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 저
임솔아 저
애나 렘키 저/김두완 역
로랑스 드빌레르 저/이주영 역
천선란 저
백온유 저
후드티를 입는 이유는 있다. 맨투맨보다 후드티는 모자에서 생기는 '아우라(?)'가 있어서 조금더 예쁘다. 모델들이 입은 거 보고 너무 간지나는 게 예뻐보였다.(실제로 나는 매우 다름에 실망하기 했지만) 그래서 몇 개 구입하다보니 입는다. 겨울에 입기에 따뜻해 좋다. 두 겹을 입어도 즉, 후드티 안에 티 하나를 더 입어도 답답하거나 불편하지 않다. 비오거나 눈 올 때 가림막이 되어 준다. 얼굴 가리고 싶을 때 딱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나는 겨울에 주 3회정도는 후드티를 꺼내입는다. 그 정도면 후드티를 즐겨입는다고 생각했다. 물론 17벌(후드집업 포함)이라는 저자분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말이다. 후드티에 대해 아무튼 시리즈로 내줄 정도라니, '후드티'에 대한 가치관과 철학이 얼마나 분명하신 분이길래? 그게 그렇게 궁금했다. 후드티가 캐주얼하다보니 내용도 단순하고 캐주얼할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진지했다. 그래서 의외로 좋았다. 후드티를 중심으로 마인드맵처럼 뻗어나간 생각들이 인상적이었다.
후드티의 이름과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후드티를 통해 저자의 여러가지를 바라본다. 항의의 의상이었던 것부터 자신의 직업(개발자), 사회 운동하기에 입기 좋은 옷, 자신이 후드티를 여러벌 사들이게 된데서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 살과 체형에 대한 이야기, 육아 등 그녀의 인생전반에는 후드티가 있었다. 후드티가 자신을 이야기해줬고,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주었다. 저자의 삶 속에서 후드티는 최고의 실용성과 효율성을 선사했다.
나무꾼과 선녀에게도 선녀옷보다는 후드티가 하늘로 날아가기 좋을거라고 은근스레 추천인듯 추천아닌 추천같은 이야기를 쓴 면에선 큭큭 웃음이 났다. 나 또한 그 말이 공감이 됐다. 아 좋지!! 후드티 타고 하늘을 올라가면!!
그럼! 아이 셋을 데리고 하늘나라로 가려면 아이를 어떻게 안아야 하나 상상해보기도 했다. 가장 어린 아기는 후드티 모자에 구멍을 두 개 뚫어 다리를 넣어서 보행기마냥 탈 수 있게 하고, 양 사이드에는 힙시트(어깨띠없이) 받침을 두 개를 둔다. 아이를 엉덩이를 엉덩이 받침에 걸치게 태워서 올라가면!! '승천안정성'이 보장 아니겠어?라는 생각! 오! 그러면 기저귀나 가재수건, 물티슈 담을 가방도 어깨에 맬 수 있겠어!! 이런 생각?
아무튼, (정신차리고) '후드티'로 돌아와서 ...
IT 쪽 일하시는 분답게 객관적인 정보를 설명할 뿐 아니라, 글도 자기 분석적이고, 사색적이었다. 후드티로 시작한 글에서 생각지 못하게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갈 뿐 아니라, 문장 또한 좋았다.
소소한 소재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색다른 임팩트와 통찰을 가져다 줘서 좋았던 책이다.
사회문제나 참여에 진심이신 분들, 직장을 다니시는 여성분들 그리고 워킹맘, 체형에 대해 비관적이셨던 분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한번 읽어보시면 위로도 되고 자신의 생각도 정리해볼 수 있는 책이다. 여성분들에게 많이 공감과 도움이 될 것같아서 추천해드리긴 하나 남성분들이 읽고 싶으시다면 굳이 말리지 않는다. 무슨 책이든 나쁠 건 없으니까요!!^^ (남성혐오 같은 건 전혀 없으니 날세우지 마시고요!^^)
나온지 고작 4개월밖에 안된 조경숙 저자님의 신작 아무튼 후드티
후드티만 입는 사람을 보며 왜 항상 저렇게 프리하게만 다니지? 마음속으로 생각해 본 적 있다면 이제는 마음을 고쳐먹을 수 있을 것이다. 후드티 하나에 많은 정신과 태도가 마음가짐이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니 말이다
인상깊은구절
- 아쉬운 게 있다면 단 하나, 프로페셔널이었다. 후드티를 입으면 남들 앞에서 전문가처럼 보이지 않을까 봐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회사 사람들 말고 외부인을 만날 때는 더 위축되었다. 나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한지라 직장인이라기보다 학생처럼 보인다는 콤플렉스가 있었다. 거래처 사람들과 여럿이 미팅하는 자리에서 명함을 나눌 때면 나보다 늦게 입사한 남성 후배가 언제나 나보다 먼저 상대의 명함을 받았다.
