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라는 단어는 작가에게 큰 의미가 있다. 그것은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작가 자신에 대한 어떤 개략적인 소개를 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작가의 취향은 그보다는 좀 더 결이 좀 더 섬세하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책들을 선정함으로써 작가는 좀 더 깊이 있게 자신의 내밀한 취향을 드러내고 있으며 이를 보는 독자는 이를 통해서 더욱 따스한 감정으로 작가의 취향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읽는 이의 취향에서 작가는 다양한 텍스트들을 통해여 다양한 주제들을 취향의 테마로 묶어내고 있다. 그것은 출판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담겨있기도 하는 가하면 섬세한 언어 사용에 대한 논의와 그에 대한 작가의 사유를 드러내기도 한다. 동시에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텍스트들을 통해 드러낸다. 이처럼 다양한 주제들을 취향이라는 공통적인 관점에서 다루면서 작가는 개인의 시선에서 뛰어난 통찰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책에 대한 비평적 관점이 아니라 온전히 개인이 느끼는 어떠한 감정이나 생각들에 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제목에 부합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책들을 다루는 중에서도 특히 <장미의 이름>이 책의 유통과 출판, 그리고 지식의 소유라는 문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는 작가의 예리한 시선은 단순히 그러한 분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작가 개인이 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충분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강의 책들을 통해서는 유려한 언어 속에서 드러나는 사유와 이를 통해 느낀 감정들을 세밀하게 소개함으로써 언어의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어서 독자 개인의 취향과 연결지어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나 충분히 취향에 대한 이야길르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작가는 모든 책들을 다루면서 그 책에 대한 인상과 생각을 적절하게 서술하고 이를 통해서 자신의 취향과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서의 취향이라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안정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 다양한 텍스트들과 그 텍스트들이 함의하고 있는 바를 자신의 관점에서 통찰해내는 능력이 뛰어나며 독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텍스트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갖게 되는 동시에 좀 더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해질 수 있다. 즉, 작가의 글을 통해서 독자들은 소개받은 텍스트들에 대한 이해의 저변을 넓히고 자신의 삶과 연결지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접하면서 새로운 시선을 이해하고 동시에 작가의 취향을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함에 따라 스스로에게 묻게되는 것이다. 나의 취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가진 관점은 무엇인지. 그것은 책에 대한 것에서부터 점차 삶 전반으로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표지처럼 인문학적 향기가 싱그럽게 물씬 나는 책입니다.
가볍디 가벼운 에세이들이 너무도 많은 서점에서 보석같이 발견한 이야기가 마음에 확 와닿았습니다. 인문학적 깊이도 있으면서 읽기 부담스럽게 무겁지도 않은, 딱 적당한 무게입니다.
코로나로 많이 지쳐있는 우리는 어쩌면 독서나 여행으로 다른 세계를 찾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읽는 이의 취향, 여행하는 이의 취향, 품은 이의 취향. 제목도 목차도 사람을 확 매혹적으로 끌어당기고 있어서 저절로 손이 가는 책이었습니다.
깔끔하고 담백한 문체로 쓴 에세이라 생각이 맞는 누군가와 격조 있고 편안한 대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취향은 그 사람을 그대로 나타내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인 독서의 취향을 보여주면서, 건강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엿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장미의 이름],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같은 고전을 돌아보면서 공감을 얻을 수 잇는 점이 좋았습니다. 한 권 한 권의 제목만으로도 깊이가 있는 책들입니다. 처음 고전을 접했을 때, 어린 나이에 나의 세계 전체가 확장되는 느낌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고전의 향기가 시간을 머금으며, 시대를 지나오며 서로 다르게 이해되는 한편,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여겨지는 가치들을 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고 좋았습니다. 또한 비슷한 시절을 지내왔다고 하더라도 그 시절이 어떻게 와닿을 수 있는지는 온전히 그 사람의 일이며,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도 온전히 그 사람의 취향임을 느낍니다.
고전이 갖는 힘, 이야기의 힘을 알아가며 정말이지 성장해가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학이란 더구나 소설이란 현실과 동떨어질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 있을 법한 개연성을 갖는 이야기이기에 소설이 재현한 허구는 마냥 허구가 아닌 현재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인문학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 아직 매력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들, 어떤 쪽이든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별하게 보고 대하려는 시각과 시야, 태도가 열린 곳에 반짝임이 자리한다.' 라는 문장이 마음 깊이 기억에 남습니다.
작가님의 다른 책도 너무나 기대되네요^__^
독서의 취향(일상이 풍요로워지는 특별한 책읽기) -고나희
2018.12.12 ***
가끔 책을 많이 읽고 사유한 사람들이 추천한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그 책을 읽고 내가 알지 못했지만 숨겨진 보물 같은 책들을 종종 발견하기 때문이다. 나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은 수많은 책중에서 나와 코드가 잘맞는 보석같은 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사람들이 많이 읽은 책이 아니고 소수의 사람들이 애정하는 책들을 발견하면 그건 더욱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마치 보물이 표시되어 있는 보물지도를 소수의 몇 명만이 비밀스럽게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도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골랐다.
책은 4파트로 나누어진다. 읽는 이의 취향, 여행하는 이의 취향, 쓰는 이의 취향, 품은 이의 취향.
