셋아을 보는 새로운 창을 열어주고, 나는 종종 나의 창가로 아이를 데려와 내가 바라보는 창으로 세상을 보게 해주었다.(p.5 들어가는 말)

 

나는 지금까지 아이의 삶이 행복했는지 급히 점검했다. 그러고는 '후회없이 행복한 시간을 누렸다면 어느 순간 인생이 멈춘다 한들 무엇이 아쉬우랴'라는 대범한 결론에 도달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아이가 누릴 오늘의 행복을 유보하지 말지어다. 그날 이후 내가 얻은 하나의 원칙이다. 그날부터 자기전에 아이에게 물었다. "오늘 하루, 행복하게 보냈어? 칼리아, 넌 행복한 아이니?" 아이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이면 서로 이마와 볼, 코에 뽀뽀를 전하고 아이를 꿈나라로 보내주곤 한다.

이 경이로운 존재와 삶을 같이한 지 13년, 나와 아이 아빠는 매일 아이를 열광적으로 맞이한다. 아침 식사를 하러 눈을 비비며 식탁으로 다가올 때, 현관문을 딸랑이며 학교에서 돌아올 때, 일요일 늦은 아침에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엄마와 아빠 사이로 점점 덩치가 커져가는 토끼 한마리가 파고 들어 올 때 우린 "칼리다"라며 환호성을 지른다. 마치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처럼.(p.5-6 들어가는 말)

 

1장 아이는 온전한 인격체다

 

부부 애정을 중심으로 가정을 꾸려나가라는 이야기는 '너 자신의 인생을 먼저 존중하라'는 이야기와 같다. 주례사에서 시장이 굳이 '아이를 희생시키는 한이 있더라고'라고 표현한 것은 흔히 아이를 핑계로 부부의 돈독함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p.17, 프랑스에선 육아가 쉽다고요?)

 

내 기억에 희완(칼리아빠)은 한 번도 칼리를 아이로 취급하지 않았다. 작은 몸을 가진 성숙한 인간으로 대했다. 매사 아이의 의견을 묻고 이유를 설명하고 아이의 의사를 파악하려고 했다. 그 점에선 나도 비슷했다. 아이를 성숙한 인격체로 대하겠다는 다짐을 해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우리만큼 세상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p.57, 8개월에 시작된 칼리의 사회생활)

 

프랑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자립을 훈련받는다. 마치 아이를 자립시키기 위해 낳은 것처럼 프랑스 엄마 아빠들은 이 미션을 필사적으로(보일만큼) 철저하게 수행한다. 삶의 중심은 아이의 부모인 부부 중심으로 흘러가고 그래야만 한다고 믿는다. 자식은 공동의 삶에서 얻은 열매일 뿐, 삶의 줄기는 아닌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면 가족의 기축이 온통 아이 중심으로 흘러가버리는 우리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p.58, 프랑스 물만 먹으면 되는 일, 프랑스 아이처럼)

 

프랑스와즈 돌토가 이후 1세기 동안 프랑스 부모들이 금과옥조로 삼은 몇가지 금과욕조로 삼은 몇가지 명료한 결론을 내놓는다.

첫 번째, 아이는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ㅔ다. 앞으로 어른이 될 존재로서 미래에 지닐 가치로 존중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미 완전한 인격체를 지니고 있다.

두번째,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은 자기 삶의 주인이다. 당시(1930년대)로서는 혁명적인 내용이었고 우리는 여전히 이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하라. 아이들은 언제나 자기 삶에 대한 직관을 가지고 있다. 진실이 올바로 전해지면 아이는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을 성장시킨다. 그러니 아이에게 왜곡된 진실을 전달하지 말라.

넷째, 모든 것은 언어다. 말 뿐 아니라 시선, 손짓, 표정, 태도, 걸음걸이 등 이 모든 것이 언어다. 신생아들도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소통하려 한다. 그러니 주저 말고, 최초의 순간부터 아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라(p.67, 프랑스 육아철학의 기초를 만든 '돌토'라는 신화)

 

아이는 사물이나 음식 등에도 인격을 보여하는 경향을 자주 보였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어린 시절 그들에게 동등한 생명체로서의 존재감을 생생히 느겼던 것 같다. (p.72, 왜 세상의 모든 꽃들은 다 예뻐?)

