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블로그 이웃이신 우혜진 작가님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작가님과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글쓰기 수업까지 몇 주에 걸쳐 인터넷 메신저로 메시지도 주고받고 줌으로도 뵈었다. 작가님의 글도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점들이 있다는 걸 느꼈고, 그리고 참 좋으신 분인 것 같았다. 그래서 작가님의 책이 궁금해졌다. 전자책으로 앞부분을 조금 읽어봤는데 내용이 좋아서 바로 종이책 구매를 해버렸다. 쭉쭉 읽어볼수록 내용이 더욱 좋았다. 책 읽는 엄마가 육아로 힘든 엄마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응원이 한가득이었다.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엄마도 꿈을 가져야 한다고, 아이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엄마가 아닌 아이를 위해서라도 꿈을 꾸는 엄마가 되기를 바라는 응원이 듬뿍 담겨 있다.
엄마 스스로를 아끼고 성장해나가야
아이도 잘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동안
엄마도 자신을 챙기면서 성장해야 한다.
p.23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듯이
아이에게 원하는 모습이 있다면
내가 먼저 보여주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p.94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서 달려가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부모로서 내가 할 일이다.
p.97
누구에게나 그렇듯 어린 아기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다. 작가님도 엄마의 삶은 상상 이상의 경험이었다고 한다. 아이는 잘 크는데 엄마는 점점 사라지는 느낌, 아이는 엄마의 시간을 먹고 자라는데 엄마는 점점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를 키우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나의 체력, 시간 등 나의 모든 것을 아기에게 바쳐야 했다. 그러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갈 때쯤 공허한 느낌은 받은 나와는 다르게 작가님은 성숙한 생각을 한다. 아이와 같이 성장할 수는 없는지, 나의 자리는 어딘지 수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작가님은 그런 시간들을 책과 함께했다.
엄마라는 자리는 그 어느 자리보다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만났습니다.
현실에서는 아이와 씨름하는 엄마지만
책을 읽는 순간에는 오롯이 나만 남았고
나를 채우는 시간이라 참 행복했습니다.
p.9 프롤로그 중에서
나는 먼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나의 꿈을 꾸고 싶었다.
다 커서 아이들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갈 순간이 오기 전에,
서서히 나만의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p.19 엄마라는 이름에 갇히다 중에서
책을 읽고 책에서 당장 행동으로 옮길 만한 일들을 메모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일. 우혜진 작가님은 단순하게 읽기를 넘어서 책 속에서 배울 만한 팁을 얻었고, 그것들을 실천에 옮겼다. 그래서 육아에도 적용할 만한 것들을 직접 적용해보고 글도 쓰고 작가가 되었다. 참 본받을 만한 점이다. 책에서 당장 행동에 옮겨볼 만한 것들을 메모하고 그것을 바로 실천하시니 말이다. 나도 작년부터 본격적인 독서를 시작하면서 그중 몇 권의 내용을 실천해보고 있다. 대부분 자녀교육서를 읽어서 그것을 아이에게 적용하긴 했지만, 나에게 적용되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나마 <미라클 모닝>을 읽고 새벽 기상을 시작한 것이 고작이다. 작가님처럼 엄마도 꿈을 꾸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일을 해보고 싶다. 아이가 그런 엄마를 보고 자라며 아이 자신도 꿈을 향해 달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엄마,
아이에게 과한 기대를 하기보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는 엄마,
아이가 잘 보고 자랄 수 있게 언제나 그 자리에서 빛나는 엄마,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
p.28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행동해야
자신의 꿈에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길이 멀고 힘들어도 일단 겪어내야 이룰 수 있다.
p.31
시간이 더 흐른 뒤에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해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일단 시작하기'라는 말을 여기저기 크게 적어두고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본다.
p.37
어린아이를 돌보는 지친 엄마들에게 한 줄기 빛나는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글도 참 좋았다. 나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육아에 지친 대한민국 모든 엄마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p.68
아이가 나와 다르기를 원했다. 나의 부족한 점을 아이에게서 발견하는 것이 싫었고, 아이가 나보다 더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얹은 조금은 강요가 섞인 바람이었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고 나의 그런 모습이 스스로 싫은 것이다. 이런 마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의 본연의 모습을 인정하고 긍정하는 것이 우선 필요한 일이었다.
p.156
시간이 갈수록 읽고 싶은 책은 점점 늘어나고, 내 시간은 너무나 한정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든지 시간을 어떻게든 짜내든지, 그중에 하나의 선택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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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그동안 낸 학비가 아까워 마지못해 쓰던 석사 논문을 겨우 마무리하고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기약없어 보이던 서울-원주 출퇴근이 기적같은 발령으로 끝이 나며 나는 처음 사는 동네로 이사를 하였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 방치해놨던 인스타그램을 해보기 시작했다. 그리도 몇달동안 망설이던 북메트로에 가입을 했다. 그것이 나의 첫 서평단 활동의 시작이었다.
