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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글쓰기 수업

퓰리처 글쓰기 수업

: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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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692g | 152*225*30mm
ISBN13 9791139700169
ISBN10 1139700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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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웨스트 매거진』에 다니던 시절, 우리는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인기를 타고 호시절을 보냈다. 벌목에서 심장 이식, 유전 공학까지 주제를 가리지 않고 논픽션 스토리텔링 형식을 사용했다. 『오레고니언』에서 필진과 편집자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코치를 맡게 되면서 대학교에서 12년 동안 스토리텔링 이론을 강의하며 개발한 글쓰기 요령을 그대로 전수했다.

그들은 내가 가르쳐준 이론을 실전에 멋지게 적용했다. 종교, 비즈니스, 음악, 범죄, 스포츠 등 각종 분야에서 스토리텔링 형식을 취한 『오레고니언』 기사들이 굵직한 상을 수상했다. 리치 리드가 내 지도 아래 쓴 국제 비즈니스 관련 기사는 해설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톰 홀먼과 내가 두 번째로 의기투합해 쓴 기사는 특집기사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내 손을 거쳐 간 미셸 로버츠의 스토리텔링 기사도 특종보도 부문 퓰리처상을 받았다. 리치 리드 그리고 나와 함께 오랫동안 손발을 맞췄던 작가 줄리 설리번은 어맨다 베넷이 이끄는 기획취재팀 일원으로 2001년 언론계 최고의 영예로 꼽히는 퓰리처상 금메달을 받았다.
---「들어가는 글」중에서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사실 스토리의 기본 재료는 주위에 널려 있다. 일상생활에서 소재 찾는 법을 배워 스토리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정말 훌륭한 스토리를 찾고 싶다면 앞으로 내가 설명할 재료들을 찾아보라. 위대한 스토리를 쓰고 싶다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기법들을 공부하라. …

문장력보다 스토리가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위 과학 연구들을 본 리사 크론은 “스토리만 좋다면 빈약한 문장력은 생각보다 피해가 적다”라고 남겼다. 베스트셀러 목록을 한 번 쓱 봐도 그녀의 말을 확인할 수 있다.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한 존 프랭클린이 30년 전에 했던 주장은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도 증명된다. 졸필에 가까운 책들이 수두룩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만큼은 가히 발군이다. 낱말과 문장을 다듬는 데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이는 작가들은 정작 집필에 들어가기 전 독자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굵직한 스토리 요소에 집중할 기회를 흘려버린다. …

한눈을 팔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을 높이 산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강력한 극적 긴장감을 만들고, 그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진다고 했다.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라고 말한 독자도 있었다. 이런 반응은 이야기 속 상황의 중차대함을 보여주는 기술과 독자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사건을 배열하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를 증명한다. 독자의 주의를 끝까지 붙잡고 싶은 작가라면 스토리에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스토리」중에서

정말 그런지 알고 싶다면 지금 당장 동네 서점에 가서 베스트셀러 매대에 가보라. 가장 잘 팔리는 책을 모아놓은 곳에는 우아하기 짝이 없는 문장이 다가와 춤을 신청해도 우아한지 어떤지 관심을 보이지 않는 무신경한 소설가들의 책이 분명 몇 권은 있을 것이다. 진 아우얼, 톰 클랜시의 책이 수백만 부씩 팔리는 이유는 그들이 스토리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들의 문장을 난도질하는 평론가들이 간과하는 점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리처드 로즈는 수려한 문장가이자 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훌륭한 논픽션 작가다. 그 또한 독자에게 다가가는 가장 중요한 전략은 “어휘를 다루는 능력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라고 말한다. 그는 구조를 섭렵하는 것은 “틀을 짜는 능력, 전체를 다스리는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작가들은 구조에 대해선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라며 안타까워했다. …

메리 로치는 “나는 항상 스토리에 구조가 있고, 모든 것이 그 구조에 맞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해요. 그래야 쓰이지 않을 자료를 수집하는 헛고생을 면할 수 있거든요”라고 말했다.
---「2장. 구조」중에서

나는 글 쓰는 일을 처음 업으로 삼았을 때 비유법을 가볍게 여겼다. 하지만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가 오픈카를 타고 스페인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며 비유 게임을 즐겼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한 사람이 길가에 보이는 무언가를 가리키면 다른 사람이 즉시 그 단어를 써 직유 표현을 하나 만들었다고 한다. 실패하면 벌칙으로 스페인산 레드와인을 길게 한 모금 마셔야만 했다. 비유 감각을 기르는 일은 확실히 재미있다. …

편안하고 속도감 있게 작업하는 것이 글을 쓰는 훨씬 쉬운 방법이다. 좀 더 나은 표현이 없을까 거듭 고민하며 초고를 힘겹게 완성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고통스럽다. 무엇보다 이 고통이 저자의 목소리를 죽여버린다. 목소리가 뚜렷한 사람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그들은 글 쓰는 과정이 재미있다고 말하곤 한다. 메리 로치에게 내러티브를 만드는 모든 과정은 “사실과 재미를 엮는 과정”이다.
---「4장. 목소리와 스타일」중에서

논픽션 작가는 주제를 반드시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이런저런 사실을 우리 앞에 던져 놓는다. 논픽션 전문가라면 그런 사실들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다만 일부라도 이해해야 한다. 존 프랭클린은 2001년도 니먼 내러티브 저널리즘 회의에서 이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야기의 형체 그리고 그 형체가 말하는 바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작가가 어디서 가져오는 게 아닙니다. 작가가 이야기 안에서 발견하고 뽑아내는 그 무엇이죠.”