 

처음에는 유난히 꼿꼿한 자세로 걷는 이 나라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몸이 너무 꼿꼿하다 못해 뒤로 졎혀질 것 같다고 느꼈다. 실은 약간 굽히고 있던 사람은 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그저 반듯이 허리를 펴고 서 있었을 뿐이다.(P.80, 고개 숙이지 않는 사람들)

 

'봉주르','실트플레','메르시'. 아이들이 말을 시작하면 이 세가지 말이 자동적으로 튀어나올 때까지 주변의 모든 어른들이 가세해서 가르친다. '봉주르'는 '안녕하세요'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 때는 무조건 이 말부터 꺼낸다. 이 말을 생략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내면 상대방이 눈에 힘을 빡 주고 "봉!주!르!"하고 힘주어 말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된다. "예의 좀 갖추시죠"라는 뜻이다. '실트플레'는 공손하게 부탁하는 말이다. 직역하면 '네가 원한다면'이란 뜻이다. 모든 명령문에 붙어서 명령이 아닌 부탁이 되게 만들어주는 영어의 '플리즈(Please)'에 해당하는 말이다. ...급식소에서 식판에 밥을 담아줘도 '메르시', 카페에서 물을 한잔 갖다 줘도 자동적으로 '메르시'라고 말하도록 훈련받는다. 그렇게 수백, 수천번 반복한 끝에 자동적으로 세 문장이 튀어나오는 정도에 이르면, 사회 생활 중에 사람들과의 부딪힘을 막아줄 에어쿠션 세 개를 몸에 달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만인을 향한 존중의 언어인 동시에 그들과의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여 나를 지키는 언어였다. '메르시'를 넉넉하게 말하는 사람은 우아함을 획득하며, '봉주르'를 자주 건네는 사람은 너그러워진다. '실트플레'를 잊지 않는 사람은 품의를 얻게 된다.(p.81-82, 세상살이를 위한 세가지 에어쿠션)

 

내가 받고 싶은 대접을 남에게 더도 덜도 말고 똑같이 해주는 것, 아이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존재이니 내 맘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면서 인내심을 갖게 하는 것. 그러한 인본주의적 태도가 이 나라 유아교육의 바탕이기도 했다.(p.84, 세상살이를 위한 세가지 에어쿠션)

 

프랑스 교육부는 '시민윤리'교육의 목표가 '미래의 책임 있는 시민'과 '비판적 이성을 가진 성숙한 시민'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조화시키는 것이라고 밝힌다. 근대 시민사회의 시작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에 대한 저항에서 비롯되었으며, 저항의 출발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냉철한 이성임을 그들은 부인하지 않는다.(p.109, 내겐 권리가 있어)

 

2장 등수가 사라지면 우정이 피어난다

 

'리스펙트'라는 영어 동사와 비슷한 프랑스어 단어 '레스펙테'의 의미는 영어의 맥락과는 조금 다르다. 영어의 '리스펙트'가 누군가를 우러러보고 따르는 비스듬한 경사의 상하 개념 속에서 작용하는 존경의 감정이라면, 프랑스어의 '레스펙테'는 수평적인 관계선상에서 누군가를, 그러니깐 그의 말과 생각, 의견을 신뢰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p.128, 그들이 하지 않는 질문,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

 

마지막 전체 평가도 점수가 아니라 두 줄의 문장이다. "열심히 노력했고 결과도 매우 만족스럽다. 이젠 좀 더 빠른 시간 안에 모든 것을 마치는 노력을 해볼까?"

