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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

: 어느 여성 청소노동자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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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78g | 135*200*30mm
ISBN13 9791192247298
ISBN10 1192247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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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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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일기] 간절함으로 쓰인 글은 읽을 때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저자는 청소 노동자로 일하며 다섯 아이를 키워냈다. 일의 고단함을 문학으로 버텨낸 저자는, 삶의 빛을 좇아 일기를 썼다. 읽다 보면 어느새 연민은 사라지고, 성찰과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피어나 몸을 맡기게 된다. - 에세이PD 이나영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가장 높은 계급부터 가장 낮은 계급까지 모든 인간은 경제적 투쟁에 사로잡혀 있다. 자신의 권리인 것을 얻거나 자신의 권리가 아닌 것을 유지하려는 투쟁이다. 현실 또는 우리의 바람에서는 물질적 소유물이 우리의 인생관을 지배하며 대개 모든 너그럽고 창조적인 충동은 제외한다.
---「1966년 2월 8일」중에서

나는 계속 일기를 쓴다. 내 삶이 다른 누군가의 관심을 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가끔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다면 삶은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1966년 가을 학기」중에서

세상에서 제일 힘든 역할이자 가장 어려운 직업은 엄마로 사는 일 같다. 일종의 책임이 생기고 날마다 무능력을 실감한다. 모성의 행복을 느낄 겨를이 없다. 적어도 몇 분 정도는 그럴 것이다.
---「1966년 12월 15일」중에서

이제 다시 살아가려고 노력, 노력,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단지 먹고, 자고, 청소하고, 먹고, 자고, 청소하고,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면 인간은 아마도 살아가지 못할 것이다. 아무도 자신과 자기가 가진 것 외에는 무엇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 것이고, 그렇게 되는 것이며, 교회 설교단과 국회에서 얼마나 좋은 말이 많이 쏟아지던가? 인간은 가장 사악한 존재다.
---「1968년 성금요일」중에서

확실히 가난한 사람들은 스웨덴에서 잘 살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임금소득자와 저임금소득자 사이의 차이는 너무 크다. 스웨덴에서 사회보호대상자가 되려면 양심 없이 태어나야 한다. 사회복지과에 가는 일을 짜증나고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인권’ 조항도 외워야 한다. 그러고 나면 아마 더 쉬울 것이다.
---「1968년 5월 2일」중에서

하리 마틴손은 『탈출구』에서 가난한 사람이 비통해하고 이따금 공격적이 되는 이유에 대해 썼다. 그는 이를 ‘결핍의 불안’이라고 한다. 인생의 약속과 이상이 늘 공허하게 무無로 사라지는 것에 대한 수천 년의 실망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확실히 가난한 사람은 부자보다 시기심이 더 많은데, 가난한 사람은 가장 간단한 일 앞에서도 결핍의 불안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주 이런 결핍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자기에게 없는 모든 것을 과대평가하고 무한히 많은 것을 과소평가한다. 이는 가난의 가장 깊은 비극이다. 결핍의 불안은 결핍 자체보다 더 나빠진다. 사람을 과도하게 긴장하게 하고 불행하게 만든다.
---「1968년 5월 15일」중에서

우리의 거리에는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22년 전 이곳으로 이사했을 때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아무도 자기 말고 다른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 거리의 모든 사람은 어떤 면에서는 뒤처지고 있다.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삶을 살고 있으며, 또한 늘 그래왔던 것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모든 것은 지속적이다.
---「잉리드의 날」중에서

책 제목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보통 스웨덴 아주머니의 일상』? 『어느 청소부의 일기』? 아니면 『나의 의사소통 방식』?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책’ 생각을 할 때마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진다?왜 머릿속에서 그런 정신나간 생각이 떠오른 것이었을까. 도서관 한 곳을 청소하며 출판시장이 어떻게 홍수에 잠겼는지 생각한다. 책을 내는 일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된다면 지구는 책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월요일 저녁」중에서