‘그 무엇’을 찾아내는 영업 비밀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우선 톰 프렌치는 제목을 짓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할 때면 주제에 집중한다고 한다. “나는 늘 장 제목, 소제목은 물론 전체 제목을 뽑으려고 고민한다. 그렇게 하면 스토리 요지가 무엇인지, 구조와 힘이 무엇인지로 모든 생각이 수렴된다”라고 말했다. 맥키는 “진정한 주제는 낱말이 아니라 문장”이라고 말했다. “스토리의 의미가 담겨 있는, 더는 줄여지지 않는 명쾌하고 정돈된 한 문장이다.”
---「9장. 주제」중에서

함께 일한 기자 중에는 매번 훌륭한 일화를 낚는 이가 있는가 하면, 대단치는 않아도 뜻깊은 일화를 건지겠다는 바람이 작살로 대왕고래를 잡겠다는 바람처럼 턱없이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창의적 인터뷰』의 저자인 켄 메츨러는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힌트를 준다. “이야기를 얻으려면 이야기를 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다! 누군가가 비행기가 연착돼 엉망진창이 된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면 우리는 비슷한 일화(가방을 잃어버렸다거나 갈아탈 비행기를 놓쳤다거나)를 이야기함으로써 동병상련을 나눈다. 펌프에 마중물을 부어 물을 끌어 올리는 원리처럼 먼저 자기 자신이나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한 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하나 들려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제가 아는 X는 결벽주의자예요. 그가 양말 서랍장을 보여줬는데 양말이 모두 돌돌 말려서 색깔별로 정리되어 있더라고요! 그는 사무실에서도 똑같을 거예요. 장담해요.”
---「10장. 취재」중에서

잭 하트는 우리가 국어 수업 시간이나 소설, 영화, 연극 등의 평론에서 익히 들었던 스토리의 면면뿐 아니라 스토리를 직접 써보기 전에는 결코 예상하지 못할 디테일까지 조목조목 꼼꼼하게 설명한다. 뼈대 잡는 법, 서술자와 무대와의 거리를 설정하는 시점 정하는 법, 이야기 무대 만드는 법, 작가 특유의 개성을 드러내는 목소리와 스타일 사용법, 주인공을 찾아내고 그를 입체적인 인물로 형상화하는 법 그리고 글 재료를 수집하는 다양한 방법은 물론이고 논픽션이기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녹록지 않은 윤리적 고민들까지. 익숙한 것은 익숙한 것대로 생각하지 못한 세계가 있고, 낯선 것은 낯선 것대로 알아가는 맛이 담겨 있다. 여기에 신문사 안팎의 일화를 얹어 읽는 재미까지 더한다.
---「역자 후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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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고 울림 있는 콘텐츠 구성을 위한 최적의 안내서

나는 최근의 에세이 출간 열풍을 크게 반긴다. 저자 본인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도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런 책들로 직장생활이나 투병 같은 은밀하고 사적인 경험들이 한 시대의 공적 기록이 된다. 나도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글쓰기 책을 내기도 했지만, 문장에 대해 파고드는 작법서는 시중에도 많다. 그러나 취재 현장의 테크닉과 한 권의 책을 감당할 매력 있는 서사 구조를 설계하고 길을 안내하는 실용서는 드물다. 가령, 타인의 경험에서 핵심을 찾아내는 법, 듣고 기록하는 법, 한눈팔지 못하게 하는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하는 법, 이야기의 주인공을 만들고 그에게 성격을 입히는 법,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윤리적인 부분까지 실용적이고 상세한 조언이 가득하다. 인터뷰 장소로 적당한 곳이나 통화 내용을 녹음할 때의 에티켓까지 소개한다.

특히 나는 이 책을 현직 기자들이 꼭 읽어줬으면 좋겠다. 매체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언론사에서는 자기 사명을 실현하고 보람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작성할 일이 많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도 ‘논픽션 스토리텔링’은 강력한 대안이다. 회사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긴 스토리텔링’, 더 나아가 팟캐스트 같은 새로운 미디어에 적용할 수 있는 글쓰기 전략까지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다. 이제는 ‘나의 고백’을 넘어 타인의 경험을 소재로, 단편적인 생각을 병렬식으로 엮은 구성에서 벗어나 보다 정교하고 울림 있는 서사 구조를 지닌 굵직한 원고로 구성한 책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여기에 도전하는 작가들에게 잭 하트의 『퓰리처 글쓰기 수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 장강명 (소설가, 장편소설과 논픽션을 쓰고 사랑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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