아이를 기분좋게 해주면서 약간의 채찍을 던지는 문구였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평가였다. 그리고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나와 견주어 어떤 점에서 나아져야 하는 지를 제시해준다. 경쟁의 대상의 옆 사람이 아니고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라는 사실, 너무 다행스럽다.(p.157, 초등학교의 빨강, 노랑, 초록 성적표)

 

3장 아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

 

둘의 관계에서 평등을 요청하고 촉구하는 쪽은 언제나 나다. 평등해야 한다고 의식하는 사람이 있는 한, 우린 사실 완벽하게 평등하지 않다. 1세계의 남자는 자신이 아무리 평등해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세상의 중심에서 세계사를 주도해나갔다는, 수백 년 된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 없다. 호통을 쳐서 깨우쳐주지 않으면 그는 자신이 누군가의 그림자를 밟고서 있으며, 누군가의 노동 위에 제 안위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p.301, 평등에 온 몸을 적시다)

 

평등의 감수성은 내가 나보다 강한 사람들과 대등해져야 한다는 사실 뿐 아니라 나보다 약한 존재들(난민 어린이는 물론이고 동물이나 식물까지)도 나만큼 존중받아야 한다고 느끼게 한다. 그것은 생명의 무게는 같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어하는 생태 근본주의자의 심리다.(p.304, 평등에 온 몸을 적시다)

 

깔랑은 너로 인해 내 속에 생성된 달콤함을 녹여 너에게 전달하는 행위다. 그래서 그것은 주는 행위인 동시에 다시 받는 행위다. 나에게 달콤함을 생성하게 하는 상대와의 깔랑은 불가역적이다. 말없이 몸으로 위무하는 등 두 마리의 동물처럼 그 단순한 몸의 언어는 우리의 인생에 닥쳐왔고, 앞으로도 닥쳐올 슬픔과 환멸들로부터 우리를 쓰다듬어주는 포근한 깃털이다.(p.306, 깔랑, 내 속의 달콤함을 전달하는 행위)

 

4장 경쟁하지 않을 자유

 

공부하는 것은 특권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권리예요.(가브리엘 포레 고등학교 3학년생들)

 

한국의 10대들과는 달리 프랑스의 10대들이 누리는 한가지 엄청난 특권이 있다면, 그것은 경쟁하지 않을 자유다. '경쟁하지 않을 자유', 이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경쟁 대신 협력하고 연대하는 법을 배우고, 경쟁으로 마모되지 않은 에너지는 세상을 개혁해낼 조직된 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p.381, 필요한 것은 조직된 힘, 승리의 기억, 외침을 들어주는 귀)

 

프랑스의 민주주의와 학교는 같은 시기 같은 동기로 태어났다. 소수 엘리트가 아니라 시민이 통치하는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그 시민 일반이 깨어 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만들어 진 것이 학교다. 그런 학교가 혁명의 정신을 가르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고, 자유롭고, 존엄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멋진 일이었다. 불평등이 가해질 때 항의할 수 있고, 자유가 위협받을 때 광장으로 뛰쳐나가 자유를 엄호할 수 있으며, 존엄이 짓밟힐 때 그것을 단호히 거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이는 학교와 학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생활을 통해 이 모든 가치들이 선언되고 위협받고, 다시 수호되는 과정을 겪어왔다. 선언만으로 지켜지는 것은 없다. 매일 이 선언을 부수려는 시도가 도처에서 이뤄질 때, 그것을 지켜내려는 노력 또한 숨 쉬듯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p.418-419, 나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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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늦은 독서와 구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구*희 | 2018.12.16
이 책이 나오기전부터 사실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학교를 다니느라 출간한것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게되었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책장이 가볍게 넘겨지지 않았다

평범한 교육에세이가 아니라 철학과 교육에 관련된 심오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생각하면서 읽게 만들었다

읽는 내내 우리나라와 다른 교육방식과 삶에 정말 깜짝 놀랐다. 정말 머나먼 남의 나라이야기였다. 그런 것이 가능한 국가가 있다니...!

대학생인 나에게 정말 충격이 었다. 프랑스 아이들은 어릴때부터 자신의 주체와 자립성과 독립성을 기르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토론을 한다.

게다가 학교에서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에 관련하여 아이들을 지도한다.

왜 요즘에 프랑스 프랑스하는지 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나와 관련이 없는 머나먼이야기이지만 감탄을 했고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어서 며칠동안 이 책이 아른거렸다

그래서 구매를 하였다. 내가 구매를 하게된 결정적인 계기는 저자의 딸 칼리가 했던 말때문이었다.

