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조예은 저
제목이 너무 멋진 책이라서 관심이 가고 궁금했던 책이었어요. 시에 대한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지만 부제가 고딩을 위한 발칙하고 유쾌한 문학수업이라는 걸 보니 시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요.
밥 딜런과 황진이에서 백석과 김종해까지.. 발칙하고 기발하고 신선하고 엉뚱한 문학수업이라고 하는데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재미있었어요. 솔직히 고등학교 문학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이렇게 수업을 하셨다면 문학시간에 졸려할 일이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4장으로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사실상 그 구분이 별로 필요가 없어요.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들과 그에 따른 재미있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가는 모습들이 이 책에 드러나 있어요.
'벼락치듯 나를 전율시킨 문장 찾아와서 발표하기', 디카시(영상과 문자가 한 덩어리가 되어 시가 되는 멀티 언어 예술) 수업, 새에 대한 몽상하기,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는 수업 등등의 색다른 수업들이 있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어요. 실제로 저 수업시간에 수업을 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네요.ㅎ
이 책은 학생들의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들에 대한 탐구라고 볼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어요. 저자가 26년 동안 문학 수업을 하면서 던진 질문에 대한 탐구도 있지만 대부분은 학생들이 던진 질문에 대한 탐구라고 하네요.
그런데 그 질문들이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이들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 싶은 것들도 있었어요. 문학시간에는 엉뚱해도 괜찮다는 선생님과 능동적으로 작품을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었어요. 그래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갔을 때 이런 문학 수업을 하는 선생님을 만나면 참 좋을텐데 현실적으로 그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아쉬워요.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꼭 읽게 해줘야 할 것 같은 책이었어요.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 <그대 앞에 봄이 있다>
저자가 졸업식이나 입학식에서 자주 낭송하는 시라고 했는데 학생들 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와 닿을 것 같은 시라서 넘 좋았어요. 우리에게도 꽃필 차례가 바로 앞에 있을거라 생각해봅니다.
내 학창 시절의 '시'란?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문학 작품 중'시'는 유독 항상 어렵게만 느껴졌던 것 같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다채롭게 그려 나가는 소설이나 담박히 읽는 맛이 있는 에세이나 수필에 비해 비유와 상징이 많고, 특히 나라를 잃은 설움과 고통을 절절히 담아낸 저항시나 어색하기만 한 고대어의 향연인 시조의 의미 해석 때문에 애먹던 기억이 강해 '시'는 난해한 영역의 대명사였다. 수업 시간에는 항상 의미도 모르는 시구절을 따라 읽고, 선생님이 짚어주는 주요 단어에 별표와 밑줄로 도배하며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시구를 외우느라 여념 없던 기억밖에 없는 것 같다.
2020년! 유쾌 발랄한 문학 시간!
그런데 이 책을 읽어 보니 역시 시대의 흐름 속에 교실의 풍경도, 문학 시간의 모습도 꽤 진화한 듯한 느낌을 받아 신선하고 유쾌했다. 내 어릴 적 수업 시간처럼 아직도 문학을 시험 도구로 평가할 수밖에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과감히 기존의 정형화된 틀을 깨고, 문학을 예술로 느끼며 입체적, 다각도의 접근 방식이나 학생들의 재기 발랄함을 이끌어내는 수업 풍경이 참 흐뭇했다. 특히, 어느 세대보다 더욱더 디지털 기기의 사용 시간이 많은 데다 일상을 SNS에 업로드하는 게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학생들과 함께한 '디카시' 수업이 흥미로웠다. 디카시란 '영상 및 사진과 문자가 한 덩어리가 돼 시가 되는 멀티 언어 예술'인데, 시적 형상을 순간 포착해 그 느낌이 휘발되기 전에 문자로 표현하여 SNS로 실시간 소통한다. 학생들의 영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준다. 내 학창 시절에 이런 분과 국어 수업을 했다면 나도 더 많은 시의 바다에서 깊이 있게 유영할 수 있었을 텐데...
더 알고 싶은 시인과 그들의 작품 그리고 고전 문학
유혹과 도발의 언어로 양반 남정네들을 마음껏 풍자하고 야유한 조선 최고의 예인 황진이, 로맨티스트이자 세련된 외모와 대조적으로 토속적인 정서들을 표현했던 백석, 어린 나이에 독보적인 언어 감각과 재능을 시로 표현한 김소월, 빛을 노래한 시인이자 나에게는 '즐거운 편지'의 감동으로 늘 기억되는 시인 황동규, 국사 시간에는 실학자로 국어 시간에는 명문장가로 두루 이름을 올린 연암 박지원의 작품들을 찾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어렵게 여기기만 했던 고전문학도 찾아서 읽어 보면 다른 시각과 다른 깊이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것도 이 책을 읽은 큰 수확이다.
어릴 적 학창 시절의 향수를 느끼고, 현재의 문학 시간을 엿보는 신선함을 맛보며, 잊고 지낸 다양한 작가와 작품과의 만남을 원하는 독자에게 추천!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시를 가까이.
학생시절에는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입시에 시달려 문학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어요. [시가 나에게 툭툭 말을 건넨다]는 재밌는 문학 수업으로 학생들이 던진 질문에 대한 탐색 활동만을 모은 내용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가수 밥 딜런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예를 들며 음유시와 같은 노래가사들도 알려줘요. '내 꺼인 듯 내 꺼 아닌 내 꺼 같은 너', '시간은 조금씩 우리를 갈라놓는데' 등 좋은 가사가 많네요. 저자가 뽑은 음유시인은 가수 조용필입니다. '꿈은 하늘에서 잠자고 추억은 구름 따라 흐르고'라는 가사가 좋아요.
벼락치듯 나를 전율시킨 문장에선 최고의 시 구절을 찾아봅니다. 멋진 구절은 곡 시에서만 찾을 게 아니라 소설. 수필, 동화, 과학책 등 어떤 책이든 좋고 두 문장을 찾아오게하는 과제를 냈다고 해요. 너무 놀라 염통이 쫄깃해졌어라는 코믹한 문장도 있어요.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 서정주. 자화상 중에서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침묵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느라 나는 거의 고통스러웠다 - 기형도, 기억할 만한 지나침P.58-59
디지털 영상 시대에 맞춰 SNS에 올리는 사진과 함께하는 시를 디카시라 부르고 멀티 언어 예술이라 말합니다. 5행 이내, 사진과 함께 실시간으로 공유해 순간의 시적 감흥을 담는 게 특징이에요. 짜릿하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시인이 학생들과 창작한 디카시가 소개되어 있어요. P.79
역발상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넘나드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미생, 메밀꽃 필 무렵, 슈렉 등이 있어요. 특히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가장 좋은 토론 주제는 슈렉이었다고 합니다. 기존 가치개념과 규범을 전복시켰기 때문이에요. P.98
김소월, 황진이, 김수영 등 시인들의 시와 이야기도 있습니다. 먼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는 김소월의 먼 후일이란 시는 14살에 결혼한 김소월이 다른 여성과 교제 중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남편의 학대로 자살 후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한 직후 썼다고 합니다.
시 작법, 시를 쓰는 방법, 문장을 찾는 방법 등 문학 수업에서 실제로 이용된 방법을 알려줘서 도움이 됩니다. 여기 실린 문장도 좋아서 읽는 재미가 있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