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책읽아웃] 만화가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G. 재수 만화가)
2020년 06월 04일
대단한 거지! 어쨌든 니가 뭔가를 이겼다는 거잖아. 난 메달 같은 거 받아 본 적 한 번도 없어 난 시합에 완전 쥐약이거든 나는 있는 힘껏 노력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최선을 다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뭔가 대단한 사건이 발생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아닌, 어쩌면 청춘이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일마저도 섬세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느낌을 잘 표현한다. 그림체가 살짝 윤태호와 비슷한 느낌이 날 때도 있는데, 아무튼 대사 없는 여백과 그림의 힘을 잘 활용한다.
또한, 이 책으로 여러 여자들은 꼬셨다는 작가의 후일담을 보고 보통내기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바스티앙 비베스에 대한 리뷰를 보고 책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리뷰를 본 건 《누나》였는데 정작 구매한 건 《염소의 맛》이네요. '염소 요리도 아니고 무슨 제목이 이런가?' 싶었는데, 책표지를 보니 수영장입니다. '아~! 수영장' 싶었습니다.
'염소' 소독향과 물맛! 수영 마니아가 지나칠 수 없는 책이었습니다. 구매하려던 《누나》를 잠깐 내려놓고 《염소의 맛》을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바스티앙 비베스 작품에 대한 확신이 없어 한 권만 구매하기로 맘 먹은 것이었지요. 이유는 개인적 경험 때문인데요, 프랑스 스타일 문학을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프랑스식 영화(특히 누아르) 역시 밑도 끝도 없이 끝나버리는···, 상당히 당황스럽고 허탈하기 그지 없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개인적 평가입니다. ㅎ
이는 애니메이션도 비슷했습니다. 유럽 유학 당시에, TV에서 프랑스 애니메이션을 가끔 방송해줄 때가 있는데, (아~ 완전~) 배경음악도 없이 잔잔한 효과음만 지속... 그런데 그걸 보고 있습니다. 대사가 별로 없어서 보기에 훨씬 편했기 때문이기도합니다. 몰입도 짱이고, 긴장감 쩝니다. 그런데 갑자기 끝납니다. 멘붕이 몰아치지요.
프랑스 문학! 하면, 일단 저의 뇌리에 꽂힌건 그런 느낌입니다. 상당히 많은 여백, 긴장감 그리고 끝.
그렇다고 동양적이지도 않고, 이걸 철학적이라고 해야하는지? 뭐라해야하는지? 뭘 봤는지, 뭘 읽었는지도 모르겠는데, 그런데 끝입니다. 반전, 여운은 엄청나게 오래갑니다. 이게 더 힘듭니다. 영화가 끝났을 때, 영화관을 나오며 영화가 시작되었지요.
지루하고 지루한 책이 강제로 덮이고(더 이상의 내용이 없으니 강제로 끝내진거지요) 그 책 책장에 꽂히고서야 허탈함 속에 소설이 시작되었습니다.
몇 년 전 구매했던 《프랑스인 유언》도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래도 작가가 러시아인이라 다른 걸 기대했었는데...
그럼에도불구하고, 묘하게 끌리는 그 마력에 이끌려 피리 소리를 따라가는 아이처럼 한 권을 샀습니다.
결론은, ㅎㅎㅎ
《염소의 맛》 . . . 프랑스 작품 맞습니다.
프랑스 작품 느끼고 싶으신 분 구매를 권해드립니다.
내 취향은 아닙니다. 그런데···,
책을 볼 때의 몰입감
그 수영장의 염소향나는 습한 공기 속에,
'띵~~' '꿀렁~~' 거리는 물 속에,
코로 물이 들어오는 것 같고, 수영장 물 한 모금 삼킨 것 같고,
잠영하는 모습에선 숨조차 멈춰집니다.
덮어버린 책, 수영장 속에 내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독특한 만화를 만났다.
아~주 단순한 플롯이라서 심지어 밋밋하기까지 하고, 그래서 읽어버리는데 10분 남짓 걸린 것 같은 이 만화가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뭐, 요즘 내가 수영을 하고 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민트색의 수영장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다보니...요거, 묘하게 그 잔상이 남는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흔히 보는 만화와는 달리, 커다란 사건이나 임팩트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생각이 난다.
배영을 하면 아무래도 수영장 천장의 조명이나 혹은 결을 따라서 일직선을 가려고 하는데,
그런 세세한 묘사들도 좋았다.
아..어떻게 설명해야하지?
다니구치 지로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 '신들의 봉우리'같은 스토리가 탄탄하고 극적인 만화가 있고, '산책'과 같은 밋밋한 만화가 있는데, 나는 뭔가 이야기를 하다 만 것 같은 혹은 그냥 일상의 한 페이지를 보여는 것 같은 '산책'같은 작품을 훨씬 좋아하는 편.
이 책은 마치 '산책'의 유럽판인것 같다. 이 작가의 작품을 더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