살면서 여러 번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나를 딱하게 여겼다. 대신 내가 딱하게 여기고 싶었던 이들은 그들이었다. 그들보다 없이 살아도 내 삶은 그들보다 훨씬, 훨씬 더 넉넉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을 딱하게 여긴다. 그들은 나와는 다르게 삶의 가치를 평가한다.
---「부활절 후」중에서

책……. 책을 곁에 둔다면 외롭지 않다. 독방에 갇혀 있어도 고독하지 않다. 책을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책과 함께하지 않아도 내면에는 책이 있는 셈이다. 책의 세계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원하는 곳 어디든지 갈 수 있다.
---「부활절 후」중에서

그때 인간은 처음으로 모든 동물로부터의 이례적인 제 지위를 드러내며 동물적 존재에서 진정한 인간적인 삶의 형태로 이행한다……. 그때 처음으로 인간은 자기 역사를 더욱더 의식적으로 쓸 것이다. 그 순간부터 인간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사회적 과정은 인간이 의도했던 결과를 얻을 것이다.
---「(평화를 이룩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 얻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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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신을 믿지 않는 내가 신 대신 믿는 것이 있다. 간절하게 쓰는 마음. 그 마음을 지닌 책이 출간 반세기 뒤에야 우리에게 닿았다. 가난하고 정규 교육과 거리가 멀고 홀로 다섯 아이를 키워야 했던 여성 청소노동자가 성공과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살아내기 위해 쓴 글. 매일의 양식처럼 하루치의 글을 읽고 쓰며 하루씩을 살아낸 사람의 기록. 쓸고 닦는 일의 고단함을 이야기하는 데서 출발한 마이아 에켈뢰브의 일기는 하루하루 쌓일수록 자신을 응시하고, 사회를 비추며, 세계를 성찰한다. 그렇게 가장 개인적인 글은 가장 정치적인 문학이 된다. 글쓰기가 세상을 구원하지는 못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어 간절히 쓰는 사람만큼은 구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한 명 한 명의 구원이 더해질 때 세상도 조금씩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 책은 믿으라는 말도 없이 믿게 만든다.
- 이문영 (기자·작가)
이런 일기는 처음이다. 일기를 쓴다면, 더구나 출간한다면 이 책은 최고의 모델이다. 1970년에 세상에 나온 스웨덴 작가의 이 책은 세계사를 총람한다. 그는 1980년대 이후 국제정치학계의 새로운 도전이었던 “개인적인 것이 국제적이다(the personal is the international)”의 사상을 이미 체득하고 있다. 청소노동자였으며 이혼 후 5남매를 혼자 양육한 여성인, 작가의 사유의 깊이와 문장은 일상을 유지하는 ‘집안일’로부터 면제된 ‘남성’ 작가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의 수월성을 보여준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내 안의 뿌리 깊은 초월적 인간상에 대한 선망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팔꿈치사회’에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세상의 가장 낮은 존재를 해치지 않는” 선함과 지혜를 얻으리라. 욕망의 시대를 차분하게 껴안은 이 책에 몸을 맡겨보기를 권한다. 읽기 편하고 정확한 한국어 번역은 덤이다.
- 정희진 (여성학 박사, ‘정희진의 글쓰기 시리즈’ 저자)
청소, 노동, 여성. 세상이 연민하고, 대상화하고, 무시하기 쉬운 단어의 조합. 이 세 단어를 지니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글을 쓴다. “이제 청소하러 갈 테고 청소를 마친 다음에는 야간학교에 갈 것이다.” 노동과 삶이 딱 붙은 글이다. 그 사이를 파고드는 것은 에켈뢰브의 세계를 향한 통찰과 인생을 대하는 관대함이다. 감히 누가 그의 글을 연민으로 읽을 수 있을까. 글에서 마이아 에켈뢰브는 묻는다. “어떻게 ‘여자들’은 항상 더러워진 것을 바꿀 힘이 있을까. 끊임없이.” 나는 읽으며 생각한다. ‘어떻게 그는 항상 따스하면서도 날카롭게 세계를 염려할 힘이 있을까. 끊임없이.’
- 희정 (기록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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