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탐험은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으로 여행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 책이 수학의 눈으로 세상을 탐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가 되기를 바란다.
--- 「서문 중에서」 중에서
걸리버 여행기에서 소인국의 1피트는 걸리버의 1인치에 해당한다. 그런데 1피트는 12인치이므로 걸리버의 키는 소인 키의 12배이고, 몸집은 3차원적인 부피이므로 12의 세제곱인 1728배가 되며, 결과적으로 걸리버에게는 1728명분의 식사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물론 몸무게가 적을수록 단위 무게당 열량 필요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는 주장은 아니다.
--- p.27 「 1장 일상 속의 수: 걸리버 여행기와 십이진법」 중에서
편안한 걸음으로 걸을 때의 시속이 5~6km/h, 시내에서 차의 시속이 40~50km/h 정도 되니, 자전거의 속도는 인간의 걸음과 차의 중간쯤이다. 걸으면 느리게 변화하는 경치를 온전히 음미할 수 있고, 드라이브는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데, 자전거는 속도로 보나 심리적으로 보나 걷기와 드라이브를 절충한 하이브리드라고 할 수 있다.
--- p.115 「 2장 일상 속의 대수: 자전거의 수학」 중에서
피타고라스 승률 공식으로 2018년 프로야구 정규 시즌의 기록을 분석해 보자. 두산의 경우 총득점은 944점, 총실점은 756점으로, 승률 공식에 넣으면 두산의 승률은 0.6이 된다. 그런데 실제 승률은 0.646으로,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
--- p.137 「 3장 일상 속의 기하학: 야구의 피타고라스 승률」 중에서
최근 주목을 받는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에 비유된다. 원유에서 다양한 것을 추출하고 가공하여 제품으로 만드는 것처럼, 빅데이터를 분석하면 인간의 사고와 행동 패턴을 알아내고 산업과 서비스에 이용하면서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 시대에는 방대하고 복잡한 자료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통계 기술이 필수적이므로, 통계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p.220 「 4장 일상 속의 통계: 여론조사의 허와 실」 중에서
축구장에 양 팀 선수 22명, 주심 1명, 선심 2명, 총 25명이 뛰고 있다. 이 중에서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을 확률은 얼마일까? 놀랍게도 57%나 된다. 1년이 365일임을 감안할 때 생일이 같은 사람을 만나려면 366명은 모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잘 믿어지지 않는 결과이다.
--- p.236 「 5장 일상 속의 확률: 머피의 법칙과 샐리의 법칙」 중에서
영화 〈기생충〉이 오스카 트로피의 주인공으로 결정된 과정을 알아 보자. 2020년 아카데미상 수상작을 결정할 때 8469명의 아카데미 회원이 투표를 했는데, 그 선정은 두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예비 투표를 통해 분야별로 다섯 편의 후보를 추천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후보작 다섯 편을 놓고 투표를 해서 최종적으로 한 편을 선정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후보작 중 최다 표를 얻은 영화를 수상작으로 정하는 것이기에 간단하지만, 첫 번째 단계는 좀 복잡하다.
--- p.287 「 6장 예술 속의 수학: 영화 속의 수학」 중에서
손흥민이 보여 주는 멋진 극장골을 실시간으로 만나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축구 팬들이 많다. 손흥민의 발재간에 맞춰 현란하게 움직이고 골망을 흔드는 축구공은 기하학적 용어로 ‘깎은 정이십면체’이다.
--- p.312 「 7장 자연 속의 수학: 축구공과 클라트린」 중에서
마방진은 모든 수가 한 번씩만 등장하면서 상하, 좌우, 대각선의 합이 모두 같다는 점에서 일종의 조화와 균형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예로부터 각계각층이 동등하게 참여하면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사회를 희구했다. 인류가 마방진에 매료되었던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바라는 사회의 모습이 마방진과 닮아 있기 때문은 아닐까?
--- p.354 「 8장 동양 역사 속의 수학: 마방진의 마술적 힘」 중에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으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그레이엄 무어는 시상식에서 “Stay weird, Stay different(이상해도 괜찮아, 남들과 달라도 괜찮아)”라고 말했다. 이는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한 연설문 중 유명한 구절, “Stay hungry, Stay foolish(계속 갈망하라, 계속 우직하라)”는 말과 비슷하다. 애플 컴퓨터의 로고로 환생한 튜링, 또 스티브 잡스의 발언에 대한 오마주, 모두 멋지다.
--- p. 390 「 9장 서양 역사 속의 수학: 애플 컴퓨터의 로고와 수학자 튜링」 중에서
과거에는 여성이 수학을 배울 기회가 제한되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룬 여성 수학자의 존재는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이제는 여성이 수학자가 되기 위해 험난한 인생 역경을 겪을 필요가 없고, 수학이 남성들의 독무대도 아닌 만큼, 점점 더 많은 여성 수학자의 이름을 접하게 되기를 바란다.
--- p.422 「 10장 수학으로 세상 보기: 여성은 수학을 못한다?」 중에서
수학이 우리 일상생활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경험할 때 수학을 왜 학습해야 하는지, 그 의의와 가치를 인식할 수 있다. 이처럼 수학의 가치를 몸소 느낀다면, ‘수학 공부’라는 장거리 경주에 임하는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지 않을까?
--- p.443 「 에필로그 수학과 친해지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