사실 책은 개인의 취향과 관심을 잘 나타내주는 지표이다.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책이나 서평을 읽으면 어떠한 감흥도 느껴지지 않고 책의 매력도 또한 떨어진다. 이 책의 서평을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이 좀 되었다. 솔직히 그렇게 마음에 와 닿은 책도 없었고 저자의 글도 그렇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아마 저자와의 주파수가 맞지 않아서 일지도 몰랐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는 왠지 나이가 많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초,중반. 읽으면서 저자의 나이를 괜시리 짐작했다.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코드가 잘 맞는 친구와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그것처럼 책도 저자와 나와의 대화와 소통이다. 그런데 코드가 잘 맞지 않으면 저자가 하는 말이 지루하게 느껴지고 깊은 공감도 나오지 않는다. 책을 읽는 내내 그런 느낌이 들었다.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느낌.
흥미있게 다가온 책들은 몇 권 있었다. 조지 오웰이 이런 소설도 썼구나 하면서 생소하게 다가온 소설이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조지 오웰이 실제로 그런 생활을 체험하면서 쓴 르포르타주이다. 실제로 그 생활로 들어가서 직접 경험한 것이기에 아마도 생생하게 남겼을 것이다. 인간은 삶이 극단적으로 변화를 겪게 되면 혼란한 감정들이 마음을 어지럽히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진정한 가치와 소중한 것들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다시 한 번 사유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어느 정도 허구적인 르포르타주임에도 이 책을 긍정하고 싶은 이유는 그 시선과 방식 때문이다. 변두리 삶과 그 안의 인물들 밖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 그 안에서 자신과 다름없는 대상으로 대하고 보았던 움직임(시선)이었다. '다름'이 주는 곁눈질을 경계해야 한다. 변두리를 대하는 시선이 자신과 다르고 동떨어진 것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된다면, 그 인식과 시각에는 선입관과 편견이 들어서게 된다. ....(중략)....그런 까닭에 그의 시선이 머문 자리를 따라 눈이 움직였고, 그가 비추는 방식에 따라 마음이 움직였다." -본문 44~45쪽
카롤린 봉그랑의 '밑줄 긋는 남자'이다. 주인공 콩스탕스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책을 읽고 좋아하는 작품과 작가를 지닌 감성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독자다. 그녀가 사랑하게 되는 사람은 '밑줄을 긋는 남자'이다. 그 남자는 책에 밑줄을 그으며 텍스트를 과감하고 자의적으로 읽어내는 독자다. 밑줄 긋는 남자를 콩스탕스는 뒤쫒고 콩스탕스를 사랑하게 된 클로드는 개성과 취향이 분명한 독자이다. 이들 셋 모두 밑줄 긋는 것을 통해 텍스트를 재해석하고 새로이 배치하면서 새로운 텍스트를 만들어낸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점은 이들의 텍스트 훼손이 아닌 텍스트(책)를 대하는 태도와 텍스트를 이끄는 방식이다. 게다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을 때 앞선 독자의 밑줄이 성가실 때가 많긴 하지만, 때로는 그 밑줄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밑줄 그은 이의 감각과 수준이 나보다 우위에 있다면 그 도움은 더욱 커진다." -본문 172~173쪽
우리에게는 '비포 선라이즈'의 잘생긴 청년으로 기억되는 에단 호크이다. 그는 작가로서 세 권의 책을 냈는데 '이토록 뜨거운 순간', '웬즈데이', '기사의 편지'이다.
"배우, 소설가,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그 너머의 복합적 크리에이터로서 호크의 행보는 여러 분야의 창작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자신이 다루고 대하는 텍스트를 경계 없이 자유로이 인식하고 해석하며 고정된 자리에 멈춤 없이 창작자의 지평과 포부를 넓히는 태도는 글과 책, 영상과 영화, SNS 등 텍스트의 상호 혼용과 혼재가 일반적인 지금에 창작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와 에디터 그 너머의 크리에이터로의 욕구와 바람 때문에 에단 호크의 태도에 그렇게 집중했던 게 아닐까." -본문 203쪽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셰익스피어&컴퍼니)' 제레미 머서의 책이다. 셰익스피어&컴퍼니는 분명 서점이지만 일반적인 서점과는 다르다. 도서관처럼 운영되기도 하고, 많은 작가가 그곳에 머물려 숙식도 하고 작품도 쓴다. 머서도 서점에 머무른 작가 중 한 사람이었다. 숙박비는 자서전을 쓸 것, 하루에 책 한 권 읽을 것, 서점 일을 조금 돕는 것이었다.
"이 공간에서의 삶이 머서에게 모험이 아니면 무엇일지. 그리고 낯선 곳, 낯선 사람, 낯선 삶의 방식은 어른도 어린아이로 만들어버리는 법이다." -본문 219쪽
"서점에서의 생활이 글쓰기에 완벽하거나 그에 가까운 환경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공동생활이라 신경 쓰일 것도 많지만 그는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쓰게' 된다. 글을 쓰는 이에게 멈춰선 펜을 다시 잡게 되는 것만큼 의미 있고 큰 변화는 없다. 그 변화는 곧 그의 재기를 의미한다. 낡은 서점에서의 여행이 그를 작가와 인간으로서 다시 나아가게끔 한 것이다." -본문 220쪽
이제는 서점이라는 공간이 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책을 읽고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바뀌어야 겠고 책을 팔기도 하고 도서관처럼 빌려주기도 하는 유연한 운영방식을 택하는 것도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책만 사러 오는 것이 아닌 책을 읽다가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보증금과 약간의 대여료를 받고 빌려가고 그들이 또 다시 반납하러 오면서 책을 놓지 않는 좋은 환경과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도 참 괜찮은 방식인 거 같다. 내가 그런 서점을 하나 차리고 싶다. 사람들이 점점 책을 사랑하게 만드는 서점을 말이다.
이 책은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깊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건지 아니면 단순히 내 취향이 아닌었던 건지 말이다. 나중에 읽으면 뭔가 또 새롭고 생각이 달라지겠지? 하는 여지를 남기고 서평을 끝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