2018년.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다. 노산인데다 남편 외에 육아를 도와줄이라고는 한명도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몸을 회복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애는 영아산통에 사경에 딤플에 고관절탈구의심에 설소대수술에 ..뭐하나 그냥 넘어가는게 없었고 내 얼마 안되는 육아휴직은 아이 병원 투어로 다 날아가고 정신을 차리니 복직이었다.
2019년. 9개월밖에 안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복직을 해서 단축근무를 하며 일주일에 두번씩 사경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을 들락거리던 그 시기에 나는 서평단 모집만 보면 충동적으로 신청을 하곤 했다. 우리집 앞에 쌓이는 택배의 절반은 아기용품이고 절반은 내 책이었다.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서 집으로 와서 몇주 산후도우미를 쓸 때도 애가 잘 때 엄마도 같이 자야지 책을 읽으면 어쩌냐고 걱정을 듣던 나였는데, 복직을 하니 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앞에서 책을 읽고자 내 밤잠을 줄이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넘치던 싱글때보다 더 많은 책을 읽는 나를 보며 깨달았다. 나는 지금 오기로 책을 읽는구나. 그 때 읽은 책 제목처럼, 나는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잡동사니가 쌓여 더이상 서재라 부르기도 민망한 그곳으로.
2020년. 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가 터지고 집콕이 일상화되었으나 오히려 나는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아이를 낳고 극한의 시간을 몇 년 살아내자 내 몸상태는 바닥을 쳤고 바뀐 회사 업무 때문에 적응을 하느라 회사에서도 죽을맛이었다.자아가 생긴 아이는 더 이상 작년처럼 얌전히 누워있지 않았고 잠을 자는 시간도 줄었다. 유일하게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인 밤 열시 이후에 주로 나는 애를 재우다 뻗어버리기 일쑤였다. 코로나블루라기보다는 뒤늦게 오는 육아우울감이 나를 뒤덮었다. 혼자 어디론가 도망쳐서 책이나 실컷 읽고 왔으면 싶다가도 막상 한두시간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밀린 집안일에 동동거리거나 지쳐 늘어져 시간을 보냈다.
작년 가을에 이 책을 받아들고 첫 페이지를 넘긴 순간 나는 "아이가 잠들면 서재로 숨었다" 이후로 오랫만에 격한 공감의 폭풍에 휩싸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질투가 났다. 아니, 아이 낳기 전에는 책도 거의 안읽으셨다는데도 이렇게 책을 낸다고? 이렇게 깔끔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군더더기없는 책을 낼 수 있다고? 아 부럽다. 아 배아프다. 서평단 활동을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누게된 Y님을 오프라인에서 만나 이 책을 이야기 했을때 Y님도 자신의 지인들도 책을 냈다며 "민영님도 나중에 한번 도전해보세요."라고 해주셨다. 하지만 서평단 활동을 하며 어설픈 북스타그램을 하다가 내가 알게 된 것은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무궁무진하며 리뷰를 잘 쓰는 분도 어마무지하게 많다는 것 뿐. 그 세계를 구경하던책읽는 엄마 정민영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작아졌다.
2020년 12월, 여러가지 사건들이 우리 가정에 연이어 터지며 정신을 못차리다 눈을 떠보니 2021년이었다. 시댁과 친정을 다녀오느라 연말을 마무리하고자 쓰려던 일기도 기도도, 인스타그램 bestnine도, 산더미처럼 쌓인 우리애 사진 정리도 아무것도 못하고 하루하루 허덕이다보니 벌써 새해가 된지 3일이나 지났다. 새해 다짐이고 뭐고 이런것도 생각할틈도 없었고 올해는 남편이 지방에 가면 순도 100%의 독박육아라는 아름다운 선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남다른 각오가 필요할뿐이다.
원래 리뷰를 가장한 넋두리가 주특기인 나답게 올해도 이런 잡글로 한 해를 시작한다. 작년에 마무리해야했지만 해를 넘겨 읽었던 이 책과 함께 나의 모든 서평단 활동도 끝이 났다. 핑계만 많은 불량엄마지만 그래도 여기저기서 듣고 주워모았던 육아서들도 좀 읽어야지. 야금야금 사서 쌓아놓았던 책들도 하나 둘 꺼내 읽고 정리해야지. 밀린 아이 사진들도 정리하고 올려야지. 운동도 해야지. 매일 말씀도 봐야지.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쉽지는 않아도 행복한 매일이었으면 좋겠다. 좀 더 제대로 된 엄마가 되는 21년이었으면 좋겠다. 불평과 남 탓은 그만하고 담백하고 깔끔한 날들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이 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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