- 빌리 아일리시는 카메라 앞에 설 때면 늘 자기 몸보다 큰 옷을 걸치고 나왔다. 이 때문에 그는 연예인이면서도 몸매 관리를 안 한다는 둥, 실제로는 뚱뚱할 것이라는 둥 하는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마이애미 콘서트에서 빌리 아일리시가 옷을 벗은 건 바로 이 모든 악성 댓글 때문이었다. 후드티를 시작으로 후드티 안에 받쳐 입은 스웨터를 벗고, 탱크톱을 벗었다. 마침내 속옷 차림으로 선 빌리는 군더더기 없는 말끔한 몸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는 검은 강물 속으로 미끄러지듯 사라졌다. 벗은 몸으로 있더라도 그를 성적 대상화할 시간은 단 한 톨도 주지 않겠다는 듯한 매우 강력한 퍼포먼스였다.
- 나는 늘 빨간 펜을 들고서 스스로를 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나온 궤적을 돌아보면 그때는 틀렸다고 생각했던 것도 세월이 흘러 맞는 답이 되는 경우도 있다.
- 사실 여성복을 말하면서 샤넬을 빼놓을 수 없다. 샤넬이 만든 건 옷이 아니라 역사였고 의상을 통한 혁명이었다. 코코 샤넬은 치마 길이를 과감하게 무릎까지 잘라냈다.
- 옷이 날개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날개의 효용은 멋이 아니라 훨훨 날아가는 데에 있다.
아무튼 후드티 리뷰
책의 표지 하얀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있는 한 여인은 아마 울고 있다. 볼과 코가 빨간 걸로 보아선 눈이 시퍼런걸로 보아선 아마 나쁜 일이 있었나보다 예측할 뿐이다. 옷이란 일상에 많은 영향을 준다. 면접을 볼 땐 신축성이라곤 하나 없는 정장세트를 꺼내입고, 결혼식 갈 땐 원피스를 꺼내입고, 데이트가 있을 땐 그 전날 밤부터 뭘 입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평상과 일상은 그저 편한 옷을 찾게 되기도 한다. 활동성과 효율성을 높여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일까. 재밌고 동시에 조금은 슬펐던 책이다.
좋았던 문장들
- 주술사로 마법을 쓰면서 몬스터를 사냥할 땐 아주 높은 수준의 키보드 컨트롤이 필요했다. 일단 숫자키 1부터 9까지 각각 다른 마법을 설정해놓고 던전에 들어가면 보이는 몬스터를 방향키로 하나하나 선택해 마법을 건다. 숫자키 1번 마법으로 몬스터의 동작을 마비시키기고 2번 마법으로는 몬스터의 방어력을 낮춘 후, 3번 마법으로 몬스터의 인지를 방해하는 식이다.
- 나는 혼자임을 견디는 데 언제나 필사적이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절망에 지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그럴 때는 언제나 후드티를 입고셔였다.
- 챔피온은 초창기 후드티 제작에 혁혁한 공을 세운 회사이나 한동안 이렇다 할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서서히 하락세를 걷고 있었다. 그러나 10여 년 전부터 레트로 붐의 수혜자가 되어 지금은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후드티 브랜드가 됐다.
- 후드티는 단지 모자가 달린 스웨트셔츠라기 보다는 운동복, 단체복 , 로고 이 세가지 요건이 어우러진 특정한 복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 아이의 컨디션이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나만큼은 변하지 않는 상수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피로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후드티는 내 일상을 낱낱이 알고 있는 유일한 동료이기도 하다. 피곤한 하루가 끝나고 귀가하는 버스에 몸을 싣고 나면 기나긴 하루를 함께했던 후드티를 괜스레 만지작거린다.
- 자랑 할 것도 없고 어찌보면 분주하기만 한 아직 무언가 완성형이 아닌 채로 하루하루 채워가고 있는 나의 일상의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