목수정씨가 자신의 딸 칼리에기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단순한 자신의 꿈이나 되거 싶은 직업이 아닌 아주 간단명료한 대답을 했다

바로 내 인생을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그말에 나는 구매를 결심했고 다시한번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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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회원 리뷰 (2건)

구매 프랑스의 육아,교육 문화가 궁금하다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고*님 | 2020.02.17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이 꽤나 흥미로웠던 나는 이 책을 이어 읽어보았다.

‘여행,육아,학교’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꽤 유익했던 책이다.

한국인인 저자가 프랑스인 남자를 만나 딸(칼리)을 낳고, 프랑스에서 아이를 기르면서 보고 생각하고 느낀 점들을 풀어놓고 있다.

프랑스에서 임신, 출산, 육아, 교육 시스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 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여행을 하면서 그 나라의 겉모습과 느낌 정도는 느껴볼 수 있지만, 실제 그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실제로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런 기회를 갖기는 어렵다. 이런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 속살을 들여다보는데, 꽤나 흥미롭다.

임신으로 인해서 회사에서 다른 동료에게 피해 아닌 피해(?)를 주거나 도움을 받게 되었을 때, 내가 “죄송해요.”라고 말하자

“당연한 걸 고맙다고 하지 마세요.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도와야 한다잖아요.”라고 말해주던 선배들이 있었다.

그렇지. 내 아이를 기르는 일이지만 동시에 우리의 아이를 기르는 일이 아닌가.

역대최악의 출산율이라고 하는데, 사실 아이를 낳아 기를 문화적인 여건을 만들어주면, 출산율은 저절로 증가한다. 우리 사회가 더 나아져야 한다. (개인을 탓할 일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나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1.육아를 철저히 공적인 일로 받아들이는 프랑스 사회의 시스템은 정말이지 부러웠다. (독박육아(?)가 아닌 함께 하는 육아!!)

-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부모의 삶이 무너지면 안 된다. 아기의 삶이 중요하듯 부모의 삶 역시 중요하다. 

2.공화정의 탄생과 함께 탄생한, 비판적 의식을 지닌 깨어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제도도 인상적이었다. (인간은 모두가 존엄하며 각자 권리를 지닌다. 나도 소중하고, 너도 소중하다. 우리의 권리를 빼앗는 일이 일어나면 학생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거리로 나온다.자유,선택,책임)

“프랑스의 고등학생들은 거대한 정치·경제 이슈뿐 아니라 학교 내부의 모순을 깨뜨리기 위한 노력들도 전개한다.”

3.아이들끼리 경쟁할 필요가 없는 학교의 문화도.

-친구들이 경쟁자가 아니라면. 나는 너보다 더 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빨리빨리 먼저 배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배우는 자체가 중요하다. 과정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등수가 없는 세계에선, 내가 점수로 판단되지 않으므로 남에게도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그리하여 점수 너머에 있던 더 많은 각자의 특징을 보게 된다. 점수로 인간을 평가하는 획일적인 기준이 사라지면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주제들이 아이들의 삶 속에 들어가 펼쳐진다. “ -본문 중

천천히. 배움의 즐거움을 우리 아이들이 맛볼 수 있다면!!

-아이의 행복을 위해 부모는,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화와 소통. 철학하기(철학 아틀리에!)

“ 중요한 사실은 아이에게 ‘철학 아틀리에’는 생각의 놀이터였다는 점이다. 열 살 남짓한 아이들이 생각의 세계를 서로 열어젖혀 핑퐁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시야가 넓어지고 즐겁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본문 중

-문화체험의 중요성(예술의 즐거움. 여행)

어떤 인간을 길러낼 것인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 어떤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인가?

엄마로서,교사로서 ‘행복한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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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a****i | 2019.09.01

프랑스 아이처럼을 읽고, 목수정이라는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에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한번쯤 학창시절을 보내 봤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어엿한 사회인으로 키워진다는 것이 부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한편 읽으면서 내가 한국 사람이니 이렇게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대목들도 있었다. 어쩌면 단시간에 얻어질 수 없는 훈련을 추구하는 교육 방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읽기 쓰기 등 기본 중의 기본이 되는 부분에서의 훈련 같은 건 특히나 그렇다. 내가 프랑스인으로 자라지 않아 낯선 얘기들이 많지만, 많은 부분에서 영감을 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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