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의견의 구별이 점점 모호해지고, 소셜 미디어에선 진짜 정보와 가짜 정보가 범람하고, 지구가 평평하다거나 바이러스가 존재하지 않는다고(그렇다, 코로나 이전부터 그랬다) 주장하는 몇몇 사람의 끈질긴 현실 부정을 보면서 나는 도저히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프롤로그」중에서
“통계를 보면 대마초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통계를 말하는 걸까? 아무튼 너트의 통계에서는 대마초가 담배보다 덜 해롭고, 랭킹에서도 중간 정도를 차지한다. ‘파티 마약’으로 불리는 엑스터시와 LSD는 저 아래 하위에 얌전히 자리하고, 그보다 덜 해로운 건 환각버섯뿐이다. 언뜻 보기에 이 마약 랭킹은 대다수 국가의 마약 정책이 완전히 비합리적이라고 폭로하는 것 같다. 그러나 두 번, 세 번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장 만인의 연인 술 vs. 악마의 풀 마약」중에서
등록만 했을 뿐 승인받지 않은 약은 법적으로 효능 표시를 해선 안 된다. 그러니까 어디에 또는 무엇에 도움이 되는지 설명해서는 안 된다. 그것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증명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장에는 ‘등록된 동종요법 의약품으로서, 효능 표시를 생략함’과 같은 문구가 있다. 이쯤 되면 의아함에 벌써 머리가 아프다. 그것도 삼중으로! 첫째, 효능 표시가 없는 약이 어떻게 의약품일 수 있지? 둘째,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종요법의 효능 표시를 불법적 사기로 간주한다고? 그렇다면 의사와 민간요법 치료사가 그 약을 특정 질병에 처방하는 건 괜찮을까? 셋째, 감기약으로 많이 팔리는 ‘메디톤신’은 어떻게 되는 거지? 이 물약에는 버젓이 ‘감기약’이라고 적혀 있는데? 맞다. 많은 사람이 전혀 의식하지 않지만, 메디톤신은 놀랍게도 동종요법 약이다.
---「4장 거대 제약산업 vs. 대체의학」중에서
예방접종 비율이 충분히 높지 않은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대부분이 정말로 사소한 이유다. 1970년 이후에 출생한 사람들은 답해보라. 홍역 예방접종을 받았는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주사를 두 번 맞았는가, 아니면 한 번만 맞았는가? 바로 답할 수 있는가, 아니면 예방접종 수첩을 확인해봐야 하는가? 예방접종 수첩이 아직 있긴 한가? 197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가슴에 손을 얹고 홍역 예방접종 상태를 점검해보라. 아직 홍역을 앓지 않았거나 지금까지 한 번만 접종했다면, 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을 반드시 추가 접종해야 한다. 비용은 당연히 보험 처리가 된다. 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은 두 번을 접종해야 비로소 항체 형성이 완성된다. 70년 이전에 출생한 사람들은 언젠가 홍역을 앓았고 그래서 면역이 됐다고 봐도 된다. 이렇듯, 백신이 없으면 모두가 언젠가 한 번은 앓는다고 확신할 정도로 홍역의 전염성은 아주 높다. 그러나 BZgA 설문조사에 따르면, 1970년 이후 출생자의 72퍼센트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약 60퍼센트가 백신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고 느꼈다.
---「5장 예방접종은 얼마나 안전한가?」중에서
당연히 뇌의 구조와 기능은 생물학적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유전자의 영향뿐 아니라 다양한 호르몬 같은 외적 생물학적 요인의 영향도 받는다. 태아의 뇌에서부터 이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다르다. 남자아이가 평균적으로 여자아이보다 더 높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비생물학적이지만 생물학적으로 ‘바뀌는’ 수많은 외적 요인이 추가된다.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것을 배우는 매 순간을 통해 뇌의 모양이 달라진다. 남자아이에게 울면 안 된다고 약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가르치고 레고 놀이와 비디오게임을 하게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뉴런의 연결과 뇌의 회백질에 흔적을 남긴다. 여자아이에게 예뻐야 한다고 압박하고 스트레스를 주고 인형과 색연필을 갖고 놀게 하면, 그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뇌에 영향을 미친다. 뇌는 6장에서 다뤘던 ‘유전자와 환경이 뒤섞인 거대한 반죽’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우리의 행동은 뇌에서 나오고, 이 행동이 뇌를 바꾼다.
---「7장 왜 남자와 여자는 다르게 생각할까?」중에서
“과학으로 단결하자”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최소한의 합의란 무엇일까? 기후변화, 지능의 유전, 마약 정책 등 각각의 주제에 각각 다르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대답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건설적 논쟁과 구체적 문제 해결에는 과학 스피릿, 과학적 사고, 과학적 방법, 과학적 실수 문화, 과학적 토론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으로 단결하는 것은 내 생각에(거의 종교적으로 들릴 위험을 감수하고 말하는데) 과학 스피릿을 공유한다는 뜻이다. 최소공통분모를 지향하고 과학적 합의를 추구하는 것이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토론 문화를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범해선 안 된다.
---「9장 매력적인 가짜 뉴스에서 벗어나는 법」중에서