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나는 꽤 오랜시간 흑인음악 웹진에서 글을 썼다. 사람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려 노는 법.
힙합이나 알앤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으레 서로 인사하길 "워썹" 하고 인사한다.
막 킵 잇 리얼~(Keep It Real)도 외치고, 쇼미와츄갓(Show Me What You Got)도 외치고 그러고 논다.
시대가 지나면서 블링블링, 스웩, 플렉스 같은 단어들은 대중들에게도 익숙하다.
우리끼리야 그렇게 어울려 논다지만, 실제 처음 본 흑인에게 "워썹"하고 인사를 하면 어떨까.
흑인들은 우리보다 유연하겠지. 흑인들은 우리보다 피지컬이 좋겠지. 아, 흑인들 뭔가 멋진데.
흑인이라는 단어는 뭔가 비하하는 거 같고, 더 칭찬 같은 단어가 없을까.
그런 생각에 많은 사람들은 흑인을 가리켜 "흑형! 흑누나!" 라고 부른다.
실제 흑인들이 이런 단어를 접한다면 어떨까.
만화가 예롱은 이런 궁금증을 만화와 한글, 영어 텍스트로 재미나게 풀어냈다.
서점에 우연히 본 노란 표지의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는 그렇게 내 손에 들어왔다.
만화가 예롱이 가나 출신의 흑인 남성 '만니'와 만나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풀어낸 만화다.
비단 외국 남성과의 연애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장애를 갖고 있거나 여성에 대해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저질러 오던 수많은 혐오와 편견을 이야기하는 만화다.
아, 이건 칭찬이니까 괜찮겠지.
아, 저 사람은 장애를 갖고 있으니까 내가 도와주면 고마워 하겠지.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서는 온전히 알 수 없는 수많은 나쁜 배려심을 작가는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내가 꼭 알앤비나 힙합 같은 흑인 음악을 좋아해서만은 아닐 거다.
이 책. 정말 좋다.
단순하게 그려낸 만화도 좋고, 글도 좋다.
거의 모든 텍스트를 한글과 영어를 같이 써서 뭔가 영어공부 하기에도 좋다.
이십 대 초반 동대문에서 신촌으로 가는 버스를 찾는 한 자메이카 남성을 도와준 적이 있다.
나는 그가 어디 출신인지 물었고, "자메이카"라는 대답에 "오 나 밥말리 좋아해!" 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다행히 그도 밥말리의 음악을 좋아했었고, 나는 그의 신촌행 버스를 도와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바디랭귀지의 힘을 구하긴 했지만.
그때의 나는 잘못한 게 없었을까. 처음 본 타인에게 출신지를 묻고, 당연하다는듯 밥말리를 꺼낸 나는 괜찮았던 걸까.
예롱의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는 20여년 전 그때의 나는 과연 잘못한 게 없었는지 반추하게 만들어준 만화다.
생각할 거리를 무수히 많이 던져주는 만화.
갈수록 한국 사회는 분열하고 있다.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다투고,
여당과 야당이 다투고,
페미니스트와 안티 페미니스트들이 다툰다.
예롱의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는 억지로 페미니즘을 강요하거나, 사회적 약자,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을 위해 투쟁하는 만화는 아닌 것 같다.
그저, 우리가 쉽게 내뱉었던 말과 행동들이 실제로 당사자에겐 어떻게 보이는지, 많은 에피소드를 들어 설명해준다. 세상에나! 이런 이야기들이 실제로 존재한단 말인가! 싶은 이야기들이 나와서 조금 충격적이기도 하다.
출판사 뿌리와이파리는 맹기완의 <야밤의 공대생 만화>로 큰 히트를 친 적이 있다.
뭔가 뜬금없이 좋은 만화를 쑥쑥 출간하는 느낌이랄까.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도 그런 히트의 느낌이 난다.
이 만화 많이 팔려서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면 좋겠다.
생각없던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만화다.
추천.
나는 예롱 작가의 지인도 아닌데 이렇게나 글을 길게 쓰다니.
만화가 좋긴 좋았나보다.
한번 더 추천.
리뷰 끝.
지인이 이 책을 읽고 있다기에 궁금해져서 저도 구매했습니다. 만화라 가볍게 읽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내용이 마음에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일어나는 차별과 혐오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됐어요. 주변에 추천하기 좋은 책이네요. 사람들이 조금씩 변해서 끝내는 혐오와 차별없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